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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독후감상문

소유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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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
사회 비평가이자『노동의 종말』『바이오테크 시대』와 같은 베스트셀러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의 최신작. 이 책은 저자가 미래의 기술과 환경 그리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고 비전을 제시하는 시리즈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저서로, 인류의 미래상을 제시한 책. 리프킨은 인간의 모든 경험을 상품화하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실은 자본주의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인간의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 말하며 인간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의 전체상을 제시했다.

제레미 리프킨  

제레미 리프킨은 그동안 주목할 만한 책을 여러 권 발표하였다. 그 중에서도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것은 <엔트로피>다. 기계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에너지의 낭비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한것이 바로 '엔트로피' 개념이었다. 그 후 그는 <노동의 종말>을 통해 정보화 사회가 창조한 세상에서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미아가 될 것이라 경고하는가 하면, <소유의 종말> 통해서는 소유가 아닌 '접속'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다. 그의 이론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과 현실 비판은 여전히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리프킨의 문명비판에는 환경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문명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환경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엔트로피라는 개념도 그렇다. 육식에 대한 비판이나 생명 현상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크다. 생명공학이 21세기에 가장 크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학문이 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도 이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입각점 때문에 그는 반문명론자들 사이에서 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역자 : 이희재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독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역서로는『문명의 충돌』『마음의 진화』『서양 문화의 역사』『몰입의 즐거움』『지적 사기』『번역사 산책』등이 있다.


역서로는『문명의 충돌』『마음의 진화』『서양 문화의 역사』『몰입의 즐거움』『지적 사기』『번역사 산책』등이 있다.
[ 목차 ]
1. 자본주의의 새로운 프론티어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시장이 네트워크에 밀리는 날
무게 없는 경제
지적 재산의 독점
서비스 세상
인간 관계의 상품화
삶으로서의 접속

2. 문화를 고갈시키는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화
문화의 광맥을 찾아서
탈근대
접속자와 비접속자
문화와 자본주의의 생태학을 향하여

소설책 한권
어쩌면, 결국 이 사람은 한편의 재미있는 소설을 쓴 것일지도 모릅니다. 읽는 사람 그 누구도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쓴, 소설 같지 않은 소설. 명백한 사실들을 나열하여 냉철히 분석하는 듯 보이지만 끝으로 가면 결국은 가정과 상상으로 채워진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소유의 종말, 접속의 시작이라는 절대적으로 추상적인 관념 위에 쓰여진 책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지금 제가 이 책을 거짓말이라 폄하하려 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단지 이런 종류의 책에 대한 사람들의 부담스러울만큼 딱딱한 편견을 없애가며 책 읽기를 시작해보자는 의미일 뿐입니다. 사회과학, 미래예측이라는 거창한 말 대신 각종 재미있는 가능성들로 가득찬 재미있는 SF 영화 한편 보는 기분으로 말입니다.

저자 제러미 리프킨이 말하는 '소유의 시대는 가고 접속의 시대가 왔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이 책을 읽는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제 땅을 쥔 손을 펴고 그 땅을 팔아 다른 공간에 접속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접속의 의미와 이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확신에 찬 자세한 설명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뿐만 아니라 '가진다'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말에 반론을 펼칠만한 논리적인 틈을 볼 수도 없습니다. '이제 수직의 시대는 끝나고 수평의 시대가 온다. 한걸음 물러나서 지구를 보라. 모든 것들이, 특히 문화가 서로 접속하고 있다. 그리하여 점점 평평해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다 이해가 가는 그의 말들입니다만 참고서적 목록으로만 50페이지 가까이 채운 그의 해박한 지식에는 우선 숨이 턱턱 막힙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그가 말하는 단 한가지 - 접속(access)-의 개념만 제대로 머릿속에 넣는다면 말이죠.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내용의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닌 선별적 수용입니다. 읽는 순간에는 그의 날카로운 분석과 논리 정연함에 와와~ 입을 벌리며 감탄을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부터는 자신의 논리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 좋은 책입니다. 왜냐하면 저자는 너무나 현실적이고도 일상적인 경우들을 통해 그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우리 모두가 겪었고 또 겪고있는 그런 일상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해하고 또 반론하기가 수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보고 어쩌란 말인가요?" "접속의 시대가 온다는 것은 이제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거죠?" 그는 일률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독재자가 될 것입니다. ) 그저 넘치지 않을 정도로만 조심스럽게 작은 가정을 할 뿐이죠. 그리하여 우리들을 강하게 유혹합니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에 접속하려 합니까? 그 방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

모쪼록 이 책은 천천히, 두고두고 조금씩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몇 년 후 많이 읽어 손 때 묻은 소중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도록.

