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Post 논단) IMF 엉터리 처방 따를 경우, 우리 모두 패배자로 끝날 것
199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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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세계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IMF가 오히려 긴축경제를 독려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정말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으로 이익을 보는 쪽은 대형 투자가들이고 손해는 항상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IMF는 1944년 통화안정, 공황억제, 환투기 제한, 그리고 개별 국가의 경기침체에 대한 돌파구 마련을 목적으로 창설됐으나, 지금은 디플레이션 확산을 주도하고 정책실패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기구로 비난을 사고 있다. 또 IMF는 美 정부와 한통속으로 비쳐지고 있으며 따라서 IMF 프로그램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은 이 기구를 미국의 대리인으로 곧잘 간주하고 있다. IMF는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상대로 긴축정책 시행과 시장개방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천편일률적인 요구로 일관하고 있다.
IMF는 현재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을 더 깊은 경기침체의 늪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은 96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었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10년만에 무려 두배나 개선됐다. 한국은 좋은 제품을 생산해내고 高저축률, 高노동생산성, 高투자율을 달성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개발전략에는 정부가 매우 큰 역할을 차지했고 따라서 정부주도 개발모델의 성공가능성을 불신해 온 美 경제학자들은 이 점을 매우 언짢아했다.
현재 IMF와 미국은 한국 경제위기를 보며 정부주도의 개발정책은 결국 잘못된 투자결정, 부패, 과잉생산, 경제붕괴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이러한 개발모델을 포기하고 부실 금융기관들은 망하도록 내버려두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현 금융위기를 이용, 한국경제를 미국 구미에 맞게끔 뜯어고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들의 공식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이들의 위선은 가히 경탄할만하다. 이들 정통파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실패자를 처벌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80년대 초 美 주요은행들이 과욕을 부려 제3세계를 대상으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후 거의 파산상태에 빠졌을 때 이들에게 장부조작을 부추긴 장본인이 다름아닌 美 연준리였으며, 87년 증시붕괴때 대형금융기관의 도산을 막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측도 바로 연준리였다.
둘째, 한국 경제위기의 원인이 너무 갑작스런 시장 자유화 조치라는 증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전문가로 잘 알려진 앨리스 앰스덴(Alice Amsden)은 美 MIT大 교수는 원貨에 대한 환투기가 본격적으로 문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이겨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이후부터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국이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적절한 속도로 개방해야 하며 결코 경기침체라는 대가를 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도 한국에 대한 IMF의 엉터리 처방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한국은 對美수출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 할 것이고 더구나 한국 금융기관들이 붕괴할 경우 이들에 대한 최대 채권국인 일본이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지난 30년대를 방불케 한다. IMF가 아시아 국가들을 돕기보다는 이념 싸움에서 점수를 따는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흐뭇해하거나 위선적이거나 이데올로기 싸움을 할 시간이 없다. IMF의 긴축정책이 관철될 경우 우리 모두 패배자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고자 : 로버트 커트너(Robert Kuttner) 'The American Prospect'誌 공동편집인 (참고로 로버트 커트너는 미국내 진보적 경제학자의 한사람으로 한때 대통령 당선전 클린턴이 속했던 미국민주당 내 진보진영의 목소리역할을 하는 인물이다...편집자)
(Financial Times 논단) IMF 對아시아 지원 프로그램은 적절한 처방
1997.12.17
다음 글은 스탠리 피셔 IMF 수석 부총재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紙에 기고한 글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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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부 동남아 국가에 제시한 프로그램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그 내용은 첫째 IMF가 경제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의 특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친 긴축정책을 요구한다는 것, 둘째 해당 국가에 무리하게 금융시장 개방 압력을 가한다는 것, 셋째 구제금융을 제공함으로써 어리석은 투자행위를 부추긴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IMF가 태국과 한국으로부터 구제 요청을 받았을 때,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고는 심각한 고갈 상태였고 투자자의 신뢰는 무너졌다. 일단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해결책은 간단하지가 않으며 성장이 반드시 둔화된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신인도 회복이며, 이를 위해 IMF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에 대한 IMF 프로그램의 핵심은 거시적인 경제안정보다는 금융분야의 구조조정이다. 이는 과거의 해법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 개별 국가마다 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해 처방한 것이다.
거시경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IMF는 GDP 성장률을 추정해야만 했다. IMF는 한국의 98년도 GDP 성장률을 2.5~3%로 설정했다.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목표 성장률은 긴축적이라 볼 수 없다. 오히려 과도한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IMF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소요되는비용을 충당하고 국제수지를 회복하는데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재 정정책을 조정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
아시아 국가에 제시한 프로그램마다 재정긴축의 정도는 차이가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8%나 되는 태국의 경우 이를 3%로 줄일 것을 요구한 반면, 경상수지적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한국에는 GDP의 1.5%로 감소시킬 것을 요구했다.
성장률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재정팽창 정책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은 이미 몇 개월 전에 바닥났고, 자금유출 현상이 심화됐다. 지금은 정부가 차관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때가 아니다. 대외신인도가 회복되면 차관 증대는 가능할 것이고 재정정책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금리문제를 고려해 보자. IMF의 對아시아 프로그램은 해당 국가가 오랜 기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왔고 외환보유고가 고갈됐으며 환율이 급락한 상태에서 시작됐다. 국제기구와 외국 정부는 이들 국가가 외환보유고를 유지 및 재구축하며 신인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자금을 제공했다. 저금리로 인해 이러한 지원자금이 유출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경제안정 회복을 위해 적절한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고금리는 은행권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은행권의 문제는 IMF가 자금을 지원하기 전부터 불거져 나왔을 뿐, IMF 프로그램으로 인한 결과는 아니다. 경제안정이 회복된다며 금리는 자연히 인하될 것이다.
