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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공연예술의 경제적 특성

Ⅰ. 서 론

한 사회가 선진화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발전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고 반드시 문화적 성숙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한 문화적 발전을 동반하지 않는 경제의 발전은 그 자체로도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1960년대 초부터 기적이라고 불리울 만큼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달성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의 정치적, 문화적 발전은 경제적 발전에 비해 아직 그 후 진성을 별로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혹자들은 최근의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커다란 애로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정치적, 문화적 발전의 후진성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그간 우리나라 정부가 경제부문에는 지나치게 간섭을 하여 정부주도형 경제정책을 펴 온 반면에 문화부문에 있어서는 문화정책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별로 노력을 기울여 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사회에서 소비되고 향유되는 문화의 가치를 경제적인 기준으로 측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거나 거의 불가능한 일 인지 모른다.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별로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 한 사회의 문화가 생성, 확산, 소 비, 발전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들이 시장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문화나 예술의 가치가 아무리 크 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생성되고 향유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경제적 제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며 물질적 세계의 틀을 벗어나 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한 사회의 문화가 시장기구를 통해서 어떻게 생성, 확산, 소비, 발전되어 가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형성이나 발 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상품의 경제적 특성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상품의 경제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예술, 특히 공연예술의 경제적 특성을 몇 가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 공연예술의 경제적 특성을 논의함에 있어서, 수요의 측면에서는 특히 예술에 대한 기호가 후천적이고 가꾸어진다는 ("acquired" or "cultivated" taste) 점을 강조하고, 한편 공급의 측면에서는 생산성의 낙후로 인한 비용상승의 압박문제 (cost disease)가 특히 강조될 것이다.



Ⅱ. 예술·문화 경제학

예술과 문화에 대한 경제적 분석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경제학의 한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 처음으로 연구한 업적은 아 마도 Baumol and Bowen (1966)의 Performing Arts: The Economic Dilemma일 것이다. 그들 두 사람의 연구업적은 1970년 대에 문화부문 연구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대부분의 연구들은 Baumol and Bowen의 연구결과에 대한 확장, 보완, 비판 등이었다고 할 수 있다. Baumol and Bowen은 이 분야의 연구에 대한 많은 관심과 새로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 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분야의 연구의 관심을 주로 공연예술과 예술단체의 분석에 한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 따라서 문화의 발전과정과 예술적 노력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소흘하게 다루게 되었다 (Hendon, et al., 1980, p. ix).

그 후 1970년대에 들어 와서는 꽤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술과 문화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몇몇의 연구결과 로써 단행본의 연구결과가 출간되었다. 그들 중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들은 Scitovsky (1976), The Joyless Economy , Blaug (1976), The Economics of the Arts, Netzer (1978), The Subsidized Muse: Public Surpport for the Arts in the United States 및 Thorsby and Withers (1979), The Economics of the Performing Arts 등을 들 수 있을 것 이다. 특히 Scitovsky (1976)는 문화적 가치에 관해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고, Blaug (1976)은 이 분야의 그 동안의 연구업적 을 모아서 처음으로 발간된 연구논문집 (Readings)라고 할 수 있으며, Netzer (1978)은 예술부문의 공공지원에 관한 주요연구업 적이며 이 분야의 대표적인 참고문헌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예술경제학에 관한 연구는 주로 NEA (National Endow- ment for the Arts)의 지원으로 많이 이루어져 왔다. NEA가 주로 지원한 연구과제들은 예술의 수요, 예술기관이 지역경제 및 경제발전에 미치는 효과, 및 다른 경제발전에 관한 연구 등이다. 그리고 두 학술기관이 주로 이 분야의 연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University of Akron 의 Center for Urban Studies (Cultural and Leisure Studies Program) 및 Johns Hopkins University의 The Center for Metropolitan Planning and Research.

