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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계약수정의 경제적 분석

1. 머리말

시장경제 체제에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우선 재산권제도가 잘 확립되어 있어야 하고 또한 자발적 교환이 촉진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자발적 교환에는 여러 가지 거래비용이 든다. 여러 가지 거래비용 중에서도 특히 계약비용(계약체결비 용, 감시 및 감독 비용, 분쟁해결비용 등)을 가능하면 낮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계약법의 목적은 계약행위를 경제화 (economize)하고 거래비용 (transaction cost) 또는 계약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세일, 1994, pp. 201-2).

만일 계약의 성립과 이행이 즉시에 일어나거나, 쌍무계약의 경우에서처럼 서로의 채무에 대한 이행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 에는 법이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적다. 그러나 즉시성 또는 동시성이 없는 대부분 계약의 경우에 는 계약 당사자 사이의 기회주의(opportunism)가 발생할 여지가 많고, 계약을 체결하고 난 후 사전에 미리 예측하지 못한 특수상 황(contingencies)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계약법의 목적은 1)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기회주의를 막고, 2) 예측하지 못한 특수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공정(fair)"하고 "효율적(efficient)"으로 처리하는 기준을 제공하는데 있다 . 다시 말해서 계약을 체결하고 난 후 미리 에측할 수 없었던 특수상황이 발생한다거나 또는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발생 가능성이 너무 작어서 이를 계약서에 포함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법이 바로 이 빠진 부분(missing clauses)을 보충하는 기능을 한다.

계약법의 내용은 비교적 시장원리 또는 효율성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만일 계약법의 원리가 시장의 원리에 어긋나거나 효율적이지 못하다면 계약 당사자들 자신이 보다 더 효율적인 내용의 계약을 작성하여 비효율적인 법원칙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 기 때문에 결국은 비효율적인 법원칙은 도태채되고 말 것이다.

만일 계약 당사자 중 어느 한 쪽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 경우 계약법은 어떤 법적 구제수단을 제공하는가? 물론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하여 손해배상액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정이 되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 계약 당사자 사이에 사전에 예정된 합의가 없었다면 계약법이 구체적인 구제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 계약 법에서의 법적 구제 수단은 일반적으로 강제 이행(specific performance)과 손해배상(damage compensation)이다.

계약의 파기는 일반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난 후 그 계약을 이행하기 전에 여러 여건이나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한 특수상 황(contingency)이 발생했을 경우 일어 난다. 이처럼 여건이나 환경의 변화가 생겼을 때 만일 계약 당사자들이 협상에 의해서 원래 계약의 내용을 수정하는데 합의를 할 수 있다면 어떤 경우는 계약의 파기를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판매자 S 가 구매자 B에게 미래의 어느 시기까지 어떤 상품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했는데 그 계약을 이행하기 이전에 그 상품을 공급하는데 드는 비용이 계약가격 P보다 더 높아졌다고 하자. 그러면 판매자는 이 계약을 파기하게 될텐데, 만일 계약가격을 다시 조정할 수가 있다면 이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수정된 내용으로서 계약이행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법원에서는 계약파기의 구제수단으로써 강제이행이나 손해배상 외에 계약수정(contract modification)은 이용되지 않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계약을 체결하고 난 후 특수상황이 발생하여 원래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때, 그 구제수단으로써 강제이행 이나 손해배상 외에 계약 당사자 사이의 재협상을 통해서 계약을 수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절의 머리말에 이어 II절에서는 효율적 계약파기(efficient breach of contract)의 경우를 살펴 보 고, III절에서는 계약수정의 효율성을 분석하기 위해서 상황의 설정, 균형의 도출, 그리고 계약수정의 효율성 순으로 전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IV절에서는 맺음말과 남은 문제를 논의하면서 끝을 맺는다.



