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LG경제연구원 조용수 연구원님의 글입니다.
가계의 부실화 문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안정화 정책과 더불어 가계부실 해소와 건전성 회복을 위한 가계 스스로의 구조조정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내수부진이 계속되는 이유
가계부실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세계경제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는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없을 만큼 내수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서도 내수, 특히 민간소비 부진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불확실한 미래전망으로 인해 가계가 소비지출을 억제하고 있다.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더불어 특히 전반적인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지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조기퇴직과 장년실업 증가에 더해서 최근에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근로자들의 체감정년이 36세로 나타났다는 일부 조사에다 30대 중견사원들까지 명예퇴직 대열에 참여하는 등 고용불안이 연령을 막론하고 모든 근로자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는 지난 수년간 계속되어 온 신용카드를 이용한 소비증가와 부동산대출 등에 따른 가계부문의 재정상황 악화 문제다. 신용카드 사용과 부동산담보 대출 증가 등으로 계속 증폭되어 온 우리나라 가계의 부실화 문제가 임계치에 이르면서 자발적, 비자발적 소비억제를 통한 가계부문의 구조조정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외환위기이후 최근까지 국내기업들이 부실사업 및 자산의 매각과 인력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의 건전화에 진력해 왔듯이, 가계부문에서도 최근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고용사정 악화, 금융기관의 가계신용 공여 축소 등의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가계저축률과 흑자율 하락 추세
실제로 저축률, 가계수지 흑자율, 부채증가 추이 등을 살펴보면 최근 수년간의 소비증가와 주택구입을 위한 금융기관 대출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재정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80년대 후반 최고 40%를 웃돌았던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90년대 중반에는 35% 전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29.2%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저축률의 하락은 전반적으로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림1>을 보면 외환위기이후의 우리나라 저축률 하락은 대부분 가계부문의 저축률 하락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정부부문의 저축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기업부문은 외환위기 직후의 급격한 하락에서 벗어나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안정되어 있는 반면 가계의 저축률은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 또는 수입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소비지출의 증가속도가 빠른 데 따른 가계저축률의 하락과 더불어 가계부문의 흑자율도 지난 90년대 중반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소득에서 조세와 공적연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과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소득-비소비지출-소비지출)이 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흑자율의 경우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0.28~0.29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0.23~0.24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6%대의 상대적인 고성장으로 소비지출증가율 대비 가계소득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흑자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졌으나, 올 2/4분기의 경우 경기침체로 인해 소득증가율이 대폭 하락하면서 흑자율도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2/4분기의 경우 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득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4.2%에 불과했다.
이러한 가계부문의 흑자율 및 저축률의 추세적 하락은 미래의 불확실성, 즉 경기변동이나 소득변동에 따른 가계부문의 탄력적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민간소비가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그 동안의 가계저축률 및 가계흑자율 하락이 중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가계저축률의 하락은 의식주, 교육투자 등 가계부문의 안정적인 미래 경제생활을 가능케 하는 물질적 기반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개인부채 5년 만에 두배
가계부문의 저축률과 흑자율의 하락 이외에도 가계부문의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 부채증가를 들 수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올 2/4분기 현재 우리나라 비금융부문(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 개인, 정부)의 부채잔액은 1,256.8조원이다. 이중 개인부문(가계가 대부분으로 소규모 개인기업, 민간비영리단체도 포함)의 부채잔액은 465.7조원이며, 기업부문은 697.6조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개인부문의 부채가 외환위기이후 최근 5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2/4분기 현재 우리나라 개인부문의 부채잔액은 지난 98년에 비해 105.8%가 증가했다. 이는 개인부문의 자산증가율 48.3%를 두 배 가량 웃도는 수치이며, 기업부문의 부채증가율 10.5%의 열 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채감소를 위해 수익자산과 유망사업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경주한 반면, 가계부문에서는 오히려 부채를 크게 늘리는 등 상대적으로 방만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재무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명목 국민총소득(GNI)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동향 데이터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개인부문의 부채/명목GNI의 비율을 보면, 지난 90년대 후반 0.5 수준에 머물러 있던 동 비율은 2003년 2/4분기 현재 0.76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1.4에서 1.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비금융부문의 부채잔액대비 명목 GNI의 비율이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부채가 전체 국민경제에 주는 부담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가계부문의 부채증가에 따른 국민경제적 부담은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4>을 보면 그동안 하락하던 우리나라의 전체 금융부채/명목GNI 비율이 최근 1~2년동안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가계) 부문의 부채증가가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관련 대출 급증
실제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연중 개인부문의 자금조달이 70조 5천억원 늘어나 2001년의 36조 3천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났고, 그 대부분은 주택관련 자금수요 증가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확대 등에 따른 것이었다. 즉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의 주택관련 대출 수요 증가와 신용카드관련 자금, 개인사업자의 단기운전자금 등이 늘어나면서 개인부문의 차입 및 부채증가의 주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가계에서는 미래 경제상황 변화에 대한 완충역할을 할 저축률과 흑자율을 희생하는 가운데, 소득상승 폭을 웃도는 소비지출 증가분의 상당부분을 신용카드 사용 등 금융기관 대출로 충당해 왔으며, 또한 부동산담보대출을 통한 자산 늘리기에 나서면서 부채규모를 키워왔던 것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이 계산한 가계부실지수에 따르면 2002년 2/4분기중 157.4까지 하락했던 가계부실지수는 올 3/4분기 현재 190.9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최근 우리경제의 가계부실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송태정, 「가계부실 언제쯤 개선되나」, LG주간경제, 2003.10.1일자 참조).
