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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차세대 성장동력,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자료출처: LG경제경제연구원 / 주간경제 / 김성환 연구원님의 글입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 원리 적용, 사업별 맞춤형 정책 수립, 정책 실행력 제고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참여 정부는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라는 국정 비전을 제시하면서, 10대 성장동력을 선정하고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실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동력을 잘 육성하느냐 여부는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 하락, 중국의 부상 등과 같은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의 육성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성장동력 육성 시작

지난 3월부터 부처별로 시장규모, 기술개발 및 시장확보 가능성,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미래 유망기술 및 품목을 탐색했고, 부처별 조정과정을 거쳐 7월에 이르러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10대 성장동력을 확정했다. 그리고 부처별로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 중에 있다. 산자부의 경우 후속 종합 계획을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단과 산업별 기획단을 구성했고, 향후 5년간 추진할 핵심기술 개발과제 107개를 1차 선발하였다. 정통부는 IT신성장동력 추진위원회를 개최해 9대 신성장동력 세부추진계획을 확정했고, 산업별 총괄 책임자(Project Manager) 8명을 임명했다. 과기부의 경우 11개 분과에 13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기획단을 발족했으며, 49개 차세대 성장동력 기술을 선정했다. 일부에서 과열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 부처들은 성장동력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투자 자원의 제약

그러나 의욕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부처별 육성 방안들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데, 우리의 투자 자원이 선진국들과 경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선정된 10대 성장동력을 살펴보면 대부분 진입기, 성장 초기 단계로 앞으로 과실을 수확하기까지는 많은 개발 비용이 요구된다. 특히 바이오 신약/장기 등과 같은 기초 연구단계에 있는 분야는 상용화까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10대 성장동력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인식하고 있어서, 이들 역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육성을 위한 투자 규모 자체도 막대하지만, 선진국과 경쟁해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욱 풍부한 자본 여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자본 여력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열세에 있다. 2000년 R&D 지출 규모를 보면, 미국과 일본이 각각 2,653억 달러, 1,420억 달러인 반면 우리는 그들의 1/20, 1/10 수준에 불과한 122억 달러이다. 경제 규모의 효과를 제외한 투자 규모를 살펴보기 위해, 실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원 1인당 R&D를 살펴보면, 2000년 일본과 독일의 연구원 1인당 R&D 지출은 각각 22만 달러, 18만 달러로, 우리나라의 8만 달러에 비해 2~3배나 많다. 또한, 전체 R&D 규모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 면에서도 투자 규모의 열세는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2000년 과학기술예산은 28억 달러로, 미국이나 일본에 비교해서 1/30, 1/10 수준에 불과하다.


철저한 시장원리의 적용이 필요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투자 자본 규모의 절대적인 열세를 효율로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즉, 적은 규모의 투자로 주요 선진국들과 경쟁하려면 무엇보다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경쟁력과 성과에 입각해 자원을 배분하는 시장 원리가 철저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 납품, 사업권 인허가, 연구용역 할당, R&D 투자 지원 등과 같은 정책 지원의 심사 과정에서 후보 기업의 경쟁력과 성과를 기초로 한 선발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쟁력 및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확한 측정에 필요한 기초 산업 통계 자료 및 산업과 기업의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수한 신기술에 대해 금융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증 획득에 필요한 인력, 자원 등이 부족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없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맞춤형 지원 정책 수립이 바람직

그러나 모든 산업에 획일적으로 시장 원리만이 적용되어서는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우리 기업들의 역량이나 기술/시장의 성숙도가 낮아 시장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 분야기 있기 때문에, 산업별 특성에 따라 시장 활성화, 기술 상용화, 기초 기술 개발 등의 맞춤형 정책을 선별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산업별 기술 성숙도와 국내 기업의 역량 수준에 따라서 <그림4>와 같이 10대 성장동력을 3가지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룹 1은 국내 기업들의 역량이 우수한 분야로 디지털 TV/방송, 디스플레이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그룹 2는 상업화 및 시제품 제작 단계에 있고 국내 기업의 역량이 다소 떨어지는 분야로, 차세대 전지, 지능형 로봇 등이 속한다. 마지막으로 그룹 3은 국내의 역량이 크게 떨어지고 아직 상업화 유인이 작은 기초 연구 단계로, 바이오 신약/장기가 해당된다.


