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LG 경제연구원/ 주간경제/ 송태정 연구원님의 글입니다.
내년 경상수지는 올해와 비슷한 78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간 투자부진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증가는 성장잠재력 약화, 고용사정 악화, 원화절상 압력 등과 같은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6년째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04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그후 꾸준히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 61억 달러에 이어 올해는 8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 증가의 원인 등을 살펴보고, 내년 전망과 함께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거시경제적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수출호조-내수부진으로 흑자폭 확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는 80억 달러 내외로 당초 기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초 이라크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7 달러를 넘어서면서 올 1/4분기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만 해도 올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이렇게 예상보다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도 수출의 빠른 증가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증가에 기인한다. 상반기중 17.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은 하반기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보다 뚜렷해지면서, 올 7∼10월중 19.0%로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었다. 반면에 수입증가율은 상반기 21.0%에서 하반기에는 12.8%로 오히려 낮아져 상품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수입둔화에는 우선, 이라크 전쟁이 예상보다 일찍 종결되어 국제유가가 30달러선으로 낮아진 점이 작용했다. 아울러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진으로 인해 소비재와 자본재 등의 수입 둔화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 호조-내수 부진이라는, 이른바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심화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예상보다 커진 것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작년보다 훨씬 커졌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과거와 같이 내수와 수출이 동반 호조세를 보였다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될 듯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소득·경상이전수지(이하 ‘서비스수지’로 통칭)로 구성되어있다. 따라서 내년 경상수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수지의 변동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상품수지는 상품수출액과 상품수입액의 차이이며, 수출입 금액의 변화는 수출입단가의 변화와 수출입물량의 변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수출변동분(전년동기대비)을 수출단가요인과 수출물량요인의 변화로 나누어 분석해 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가져온 수출증가의 대부분이 물량요인에 의해서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그림 2> 참조). 한가지 중요한 점은 수출물량 뿐 아니라 수출단가가 동시에 수출액 증가에 기여해 최근의 수출증가는 내용면에서도 상당히 건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출물량과 수출단가가 동시에 수출액 증가에 기여한 기간은 1999년 3/4분기부터 2000년 4/4분기(1년6개월), 작년 4/4분기부터 최근까지의 1년여에 불과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수출액 증가는 수출단가의 하락에 의해 상당부분 잠식되어 왔던 것이다.
이제 관심은 최근의 수출호조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그림 1>을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출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에 뚜렷하게 선행하고 있는 OECD 경기선행지수의 증가율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세계 각국의 경기선행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OECD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커 보인다. 물론 달러화 약세,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과잉설비-과잉부채 문제,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 등의 리스크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문제들은 일시에 터지기보다는 내년 하반기 이후 성장률의 소폭 둔화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세계경기의 회복추세 자체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기술적 반락효과로 인해 내년 수출증가율이 올해보다 다소 낮아지더라도, 최근의 수출 호조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수입증가율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수출증가율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유가격 하락과 내수회복 지연 등이 주된 원인이 될 것이다. 올해 수입변동분을 단가와 물량요인으로 분해하면, 올해 수입단가 상승요인은 10.0%p로 나타나 5.9%p에 그친 수입물량 요인에 비해 수입증가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그림 3> 참조).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의 11월 발표에 따르면, 올 평균 배럴당 30.7달러로 예상되는 국제원유가격(WTI 기준)은 내년에는 이라크의 원유공급 증가 등의 영향으로 배럴당 27.2달러로 올해에 비해 11.5%나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수입단가는 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될 전망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량측면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소비와 투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내년 수입물량 증가엔 제약이 따를 것이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는 올해보다 60억 달러 증가한 26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표2> 참조).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인 상품수지를 (수출입)단가요인과 (수출입)물량요인으로 나누어 관찰해 보면, <그림 4>와 같이 대부분 단가요인과 물량요인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올 2/4∼3/4분기중 상품수지의 증가(전년동기대비)는 물량요인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단가요인이 올 1/4분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상품수지 변동분(전년동기대비)에 대한 (-)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량요인도 증가폭이 커지고 있어 내년 상품수지에는 물량과 단가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경상수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서비스수지 적자