문제는 최근의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심화되는 계층간 소득격차, 그리고 우리 경제의 성장저하로 인해 가계부실과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최근의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증가는 경기의 호전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비정규직 증가,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조기정년퇴직에 따른 만성적 청장년 실업 등으로 인한 고용의 질 저하와 소득불안정성 심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최근의 가계의 부실이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지난 1997년 0.283에서 2002년의 경우 0.312로 높아진 가운데, 실물경기나 고용사정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저소득층의 가계수지 상황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어서 가계부실 문제, 특히 저소득층의 가계부실문제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3년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데이터를 이용해 계산한 소득계층별 흑자율을 보면 전체 도시근로자 가구의 60%(소득5분위 기준으로 1~3분위)의 흑자율이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하위 40%의 가구는 적자 혹은 겨우 적자를 면하는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실 장기화 우려
최근 수년간의 과도한 소비지출과 최근의 실물경기와 고용사정 악화, 주택구입 등으로 가계의 부채수준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저축률, 흑자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은 정부 또는 기업에 대비한 가계의 상대적 빈곤화라는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수준이 대폭 낮아지고 기업의 전반적인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최근 적지않은 숫자의 가계가 신용카드대출 등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부 국내기업들의 경우 사내유보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의 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가계의 부실 또는 빈곤화 문제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정책적 대안과 더불어 가계 스스로의 구조조정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가계부실화가 소득수준을 넘는 과도한 소비지출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가계부실화 또는 빈곤화가 장기화될 경우 최근의 극심한 소비위축에서 목격되는 것처럼 국민경제 전반에 심각한 파급효과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경제구성원 전체의 후생 증가를 저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 범정부차원에서 가계부문의 소득안정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크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과 병행해서 기업투자 활성화, 외국인투자유치 확대, 공공부문의 고용증가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창출, 제공함으로써 청년 및 장년층의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가계의 소득기반을 안정시켜 나가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 금융기관 대출억제 등 가계부문의 지나친 부채증가를 제어하기 위한 정책적 관심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심리의 근절 못지 않게 강조되어야 할 사안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부동산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져 가계부실화를 더욱 부채질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편 기업들의 경우도 일률적인 고용조정이 기업생산성이나 조직구성원의 충성도 제고를 저해하는 등 내부적인 손실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적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시장기반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건전성 제고 위한 가계의 노력 필요
그러나 최근의 가계부실화 및 빈곤화와 관련해 가장 큰 변화가 필요한 곳은 역시 가계부문이다. 소득증가를 웃도는 과도한 소비지출과 부채의 증가는 개별 가계의 불안정성을 넘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큰 부담을 야기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계 스스로 소득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십만명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한편으로 수십만명의 청장년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부문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근로자 개개인의 인식전환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소비지출의 적정화와 더불어 최근 부동산가격 급등시에 나타난 일부 사례에서 보듯이 변제능력을 웃도는 은행대출로 구입한 부동산을 다시 처분하거나, 신용카드 부채의 해소를 위해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제도적 창구를 활용하는 등 가계부실의 해소와 건전성 회복를 위한 가계부문의 적극적인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가계의 부실화 문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안정화 정책과 더불어 가계부실 해소와 건전성 회복을 위한 가계 스스로의 구조조정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내수부진이 계속되는 이유
가계부실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세계경제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는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없을 만큼 내수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서도 내수, 특히 민간소비 부진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불확실한 미래전망으로 인해 가계가 소비지출을 억제하고 있다.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더불어 특히 전반적인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지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조기퇴직과 장년실업 증가에 더해서 최근에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근로자들의 체감정년이 36세로 나타났다는 일부 조사에다 30대 중견사원들까지 명예퇴직 대열에 참여하는 등 고용불안이 연령을 막론하고 모든 근로자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는 지난 수년간 계속되어 온 신용카드를 이용한 소비증가와 부동산대출 등에 따른 가계부문의 재정상황 악화 문제다. 신용카드 사용과 부동산담보 대출 증가 등으로 계속 증폭되어 온 우리나라 가계의 부실화 문제가 임계치에 이르면서 자발적, 비자발적 소비억제를 통한 가계부문의 구조조정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외환위기이후 최근까지 국내기업들이 부실사업 및 자산의 매각과 인력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의 건전화에 진력해 왔듯이, 가계부문에서도 최근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고용사정 악화, 금융기관의 가계신용 공여 축소 등의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가계저축률과 흑자율 하락 추세