일부의 주장대로 저금리 유지와 환율 평가절하를 통해 경제를 고금리로부터 해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통화는 충분히 평가절하돼 있는 상태다. 또한 통화 평가절하로 대외채무가 가중한 기업은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도한 평가절하는 금융위기를 전세계로 확산시킨다. IMF는 위기재발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금융시장 개방 문제를 살펴보자. 외환보유고 고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가가 외국의 민간자본을 배척한다는 사실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은 금융시장 개방에 보수적인 국가로 유명하다. 이번 외환위기에서 얻게 된 교훈은 보호주의는 금융산업의 비효율을 야기, 세계와 보조를 맞출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외국은행이 자국은행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외국인의 지분매입 한도를 50%로 확대했다. 일부 언론은 기업의 대외차입 제한 철폐와 국내 채권시장 개방에 우려를 표명했으나, 한국 정부의 결정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은행 및 기업이 환위험에 대한 대책없이 대외채무를 과도하게 증가시킨데 있었다. IMF가 한국에 제시한 프로그램은 세계은행(IBRD) 및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프로그램과 연계,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도모할 것이다. 또한 IMF는 단기성 투기자금 유입에 대한 대책도 지원할 것이다.
동남아 경제위기에 대한 IMF의 해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IMF의 프로그램은 과거의 방법과는 다르며 특히 금융부문에 중점을 뒀다. 물론 IMF는 비평가들로부터 많은 점을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음 3부로 나뉜 글은 출처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편집자
美 재무부와 IMF의 금융위기 처방전은 실패작(上)
199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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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클린턴 美 대통령은 "現 금융위기는 지난 50년래 최악"이라 표현하며 초조해하고 있다. 또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을 비롯한 美 경제각료들은 얼마전만해도 2차 대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에 비교되곤 했으 나 아시아 위기가 15개월째 계속되면서 이러한 비교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美 정부와 IMF는 자기과신과 정치적 미숙 그리고 당초 예상치 않았던 정책결과가 발생하면서 금융위기 해결에 실패했다. 태국과 한국에서 금리 하락과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실날같은 희 망은 러시아의 경제붕괴로 사그라들었다. 이제 금융위기는 남미를 엿보며 세계적 경기침체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현재 어느때보다 강대해진 미국은 자국에서도 위험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現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는 97년 7월 태국에서 시작됐다. 태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미국은 IMF에 의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美 재무부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협의를 거쳐 모든 정책을 결정하면 IMF가 태국에 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의 위기는 여러 면에서 94년 멕시코 상황과 유사했으나 그보다 심각하진 않았다. 그래서 멕시코 위기를 퇴치한 바 있는 루빈 美 재무장관과 서머스 재무副장관은 태국에도 유사한 처방을 내렸다. 즉 태국은 IMF로부터 1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신 고금리와 정부지출 억제, 부실은행 폐쇄 그리고 통화가치 하락을 수용해야 했다.
美 재무부를 지휘하는 루빈 장관은 골드만 삭스에서 26년간 종사했던 월街의 베테랑이며 서머스 부장관은 하버드大 최연소 교수 출신의 경제통이다. 이 둘은 막연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하버드大 출신의 데이빗 립튼 美 재무차관은 20년간의 경제관리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쟁쟁한 인물이다. 또 IMF를 살펴보면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는 MIT에서 공부한 인물로 서머스 부장관과 거의 매일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미셸 캉드쉬 IMF 총재도 구제 금융조건의 수용을 완강히 저항하는 위기국 정치인들을 다루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왔다.
그런데 이들의 화려한 경력이 태국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멕시코를 되살렸던 처방이 태국에서는 듣지 않은 것이다. 사실 멕시코와 태국은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멕시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최대 경제국 미국에 의존, 경기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태국의 경우 주변국인 세계 2대 경제국 일본이 그러한 역할을 거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처음부터 태국의 위기에 무심했던 것은 아니다.
美 재무부는 IMF가 태국에 차관을 제공토록 했지만 자국돈은 한푼도 투입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95년 초 재무부와 대통령이 사용권을 가진 환율안정기금(ESF)에서 200억 달러를 멕시코에 제공한 바 있는데 이러한 행동이 美 의회의 분노를 초래, ESF의 향후 사용이 제한돼 버렸다. 그런데 태국에 위기가 발생하던 때 의회의 제한이 해제될 참이었다. 이때 의회의 제한 연장을 우려한 재무부가 기금 사용을 회피, 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동결시킨 것이다. 미국의 지원 동결에 태국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됐고 아시아 각국은 미국이 과연 필요한 경우 지원에 나설 것인가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일본은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례총회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을 건의하며 미국을 제외한 亞 각국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마련하자고 제안, 태국의 위기해결에 동참하려 했었다. 이러한 제안에 美 재무부는 IMF보다 엄격하지 않은 조건하에 대규모 차관이 제공되고 또 미국의 정책결정 우선권이 위협받게 될 것을 우려, 일본의 기세를 꺾기에 주력했다. 또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일본의 야심을 미심쩍어 하며 미국 편에 섰다. 결국 美 재무부의 뜻대로 AMF는 무산됐지만 현재 美 정부 내외에서는 보람없는 승리가 아닌가 하는 회의론도 있다.
