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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디지털경제 4대 쟁점

디지털경제 4대 쟁점



경제의 디지털화가 뉴이코노미를 실현시킬 것인가, 인터넷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까 등 디지털경제와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정리해본다.
21세기는 디지털 시대라고 한다. 부가가치의 중요한 원천이 되는 정보와 지식을 0과 1의 신호로 부호화하여 네트워크 망을 통해 광속으로 전달하게 됨으로써 생산성과 생산양식이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소비생활과 기업활동에서부터 정치·사회·문화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변모시키게 될 것이다. 디지털화, 네트워크화, 정보화, 지식화 등은 변화의 동력으로서 무엇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용어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전반적 변화를 지칭하는 유사한 맥락의 개념들이다.

디지털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사회는 더 풍요로워지고 정보의 신속한 전달로 기업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경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화·네트워크화가 가져올 경제적 효용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에서 디지털 경제와 관련되어 논의되고 있는 몇가지 이슈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1. 뉴이코노미(고성장·저물가) 실현되나

정보통신산업은 전통적인 산업부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기술발전을 이루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컴퓨터의 연산능력, 모뎀 전송속도, 디지털 압축능력 등 정보의 조작 및 전송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IT산업부문에서의 고성장과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IT 산업의 고성장은 그 자체로 경제성장에 기여할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의 파급효과를 통해 전체 경제의 생산성 증대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되어 왔다. 정보화 투자의 확대로 정보의 신속한 공유가 이루어지면서 경제내의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경쟁이 확대되어 ‘마찰없는 경제’가 시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품설계와 생산에서 여러 기능들이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설계 및 생산됨으로써 제품출시에 드는 기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통해 재료나 장비의 구입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재료 및 설비를 제공하는 기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종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유통 및 재고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른 생산성 증대는 결국 경제의 고성장과 물가안정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행처럼 번진 IT부문의 집중적인 투자가 전체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IT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980대 이래 미국의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1972~1988년의 농가부문 제외 노동생산성 연평균증가율이 1.3%에서 1988~1996년중 0.8%로 하락했다. 1997년 이후 노동생산성의 상승추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경기순환적 측면 등이 크게 작용해 아직 장기적 추세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Solow는 컴퓨터혁명의 결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유일한 부문은 생산성이라는 역설적인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경제성장 과소평가될 가능성

온라인 조달시스템 등의 업무합리화로 수억달러의 비용절감효과를 누린 GE, 전자상거래 유통방식을 채택해 유통 및 재고비용을 줄인 델컴퓨터 등 많은 성공사례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정보화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익을 거두지 못한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IT 투자의 상당부분이 마케팅 등 수요확보에 사용되기 때문에 일부 기업의 성공이 다른 기업의 실패로 이어져 전체적인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경제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통계산정을 통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화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생산성 및 성장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도소매, 금융, 보험, 보건 의료, 사업서비스 등에서는 부가가치가 이윤개념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편리성이 높아져도 경쟁으로 이윤이 줄어들 경우 성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아직 디지털경제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이를 수도 있다. IT 자본스톡이 전체 자본스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혁명적 체제 전이과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IT투자가 보다 심도있게 스며들어야 한다. 새로운 장비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력, 조직, 제도적 기반이 광대하게 퍼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생산체제가 기존 체제를 잠식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경제의 성장능력이 한단계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기업 이윤 줄어드나

현재의 정보통신 관련기업의 주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는 성장잠재력은 인정하지만 과연 성장한만큼 이윤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확산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하고 초기 투자비용을 낮춤으로써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때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된다. 이는 결국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경쟁 상황을 낳게 되는데 완전경쟁 상황에서는 기업의 이윤이 ‘제로’에 수렴하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확산이 반드시 시장을 완전경쟁으로 이끌지만은 않을 것이다. 완전경쟁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진입의 자유, 완전정보, 생산물의 동질성, 다수의 생산자라는 네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진입의 자유, 완전정보의 측면에서는 디지털화의 진전이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지만 생산물의 동질성이나 다수의 생산자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정보기술의 무한반복 재현성으로 제품의 추가생산에 드는 비용이 0에 가깝게 떨어져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제에서는 자연독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개별 가입자의 효용이 저절로 높아지게 되는 네트워크 효과도 선점기업에 수요가 몰리게 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최근 기업합병,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기업규모 확대노력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바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이다.