그러나 대부분의 관계가 상업적 관계로 변하고 모든 개인의 삶이 24시간 내내 상품의 틀에 갇혀 있을 때, 비상업적 관계, 다시 말해서 혈연, 이웃, 문화적 취향의 공유, 종교적 결사, 민족의식, 형제애, 시민의식에 바탕을 둔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시간 그 자체를 사고 팔고, 삶이라는 것이 한낱 계약과 금전적 도구에 의해서 결합된 상업적 거래의 연속에 불과한 것으로 변질될 때, 애정, 사랑, 헌신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전통적 상호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 p.167


상업권에서 아이디어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으로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인간의 생각이 그렇게 중요한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면, 중요하지만 상업성은 없는 사유는 어떻게 되는가? 자기 인생의 길잡이가 될만한 생각을 상업의 영역에서 가져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문명에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관점, 의견, 관념, 개념이 존립할 수 있는 여지가 과연 있을까? 온갖 유형의 아이디어가 거대 기업들이 관리하는 지적 재산권의 형태로 얽히고 설켜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집단 무의식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미래의 사회적 담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 p.


상품화된 문화 체험에 점점 무게 중심이 높이는 지구 네트워크 경제에서 문명의 생명수라 할 수 있는 풍요로운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 끌어올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새로운 세기의 으뜸가는 정치적 숙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 p.21-22


새로운 인간형이 탄생하고 있다. 그는 사이버스페이스의 가상 세계 안에서 자기 몫의 인생을 즐기고 네트워크 경제가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알고 물건을 쌓아두는 데는 관심이 없지만 흥미롭고 신나는 체험에는 관심이 많고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고 가짜든 진짜든 눈앞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현실에 자신의 인격을 재빨리 적응시킬 수 있다. 21세기의 주역으로 등장할 이 새로운 인간은 산업 시대를 살았던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부르주아 인간형과는 종자부터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공동 관심 단지 안에서 성장했고 의료보험 회사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자동차를 임대한다. 물건은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소프트웨어는 으레 공짜려니 여기지만 추가 서비스와 업그레드에는 당연히 돈을 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7초 안에 할 말을 모두 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정보에 즉각 접속하여 인출하는 데 익숙하고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며 성찰적이기보다는 찰나적이다.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라 경기자라고 생각하고 근면하다는 말보다는 창조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 더 뿌듯해한다.

임시직에 익숙하고 과제 해결을 중심으로 편성된 조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부모 세대처럼 단단히 뿌리 박은 삶보다는 아주 유연하고 순간적인 삶을 추구한다. 이념적이기보다는 심리적이고 글자보다는 이미지로 생각하는 쪽이다. 작문 실력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전자 데이터를 처리하는 실력은 한 수 위다. 분석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사이버스페이스에 나오는 허구적 인물과 어울리는 데 쏟아 붓는다. 세계는 하나의 무대이며 삶은 공연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단계단계마다 새로운 생활 양식을 과감히 받아들이면서 자기를 끊임없이 바꾸어나간다.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도모한다.

이들에게 접속은 생명이다. 접속이 끊긴다는 것은 곧 죽음이다.
--- p.