美 정부의 비난에 일본은 당황했다. 그리고 의기양양해진 서머스 부장관은 "1, 2차 세계대전 사이에 발생했던 지역주의와 보호주의가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제적 지도력이 절대적"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그는 ''미스터 엔''이란 칭호를 가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日 대장성 재무관을 빈정대며 자신은 ''닥터 달러''라고 사석에서 지칭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행동에 대해 자그디쉬 바그와티 美 콜롬비아大 교수는 "미국은 일본이 실질적 재원을 담당 해주길 원하지만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포기를 원치 않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美 재무부와 IMF의 금융위기 처방전은 실패작(中)
199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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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 등 美 정부 관리들이 아시아를 조기에 회복시켰다면 큰 비난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패했다. 이들의 처방전은 비참한 부작용을 일으켜 병세는 악화되고 환자는 의사의 자질을 의심하게 됐다.
이러한 비난에 재무부와 IMF는 참고 기다리라고 권고했다. 이들은 정권교체를 이룬 태국과 한국에서 IMF의 개혁을 수용하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나 개혁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印尼는 악화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 등의 환율 금리 무역수지 실업률 추이를 제시하며 94년말 멕시코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빈 장관은 "한국과 태국의 경우, IMF의 개혁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현재보다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한다.
당초 재무부 주 도의 IMF 처방전을 지지했던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주 美 의회에서 "IMF는 위기를 일으킨 일부 근본적 문제의 깊이를 잘못 파악했다"며 "그들의 행동은 초기 단계에서 일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IMF가 30년대 대공황 당시 균형예산을 맞추려던 허버트 후버 前 美 대통령의 실책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즉 IMF는 처음엔 통화 평가절하를 부추기더니 나중엔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필요하게도 고통스런 고금리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삭감에서도 IMF는 소폭의 경기둔화라는 지나친 낙관론을 펼치며 은행권 구조조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지출 축소를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시중에 필요한 자금은 오히려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루빈 장관도 "그렇게 엄격한 지출축소를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며 실책을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피셔 IMF 부총재는 위기가 심화되면서 印尼에 정부예산 완화를 요구했었다고 말한다. 당초 IMF는 印尼에 연료 및 식용류 등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 폐지를 요구했고 印尼 정부는 루피아貨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5월 印尼가 돌연 보조금을 폐지, 휘발유 가격이 71% 폭등하면서 印尼 전역이 폭동에 휩싸여 수백명이 사망하고 결국 수하르토 대통령은 사임하게 됐다.
이에 대해 IMF 관리들은 갑작스런 보조금 폐지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印尼 정부가 예컨대 버스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연 료가격을 차별적으로 설정하는 등 빈민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IMF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인명사고에 충격을 받은 美 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보조금 폐지 문제가 다른 식으로 다뤄지거나 혹은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학 때까지 보조금 폐지를 연 기했다면 폭력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내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재무부와 IMF는 태국 한국 등의 통화가치 하락은 경제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 경제정책 실패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위기관련국이 환율방어에 필요한 달러가 고갈됐을 때 통화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통화가치는 재무부와 IMF의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내 일부에서도 통화가치 하락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IMF를 비난하고 있다. 즉 IMF가 통화 평가절하 불허를 천명했던 아르헨티나 등에 가치하락이 시장 공격에 대처하는데 더 효율적이라 권고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무부와 IMF는 위기관련국에 고금리를 적용한데 대해 아무런 실책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금리를 유지해야 국내외 투자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에 긴축통화정책은 통화가치가 하락한 국가들에게 적용하는 전통적 처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부총재는 최근 美 브루킹스 연구소 세미나에서 아시아에서 고금리가 환율방어에서 효과를 발휘했다기보다는 자본차입도가 높은 기업들에게 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제프리 삭스 하버드大 교수도 고금리가 투자자를 내쫓았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머스 부장관과 피셔 부총재는 한국과 태국의 금리가 최고치를 벗어났다면서 금리를 낮췄을 경우, 금융위기가 더 심화됐을 것이란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재무부와 IMF가 亞 위기 초기단계에서 저지른 실책의 백미는 과도한 채무를 안고 있는 아시아의 은행과 기업에 대한 지원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재무부와 IMF는 정부의 외채 경감을 위한 채권단과의 협상에는 일조했으나 한국의 은행권이나 印尼 기업들의 민간 외채에 대해서는 중재를 기피했던 것이다. 즉 민간 외채는 민간이 알아서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美 재무부와 IMF의 금융위기 처방전은 실패작(下)
199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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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2월 초 한국에 대한 580억 달러에 구제금융 결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美 정부의 태도는 변하기 시작했다. IMF 등이 한국 에 긴급지원한 자금이 은행권의 외채를 갚는데 사용되자 루빈 장관은 미국 등 서구 은행들이 한국 은행권의 채권만기를 연장해 주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재무부 연준리 IMF는 전세계 주요 은행장들을 뉴욕연방은행에 소집, 한국이 디폴트를 선언 하면 다른 채무국들에 엄청난 파장이 미칠 것이라며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은행장들은 한국 은행권의 채권을 일단 일시 연장하고 후에 협상을 거쳐 새로운 조건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한국의 디폴트는 피하게 된 것이다.