그리고 1973년 미국의 Midwest Economic Association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12명의 경제학자가 모여 처음으로 문화경제학회 (ACE: Association for Cultural Economics, 1994년에 ACE International로 확대 개편)가 결성되었다 (Hendon, et al., 1980, p. xi). 이 학회의 목적은 문화부문에 관한 학술 연구를 더욱 촉진시키고 문화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경제학자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 그 동안 많은 기능을 해 오고 있다. 그 이후로 이 학회는 주요 경제학회들의 연례 학술발표대회에서 문화경제 학 분과가 설치되도록 지원해 오고 있다. 그리고 학회의 공식 학술논문집으로 Journal of Cultural Economics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 연구결과로는 Frey and Pommerehne (1989)가 Muses and Markets: Explorations in the Economics of the Arts를 발간하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많은 학술 논문들이 발간되고 있다. 또한 문화부문에는 경제학자들 뿐 아니라 정 치학 및 사회학자들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Balfe and Wyasomirsky, 1985; Pankratz and Morris, 1990 등). 가장 최근에는 Heilbrun and Gray (1993)가 처음으로 이 분야의 교과서적인 책 The Economics of Art and Culture: An American Perspective을 발간하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이 책에서 미술과 공연예술에 대한 경제적 분석 뿐 아니라 전 반적인 예술부문에 대한 정부의 공공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Ⅲ. 공연예술에 대한 수요의 특성

1. 기호

경제학에서는 "기호(taste)"란 말을 소비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선호(preferences)체계로 이해한다. 어떤 사람은 연극은 매우 좋아하지만 음악을 듣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어떤 사람은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보 는 것을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것 보다 더 좋아하기도 한다. 이런 소비자의 기호가 바로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수요에 영향 을 미치는 것은 틀림없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그냥 주어진 것으로만 보고,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이다. 신고전학파 주류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바닥에 깔려 있는 소비자 주 권주의와도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저절로 기업에 의해서 공급된 다. 만일 소비자들이 모자를 쓰는 것이 유행한다면 이들 모자는 저절로 기업에 의해서 적절히 공급되게 마련이다. 그러다가도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어서 모자를 잘 쓰지 않는다면 모자의 생산량은 저절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기호가 어 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그것을 단지 주어진 여건으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술의 경제적 분석에 있어서는 기호를 단순히 주어진 것으로만 다루기가 곤란하다. 예술에 대한 기호는 외부로부 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 (acquired)"이고 "가꾸어지는 (cultivated)" 것이다. 그리고 그 기호를 개발하고 가꾸기 위해서는 예술을 소비하는 경험이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작품에 대한 수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예술작품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처럼 예술의 한 경제적 특징으로 기호가 후천적으로 개발되고 가꾸어진다는 점은 문화정책을 수립할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McCain, 1979, 1981).


2. 예술상품의 가격탄력성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주로 그 상품에 대한 대체재가 얼마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만일 우리가 공연예술을 유흥이나 오락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많은 대체재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학작품, 신문이나 잡지,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녹음된 음악, 비디 오, 외식, 스포츠 관람, 등등... 따라서 공연예술에 대한 대체재가 풍부하다는 사실 때문에 공연예술이 가격에 대해서 매우 탄 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이미 지적했듯이 공연예술에 대한 기호는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접 할 기회가 많을수록 기호가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후천적으로 형성된 기호는 다른 것들로 쉽게 대체되지가 않는다. 한 번 공연예술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이들에 점차 사로잡히게 된다. 이런 현상을 두고 공연예술이 마치 마약과 같은 강한 중 독성이 있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점차 공연예술에 심취해 갈수록 가격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공연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다시 말해서 공연예술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 는 사람들에게는 교향악이나 발레가 매우 지루하고 재미가 없게 마련이다. 따라서 공연예술의 입장료를 싸게 함으로써 이들을 공연장으로 끌어 들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연예술의 수요 측정에 관한 많은 경험적 연구의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가격에 대해서 비탄력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 Thorsby and Withers (1979)의 측정 결과는 0.9 정도이고, 다른 연구 결과들은 대게 0.05 - 0.64 정도로 상당히 비탄력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공연예술의 수요가 가격에 대해서 비탄력적이라는 사실은 입장료 가격책정 방식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연 예술 단체들은 대부분 비영리단체들이고, 이들은 관람객 수를 늘이기 위한 수단으로써 흔히 입장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법을 생각 하게 되는데, 이는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다 힘들다는 것이다 (Gapinski, 1986).


3. 공연예술의 소득탄력성

공연예술은 생활필수품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사치품에 가깝기 때문에 소득에 대해서도 매우 탄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 다. 즉, 소비자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히 공연예술에 대한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는 공연예술에 대한 수요가 소득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탄력적이라는 결과로 나 타난다. (2)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소득이 변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시간에 대한 가치(중요성)가 어떻게 변 하게 되는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소비행위를 할 때 금전적 지출뿐만 아니라 시간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소득이 증 가할수록 소비자들의 시간의 가치는 점차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공연예술을 관람하는 것은 매우 시간집약적인 소비활동이다. 소득이 증가하게 되면 한편으로는 구매력이 증가하게 되어 공연예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비 용에 대한 증가로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도 작용하게 된다 (Moore, 1968, p. 175). 특히 최근에 비디오 및 오디오 기술의 발달 로 인해 비교적 싼 비용으로 잘 녹음 또는 녹화된 공연을 집에서 듣는 것이 아주 쉬워졌다. 이를테면 말러의 교향곡 3번을 집에 서 들으면 1시간 43분이면 되는데 연주회에 직접 가려면 추가로 몇 시간을 더 소비해야 하니까 말이다.