올해 상품수지가 200억 달러를 넘는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80억 달러 내외에 그친 데는 여행수지를 비롯한 서비스수지(소득·경상이전수지 포함) 적자가 그 주범으로 작용하였다. 상품을 팔아 벌어들인 외화를 선진국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대부분 까먹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는 1990년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최근까지 1998년을 제외하고는 만성적인 적자기조를 지속하여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수지 적자는 해외여행·유학·경영컨설팅·해외기술 및 특허권 사용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데 근본원인이 있다. 급증하는 서비스 수요를 해외에서 충족시키면서 관련 서비스 비용 지급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욱 심화되어 내년 서비스수지 적자가 올해보다 60억 달러 늘어난 18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데 있다. 내년 경기회복으로 관광, 컨설팅 등 서비스 관련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조기유학·어학연수·이민 등 ‘脫한국 현상’도 가세하는 한편, 원화절상으로 이들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인 부담(원화기준)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경상수지’ 배율은 올해 1.5배(-124억 달러/81억 달러)에서 내년엔 2.4배(-185억 달러/78억 달러)로 더 벌어질 전망이다. <그림 5>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대하여 균형수준으로 쉽게 조정되지 못하고 경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자본재 및 소재·부품의 자급도 미흡 뿐 아니라, 관광·교육·컨설팅 등 서비스산업 구조면에서의 대체성·조정력 취약 등으로 인해 일단 대외불균형 상태(흑자 또는 적자)가 발생하면 이런 불균형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내년 상품수지 흑자가 260억 달러를 넘어서더라도 서비스수지 적자규모가 185억 달러에 달해, 내년 경상수지는 올해와 비슷한 78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으로 얻은 흑자보다 고성장-적자가 오히려 바람직
그러면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거시경제적 의미는 무엇일까?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을 높여줌으로써 외환위기 발생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으나, 대규모의 흑자가 항상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저축이 투자를 상회하고, 이 저축과 투자의 갭이 대외채권형태로 저축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때는 보통 투자가 활발한 경기 호황기였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던 두 시기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외형상 경상수지가 흑자(저축 > 투자)를 보이더라도, 질적으로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투자가 증가하여 해외로부터의 수입도 증가하지만, 이렇게 증가된 투자가 생산증대로 연결되어 소득이 증가되고, 그 결과 저축이 투자를 상회할 정도로 다시 큰 폭으로 증가되는 경우이다. 즉, ‘고성장-흑자기(고저축-고투자)’의 경우로 이때에는 경상수지 흑자와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저성장-흑자기(고저축-저투자)’의 경우이다. 투자가 감소하면 저축이 투자를 상회하여 경상수지 흑자는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가 감소하고 자본재 수입 등도 감소하여 생산능력이 잠식되면 생산이 줄어들면서 소득 또한 감소하게 된다. 소득이 감소하면 저축도 줄어들게 되어 투자여력이 다시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투자와 저축이 악순환에 빠져 감소하는 경우 경상수지 흑자는 유지될 수 있으나, 총생산은 정체 내지는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동일한 경상수지 흑자라도 거시경제에 주는 의미는 크게 다를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대부분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으나, 1986년 2/4분기부터 1989년 4/4분기까지 15분기 동안은 연속 흑자를 기록하였다(편의상 이 기간을 <기간 I>이라고 함). 또한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4/4분기부터 올해 3/4분기까지의 15분기 역시 연속 흑자(올 1/4분기만 제외)를 기록한 시기이다(이 기간을 <기간 II>라고 함).
이 두 시기 우리 경제의 성적표를 비교해 보면 경상수지 흑자의 성격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기간 I>에서는 평균 20%를 상회하는 높은 수출 및 수입증가율과 14.7%라는 높은 투자증가율이 이루어졌다. 이런 왕성한 투자활동의 결과 생산도 크게 증가하여 GDP증가율은 평균 9.4%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기간 I>에서는 경상수지 흑자와 경제성장이 함께 이루어진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기간 II>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기간 I>의 3배에 육박하지만, 수출증가율은 평균 5.2%, 투자증가율은 -0.3%, 경제성장률 4.3% 등 경상수지 흑자가 성장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더라도 자본재 수입 등이 증가하여 국내투자가 증가하고, 그 결과 생산증가 및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기조(총저축률 > 총투자율)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저축률과 투자율 모두 동반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에서 질(質)적으로도 결코 좋지않다(<그림 6> 참조). 저축률과 투자율의 동반 하락은 소득증가에 비해 투자를 위한 자금의 축적 뿐 아니라 실제 투자도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성장잠재력 약화의 또다른 증거가 되며, 더구나 투자가 저축에도 못미치는 투자부진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성장잠재력 약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안정 보다 투자중심의 경기활성화가 우선
이상을 통해 그동안 유지되어온 경상수지 흑자기조, 특히 작년에 비해 증가한 올해와 내년의 경상수지 흑자 증가는 우리경제에 외환보유고 확충과 같은 득(得)보다는 성장잠재력 약화, 고용사정 악화, 원화절상 압력 등과 같은 실(失)이 더 컸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용 자본재의 수입증가를 통한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가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투자가 증가하고, 이것이 수입과 연결되어 발생하는 흑자감소 내지 적자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상수지 방어,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활성화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는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 위험보다는 실업문제, 가계부실 등에 대한 우려가 더 높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재정이나 금융측면에서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소비와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내수회복을 도모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장기간 투자부진으로 약화된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기 위한 투자 활성화는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배보다는 성장에 두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할 것이다.