루빈 장관은 이러한 은행장들 의 협정을 하나의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민간 채권단은 위험한 투자를 단행한데 대한 일부 대가를 지불하고 차입자는 부채를 반드시 상환토록 해 국제적인 파산의 재조정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美 재무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구상을 마련, 9월 7일 클린턴 대통령은 채권단이 대출금을 상환받는 대신 차입자의 자산을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러한 방안이 마련되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됐을까. 이에 대해 루빈 장관은 "이러한 방안을 강제적 구조조정으로 간주한다면 채권단들은 이런 방안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되기 전 빠져나오려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美 정부 관리들은 경제면에서는 탁월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印尼 일본 러시아의 미묘한 정치판을 조종하진 못했다. 印尼의 경우,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경제개혁을 수용토록 할 것인가 아니면 친미성향 인물을 대통령으로 대체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재무부와 IMF는 수하르토를 금융시장 신인도 회복의 장애물로 간주했으나 국무부와 국방부는 수하르토를 대신할 후계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美 정부는 금융위기가 러시아로 확산되지 않길 기대했다. 수백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 는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아시아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美 재무부는 러시아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핵무기를 감축시킨다는 작전을 세웠지만 시행하지 못했다. 5월 말 러시아가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했고 재무부는 IMF에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라고 촉구 했다. 피셔 부총재도 미국편에 서서 러시아를 지원, 경제붕괴를 막고 금융위기가 남미로 확산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MF의 일부 관리들은 러시아 지원을 낭비로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러시아 지원은 대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했던 마이클 무사 IMF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美 국제경제연구소(IIE)에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 정부를 "한푼도 지원해줄 가치도 없는 범죄집단"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3배가 확대된 러시아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은 명백한 실패작이다. 48억 달러의 1차 지원금은 루블貨 신인도 회복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IMF의 지원금은 루블貨를 달러로 환전하는데 소진됐다. 러시아는 지원금 확대를 호소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8월 중순 美 정부내에서 러시아 추가지원 의견이 제기됐지만 IMF 출자에 대한 의회 승인에 도움이 안되고 자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무산된 것이다.
IMF는 미국 독일 등의 정부 관리들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를 구제하지 않으면 루블貨 평가절하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92년 이후 IMF가 러시아에 지원한 금액은 260억 달러에 이르고 피셔 부총재도 더 이상의 지원은 신중치 못한 행위라고 결론내렸다. G7 정상들도 자본 지원을 꺼리고 있었다. 그리고 8월 17일 러시아는 사실상의 디폴트를 선언하자 전세계 투자자들은 IMF의 원칙이 변경됐음을 알게 됐다. 즉 더 이상 IMF의 구제금융에 의지하지 못하게 된 투자자들은 위험해진 남미를 떠나면서 남미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BW논단) 한국, '투자개방'이 IMF 지원보다 급선무
199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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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루디 돈부시(Rudi Dornbusch) MIT大 교수가 Business Week(1997년 12월 8일자)에 기고한 것이다.
동남아 경제위기 파동이 한국까지 확산됐다. 한국이 대외차관 상환 불능에 빠지지 않기 위해 IMF에 6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요청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건전한 재정, 높은 성장률, 좋은 신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난 20년간 건전한 규제, 경쟁, 엄격한 신용정책, 깨끗한 정부로 이행에 실패한 한국의 모습이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나쁜 소식이지만 그렇게 돼가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금융권, 기업, 정부, 근로자 모두의 문제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자금시장이 유동성과잉 상태가 되자 무분별한 여신을 실시했다. 이들 국가의 기업과 은행들은 美정부보다 매우 낮은 프리미엄에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여신검사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대출만기일의 현금흐름도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과 은행의 위기에는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가 있다. 국가통제주의가 과거 경제발전의 초석을 이뤘지만 이제 경제 정책이 다양해진만큼 경제 문제는 시장 기능과 권력 분산으로 해결해야 한다. 금융시스템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실제로 자금을 분배하던 기관은은행이 아니라 한국 정부였다. 이러한 시스템 정비에는 GDP의 15%가 소요될 것이다. 불균형한 산업구조도 문제다. GDP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재벌들은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지도력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중국, 동남아 등의 저임금 국가들과 경쟁을 벌일 뿐 아니라 일본 등 선진국들과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제조업체들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아시아 각국의 환율평가절하도 한국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근무 조건도 바꿔놓았다. 근로자들은 생산성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았지만 그러한 관행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민주화는 은행권의 부실채권만큼이나 만연한 부정부패를 세상에 드러냈다. 한국도 일본이나 독일처럼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관료주의적 태도가 창조성을 말살시키고 있다. 인적자원은 우수하지만 개혁이 따라 주질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 인수 허용
한국은 재빨리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계속되는 환율 상승, 지지부진한 개혁, 부실기업과 은행에 대한 지원, 외부의 지원정책 등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한국은 시장을 전면개방해야 한다. 오랜 기간 방치해 온 부실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수를 허용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위기를 계기로 한국 경제는 제기능을 발휘하는 체제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IMF, 미국 등의 자금 제공단도 한국 경제 회복에 동조해야 할 것이다. (Business Week, 12/8)
199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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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세계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IMF가 오히려 긴축경제를 독려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정말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으로 이익을 보는 쪽은 대형 투자가들이고 손해는 항상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IMF는 1944년 통화안정, 공황억제, 환투기 제한, 그리고 개별 국가의 경기침체에 대한 돌파구 마련을 목적으로 창설됐으나, 지금은 디플레이션 확산을 주도하고 정책실패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기구로 비난을 사고 있다. 또 IMF는 美 정부와 한통속으로 비쳐지고 있으며 따라서 IMF 프로그램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은 이 기구를 미국의 대리인으로 곧잘 간주하고 있다. IMF는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상대로 긴축정책 시행과 시장개방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천편일률적인 요구로 일관하고 있다.