● 그룹 1 - 민간 기업의 자율적 활동 적극 보장

국내 기업의 역량이 우수한 분야이므로 경쟁력을 갖춘 민간 기업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시장 창출 및 확대를 위한 간접적인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우선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에 걸림돌 역할을 해온 각종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을 완화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의 공장 입지 선정이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장의 창출 및 확대를 위해 정부 구매, 표준 정착, 소비자 인지도 제고, 특소세 인하 등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LCD,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제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 등을, 디지털 TV의 경우 디지털 방송 제작 지원과 쌍방향 방송 등의 표준 정착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차세대 이동통신과 관련해서는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지급 허용, 통신망 공동 구축 및 활용을 통한 투자 부담 경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능형 홈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미들웨어 등의 표준화 지원과 홈 네트워크의 유용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홍보 활동 등이 필요할 것이다.


● 그룹 2 - 선진국을 Catch-up하기 위한 민간과 정부의 협력

상용화에 가까이 와있지만 국내 역량이 부족한 분야이므로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시급히 국내 기업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따라서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한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선진 기업의 R&D 센터를 적극 유치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R&D 활동을 지원해서, 해외의 우수한 기술을 국내 기업으로 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전지 등의 분야에서는 우리의 강점인 생산 기술력과 선진 기업의 우수한 기초 기술을 상호 활용할 수 있는 공동 R&D 센터 설립 등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초 기술의 조기 상업화를 위해 산/학/연이 협업할 수 있는 연구 Community 형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능형 로봇의 경우 기계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로봇 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될 예정인데, 광범위한 대규모 연구단지와는 달리 특정 산업에 특화된 산/학/연 간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통신 산업에 특화된 클러스터를 구축한 핀란드의 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는 울루 지역에 통신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통신 관련 R&D 역량이 뛰어난 울루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기관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도록 지원하였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기업인 Nokia는 울루 지역에서 울루 대학과 VTT(국립연구소) 등과 협력 관계를 형성하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획득했고, 그 결과 세계 굴지의 통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그룹 3 -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참여

국내 역량도 부족하고 상업화까지는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분야로 기업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책 연구 기관을 통한 직접적 연구 개발 활동, 장기간의 안정된 연구 수행을 위한 연구 개발비 및 장비 지원, 기술 벤처 인큐베이팅 등의 활동을 통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바이오 신약/장기는 연구의 대상이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 과정과 시제품 검증 단계에서 다른 분야보다도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기술적 가능성을 근거로 장기간에 걸친 투자를 이끌 수 있는 강력한 정부 지원과 벤처 투자산업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유럽 최대 규모의 바이오 산업을 육성해낸 영국의 경우, Blair 수상이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선도가 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연구개발 조세감면 제도를 통한 연간 5억 파운드 규모의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의 벤처 캐피탈 산업을 기반으로 바이오 분야의 전문 펀드가 10억 파운드 이상 조성되어 있어, 여타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시장이 위축된 속에서도 바이오 투자는 원활히 지속되고 있다.


정책 지원의 실행력 제고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기본 방향이 설정되었다면 이제 실행에 있어서도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선 부처별 실행 과정에서 중복 투자를 방지해야 한다. 최근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 등 부처 간의 담당 영역이 중복되어 있어, 로봇, 홈 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 중복 투자가 발생하고 있다. 즉,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지능형 서비스 로봇사업협회(정통부), 지능형 로봇사업단(산자부), 지능형 홈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한국 홈 네트워크 산업협회(정통부), 지능형 홈 네트워크 사업단(산자부) 등 유사한 성장동력 추진기구가 가동되고 있다. 따라서 부처별 영역 구분의 명확화, 공동 Task Force Team 구성, 범부처 성격의 조정기구 구성 등 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부처별 기존 업무 영역과의 기술적 연관성과 기존 기술개발 업적을 고려해 요소 기술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즉, 정통부는 IT 인프라 및 서비스 분야로, 산자부는 IT 기기/부품 및 기타 산업 분야로, 과기부는 차세대 기반/선행 기술 분야로 영역 구분이 명확해져야 할 것이다. 둘째, 특정 분야 내 담당부처가 복수일 경우에는 공동 Task Force Team 구성을 통한 공동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과학기술보좌관 조직, 과학기술 자문회의 등 기존 기능을 확대하거나 신규 기구 설치를 통해 부처 간 중복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일단 정책 지원이 실시되었다면 지원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투자 자원의 누수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연구력을 제고하고 세계 수준의 대학원을 육성하는 두뇌한국21(BK21)사업에서 정부 지원금이 지정된 연구와는 관계없는 다른 용도로 사용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육성 과정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면서 정책 지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성과 평가에 따라 자원 배분을 조정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한 차세대 성장동력에 이제 막 시동을 걸려 하고 있다. 일회성에 그치는 공허한 정책 구호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절대 절명의 과제를 수행하는 기분으로 차분히 육성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