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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금리로 들여다 본 주가

금리로 들여다 본 주가





주가변동에 대한 설명지표로서 금리의 유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가지 금리지표로 살펴볼 때 최근의 주가하락은 경기상승 기대감의 약화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기업도산위험으로 인한 조정과정으로 해석된다.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4월중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르게 오르던 종합주가지수는 4월말 900선이 붕괴되면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직접적으로 이러한 주식시장의 약세는 수급 측면의 악화에 기인한다. 미국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기업수익성간 괴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미국 증시가 폭락하였고 그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세가 이어졌다. 또한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 또는 중립으로 전환함에 따라 풍부한 시중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주가 움직임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급요인 뿐만 아니라 경기와 기업위험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기업 내재가치는 기업이 창출할 미래수익을 적정율로 할인한 현재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미래경기는 기업의 미래수익에, 기업위험은 적정 할인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주가는 미래경기 수준 및 기업위험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상황을 판단하고 기업위험을 평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은 다양한 경제지표를 이용하여 판단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지표의 집계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인해 정보 획득 시점이 늦다. 기업위험도는 신용평가사들이 발표하는 신용등급 등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평가과정이 복잡하고 역시 대부분 사후적인 평가가 이루어져 적시성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와 같은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경기와 기업위험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해주는 경제지표가 채권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다. 금리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여 최근의 주가움직임을 해석해 보았다.


금리차는 미래경기 예측지표

미래경기 수준에 대한 예측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장단기스프레드, 신용스프레드와 같은 금리차다. 일반적으로 장단기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신용스프레드가 작아질수록 향후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통화당국이 경기진작을 위하여 단기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경우 또는 향후 경기가 호전되리라는 기대가 높아져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경우에 장단기스프레드는 커지게 된다. 또한, 앞으로의 경기상황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인 경우에는 앞으로 기업들의 매출이 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므로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한 보상인 신용스프레드는 작아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금리차와 미래경기 수준 사이에 유의적인 관계가 존재하는가를 살펴보기 위하여 각 금리차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산업생산지수 증가율, 제품출하 증가율, 제조업 가동률지수와 같은 다양한 경기지표들과의 시차상관계수를 살펴보았다. 시차상관계수는 일정 시차가 존재하는 두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앞서 예상한 바와 같이 장단기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신용스프레드가 작아질수록 미래경기가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차상관계수값이 장단기스프레드의 경우에는 정(+)의 값을 나타내고 신용스프레드의 경우에는 부(-)의 값을 나타낸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경기지표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장단기스프레드의 경우에는 5개월에서 8개월 사이의 시차상관계수값이, 신용스프레드의 경우에는 6개월에서 7개월 사이의 시차상관계수값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의 장단기스프레드는 5개월 내지 8개월 이후의 경기수준과의 관련성이 가장 높고, 신용스프레드는 6개월 내지 7개월 이후의 경기수준과의 관련성이 가장 높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장단기스프레드는 8개월 이후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의 상관계수가 0.66이고, 현재의 신용스프레드는 7개월 이후의 제조업 가동률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42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재 시점의 장단기스프레드, 신용스프레드와 같은 금리차는 미래경기에 대한 선행지표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금리차와 주가의 움직임

지난해 9월 46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4월까지 10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같은 기간동안 장단기스프레드도 0.33%p에서 2.6%p까지 늘어났고 신용스프레드 역시 1.67%p에서 0.67%p까지 줄어들었다. 급격한 장단기스프레드의 확대와 신용스프레드의 축소로 미루어 미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는 937포인트를 정점으로 4월 18일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금까지 100포인트 이상 하락하였다. 주목할 사항은 이에 앞서 3월 이후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기 시작하였고 4월 초를 고비로 장단기스프레드도 축소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후퇴하였으며 이것이 최근 주가하락의 중요한 원인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의 기업실적 부진과 소비지출 위축가능성으로 인한 미국 주가 폭락, 그리고 이로 인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증폭, 미달러화의 약세 움직임, 국제유가의 상승세 등 주로 대외적인 요인들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였다.