IMF는 현재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을 더 깊은 경기침체의 늪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은 96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었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10년만에 무려 두배나 개선됐다. 한국은 좋은 제품을 생산해내고 高저축률, 高노동생산성, 高투자율을 달성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개발전략에는 정부가 매우 큰 역할을 차지했고 따라서 정부주도 개발모델의 성공가능성을 불신해 온 美 경제학자들은 이 점을 매우 언짢아했다.
현재 IMF와 미국은 한국 경제위기를 보며 정부주도의 개발정책은 결국 잘못된 투자결정, 부패, 과잉생산, 경제붕괴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이러한 개발모델을 포기하고 부실 금융기관들은 망하도록 내버려두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현 금융위기를 이용, 한국경제를 미국 구미에 맞게끔 뜯어고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들의 공식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이들의 위선은 가히 경탄할만하다. 이들 정통파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실패자를 처벌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80년대 초 美 주요은행들이 과욕을 부려 제3세계를 대상으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후 거의 파산상태에 빠졌을 때 이들에게 장부조작을 부추긴 장본인이 다름아닌 美 연준리였으며, 87년 증시붕괴때 대형금융기관의 도산을 막기 위해 돈을 쏟아부은 측도 바로 연준리였다.
둘째, 한국 경제위기의 원인이 너무 갑작스런 시장 자유화 조치라는 증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전문가로 잘 알려진 앨리스 앰스덴(Alice Amsden)은 美 MIT大 교수는 원貨에 대한 환투기가 본격적으로 문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이겨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이후부터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국이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적절한 속도로 개방해야 하며 결코 경기침체라는 대가를 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도 한국에 대한 IMF의 엉터리 처방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한국은 對美수출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 할 것이고 더구나 한국 금융기관들이 붕괴할 경우 이들에 대한 최대 채권국인 일본이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지난 30년대를 방불케 한다. IMF가 아시아 국가들을 돕기보다는 이념 싸움에서 점수를 따는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흐뭇해하거나 위선적이거나 이데올로기 싸움을 할 시간이 없다. IMF의 긴축정책이 관철될 경우 우리 모두 패배자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고자 : 로버트 커트너(Robert Kuttner) 'The American Prospect'誌 공동편집인 (참고로 로버트 커트너는 미국내 진보적 경제학자의 한사람으로 한때 대통령 당선전 클린턴이 속했던 미국민주당 내 진보진영의 목소리역할을 하는 인물이다...편집자)
(Financial Times 논단) IMF 對아시아 지원 프로그램은 적절한 처방
1997.12.17
다음 글은 스탠리 피셔 IMF 수석 부총재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紙에 기고한 글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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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부 동남아 국가에 제시한 프로그램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그 내용은 첫째 IMF가 경제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의 특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친 긴축정책을 요구한다는 것, 둘째 해당 국가에 무리하게 금융시장 개방 압력을 가한다는 것, 셋째 구제금융을 제공함으로써 어리석은 투자행위를 부추긴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IMF가 태국과 한국으로부터 구제 요청을 받았을 때,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고는 심각한 고갈 상태였고 투자자의 신뢰는 무너졌다. 일단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해결책은 간단하지가 않으며 성장이 반드시 둔화된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신인도 회복이며, 이를 위해 IMF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에 대한 IMF 프로그램의 핵심은 거시적인 경제안정보다는 금융분야의 구조조정이다. 이는 과거의 해법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 개별 국가마다 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해 처방한 것이다.
거시경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IMF는 GDP 성장률을 추정해야만 했다. IMF는 한국의 98년도 GDP 성장률을 2.5~3%로 설정했다.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목표 성장률은 긴축적이라 볼 수 없다. 오히려 과도한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IMF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소요되는비용을 충당하고 국제수지를 회복하는데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재 정정책을 조정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
아시아 국가에 제시한 프로그램마다 재정긴축의 정도는 차이가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8%나 되는 태국의 경우 이를 3%로 줄일 것을 요구한 반면, 경상수지적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한국에는 GDP의 1.5%로 감소시킬 것을 요구했다.
성장률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재정팽창 정책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은 이미 몇 개월 전에 바닥났고, 자금유출 현상이 심화됐다. 지금은 정부가 차관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때가 아니다. 대외신인도가 회복되면 차관 증대는 가능할 것이고 재정정책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금리문제를 고려해 보자. IMF의 對아시아 프로그램은 해당 국가가 오랜 기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왔고 외환보유고가 고갈됐으며 환율이 급락한 상태에서 시작됐다. 국제기구와 외국 정부는 이들 국가가 외환보유고를 유지 및 재구축하며 신인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자금을 제공했다. 저금리로 인해 이러한 지원자금이 유출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경제안정 회복을 위해 적절한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고금리는 은행권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은행권의 문제는 IMF가 자금을 지원하기 전부터 불거져 나왔을 뿐, IMF 프로그램으로 인한 결과는 아니다. 경제안정이 회복된다며 금리는 자연히 인하될 것이다.