내년 경상수지는 올해와 비슷한 78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간 투자부진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증가는 성장잠재력 약화, 고용사정 악화, 원화절상 압력 등과 같은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6년째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04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그후 꾸준히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 61억 달러에 이어 올해는 8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 증가의 원인 등을 살펴보고, 내년 전망과 함께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거시경제적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수출호조-내수부진으로 흑자폭 확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는 80억 달러 내외로 당초 기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초 이라크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7 달러를 넘어서면서 올 1/4분기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만 해도 올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이렇게 예상보다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도 수출의 빠른 증가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증가에 기인한다. 상반기중 17.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은 하반기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보다 뚜렷해지면서, 올 7∼10월중 19.0%로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었다. 반면에 수입증가율은 상반기 21.0%에서 하반기에는 12.8%로 오히려 낮아져 상품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수입둔화에는 우선, 이라크 전쟁이 예상보다 일찍 종결되어 국제유가가 30달러선으로 낮아진 점이 작용했다. 아울러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진으로 인해 소비재와 자본재 등의 수입 둔화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 호조-내수 부진이라는, 이른바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심화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예상보다 커진 것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작년보다 훨씬 커졌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과거와 같이 내수와 수출이 동반 호조세를 보였다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될 듯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소득·경상이전수지(이하 ‘서비스수지’로 통칭)로 구성되어있다. 따라서 내년 경상수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수지의 변동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상품수지는 상품수출액과 상품수입액의 차이이며, 수출입 금액의 변화는 수출입단가의 변화와 수출입물량의 변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수출변동분(전년동기대비)을 수출단가요인과 수출물량요인의 변화로 나누어 분석해 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가져온 수출증가의 대부분이 물량요인에 의해서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그림 2> 참조). 한가지 중요한 점은 수출물량 뿐 아니라 수출단가가 동시에 수출액 증가에 기여해 최근의 수출증가는 내용면에서도 상당히 건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출물량과 수출단가가 동시에 수출액 증가에 기여한 기간은 1999년 3/4분기부터 2000년 4/4분기(1년6개월), 작년 4/4분기부터 최근까지의 1년여에 불과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수출액 증가는 수출단가의 하락에 의해 상당부분 잠식되어 왔던 것이다.
이제 관심은 최근의 수출호조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그림 1>을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출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에 뚜렷하게 선행하고 있는 OECD 경기선행지수의 증가율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세계 각국의 경기선행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OECD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커 보인다. 물론 달러화 약세,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과잉설비-과잉부채 문제,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 등의 리스크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문제들은 일시에 터지기보다는 내년 하반기 이후 성장률의 소폭 둔화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세계경기의 회복추세 자체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기술적 반락효과로 인해 내년 수출증가율이 올해보다 다소 낮아지더라도, 최근의 수출 호조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수입증가율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수출증가율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유가격 하락과 내수회복 지연 등이 주된 원인이 될 것이다. 올해 수입변동분을 단가와 물량요인으로 분해하면, 올해 수입단가 상승요인은 10.0%p로 나타나 5.9%p에 그친 수입물량 요인에 비해 수입증가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그림 3> 참조).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의 11월 발표에 따르면, 올 평균 배럴당 30.7달러로 예상되는 국제원유가격(WTI 기준)은 내년에는 이라크의 원유공급 증가 등의 영향으로 배럴당 27.2달러로 올해에 비해 11.5%나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수입단가는 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될 전망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량측면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소비와 투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내년 수입물량 증가엔 제약이 따를 것이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는 올해보다 60억 달러 증가한 26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표2> 참조).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인 상품수지를 (수출입)단가요인과 (수출입)물량요인으로 나누어 관찰해 보면, <그림 4>와 같이 대부분 단가요인과 물량요인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올 2/4∼3/4분기중 상품수지의 증가(전년동기대비)는 물량요인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단가요인이 올 1/4분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상품수지 변동분(전년동기대비)에 대한 (-)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량요인도 증가폭이 커지고 있어 내년 상품수지에는 물량과 단가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경상수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서비스수지 적자