소유 관계와 시장 교환의 시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철학은 그 시대의 의미를 정의하는데 이바지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통신 기술과 이 기술을 가지고 우리가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 자체가 우리가 접속을 추구하는 목적은 아니다. 네트워크는 새로운 시대에 펼쳐질 인간의 행로를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요, 입구일 뿐이다. 접속 관계의 사회학적, 정치적 의미를 정의하는 작업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 p.348


싸게 사들이고 비싸게 팔아치우는 것을 금과옥조로 삼아 우리의 생활을 끊임없이 담금질한다. 재산을 모으는 것은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커가면서 배운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운다. 이 세상은 상품을 교환하고 남부럽지 않을만큼 재산을 누려보겠다는 원초적 충동에 의해서 굴러간다.
--- p.92


온갖 종류의 관계가 우리의 생활의 한가운데로 온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나는 접속한다.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새로운 명제로 바뀌었다.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활동이 연결되는 네트워크와 상품화된 관계로 이루어진 이런 탈근대 세계에서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의식은 서서히 시대에 뒤진 것으로 낙인찍힌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 하는 것은 무수히 연결된 관계망 안에 있는 하나의 접속점처럼 행동하는 새로운 개인이다. <이 탈근대 세계의 최종 단계에 이르면 자아는 관계의 단계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자신이 파묻혀 있는 관계망에 독립된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서양 역사에서 지난 수백년 동안 한복판을 차지해 온 자아는 밀려나고 그 빈 자리로 관계가 밀고 들어온다.> ---

(자신은 연극배우로 그리고) 세계를 연극 무대로 보는 데 익숙한 새로운 시대(탈근대)의 남녀에게는 상업세계가 제공하는 대본, 무대, 다른 배우, 청중에 접속할 수 권리를 끊임없이 사는 것이 자신들이 거느리고 살아가는 다양한 인격을 살찌우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연기를 할 수 있고 변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변화뿐인 세상에서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퇴물이 된다.....소유는 모든 것이 휙휙 바뀌는 풍토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느려터진 생각이다.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경제활동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에서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곧 자멸하는 길이다.

<현실의 수효는 관점의 수효> 탈근대적인 사유방식을
<나는 나와 주변상황의 합>이라 요약---오르테가

강한 공동체는 건강한 경제의 전제조건이다. 강한 공동체 만이 사회적 신뢰를 낳기 때문이다. 시장이라는 제 1부문과 정부라고 하는 제 2부문을 중심으로 공공 정책을 운용하면서 문화라는 제 3부문은 당연시 한다.사회자본을 수립하고 시장과 교역을 가능하게 만드는 막중한 역할이 문화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____ 교회, 세속기관.민간단체, 상조회, 스포츠 클럽, 예술 집단, 비정부 기구--는 시회적 신뢰의 샘물이다..

문화영역의 순수한 놀이는 인간적 결속의 숭고한 표현이다. 우리는 남과 어울리고 싶어서 놀이를 한다. 성숙한 놀이는 수동적 오락과는 달리 언제나 문화 영역에서 일어난다. 사람들이 친목, 시민 활동, 교회, 예술, 운동, 사회 저의, 환경 조직 같은 다양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그들은 성숙한 놀이의 진수를 맛본다. 그들의 사회적 교류는 사회적신뢰의 섬울 곳곳에 만들고 풍성한 사회 자본을 끌어낸다.
--- p.--p.309 ---p.311---p.322---pp.13--14 --- p.285


죽은 헨리 포드가 50년 뒤에 자동차 생산에 도입한 방법처럼 표준화와 대형화를 통해 관광을 중산층과 서민층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가 문화 체험을 생산하면서 도입한 틀은 현대 관광 여행산업의 초석이 되었고 지금도 실효성을 의심받지 않고 있다. 죽은 체험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단순한 서비스의 판매와는 전혀 다른 발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일찍부터 판매자 구매자 관계를 공급자 사용자 서버 클라이언트의 관계로 탈바꿈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찰했다.
--- p.218


통신혁명과 미래의 네트워크 세계에 대한 대담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보면 세계 인구의 65퍼센트가 평생 전화를 걸어본 적이 한번도 없는 사람들이고 40퍼센트는 전기가 안 들어오는 곳에서 살고 있다.
--- p.

