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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입시

2006 대입 정시모집…인문계 수험생 몰려 경쟁 치열할 듯

“지원전략 짜기 전에 정시모집 특징부터 파악하라.”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통보되고 곧바로 각 대학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수험생들은 점수에 따른 지원전략을 세우는 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성급히 지원전략을 세우는 것보다 2006학년도 정시모집의 특징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까지의 지원전략은 지난해까지만 유효할 뿐 올해도 똑같이 효과적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올해 정시모집의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지원자 줄고, 인문계 경쟁률은 오를 듯=2006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59만3801명으로 지난해 61만257명보다 1만6456명 줄었다. 이는 졸업생 수가 2000여명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시모집 인원이 늘어나 정시모집 지원자 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4년제 대학뿐 아니라 전문대도 수시1학기 모집인원을 늘려 보건계열 등 취업에 유리한 전문대 인기학과의 수시1학기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이처럼 전체 지원자 수는 줄어 전체 경쟁률도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문계열의 경쟁률은 이와 반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006학년도 인문계열 모집인원은 10만7129명, 자연계열은 9만8677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연계열이 많이 응시하는 수리 ‘가’형엔 13만9169명이 시험을 본 반면, 인문계열이 응시하는 수리 ‘나’형엔 무려 39만3812명이 응시해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렇듯 인문계열에 많은 수험생이 몰리면서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인문계열의 경쟁률이 일부 인기학과를 제외한 자연계열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1 체제’ 대학 경쟁률 상승 예상=이번 정시모집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수능에서 수리영역을 포함한 ‘3+1’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경희대와 숙명여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은 물론 부산대, 전남대 등 일부 국립대도 ‘3+1 체제’로 변경했다.

하지만 인문계열의 경우 수리영역은 응시하지 않고 언어, 외국어, 탐구 영역만 치른 지원자가 많아 수리영역을 반영하는 ‘3+1 체제’ 대학의 경쟁률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수리 ‘나’형 응시자 중에서 교차지원을 염두에 둔 수험생이 많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3+1 체제’ 대학의 지원자 수는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1’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 수는 감소했지만 이들 대학에 인문계열 수험생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또 각 대학이 부족한 자연계열 우수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수리 ‘가·나’형을 모두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계열 중위권 이하 수험생들이 대거 수리 ‘나’형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어떤 수리 유형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유·불리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수리영역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여기는 수험생들은 ‘2+1 체제’ 대학에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교차지원 바람 불까=올해 입시는 원칙적으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구분이 없다. 하지만 수리 ‘가’, ‘나’형 중 어떤 유형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사실상 계열이 구분된다.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수리 ‘가’(또는 ‘나’형)형 응시자가 수리 ‘나’(또는 ‘가’ 형)형을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교차지원이 대학 진학의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대학들이 동일계 지망자에게 가산점을 주기는 했지만 실제 당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올해 정시모집에서 교차지원을 노리는 수험생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특히 수리 ‘나’형 응시자의 교차지원이 활발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리 ‘나’형의 표준점수가 수리 ‘가’형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원인이다.

따라서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교차지원을 허용하지 않거나 교차지원 모집 인원이 적은 대학, 또는 인문계열 수험생을 별도로 전형하는 대학의 자연계 학과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 표준점수는 상대점수…백분위, 난이도 상관없이 점수매겨

지난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에 원점수가 기재되지 않고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만 표기되면서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 자신의 점수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또 수능이 전 영역을 선택해 시험볼 수 있도록 바뀌는 등 복잡해지면서 점수 표기 방식도 함께 달라져 막상 성적표를 받고도 헷갈리는 수험생이 많은 실정이다.

게다가 각 대학이 수능 점수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들고 나온 ‘자체 변환점수’까지 더해지면 수험생의 혼란은 극에 달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대학에 지원하기 전에 각 점수들의 개념과 장·단점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유리한 점수 체계가 어떤 것인지 꼼꼼히 살펴야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표준점수=2년 전까지만 해도 수험생은 절대점수인 원점수만 알면 자신의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수능 성적표에 원점수는 제외되고 상대점수인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만 표기되면서 최종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자신의 점수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학이 활용하는 표준점수는 자신이 전체 수험생 중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상대적인 성취 수준 점수를 뜻한다. 표준점수를 산출하기 위해선 우선 수험생들의 원점수 분포를 정상분포에 가깝게 가공한다. 그러고 나서 수험생 개인의 점수가 평균점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해 최종적으로 표준점수가 매겨진다.

표준점수는 선택과목 간 난이도 격차로 쉬운 과목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는 계산법 때문에 과목이 쉬워 평균점이 오를 경우 원점수가 높아도 표준점수는 낮아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백분위=백분위는 선택과목 간 난이도 조정에 한계가 있는 표준점수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예를 들어 어떤 수험생이 수리영역에서 원점수를 70점을 받았는데, 이 점수보다 낮은 응시자가 전체의 75%라면 이 수험생의 백분위는 76이 된다.

즉 백분위는 모든 응시자의 점수를 1∼100%로 환산해 난이도에 상관없이 실력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점수가 지나치게 단순화되면서 동점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등급 및 자체 변환점수=수능 성적표에는 영역·과목별로 등급(1∼9)이 표기되는데, 1등급은 표준점수 상위 4%, 2등급은 상위 4∼11%, 3등급은 상위 11∼23%이며, 9등급은 하위 4%가 해당된다. 등급제는 지나친 점수 위주의 풍토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만점자가 많이 나올 경우 1등급이 지나치게 많아져 누적 비율만큼 2등급이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처럼 수능 각 점수 체계의 장·단점이 드러나자, 많은 대학들이 선택과목의 경우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고 나름대로 변환한 점수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자체 변환점수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모의수능에서 국사와 윤리의 표준점수 차이가 17점이었지만, 서울대의 자체 변환점수로는 0.2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등 표준점수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조풍연 기자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