실제로 저축률, 가계수지 흑자율, 부채증가 추이 등을 살펴보면 최근 수년간의 소비증가와 주택구입을 위한 금융기관 대출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재정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80년대 후반 최고 40%를 웃돌았던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90년대 중반에는 35% 전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29.2%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저축률의 하락은 전반적으로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림1>을 보면 외환위기이후의 우리나라 저축률 하락은 대부분 가계부문의 저축률 하락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정부부문의 저축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기업부문은 외환위기 직후의 급격한 하락에서 벗어나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안정되어 있는 반면 가계의 저축률은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 또는 수입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소비지출의 증가속도가 빠른 데 따른 가계저축률의 하락과 더불어 가계부문의 흑자율도 지난 90년대 중반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소득에서 조세와 공적연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과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소득-비소비지출-소비지출)이 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흑자율의 경우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0.28~0.29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0.23~0.24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6%대의 상대적인 고성장으로 소비지출증가율 대비 가계소득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흑자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졌으나, 올 2/4분기의 경우 경기침체로 인해 소득증가율이 대폭 하락하면서 흑자율도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2/4분기의 경우 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득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4.2%에 불과했다.
이러한 가계부문의 흑자율 및 저축률의 추세적 하락은 미래의 불확실성, 즉 경기변동이나 소득변동에 따른 가계부문의 탄력적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민간소비가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그 동안의 가계저축률 및 가계흑자율 하락이 중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가계저축률의 하락은 의식주, 교육투자 등 가계부문의 안정적인 미래 경제생활을 가능케 하는 물질적 기반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개인부채 5년 만에 두배
가계부문의 저축률과 흑자율의 하락 이외에도 가계부문의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 부채증가를 들 수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올 2/4분기 현재 우리나라 비금융부문(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 개인, 정부)의 부채잔액은 1,256.8조원이다. 이중 개인부문(가계가 대부분으로 소규모 개인기업, 민간비영리단체도 포함)의 부채잔액은 465.7조원이며, 기업부문은 697.6조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개인부문의 부채가 외환위기이후 최근 5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2/4분기 현재 우리나라 개인부문의 부채잔액은 지난 98년에 비해 105.8%가 증가했다. 이는 개인부문의 자산증가율 48.3%를 두 배 가량 웃도는 수치이며, 기업부문의 부채증가율 10.5%의 열 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채감소를 위해 수익자산과 유망사업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경주한 반면, 가계부문에서는 오히려 부채를 크게 늘리는 등 상대적으로 방만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재무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명목 국민총소득(GNI)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동향 데이터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개인부문의 부채/명목GNI의 비율을 보면, 지난 90년대 후반 0.5 수준에 머물러 있던 동 비율은 2003년 2/4분기 현재 0.76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1.4에서 1.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비금융부문의 부채잔액대비 명목 GNI의 비율이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부채가 전체 국민경제에 주는 부담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가계부문의 부채증가에 따른 국민경제적 부담은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4>을 보면 그동안 하락하던 우리나라의 전체 금융부채/명목GNI 비율이 최근 1~2년동안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가계) 부문의 부채증가가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관련 대출 급증
실제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연중 개인부문의 자금조달이 70조 5천억원 늘어나 2001년의 36조 3천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났고, 그 대부분은 주택관련 자금수요 증가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확대 등에 따른 것이었다. 즉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의 주택관련 대출 수요 증가와 신용카드관련 자금, 개인사업자의 단기운전자금 등이 늘어나면서 개인부문의 차입 및 부채증가의 주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가계에서는 미래 경제상황 변화에 대한 완충역할을 할 저축률과 흑자율을 희생하는 가운데, 소득상승 폭을 웃도는 소비지출 증가분의 상당부분을 신용카드 사용 등 금융기관 대출로 충당해 왔으며, 또한 부동산담보대출을 통한 자산 늘리기에 나서면서 부채규모를 키워왔던 것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이 계산한 가계부실지수에 따르면 2002년 2/4분기중 157.4까지 하락했던 가계부실지수는 올 3/4분기 현재 190.9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최근 우리경제의 가계부실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송태정, 「가계부실 언제쯤 개선되나」, LG주간경제, 2003.10.1일자 참조).