Ⅳ. 공연예술 공급의 특징

공연예술도 수요의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재와 비슷한 속성들이 많기 때문에 그 경제적 분석에 있어서 일반적인 수요분 석의 기법을 이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공급의 측면에서는 다른 재화나 용역에 비해서 여러 가지 흥미 있는 특성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들 특성들은 문화정책을 수립하는데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점들이 된다.

1. 산출물의 측정

경제학의 생산이론에서는 주로 그 예들을 농업이나 제조업의 경우를 들고 있다. 이는 아마도 이들 산출물의 측정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예술작품의 경우 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공연예술의 산 출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공연의 횟수? 작품의 수? 입장객 수? 이들 어느 것도 만족할만한 측정 수단은 아니다. 더욱 골 치 아픈 것은 공연예술의 경우는 공연의 횟수보다는 질적인 측면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어떤 예술작품의 질적 수준을 어떻 게 측정할 것인가?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술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질적인 면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직접적인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 다. 이처럼 상품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대부분의 서어비스 부문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이다. (3) 그러나 만일 이들이 시장기구를 통해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가격이 이들을 반영할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Thorsby and Withers (1979)는 예술단체의 측정하는 간접적인 수단으로써 다음과 같은 4가지의 대안(대리변수)에 대해 그 장단점들을 논의하고 있다: 1) 공연의 횟수, 2) 제작된 작품의 수, 3) 판매가능한 입장권 수, 4) 판매된 입장권 수. 그러나 이 들 모두는 어느 것도 완전하지는 못하고 각기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4) 다만, 이들 중에서 공연예술 단체에 관한 경제적 분석을 위한 모형을 설정할 때 그들의 산출량의 측정으 로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은 판매가능한 입장권의 수이다.

2. 생산성과 생산비용

어느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유형은 산업마다 각각 다르다. 일반적으로 서어비스 산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에 비해서 생산성 의 증가가 훨씬 늦거나 또는 거의 생산성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들은 "생산성 지연 (pr oductivity lag)"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Inman, 1985; Kendrick, 1985; Baumol, 1985). 이처럼 서어비스 부문에서 생산성 향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대게 생산과정에서 노동을 기계설비로 대체하기가 힘들거나 또는 아예 그 자 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연예술 단체의 목적이 비록 이윤추구에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현실을 전혀 도외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공연단체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비용을 충당할 수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공연단체들이 입장료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해 나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많은 경우 정부나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런가?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발전에 의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따라서 생산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 러나 공연예술에서는 본질적으로 생산성의 향상이란 것을 기대할 수가 없다. (5) 생산성의 향상은 대게 더 많은 기계설비를 사용하거나 기술개발 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생산성이 향 상되면 상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공연예술의 경우에는 기계설비나 기술의 향상이란 것이 특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공연예술에서는 "공연자의 작업이라는 것이 다른 상품을 생산하 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목적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Baumol, 1966, p. 164). 즉, 공연자의 노동이 바 로 산출물이기 때문에 시간당 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있을 수가 없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데 4사람의 연주자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연예술은 생산성 향상의 지연으로 인해서 비용과 가격이 경제전방의 비용이나 가격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상된 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형상은 다른 서어비스 산업에서도 발견되는 서어비스 산업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서어비스 부문의 가격은 다른 부문에 비해서 훨씬 빠른 속도로 가격 상승이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서어비스 부문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공연예술에 있어서의 생산성 지연을 문제로 여기는가? 그것은 예술이란 것을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어 시장실패를 가져오지 않는 다른 서어비스와는 다른 특별한 서 어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6)