생산물의 동질성 측면에서도 완전경쟁 상황이 보장되지는 못한다. 디지털 서비스제품은 물적 재화에 비해 모방이 쉬울 수도 있지만 웹페이지 디자인이나 제공서비스 및 대상 지역의 차별화, 단골우대전략 등 새로운 아이디어 생성으로 기업들은 끊임없는 제품차별화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아직 인터넷상에서 완전경쟁여건 미성숙

더욱이 정보경제에서는 구매자가 서비스 구입처를 전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속박(lock-in)효과가 존재할 수 있다. 윈도우즈 시스템의 이용자가 리눅스체제로 전환하는 데는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비용과 함께 기존 프로그램 사용이 어려워지는 불이익이 뒤따르게 된다. 대규모 IT 투자를 한 기업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이 새로운 시스템 도입비용보다 싸다는 이유로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속박효과는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게 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디지털경제하의 기업의 이윤은 시장의 선점 여부, 다른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제품에 소비자들을 계속 머물 수 있게 하는 능력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관련 기업이윤에 관한 연구는 완전경쟁 시장여건에 충족되는가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서적, CD 등 온라인상에서 자주 거래되는 제품의 가격을 분석한 실증적 연구들은 아직 인터넷상에서 완전경쟁 여건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즉 인터넷상거래 제품의 가격이 더 싸다거나 기업간 제품가격의 편차가 더 작다거나 온라인 구입자가 가격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일관적인 결과는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인터넷 상거래시장이 성숙하지 못했고 기존 유통업체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기업들이 인터넷시장의 가격을 낮추지 못한다는 등의 문제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온라인 거래제품의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것이 기업의 이윤을 낮추는가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소득격차 확대되나

1980, 1990년대 선진국에서는 고학력·전문직 근로자와 저학력·단순직 근로자간의 임금격차가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미국시장에서 대졸자/고졸자 임금비율은 1980년 1.4배에서 1998년에는 1.8배로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기술 및 지식중심의 성장은 높은 숙련성을 가지고 있는 근로자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소득격차를 확대시킬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중시되는 IT산업의 급성장으로 IT산업부문에 투입되어야 하는 고숙련노동력이 늘어날 뿐 아니라 IT투자를 확대시킨 다른 산업부문에서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내의 정보화투자가 근로자의 숙련성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반면 디지털화·정보화가 소득격차를 확대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미국의 소득격차 확대는 개방에 따른 저가제품의 수입, 노동시장 구조변화, 이민자 확대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기술의 급격한 변화시기에는 신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지만 기술이 확산되고 성숙될수록 기술의 비교우위는 줄어들 것이다.

이 경우 고학력, 고숙련 노동력의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면 임금격차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전자기술의 확산, 제조업에서의 일괄생산방식으로 20세기 초반 고학력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고학력 노동자의 공급이 더 빠르게 늘면서 학력별 임금격차는 줄어들었던 경험이 있다.

결국 혁신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느냐, 근로자가 기술변화에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상대적 임금격차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될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임금격차 확대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는데 이를 컴퓨터 혁명이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변화는 향후 모든 경제 및 사회부문에서 이루어질 급격한 디지털화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소득격차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 실업 늘어나나

디지털 시대에는 생산과 소비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이들을 매개하던 중간단계들이 해체되고 새로운 사이버 중개자가 등장하게 된다. 이과정에서 전통적인 부문의 고용감소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산업은 도소매업, 금융업, 체신업 등이고 직종별로는 사무직 근로자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전자상거래의 선도자인 핀란드의 경우 은행부문의 인원은 매년 3.5%씩 줄어들어 1984년에 비해 1996년에 1/3이 줄어든 바 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가별로 10~20%에 달하는 도소매업 종사자수도 비중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문제는 정보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근로자와 새로운 중개자로 등장하게 될 사이버매개체의 종사자 수 증가가 이러한 전통적인 분야에서의 고용감소를 상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대체효과만을 따진다면 디지털화의 진전은 고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중개업무는 사이버 중개업무에 비해 훨씬 노동집약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화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부문이 등장하고 디지털화에 따른 경제성장 확대로 구매력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에 미치는 순효과는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 데이터뱅크 컨설팅은 97년의 전자상거래 도입으로 인해 늘어난 고용자의 수가 4개 유럽국가에서 17만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도 있다.

디지털경제의 미래, 낙관만은 어려워

경제의 디지털화는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이익과 편리성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무한경쟁에 따른 기업의 공멸, 정보의 무분별한 범람, 개인정보 누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버범죄의 기승 등 디지털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급격한 기술혁신으로 경쟁이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디지털경제 시대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디지털화가 가져올 미래를 단순히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개인의 효용과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디지털경제를 맞이하는 경제주체들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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