올해 상품수지가 200억 달러를 넘는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80억 달러 내외에 그친 데는 여행수지를 비롯한 서비스수지(소득·경상이전수지 포함) 적자가 그 주범으로 작용하였다. 상품을 팔아 벌어들인 외화를 선진국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대부분 까먹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는 1990년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최근까지 1998년을 제외하고는 만성적인 적자기조를 지속하여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수지 적자는 해외여행·유학·경영컨설팅·해외기술 및 특허권 사용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데 근본원인이 있다. 급증하는 서비스 수요를 해외에서 충족시키면서 관련 서비스 비용 지급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욱 심화되어 내년 서비스수지 적자가 올해보다 60억 달러 늘어난 18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데 있다. 내년 경기회복으로 관광, 컨설팅 등 서비스 관련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조기유학·어학연수·이민 등 ‘脫한국 현상’도 가세하는 한편, 원화절상으로 이들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인 부담(원화기준)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경상수지’ 배율은 올해 1.5배(-124억 달러/81억 달러)에서 내년엔 2.4배(-185억 달러/78억 달러)로 더 벌어질 전망이다. <그림 5>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대하여 균형수준으로 쉽게 조정되지 못하고 경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자본재 및 소재·부품의 자급도 미흡 뿐 아니라, 관광·교육·컨설팅 등 서비스산업 구조면에서의 대체성·조정력 취약 등으로 인해 일단 대외불균형 상태(흑자 또는 적자)가 발생하면 이런 불균형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내년 상품수지 흑자가 260억 달러를 넘어서더라도 서비스수지 적자규모가 185억 달러에 달해, 내년 경상수지는 올해와 비슷한 78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으로 얻은 흑자보다 고성장-적자가 오히려 바람직
그러면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거시경제적 의미는 무엇일까?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을 높여줌으로써 외환위기 발생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으나, 대규모의 흑자가 항상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저축이 투자를 상회하고, 이 저축과 투자의 갭이 대외채권형태로 저축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때는 보통 투자가 활발한 경기 호황기였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던 두 시기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외형상 경상수지가 흑자(저축 > 투자)를 보이더라도, 질적으로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투자가 증가하여 해외로부터의 수입도 증가하지만, 이렇게 증가된 투자가 생산증대로 연결되어 소득이 증가되고, 그 결과 저축이 투자를 상회할 정도로 다시 큰 폭으로 증가되는 경우이다. 즉, ‘고성장-흑자기(고저축-고투자)’의 경우로 이때에는 경상수지 흑자와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저성장-흑자기(고저축-저투자)’의 경우이다. 투자가 감소하면 저축이 투자를 상회하여 경상수지 흑자는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가 감소하고 자본재 수입 등도 감소하여 생산능력이 잠식되면 생산이 줄어들면서 소득 또한 감소하게 된다. 소득이 감소하면 저축도 줄어들게 되어 투자여력이 다시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투자와 저축이 악순환에 빠져 감소하는 경우 경상수지 흑자는 유지될 수 있으나, 총생산은 정체 내지는 하락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동일한 경상수지 흑자라도 거시경제에 주는 의미는 크게 다를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대부분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으나, 1986년 2/4분기부터 1989년 4/4분기까지 15분기 동안은 연속 흑자를 기록하였다(편의상 이 기간을 <기간 I>이라고 함). 또한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4/4분기부터 올해 3/4분기까지의 15분기 역시 연속 흑자(올 1/4분기만 제외)를 기록한 시기이다(이 기간을 <기간 II>라고 함).
이 두 시기 우리 경제의 성적표를 비교해 보면 경상수지 흑자의 성격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기간 I>에서는 평균 20%를 상회하는 높은 수출 및 수입증가율과 14.7%라는 높은 투자증가율이 이루어졌다. 이런 왕성한 투자활동의 결과 생산도 크게 증가하여 GDP증가율은 평균 9.4%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기간 I>에서는 경상수지 흑자와 경제성장이 함께 이루어진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기간 II>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기간 I>의 3배에 육박하지만, 수출증가율은 평균 5.2%, 투자증가율은 -0.3%, 경제성장률 4.3% 등 경상수지 흑자가 성장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더라도 자본재 수입 등이 증가하여 국내투자가 증가하고, 그 결과 생산증가 및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기조(총저축률 > 총투자율)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저축률과 투자율 모두 동반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에서 질(質)적으로도 결코 좋지않다(<그림 6> 참조). 저축률과 투자율의 동반 하락은 소득증가에 비해 투자를 위한 자금의 축적 뿐 아니라 실제 투자도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성장잠재력 약화의 또다른 증거가 되며, 더구나 투자가 저축에도 못미치는 투자부진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성장잠재력 약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안정 보다 투자중심의 경기활성화가 우선
이상을 통해 그동안 유지되어온 경상수지 흑자기조, 특히 작년에 비해 증가한 올해와 내년의 경상수지 흑자 증가는 우리경제에 외환보유고 확충과 같은 득(得)보다는 성장잠재력 약화, 고용사정 악화, 원화절상 압력 등과 같은 실(失)이 더 컸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용 자본재의 수입증가를 통한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가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투자가 증가하고, 이것이 수입과 연결되어 발생하는 흑자감소 내지 적자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상수지 방어,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활성화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는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 위험보다는 실업문제, 가계부실 등에 대한 우려가 더 높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재정이나 금융측면에서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소비와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내수회복을 도모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장기간 투자부진으로 약화된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기 위한 투자 활성화는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배보다는 성장에 두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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