관점의 변화 : 생산에서 마케팅으로
판매자가 주도하던 시장이 구매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면서 생산보다 마케팅이 우위에 서게 되었고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의 정보 기술은 고객과 평생에 걸친 상업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마케팅 관점이 전위로 떠오르고 생산이 마케팅 과정의 한 기능으로 전락한 것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생산 공정에서 일어난 기술 변화 덕분이었다.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주문 생산 능력을 갖게 되면서 사업은 고객에서 시작하여 공장으로 돌아가는 활동이 되었다. 공급자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이것을 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기존의 방식이었다면 이제 소비자는 개인적 욕구를 공급자에게 알려주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개성화된 제품을 제공받는 추세로 나아간다.

대량 생산이 소량 맞춤 생산으로 바뀌는 조짐은 1980년대부터 나타났다. 소비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대량 생산에 의존하던 많은 공급자는 시설 과잉과 재고 누적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 분야에 너무 많은 공급자가 있었고 이 회사 제품과 저 회사 제품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가격을 떨어뜨려 이윤을 줄이는 것이었다.
--- p. 159

소유하지 말고 접속하라
풍성한 혜안과 인사이트가 있는 책이다. 그 이유는 제러머 리프킨(Jeremy Rifkin)의 열성과 부지런함 때문이다. 나도 책을 쓰는 사람이지만, 리프킨만큼의 철저한 준비를 가지고 쓰지는 못한다. 이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350권의 책과 1천여권의 논문, 5만장의 색인 카드와 2천개의 주석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 연구의 엑기스가 이 책에 배어있다. 미래 변화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은가? 무조건 이 책을 읽으라.

이 책의 원제목은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이다. 그런데 번역은 '소유의 종말'로 되었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소유의 종말이 오고, 접속의 시대가 된다는 의미로 보면 같은 말이겠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소유의 종말'이라는 접근은 과거지향적이다. 우리 민족의 과거를 즐기는 모습이 배어있어서 별로 유쾌하지 않다. 반면에 '접속의 시대'는 미래지향적이다. 관심의 초점이 미래에 있다. 마케팅적인 입장에서는 독자의 구미에 맞아야겠지만, 제목에서부터 일종의 왜곡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면 정의부터 살펴보자. 도대체 '접속'과 '소유'는 무슨 뜻인가? '접속'은 '일시적인 사용'을 의미하고, '소유'는 '영구적인 사용'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소유를 통해서 오랜 기간 물건을 사용하는 접근을 했다. 그러나 미래는 일시적인 사용에만 매달리게 된다. 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변화의 양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8개월마다 컴퓨터의 용량은 두배가 되고, 가격은 멈추거나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년만 지나면 컴퓨터는 구형이 되어버린다. 컴퓨터는 사용개념이지, 소유개념이 아니다. 이것을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이 신문이다. 신문은 하루만 지나면 쓰레기이다. 신문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있겠는가? 신문은 누구나 접속하려고 한다. 왜? 한 번 읽으면 더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아웃 소싱'(out sourcing)이 많아질 것이다. 왜? 첫째, 기업이 사명에만 충실할 수 있고, 조직을 유지하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해당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을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설비비와 같은 고정비가 필요없다. 넷째, 변화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아웃 소싱은 접속의 시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시대는 '개념'을 파는 시대이다. 나이키는 공장시설도 판매망도 없다. 본사는 디자인과 개념만을 가지고,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고, 매장에 판매를 의뢰하고, 광고회사에 광고를 의뢰한다. 몇 사람이 본사에 앉아서 개념만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미래는 개념이 곧 재산이다. 맥도널드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고 있다. 햄버거를 파는 것보다 매장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햄버거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개념을 파는 회사이다. 미래는 아이디어, 개념, 문화가 곧 생산의 중추를 이루게 된다.

미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속할 수 있는가'가 그 사람의 능력을 표시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앙리 베르그송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음은 순간의 차원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나의 음이 어엿한 음으로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선행음과 후속음이 필요하다. 즉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다. 근대에는 개인의 능력으로 목적을 이루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접속의 시대에는 많은 사람과 접속하여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 목적 지향적 인간이 아니라 접속이 용이하고, 접속이 강력한 관계 중심적인 인간으로서의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이 책은 단 한 장도 영감의 파문을 일으키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영감의 보고이다. 미래를 무게를 갖고 준비하려고 하는가? 제러미 리프킨을 사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YES24.COM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