일부의 주장대로 저금리 유지와 환율 평가절하를 통해 경제를 고금리로부터 해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통화는 충분히 평가절하돼 있는 상태다. 또한 통화 평가절하로 대외채무가 가중한 기업은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도한 평가절하는 금융위기를 전세계로 확산시킨다. IMF는 위기재발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금융시장 개방 문제를 살펴보자. 외환보유고 고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가가 외국의 민간자본을 배척한다는 사실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은 금융시장 개방에 보수적인 국가로 유명하다. 이번 외환위기에서 얻게 된 교훈은 보호주의는 금융산업의 비효율을 야기, 세계와 보조를 맞출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외국은행이 자국은행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외국인의 지분매입 한도를 50%로 확대했다. 일부 언론은 기업의 대외차입 제한 철폐와 국내 채권시장 개방에 우려를 표명했으나, 한국 정부의 결정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은행 및 기업이 환위험에 대한 대책없이 대외채무를 과도하게 증가시킨데 있었다. IMF가 한국에 제시한 프로그램은 세계은행(IBRD) 및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프로그램과 연계,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도모할 것이다. 또한 IMF는 단기성 투기자금 유입에 대한 대책도 지원할 것이다.
동남아 경제위기에 대한 IMF의 해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IMF의 프로그램은 과거의 방법과는 다르며 특히 금융부문에 중점을 뒀다. 물론 IMF는 비평가들로부터 많은 점을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음 3부로 나뉜 글은 출처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편집자
美 재무부와 IMF의 금융위기 처방전은 실패작(上)
199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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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클린턴 美 대통령은 "現 금융위기는 지난 50년래 최악"이라 표현하며 초조해하고 있다. 또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을 비롯한 美 경제각료들은 얼마전만해도 2차 대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에 비교되곤 했으 나 아시아 위기가 15개월째 계속되면서 이러한 비교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美 정부와 IMF는 자기과신과 정치적 미숙 그리고 당초 예상치 않았던 정책결과가 발생하면서 금융위기 해결에 실패했다. 태국과 한국에서 금리 하락과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실날같은 희 망은 러시아의 경제붕괴로 사그라들었다. 이제 금융위기는 남미를 엿보며 세계적 경기침체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현재 어느때보다 강대해진 미국은 자국에서도 위험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現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는 97년 7월 태국에서 시작됐다. 태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미국은 IMF에 의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美 재무부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협의를 거쳐 모든 정책을 결정하면 IMF가 태국에 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의 위기는 여러 면에서 94년 멕시코 상황과 유사했으나 그보다 심각하진 않았다. 그래서 멕시코 위기를 퇴치한 바 있는 루빈 美 재무장관과 서머스 재무副장관은 태국에도 유사한 처방을 내렸다. 즉 태국은 IMF로부터 1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신 고금리와 정부지출 억제, 부실은행 폐쇄 그리고 통화가치 하락을 수용해야 했다.
美 재무부를 지휘하는 루빈 장관은 골드만 삭스에서 26년간 종사했던 월街의 베테랑이며 서머스 부장관은 하버드大 최연소 교수 출신의 경제통이다. 이 둘은 막연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하버드大 출신의 데이빗 립튼 美 재무차관은 20년간의 경제관리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쟁쟁한 인물이다. 또 IMF를 살펴보면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는 MIT에서 공부한 인물로 서머스 부장관과 거의 매일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미셸 캉드쉬 IMF 총재도 구제 금융조건의 수용을 완강히 저항하는 위기국 정치인들을 다루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왔다.
그런데 이들의 화려한 경력이 태국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멕시코를 되살렸던 처방이 태국에서는 듣지 않은 것이다. 사실 멕시코와 태국은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멕시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최대 경제국 미국에 의존, 경기침체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만 태국의 경우 주변국인 세계 2대 경제국 일본이 그러한 역할을 거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처음부터 태국의 위기에 무심했던 것은 아니다.
美 재무부는 IMF가 태국에 차관을 제공토록 했지만 자국돈은 한푼도 투입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95년 초 재무부와 대통령이 사용권을 가진 환율안정기금(ESF)에서 200억 달러를 멕시코에 제공한 바 있는데 이러한 행동이 美 의회의 분노를 초래, ESF의 향후 사용이 제한돼 버렸다. 그런데 태국에 위기가 발생하던 때 의회의 제한이 해제될 참이었다. 이때 의회의 제한 연장을 우려한 재무부가 기금 사용을 회피, 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동결시킨 것이다. 미국의 지원 동결에 태국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됐고 아시아 각국은 미국이 과연 필요한 경우 지원에 나설 것인가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일본은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례총회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을 건의하며 미국을 제외한 亞 각국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마련하자고 제안, 태국의 위기해결에 동참하려 했었다. 이러한 제안에 美 재무부는 IMF보다 엄격하지 않은 조건하에 대규모 차관이 제공되고 또 미국의 정책결정 우선권이 위협받게 될 것을 우려, 일본의 기세를 꺾기에 주력했다. 또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일본의 야심을 미심쩍어 하며 미국 편에 섰다. 결국 美 재무부의 뜻대로 AMF는 무산됐지만 현재 美 정부 내외에서는 보람없는 승리가 아닌가 하는 회의론도 있다.