II. 효율적 계약 파기

약속이란 원래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계약도 그 이행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그 계약이 이행될 경우 쌍방이 모두 득이 될 것이기 때문에 계약의 이행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체결된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파기하는 것이 자원배분에 있어서 더 효율적일 경우가 있다. 이처럼 계약의 이행이 아니라 계약의 파기가 오히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져오는 경우를 "효율적 계약 파기 (efficient breach of contract) 라고 한다. 따라서 계약법은 묵시적으로 계약의 파기가 더 효율적인 경우에는 계약파기의 자유를 인정하 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계약 불이행의 경우 일정한 손해배상액(damage)만 지불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만일 어떤 계약이 완전 계약(ccomplete contract) (1) 이라면, 그 계약의 내용 중에는 모든 발생가능한 특수상황(contingency)이 명시적으로 열거되고, 각 툭수상황마다 계약당사자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각기 그 구제방법에 관해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 다면 계약법에서 계약파기에 대한 구제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을 체결하는데는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효율적 계약(efficient contract)이란 오히려 모든 경우의 특 수상황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는 불완전 계약(incomplete contract)이 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게약에서는 계약을 파기할 경우 그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 방법을 명시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계약법은 미쳐 예상하지 못한 특수상황이 발생한 경우 또는 설사 예상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부 명시적으로 계약서에 포함하는 것이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경우 이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효율적 계약파기가 성립하는가? 이는 계약을 이행할 때 드는 비용이 쌍방의 계약 당사자들에게 주는 이익보다 더 클 때 계약의 파기가 계약의 이행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정의된다.

예를 들어, A가 자기 집을 B에게 1억원에 팔기로 계약을 했다고 하자. 이 집이 A에게 주는 가치는 8천만원이고 B에게 주는 가치는 1억 2천만원이다. 따라서 계약이 이행되면 A와 B는 모두 각각 2천만원씩의 이득을 보게 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4 천만원의 이득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계약이 이행되기 전에 C가 나타나서 그 집을 1억 5천만원에 사겠다고 한다. 이런 경우 원래의 계약을 파기하고 A가 C에게 그 집을 파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된다. (2) 즉,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그 집은 그 가치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C에게 귀속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러한 경우 계약법은 그 집이 C에게 귀속될 수 있도록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III. 계약의 수정

1. 상황

위험에 대해서 중립적인 (risk-neutral) 두 계약 당사자(구매자 B(buyer)와 판매자 S(supplier))가 계약을 체결한다고 하자 . 이 계약의 내용은 S가 미래의 어느 시기까지 B에게 특정의 상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것이다. 이 상품의 가격은 계약이 체결될 당시 P원으로 정해졌고, 대금은 계약의 이행과 동시에 지불하기로 했다. B는 이 상품의 가치를 V로 평가하고 있고 V>P 이다 . 그리고 이 특정의 상품은 매우 독특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일 S가 이를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 B는 쉽게 다른 대체품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S도 이 사실을 알 뿐만 아니라 B에게 이 상품이 V의 가치가 있다는 것도 또한 안다고 가정한 다.

S가 이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C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이 비용 C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고, 다만 쌍방이 모두 그 비용의 분포 (distribution)만 안다고 한다 (또는 계약체결 후 상황이 바뀌어 비용이 변했다고 해도 마찬가 지다). 또한 V>P>E(C) 이기 때문에 이 계약은 쌍방에게 모두 이득이 된다. 그리고 이 비용 C의 정확한 값은 계약을 이행 하기 전 어느 시기에 쌍방 모두에게 알려진다.

만일 이 계약이 완전계약이라면 C의 모든 가능한 값에 대해 그 대처방법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고 (예를 들어 각기 다른 C에 대해 가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및 그때의 각 상황에 따라 계약 불이행시의 손해배상액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을 것이다 ), 따라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완전한 계약서를 작성하는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불완전한 계 약서를 작성한다고 하자. 계약체결 후 어느 시점에서 S가 비용 C를 알게 되면 그는 세가지의 선택이 가능하다: 1) 원래의 계약 서대로 계약을 이행하는 방법, 2) 계약을 파기하는 방법, 3) 계약의 수정을 제의하는 방법.