이처럼 다른 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생산비가 점차 줄어드는데 반해 공연예술에 있어서는 생산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꼴이 된다. 그 결과 공연예술의 가격이 다른 상품에 비 해 상대적으로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비싸진 입장료는 중산층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공연장으로 끌어 들이는 것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리고 이처럼 공연예술의 비싼 가격 때문에 많은 서민들이 공연예술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 지 못한 현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비용상승의 문제로 인해 공연예술 단체들이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연단체들 의 재정적 압박은 레퍼토리의 선정이나 작품의 생산과정에서 가능하면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운영을 유도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연극 극단들이 가능하면 비용이 덜 드는 연극이나 출연자의 수가 적은 작품을 공연하려고 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창의적이거나 실험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술의 발전은 강한 실험정신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재정적 이유로 인해 실험적 작품을 기피하게 된다면 예술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힘들게 된다. 결국 보다 창의적이거나 실험적인 작품들이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점차 사라져 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또는 공연단체들이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리허설 시간을 줄이거나 외부의 비싼 솔로 연주자들을 잘 초청하지 않으려고 한다 거나 하는 방법으로 재정적 압박을 벗어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물론 질이 낮은 공연작품일 것이다. 결국, 예술단체 의 재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단지 출연자를 너무 많이 필요로 한다는 이유 때문에 {햄릿}을 더 이상 감상할 수 없 게 되고, 피아노 연주자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피아노 협주곡을 듣기가 힘들게 될 지도 모른다.



Ⅴ. 생산과 소비의 기술

예술상품의 경제적 특징 중의 하나는 그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요소들이 상당한 정도로 훈련된 기술이나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 기술이나 지식은 바로 예술작품 속에 채화된다. 투입요소로서의 지식이나 기술은 교육 또 는 훈련에 의한 인적자본에의 투자를 통해서만 형성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형성된 인적자본은 "불가역적 (irreversible)"이라는 점이다. 예술작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형성된 인적자본은 다른 상품을 생산하는데는 전혀 사용될 수가 없다. 피 아노를 연주하는 기술이 피아노 치는 것 이외에 어디에 쓸모가 있겠는가?

공연예술을 생산하는데는 또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더욱이 공연예술의 경우 그것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자신도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훈련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술에 대한 기호는 후천적이고 개발되는 것 이다. 예술작품을 즐기기 위해서는 예술작품에 어느 정도 친숙해져야 하는데, 이는 예술작품에 접하는 기회를 많이 가짐으로써, 즉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우리를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만든다. 다시 말해서 많은 대중들이 기호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즐기지 못하고, 예술작품을 접하지 않기 때문에 기호가 형성이 되지 않고, 기호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 예술작품을 좋아하지 않고, ......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대중들에게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하면 많이 제공해 주는 수밖에 달 리 도리가 없다. 그리고 이는 정부의 지원정책이나 예술교육의 강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육을 통해서 대 중들이 예술작품을 소비할 수 있는 소비기술을 가르쳐야 하고, 그래서 대중들이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Scitovsky, 1986). 특히 우리가 학교교육에서 예술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공연예술의 비용 압박 때문에 {햄릿}의 출연진을 반으로 줄여서 공연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교향악단은 운영비가 너무 비 싸다는 이유로 교향악 듣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실내악만을 듣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유로든 우리는 우리의 풍부한 예술 적 향수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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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notes
* 정기문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문승래
순천향대학교 무역학과 부교수

(1) 공연예술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 측정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조사, 요약한 것으로는 Heilbrum and Gray (1993)의 Table 5.3 (pp. 90 - 91) 참조.

(2) Heilbrum and Gray (1993)의 조사에 의하면 많은 연구결과 중 3개의 결과만 1.0을 약간 넘고 나 머지의 경우는 전부 1.0 보다 작다. 이 결과는 흔히 공연예술이 사치품에 가깝기 때문에 소득에 대해 상당히 탄력적일 것이라는 기대와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3) 서어비스 부문에서의 산출 및 생산성의 측정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Kendrick (1985), Baumol (1985), Hulten (1985), 및 Norwood (1985) 등을 참조.

(4) 공연예술 단체에 관한 모형 설정에 있어서 산출량의 적절한 측정에 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Heilbrum and Gray (1993, pp. 112-16), Thorsby (1977), Lange, et al. (1985) 등을 참조.

(5) 그렇다고 해서 공연예술의 생 산과정에서 기술향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무대장치나 조명 등에서의 기술 향상이 공연의 질을 높여주고, 에어컨 설치 등으로 관람자의 소비환경을 향상시키며 공연 일정이 계절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등 기술발전이 생 산과정에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술 발전이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6) 공연예술이 다른 서어비스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이 논문의 범위 밖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Cheong (199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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