문제는 최근의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심화되는 계층간 소득격차, 그리고 우리 경제의 성장저하로 인해 가계부실과 가계부채의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최근의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증가는 경기의 호전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비정규직 증가,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조기정년퇴직에 따른 만성적 청장년 실업 등으로 인한 고용의 질 저하와 소득불안정성 심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최근의 가계의 부실이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지난 1997년 0.283에서 2002년의 경우 0.312로 높아진 가운데, 실물경기나 고용사정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저소득층의 가계수지 상황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어서 가계부실 문제, 특히 저소득층의 가계부실문제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3년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데이터를 이용해 계산한 소득계층별 흑자율을 보면 전체 도시근로자 가구의 60%(소득5분위 기준으로 1~3분위)의 흑자율이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하위 40%의 가구는 적자 혹은 겨우 적자를 면하는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실 장기화 우려
최근 수년간의 과도한 소비지출과 최근의 실물경기와 고용사정 악화, 주택구입 등으로 가계의 부채수준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저축률, 흑자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은 정부 또는 기업에 대비한 가계의 상대적 빈곤화라는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수준이 대폭 낮아지고 기업의 전반적인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최근 적지않은 숫자의 가계가 신용카드대출 등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부 국내기업들의 경우 사내유보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의 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가계의 부실 또는 빈곤화 문제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정책적 대안과 더불어 가계 스스로의 구조조정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가계부실화가 소득수준을 넘는 과도한 소비지출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가계부실화 또는 빈곤화가 장기화될 경우 최근의 극심한 소비위축에서 목격되는 것처럼 국민경제 전반에 심각한 파급효과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경제구성원 전체의 후생 증가를 저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 범정부차원에서 가계부문의 소득안정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크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과 병행해서 기업투자 활성화, 외국인투자유치 확대, 공공부문의 고용증가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창출, 제공함으로써 청년 및 장년층의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가계의 소득기반을 안정시켜 나가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 금융기관 대출억제 등 가계부문의 지나친 부채증가를 제어하기 위한 정책적 관심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심리의 근절 못지 않게 강조되어야 할 사안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부동산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져 가계부실화를 더욱 부채질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편 기업들의 경우도 일률적인 고용조정이 기업생산성이나 조직구성원의 충성도 제고를 저해하는 등 내부적인 손실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적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시장기반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건전성 제고 위한 가계의 노력 필요
그러나 최근의 가계부실화 및 빈곤화와 관련해 가장 큰 변화가 필요한 곳은 역시 가계부문이다. 소득증가를 웃도는 과도한 소비지출과 부채의 증가는 개별 가계의 불안정성을 넘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큰 부담을 야기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계 스스로 소득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십만명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한편으로 수십만명의 청장년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부문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근로자 개개인의 인식전환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소비지출의 적정화와 더불어 최근 부동산가격 급등시에 나타난 일부 사례에서 보듯이 변제능력을 웃도는 은행대출로 구입한 부동산을 다시 처분하거나, 신용카드 부채의 해소를 위해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제도적 창구를 활용하는 등 가계부실의 해소와 건전성 회복를 위한 가계부문의 적극적인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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