만일 S가 계약을 이행하기로 한다면 S의 보수(payoff)는 P-C 가 되고, B의 보수는 V-P 가 될 것이다. 그리고 2)의 경우처 럼 S가 계약의 파기를 선택한다면 S는 B에게 손해 배상액(damage) d를 지불하고 B는 배상액 d 만큼의 보수가 생긴다. 만일 이 때 손해배상액이 기대손실(expectation damage) (3) 이고 배상액이 기대손실을 완전히 보상해 준다면 d=V-P 가 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많은 경우 기대손실의 배상액이 계약이 이행되었을 때 B가 얻는 이득 V-P를 완전하게 보상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 적이다 (d < V-P). (4)

그리고 마지막의 경우는 S가 원래 계약된 가격 P 대신에 이를 조정하여 P+b (b=bonus; b>0)의 가격으로 계약을 이행할 것을 제의하는 것이다. 이런 수정된 계약의 제안에 B는 이를 받아 들이거나 거절하거나 할 것이다. 만일 B가 계약 수정을 거절 한다면 S는 원래의 계약대로 이행을 하거나 아니면 그 계약을 파기할 것이고, 만일 B가 이 계약 수정의 제의를 받아 들인다면 S 는 새로운 가격 P+b로써 계약을 이행할 것이다. 이렇게 수정된 계약이 이행될 경우 B의 보수(payoff)는 (V-P-b)가 되고, S의 보 수는 P+b-C 가 된다 (물론 이 경우 협상비용은 없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결정과정과 이에 따른 B와 S의 보수(payoff)를 각각 <그림 1>과 <그림 2>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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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를 알게 됨
| |--S 계약이행
계약 체결 ----|----- |--S 계약파기
|--S 계약수정 제의 |--B 수락
|--B 거절 |--S 원래계약 이행
|--S 원래계약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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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계약 당사자의 의사결정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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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 SW=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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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이행 P-C V-P V-C
계약 파기 -d d 0
계약 수정 P+b-C V-P-b 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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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각 경우에 따른 계약 당사자의 보수(payoff)


2. 군형

위의 상황에서 계약수정의 제안을 B가 받아 들여 수정된 계약으로 이행하는 경우를 균형이라고 하자. 이 균형이 sub-game perfect 가 되게 하기 위해서 게임의 마지막 단계에서부터 시작하자. 우선 마지막 단계에서 B가 S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하자. 그러면 S는 원래의 계약을 이행하거나 파기하거나 해야 할 것이다. 원래의 계약을 이행하는 경우 S의 보수는 P-C, 계약을 파기 할 경우의 보수는 -d 이다. 따라서 S가 이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조건은

(1)
P-C > -d (또는 d > C-P)


즉, 계약을 파기할 경우의 손해배상액이 계약을 이행할 경우의 손실보다 크다면 S는 이 계약을 이행할 것이다.


다음으로 마지막 바로 윗 단계에서 B가 S의 계약수정 제안을 받아 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절할 것인가를 고혀하는 경우를 따져 보자. B도 비용 C의 크기를 알고 있 기 때문에, 만일 B가 거절하는 경우 S가 원래 계약을 이행할 것인지 아니면 파기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 우선 식 (1)이 만족한 다고 해 보자. 그러면 B가 계약수정을 거절하는 경우 S는 원래 계약을 이행할 것이고, S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을 B가 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S가 원래 계약을 이행하는 경우보다 보수가 더 클 경우에만 B가 계약수정을 받아 들일 것이다. 즉, V-P-b > V-P, 또는 b < 0 일 경우에만 B가 계약수정을 받아 들일 것이다. 따라서 만일 식 (1)이 성립한다면, 즉 S가 원래 계약을 이행할 조건이 성립한다면, B는 어떤 경우라도 계약수정을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식 (1)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 즉 B가 계약수정을 수락하지 않으면 S가 원래의 계약을 파기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B가 계약수정을 수락하기 위한 조건은

(2)
V-P-b > d (또는 b < V-P-d)