美 정부의 비난에 일본은 당황했다. 그리고 의기양양해진 서머스 부장관은 "1, 2차 세계대전 사이에 발생했던 지역주의와 보호주의가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제적 지도력이 절대적"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그는 ''미스터 엔''이란 칭호를 가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日 대장성 재무관을 빈정대며 자신은 ''닥터 달러''라고 사석에서 지칭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행동에 대해 자그디쉬 바그와티 美 콜롬비아大 교수는 "미국은 일본이 실질적 재원을 담당 해주길 원하지만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포기를 원치 않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美 재무부와 IMF의 금융위기 처방전은 실패작(中)
199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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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 등 美 정부 관리들이 아시아를 조기에 회복시켰다면 큰 비난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패했다. 이들의 처방전은 비참한 부작용을 일으켜 병세는 악화되고 환자는 의사의 자질을 의심하게 됐다.
이러한 비난에 재무부와 IMF는 참고 기다리라고 권고했다. 이들은 정권교체를 이룬 태국과 한국에서 IMF의 개혁을 수용하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나 개혁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印尼는 악화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 등의 환율 금리 무역수지 실업률 추이를 제시하며 94년말 멕시코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빈 장관은 "한국과 태국의 경우, IMF의 개혁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현재보다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한다.
당초 재무부 주 도의 IMF 처방전을 지지했던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주 美 의회에서 "IMF는 위기를 일으킨 일부 근본적 문제의 깊이를 잘못 파악했다"며 "그들의 행동은 초기 단계에서 일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IMF가 30년대 대공황 당시 균형예산을 맞추려던 허버트 후버 前 美 대통령의 실책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즉 IMF는 처음엔 통화 평가절하를 부추기더니 나중엔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필요하게도 고통스런 고금리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삭감에서도 IMF는 소폭의 경기둔화라는 지나친 낙관론을 펼치며 은행권 구조조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지출 축소를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시중에 필요한 자금은 오히려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루빈 장관도 "그렇게 엄격한 지출축소를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며 실책을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피셔 IMF 부총재는 위기가 심화되면서 印尼에 정부예산 완화를 요구했었다고 말한다. 당초 IMF는 印尼에 연료 및 식용류 등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 폐지를 요구했고 印尼 정부는 루피아貨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5월 印尼가 돌연 보조금을 폐지, 휘발유 가격이 71% 폭등하면서 印尼 전역이 폭동에 휩싸여 수백명이 사망하고 결국 수하르토 대통령은 사임하게 됐다.
이에 대해 IMF 관리들은 갑작스런 보조금 폐지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印尼 정부가 예컨대 버스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연 료가격을 차별적으로 설정하는 등 빈민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IMF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인명사고에 충격을 받은 美 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보조금 폐지 문제가 다른 식으로 다뤄지거나 혹은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학 때까지 보조금 폐지를 연 기했다면 폭력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내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재무부와 IMF는 태국 한국 등의 통화가치 하락은 경제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 경제정책 실패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위기관련국이 환율방어에 필요한 달러가 고갈됐을 때 통화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통화가치는 재무부와 IMF의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내 일부에서도 통화가치 하락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IMF를 비난하고 있다. 즉 IMF가 통화 평가절하 불허를 천명했던 아르헨티나 등에 가치하락이 시장 공격에 대처하는데 더 효율적이라 권고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무부와 IMF는 위기관련국에 고금리를 적용한데 대해 아무런 실책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금리를 유지해야 국내외 투자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에 긴축통화정책은 통화가치가 하락한 국가들에게 적용하는 전통적 처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부총재는 최근 美 브루킹스 연구소 세미나에서 아시아에서 고금리가 환율방어에서 효과를 발휘했다기보다는 자본차입도가 높은 기업들에게 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제프리 삭스 하버드大 교수도 고금리가 투자자를 내쫓았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머스 부장관과 피셔 부총재는 한국과 태국의 금리가 최고치를 벗어났다면서 금리를 낮췄을 경우, 금융위기가 더 심화됐을 것이란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재무부와 IMF가 亞 위기 초기단계에서 저지른 실책의 백미는 과도한 채무를 안고 있는 아시아의 은행과 기업에 대한 지원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재무부와 IMF는 정부의 외채 경감을 위한 채권단과의 협상에는 일조했으나 한국의 은행권이나 印尼 기업들의 민간 외채에 대해서는 중재를 기피했던 것이다. 즉 민간 외채는 민간이 알아서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美 재무부와 IMF의 금융위기 처방전은 실패작(下)
199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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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2월 초 한국에 대한 580억 달러에 구제금융 결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美 정부의 태도는 변하기 시작했다. IMF 등이 한국 에 긴급지원한 자금이 은행권의 외채를 갚는데 사용되자 루빈 장관은 미국 등 서구 은행들이 한국 은행권의 채권만기를 연장해 주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재무부 연준리 IMF는 전세계 주요 은행장들을 뉴욕연방은행에 소집, 한국이 디폴트를 선언 하면 다른 채무국들에 엄청난 파장이 미칠 것이라며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은행장들은 한국 은행권의 채권을 일단 일시 연장하고 후에 협상을 거쳐 새로운 조건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한국의 디폴트는 피하게 된 것이다.