금리차와 주가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하여 양자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았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주가도 경기에 선행하여 움직인다면 양자 사이에 유의적인 관계가 존재하리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장단기스프레드가 커지고 신용스프레드가 작아지는 경우 주가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관관계의 정도는 시기별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경기상승기의 상관계수값은 크고 경기하강기의 상관계수값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단기스프레드와 종합주가지수 사이의 상관계수는 IMF이후 경기상승기인 1998년 11월부터 2000년 8월까지의 기간동안에는 0.78이었다가 경기가 하락하던 2000년 9월부터 2001년 12월 사이에는 0.25로 낮아졌으나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다시 0.75로 높아졌다. 즉, 금리차와 주가 사이의 상관관계는 경기하강기보다는 경기상승기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과거에는 장단기스프레드가 주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신용스프레드가 주가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와 같은 금리차와 주가 사이의 관계는 거래소와 코스닥, 종합주가지수와 KOSPI 200지수의 구분에 관계없이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수익률은 기업위험 측정지표

채권시장에서 매일 발표되는 회사채수익률은 기업의 도산위험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회사채수익률은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회사채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는 가격정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기업의 도산위험이 무위험수익률(일반적으로 국채수익률이 이용됨)에 가산되는 신용스프레드로 나타난다. 결국, 회사채수익률은 수 많은 투자자들의 기업위험에 대한 정보와 예측을 가장 신속하게 반영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집약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회사채수익률에 포함되어 있는 기업위험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고자 Hurley와 Johnson의 예상도산확률 계산식을 이용하여 국내 기업들의 신용위험 변화 추이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이후 모든 신용등급에 걸쳐서 예상도산확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8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예상도산확률은 2001년 중반 소폭 낮아진 후 다시 높아졌으나 2001년 11월 이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A+등급의 경우 2.4%까지 상승하였던 예상도산확률이 올해 들어 1.1%로 낮아졌고 투자적격 신용등급 중 가장 낮은 BBB-등급의 경우도 7.6%에서 5.8%로 낮아졌다. 그 동안에 꾸준히 추진된 기업구조조정의 성과가 나타나고 과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자금시장이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들의 예상도산확률은 주가가 1,000포인트를 상향 돌파하였던 1999년 7월과 1999년 말과 비교하면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당시 A+등급은 0.9%, BBB-등급은 2.9%까지 예상도산확률이 하락하였다. 특히, 당시와 비교하여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기업위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량기업들에 비하여 비우량기업들의 위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기업위험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위험수준을 감안한다면 올해 4월까지의 주가상승은 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주가급등 속에서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돌파에 대한 기대가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기업위험 측면에서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하려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위험 감소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변수로서 금리의 유용성 높아질 듯

미래경기의 예측지표인 장단기스프레드와 신용스프레드, 기업위험의 측정지표인 회사채수익률을 이용하여 최근의 주가 동향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의 경로와 정도 역시 복잡한 주가를 단지 금리만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분명히 많은 제약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속에 담긴 정보를 이용하여 주가변동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채권시장을 통해 매일매일 발표되는 금리는 경제주체들의 미래경기에 대한 전망과 기업위험에 대한 평가의 미세한 변화까지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는 금융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정부발행채권 금리는 미국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상 변화를 즉시 반영하는 지표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금리는 경제현실을 반영하는 금융변수로서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 금리가 시장 자체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변동되기보다 정책적 목적 하에 당국에 의하여 결정되기도 하였다. 국채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지표금리가 없거나 있더라도 시계열이 짧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장단기 채권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기간별 금리구조의 파악도 어려웠다. 채권시가평가제의 본격적인 시행 이전까지는 신용등급별 회사채수익률의 공식집계조차 여의치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금융변수로서 금리의 기능은 점차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채발행을 정례화하고 국채전문딜러제도를 도입하며 국채 통합발행제도를 실시하는 등 국채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실시해 오고 있다. 지표금리를 회사채금리에서 국고채금리로 변경하고 채권시가평가제의 실시를 계기로 수익률 공시대상 회사채 등급을 더욱 세분화하고 가격결정 체제를 정비하였다. 또한 국채 발행에 있어서 5년만기 또는 10년만기 국채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장기채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금융변수로서 금리의 유용성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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