위의 식 (2)에서 오른쪽 항 V-P-d 는 원래 계약이 이행되었을 때 B가 얻는 보수와 계약이 파기되었을 때 B가 받는 손해배상액의 차액이다. 이 차액은 물론 손해배상액이 B의 기대손실을 충분히 보상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나나타는 것이다. 따라서 B는 수 정된 가격의 인상폭이 손해배상액의 과소보상(undercompensation)보다 적다면 계약의 수정을 받아 들일 것이다. 따라서 S가 계 약의 수정에서 가격인상을 제안할 수 있는 폭은 법원에서 결정하는 손해배상액의 크기에 의존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S의 계약수정안이 B에 의해 수락되는 경우까지 포함해서 S의 선택(원래계약 이행, 원래계약 파기, 계약수 정 제안)을 생각해 보자. 우선, 만일 P-C > -d 이면 S는 계약을 이행할 것이고, 따라서 이 경우에는 B는 어떤 계약의 수정도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S는 계약을 이행한다.

그리고 P-C < -d 인 경우에는 S는 계약을 파기하고 손해배상액 d만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B는 만일 식 (2) 의 조건이 성립한다면 원래의 계약이 파기되는 것 보다는 계약의 수정을 원할 것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의 문제는 S가 가격을 P+b로 조정하여 계약의 수정을 제안할 것인가 아니면 계약을 파기하여 d 만큼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 S가 가격을 P+b로 수정하여 계약수정을 제안할 조건은

(3)
P+b-C > -d 또는 (b+d > C-P)


여기서 식 (2)와 (3)은 각각 b+d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두 조건을 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 다. 만일 V>C 이면 계약수정이 가능하며 b>0인 범위가 존재한다. 그리고 C>V 이면 (계약의 이행이 비효율적인 경우) 계약수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상에서의 조건을 전부 종합하면 계약과정에서 나타난 비용 C와 수정된 계약에서 조정된 가격의 변화분 b의 크기에 따라 계약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가 정해짐을 알 수 있다. 이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그림 3>과 같다. 우선, C< P+d 인 경우에는 원래의 게약이 그대로 이행된다. 왜냐하면 이 범위에서는 B가 어떤 계약수정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 문이다. 한편 C>V 인 경우에는 계약의 이행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오히려 계약파기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계약수정이 가능하지 않다.

결국 계약수정이 가능한 C의 범위는 P=d에서 회색의 삼각형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범위의 크기는 법원에서 정한 손해배상액의 크기(d)에 따라 달라진다. 즉, 손해배상액(d)이 커질수록 계약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줄어 들고, 만일 d=V-P, 즉 기대손실을 손해배상액이 완전히 보상해 준다 면, 계약의 수정은 가능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 계약수정의 이행은 비용이 P+dC 인 경우에는 B가 계약수정의 제의를 거절하면 S가 원래의 계약을 이행한다는 것을 B가 알기 때 문에 B는 어떤 계약의 수정도 수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C>V 인 경우에는 B가 계약수정을 수락할 수 있는 가격의 조정 액 b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S는 원래의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다. 2) 계약수정이 받아 들여지면 수정된 계약은 계약 당사 자 쌍방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도 계약수정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유도한다. 3) 구매자 B도 실현된 비용 C의 크기를 알기 때문에 S의 기회주의적 행동(opportunism)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S는 실현된 비용 C를 알고 B는 이를 알 수 없다면 S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계약수정의 효율성

지금까지 우리는 계약수정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구했다. 이러한 계약의 수정은 계약의 효율성을 증가시켜 주는가? 어 떤 계약의 이행이 효율적이기 위한 조건은 계약의 이행이 B에게 주는 이득이 그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S가 부담하는 비용 C를 초과할 때 그 계약의 이행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V>C).

위의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만일 V에서 계약수정의 균형의 범위 를 보면, 계약 이행에 드는 비용이 C=P+d 까지는 원래의 계약이 그대로 이행되고, 그 다음 C=V 까지는 계약수정의 가능성이 있다 . 이 범위 안에서 b가 어떻게 정해질 것인가는 물론 S와 B의 협상력에 의존할 것이다. 그리고 이 b가 가질 수 있는 범위는 C에 의존한다. 즉 C가 점차 커질수록 b가 취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들고 극단적인 경우 만일 C=V 가 되면 b는 0이 되어 b의 범위는 한 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C>V 가 되면 S는 원래의 계약을 파기하게 될 것이다.