루빈 장관은 이러한 은행장들 의 협정을 하나의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민간 채권단은 위험한 투자를 단행한데 대한 일부 대가를 지불하고 차입자는 부채를 반드시 상환토록 해 국제적인 파산의 재조정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美 재무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구상을 마련, 9월 7일 클린턴 대통령은 채권단이 대출금을 상환받는 대신 차입자의 자산을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러한 방안이 마련되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됐을까. 이에 대해 루빈 장관은 "이러한 방안을 강제적 구조조정으로 간주한다면 채권단들은 이런 방안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되기 전 빠져나오려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美 정부 관리들은 경제면에서는 탁월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印尼 일본 러시아의 미묘한 정치판을 조종하진 못했다. 印尼의 경우,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경제개혁을 수용토록 할 것인가 아니면 친미성향 인물을 대통령으로 대체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재무부와 IMF는 수하르토를 금융시장 신인도 회복의 장애물로 간주했으나 국무부와 국방부는 수하르토를 대신할 후계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美 정부는 금융위기가 러시아로 확산되지 않길 기대했다. 수백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 는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아시아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美 재무부는 러시아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핵무기를 감축시킨다는 작전을 세웠지만 시행하지 못했다. 5월 말 러시아가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했고 재무부는 IMF에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라고 촉구 했다. 피셔 부총재도 미국편에 서서 러시아를 지원, 경제붕괴를 막고 금융위기가 남미로 확산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MF의 일부 관리들은 러시아 지원을 낭비로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러시아 지원은 대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했던 마이클 무사 IMF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美 국제경제연구소(IIE)에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 정부를 "한푼도 지원해줄 가치도 없는 범죄집단"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3배가 확대된 러시아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은 명백한 실패작이다. 48억 달러의 1차 지원금은 루블貨 신인도 회복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IMF의 지원금은 루블貨를 달러로 환전하는데 소진됐다. 러시아는 지원금 확대를 호소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8월 중순 美 정부내에서 러시아 추가지원 의견이 제기됐지만 IMF 출자에 대한 의회 승인에 도움이 안되고 자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무산된 것이다.
IMF는 미국 독일 등의 정부 관리들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를 구제하지 않으면 루블貨 평가절하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92년 이후 IMF가 러시아에 지원한 금액은 260억 달러에 이르고 피셔 부총재도 더 이상의 지원은 신중치 못한 행위라고 결론내렸다. G7 정상들도 자본 지원을 꺼리고 있었다. 그리고 8월 17일 러시아는 사실상의 디폴트를 선언하자 전세계 투자자들은 IMF의 원칙이 변경됐음을 알게 됐다. 즉 더 이상 IMF의 구제금융에 의지하지 못하게 된 투자자들은 위험해진 남미를 떠나면서 남미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BW논단) 한국, '투자개방'이 IMF 지원보다 급선무
199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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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루디 돈부시(Rudi Dornbusch) MIT大 교수가 Business Week(1997년 12월 8일자)에 기고한 것이다.
동남아 경제위기 파동이 한국까지 확산됐다. 한국이 대외차관 상환 불능에 빠지지 않기 위해 IMF에 6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요청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건전한 재정, 높은 성장률, 좋은 신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난 20년간 건전한 규제, 경쟁, 엄격한 신용정책, 깨끗한 정부로 이행에 실패한 한국의 모습이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나쁜 소식이지만 그렇게 돼가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금융권, 기업, 정부, 근로자 모두의 문제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자금시장이 유동성과잉 상태가 되자 무분별한 여신을 실시했다. 이들 국가의 기업과 은행들은 美정부보다 매우 낮은 프리미엄에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여신검사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대출만기일의 현금흐름도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과 은행의 위기에는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가 있다. 국가통제주의가 과거 경제발전의 초석을 이뤘지만 이제 경제 정책이 다양해진만큼 경제 문제는 시장 기능과 권력 분산으로 해결해야 한다. 금융시스템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실제로 자금을 분배하던 기관은은행이 아니라 한국 정부였다. 이러한 시스템 정비에는 GDP의 15%가 소요될 것이다. 불균형한 산업구조도 문제다. GDP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재벌들은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지도력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중국, 동남아 등의 저임금 국가들과 경쟁을 벌일 뿐 아니라 일본 등 선진국들과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제조업체들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아시아 각국의 환율평가절하도 한국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근무 조건도 바꿔놓았다. 근로자들은 생산성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았지만 그러한 관행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민주화는 은행권의 부실채권만큼이나 만연한 부정부패를 세상에 드러냈다. 한국도 일본이나 독일처럼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관료주의적 태도가 창조성을 말살시키고 있다. 인적자원은 우수하지만 개혁이 따라 주질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 인수 허용
한국은 재빨리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계속되는 환율 상승, 지지부진한 개혁, 부실기업과 은행에 대한 지원, 외부의 지원정책 등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한국은 시장을 전면개방해야 한다. 오랜 기간 방치해 온 부실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수를 허용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위기를 계기로 한국 경제는 제기능을 발휘하는 체제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IMF, 미국 등의 자금 제공단도 한국 경제 회복에 동조해야 할 것이다. (Business Week,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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