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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입시

2006 난자 매매의 윤리적, 법적 문제

1. 이슈의 배경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난자 매마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본인 불임 부부에게 난자 판매를 알선한 조직이 검거됐다고 신문에 보도되었다. 또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에 사용된 난자들이 적법하게 기증된 난자인지 검증되지 않아 이와 관련한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황우석 연구팀의 일원으로 알려진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불법적으로 매매된 난자를 이용해 인공수정 시술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황우석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해온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제럴드 섀튼 교수가 연구의 윤리성 문제를 제기하며 공동연구를 중단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이제 윤리성 검증은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 난자의 기증이나 매매와 관련된 윤리적, 법적 문제는 무엇이며, 난자가 상품화되는 시대에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는지 검토해 보자.

2. 합법 무상 난자 기증의 문제

2005년 1월부터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임신을 목적으로 한 난자 채취와 배아 생성만을 허용하고 있다. 또 난자 매매의 유도 알선은 금지하고 있으나 배아 생성 동의권자를 정자 제공자, 난자 제공자, 인공수태시술 대상자 및 그 배우자로 명시함으로써 자신의 난자나 정자가 아닌 생식세포를 이용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타인의 생식세포를 이용해 아이를 낳을 경우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관한 구체적 법규는 제시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아무런 법규가 없었다. 그 바람에 난자와 정자의 매매나 기증, 배아 생성이 자유로워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외국에서는 얻기 어려운 잔여 배아가 우리나라에서는 그 숫자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났을 뿐 아니라, 난자를 구하기 쉬운 여건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선진화를 초래한 셈이다.
난자 채취 과정은 불임, 뇌졸중, 난소암, 골반염 등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입힐 수 있을 뿐 아니라, 극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과 난자 생산을 위한 여성의 도구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배아는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인간 개체로 성장할 수 있는 인간 생명체이다. 그런데 초기 배아로부터 기능이 구별되지 않은 줄기세포를 적출해냄으로 인해 배아는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또 연구 목적으로 창출된 체세포 복제 배아는 체세포 복제를 통해 만들어진 복제양 돌리나 복제개 스너피처럼 인간 복제에 악용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또한 체세포 복제를 위해 필요한 생식세포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생식세포의 매매, 남성 및 특히 여성의 수단화 등 적지 않은 비윤리적 현상이 발생할 개연성도 높다. 이것은 현재 사실로 입증되고 있지 않다.
황우삭 연구팀은 외국에서의 윤리적 문제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냈으며,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유로운 생명연구 관련법으로 인해, 생명윤리 부재 국(國)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비판적으로 보면 애당초 이런 법을 제정하면서도 어떤 사회 윤리적 파장이 일어날지 전혀 숙고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배우자가 아닌 타인의 생식 세포를 이용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체세포 배아복제 등 생명 조작을 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법은 하루 바삐 개정되어야 하며,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여야 한다.

3. 불법 난자 매매의 윤리적 문제

해외 입양으로 인해 아이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아직 씻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여성의 난자를 일본인 불임 부부에게 매매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일본에서 운영 증인 것으로 드러났다. 놀랍게도 젊고 건강하며, 명문 대학 출신이거나 재학 중인 단아한 여성이 난자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난자를 팔아서 돈을 벌려는 여성 중 어떤 이는 그 돈을 생계나 학비 조달에 사용하고 어떤 이는 유흥비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필요한 돈도 벌 수 있고, 불임 부부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난자 매마는 단순한 세포나 장기 혹은 조직의 기증이나 매마와 달리 하나의 인간 개체, 더구나 자신의 생물학적 자식이 될 생식세포를 매매하는 것이다. 훗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아이가 여기저기서 자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 해보라. 자식은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난자를 자신과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모르는 어떤 사람의 정자와 수정시켜 아이를 만들 수 있도록 타인의 손에 맡기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을 가지려고 하는 불임 부부나,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난자 매매에 동참하는 여성이나, 난자 매매 알선업자는 생명을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존엄한 인간 생명을 사물화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몸을 상품화하고 도구화하는 셈이다.

4.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연구를 위한 난자 채취든 불임 부부를 위한 난자 채취든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의 몸은 단순한 난자 생산 공급원으로 전락하고 대상화된다. 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초기 인간 생명인 배아가 살해된다. 그러나 배아의 희생을 통해 얻고자 하는 성과는 대단히 불확실하다.
치료받을 권리와 아이를 가질 권리,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거나 매매할 권리 또한 무제학적이거나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의 일부에 관한 임의처리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 파장이 법적, 윤리적 물의를 일으킬 때는 당연히 제재를 받아야한다. 또한 연구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며, 정치적 이용을 위한 것이거나 연구자의 야심을 채우려는 무모한 모험이 개입되어 서는 안 된다.
또한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언의 정신을 잊지 말고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며, 자신의 의술이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5. 인간 생명 존중은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인간이 수정과 동시에 삶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하나의 배아로 존재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각각의 단계는 다음 단계를 위한 필연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생명과 존엄성의 보호는 배아 발달의 시작과 더불어 고려되어야 한다.
모든 다른 기본권의 전제와 기초가 되는 생명권은 개인의 유용성이나 능력에 좌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신생아의 능력은 거의 무(無)에 가깝다. 유아는 타인의 도움과 보살핌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신생아는 성인의 발달 상태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아의 생명권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신장되는 게 아니며 언제나 동일하게 인정받는다. 늙어서나 병석에서 혹은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경감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한번은 배아였다. 그때에는 이미 우리는 목적 자체로서 존중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의 소유자로서 서로 인정받기를 요구한다면, 현 시점에서 그 당시의 우리처럼 불확실한 상황에 있는 배아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정자 세포와 난자 세포의 융합 시점부터 인간 존엄성의 보호영역에 있다. 인간 배아의 생명권은 그 존재의 초기 단계에서도 계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 자체와는 무관한 다른 사람들의 이익과 견주어 배아의 생명권을 저울질하는 것은 임의적인 불평등한 대우이다.

6. 결론

제대로 모태에 착상되어 생명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나의 인간 생명체가 될 수 있는 배아는 자신의 생명을 좌우하는 연구 결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으며, 자신을 대변하거나 방어할 길이 없는 무방비 상태에 있다. 그러한 배아를 희생시키고 사회적 취약 계층에 속하는 여성들을 수단으로 삼아 감행하는 연구가 과연 도덕적인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겠는가?
만일 일부 여성들이 순수하게 자율적으로 난자를 기증했다면, 재고해야 한다. 이것은 개인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며, 더 나아가 인류사에 관한 문제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복제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훗날 인간복제가 실제로 성행하게 되고, 그 결과 인간 존엄성이 극심하게 훼손되고, 생명 경시 현상이 팽배하게 된 후, 비로소 배아 줄기세포 연구자나 난자 기증자가 자신은 단지 난치병 치료 기술 개발을 위해 일한 것뿐이며, 그런 기술을 응용해 실제로 인간복제를 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남용의 위험이 예상되는 일을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구인회(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과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