IV. 맺음말과 남은 문제

지금까지 우리는 협상 비용이 들지 않고, 구매자가 계약 이행의 비용을 관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계약수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계약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을 보였다. 물론 이 때에는 구매자가 계약이행의 비용을 알고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판매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계약수정은 계약의 이행이 효율적인 범위 내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이 다. 따라서 계약의 수정으로 인해 구매자의 이득은 원래의 가격대로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보다는 줄어들지만 계약수정이 허용 되지 않아 판매자가 원래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보다는 더 낫다. 또한 판매자의 손실도 계약수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원래의 계 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는 것에 비해서 더 줄어들기 때문에 더 나아진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만일 구매자가 계약이행의 비용을 관측할 수 있고 협상의 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계약의 수정을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파레 토 개선(Pareto improvement)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결론은 그러나 협상 비용이 없고, 구매자가 판매자의 계약 이행 비용을 알고 있으며, 계약을 파기할 경우 법정 소송비 용이 들지 않는다는 아주 단순한 가정에서의 결론이다. 그러나 만일 구매자가 판매자의 계약 이행 비용을 정확하게 관측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 즉 계약 당사자 사이의 정보가 비대칭적인 경우에는 판매자의 기회주의(opportunism)를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계약수정에 대한 균형이나 효율성 조건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계약 파기의 경우 법정 소송비용 등을 고려하고 계 약 수정을 할 때 드는 재협상 비용을 고려하면 계약수정이 효율적이 될 수 있는 조건과 범위는 달라질 것이다. 이처럼 가정을 보다 더 완화한 경우의 분석은 나중의 연구과제로 남겨 둔다.


(1) 완전계약이란 모든 특수상황의 발생에 대해 그 대처방법을 계약당사자가 사전에 완전히 합의를 해 놓고, 계약 당사자 사이의 어떠한 기회주의적 행위(opportunism)도 가능하지 않 도록 계약내용이 구성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완전계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계약당사자가 모두 완전한 정보를 갖 고 있어야 하고 거래비용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2) 이 경우 이 집이 C에게 주는 가치는 적어도 1억 5천만원 이상일 것이다. A는 B에게 손해배상액 2천만원을 지불하고도 5천만원의 이득이 생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발생하는 이득은 적어도 5천만원 이상이 된다.

(3)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 기준으로서의 기대손실(expectation damage)과 신뢰손실(reliance damage)의 차이에 대해서는 Cooter and Ulen (1988), Rogerson (1984), Shavel (1980, 1984) 등 참조.

(4) 예를 들면, 법원에서 V에 대해 너무 과소 평가한다든가 또는 B가 계약이 이 행될 것을 전제로 사전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경우 등 (Aivazian, Trebilcock, and Penny, 1984; Shavel, 1984; Rogerson,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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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박 세일 (1994), {법경제학}, 박영사.
김 주수 (1995), {민법개론}, 제 5판, 삼영사.
Aivazian, V., M. Trebilcock, and M. Penny (1984), "The Law of Contract Modifications: The Uncertain Quest for a Benchmark of Enforceability," Osgoode Hall Law Journal, Vol. 22, 173-212.
Cooter, R. and T. Ulen (1988), Law and Economics, Scott, Foresman, and Co.
Hart, O. and J.Moore (1988), "Incomplete Contracts and Renegotiation," Econometrica, 56, 755-85.
Nosal, E. (1992), "Renegotiating Incomplete Contracts," Rand Journal of Economics, 23, 20-28.
Posner, R. (1992), Economic Analysis of Law, 4th ed., Little-Brown.
Rogerson, W. P. (1984), "Efficient Reliance and Damage Measures for Breach of Contract," Rand Journal of Economics, 15, 39-53.
Shavel, S. (1980), "Damage Measures for Breach of Contract," Bell Journal of Economics, 11, 466-90.
Shavel, S. (1984), "The Design of Contracts and Remedies forBreach,"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99, 1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