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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네트웍 효과가 현저한 산업에 속하는 기업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네트웍 효과가 현저한 산업에 속하는 기업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네트웍 효과란?


네트웍 효과 (network effects)란 개념은 지난 몇 년 사이에 경제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까지도 유행처럼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정보기술에 근거한 생산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이 용어는 사용빈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영학 문헌에서도 네트웍 효과에 대해 상세하게 언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1)


그렇다면 이 네트웍 효과 또는 네트웍 외부경제 (network externalities)(2) 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용어의 뜻을 가장 쉽게 표현하자면 어떤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예를 들면 이해가 더욱 용이해진다. 전세계에 단 한 사람만이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메일을 보낼 상대도 없거니와 방문할 웹사이트도 없기 때문에 인터넷은 사용자에게 아무런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네트웍이 확대되어 친구와 친척들이 인터넷에 속속 가입하고 아마존, 야후 등 각종 볼만한 웹사이트가 생겨남에 따라 이 네트웍의 가치는 점차 높아지게 된다.


경제학자인 니콜라스 이코노마이디스 (Nicholas Economides)는 네트웍 효과에 대해 좀더 이론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예를 들어 n명의 가입자를 갖는 전화통신 네트웍에 (n+1)번째 가입자가 들어오면 추가로 2n회만큼의 전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신규가입자로부터 기존 가입자 모두에게 전화를 하는 횟수와 그 반대의 경우를 포함). 결국 (n+1)번째 가입자가 들어와서 걸 수 있는 추가 통화 수 (2n)는 네트웍의 크기 (n)와 비례하여 커지게 된다. 각 통화마다 일정한 가치가 부여된다고 가정한다면 한 명의 가입자를 더할 때 발생되는 가치는 네트웍의 크기가 증대될수록 커짐을 알 수 있다. (3)


2. 네트웍 효과의 유형과 특성


그러나 이런 네트웍 효과는 결코 최근에 새롭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물론 정보기술 산업의 경우 대부분이 높은 네트웍 효과를 갖고 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네트워킹 업체 3Com의 설립자로 Ethernet 발명가로 알려진 로버트 메트칼프가 “네트웍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소위 메트칼프의 법칙 (Metcalfe’s Law)(4)을 내놓아 지난 몇 년 사이에 네트웍 효과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네트웍 효과는 과거부터 있어왔고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한 언급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이후로 설치되기 시작한 전화 네트웍이나 철도 네트웍, 전기송신 네트웍 등은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고 1950년대 이후 대대적인 건설이 시작된 전국적 하이웨이 시스템도 네트웍 효과의 고전적 예에 속한다.

네트웍을 특성별로 분류해보자면 전화통신 네트웍처럼 가시적인 형태가 있을 수 있고 “영화동호인의 네트웍”이나 “박찬호 팬클럽”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비유적인 네트웍도 있을 수 있다. 한편 네트웍이 존재하지 않고는 개별 단위가 전혀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전화 네트웍)가 있는가 하면 개별 단위로도 부분적인 가치를 갖고 네트웍이 있음으로써 추가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사용자의 네트웍).


어떤 의미에서 네트웍 효과는 철강이나 자동차 등 전통적인 대량생산 제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규모의 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규모의 경제는 한 상품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평균생산비용이 감소되고 따라서 최종소비자 가격을 하락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네트웍 효과가 발현되는 경우 물론 호환성의 확대로 인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네트웍 상품의 사용이 더 편리해진다는 이점도 있지만 그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가장 궁극적인 혜택은 주어진 상품의 가격이 하락한다는데 있다. 그런 면에서 네트웍 효과는 규모의 경제의 한 측면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5)


다만 이 두 개념의 차이점이라면, 규모의 경제가 초래하는 가격하락의 속도가 한정되어 있고 생산이 일정규모를 넘어서면 관리상의 어려움이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오히려 규모의 비경제 (diseconomies of scale)를 초래할 수 있는 반면에, 네트웍 효과는 그러한 한계를 갖지 않는다는데 있다. 특히 인터넷 기업을 포함한 소위 정보기술 기업들의 경우 네트웍 효과를 통해서 가입자 망, 브랜드 인지도와 같은 자사의 무형자산을 무한대로 늘일 수 있다는 면에서 이 두 가지 개념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네트웍 효과를 논의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이 네트웍 효과로 인하여 단지 다른 기술보다 먼저 생겨났거나 우연한 계기로 사용자의 수가 많아지게 됐다는 이유 때문에 열등한 표준이 지배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는 소위 진로 의존성 (path dependence) 또는 기술적 고착화 (technological lock-in)의 문제이다.(6) 다시 말하면 시장초기진입 기업은 이 네트웍 효과를 근거로 신규진입 경쟁사들이 넘기 어려운 강력한 진입장벽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진입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이점 (first-mover advantage)에 근거하여 시장지배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발기업이 우월한 기술을 갖고 있다거나 이전세대 기술에 대해 높은 호환성을 갖고 있을 경우 소비자들은 선발기업의 상품이 이미 형성한 네트웍 효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7)


3. 새로운 가치평가 방법의 필요성


그렇다면 이런 네트웍 효과가 개별기업의 가치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가? 네트웍 효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결과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유용성이 증대되고 네트웍이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 비용이 하락하며, 공급량이 증대되는 것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네트웍에 속한 기업의 입장에서 거둘 수 있는 혜택은 매출증대와 궁극적으로는 이윤의 확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네트웍이 있음으로 해서 개별기업으로서는 자신이 독립적으로 거둘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짧은 시간 내에 일정규모 이상 (예컨대 1백만 이상)의 가입자 네트웍을 형성하는 인터넷 기업은 자본시장을 통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1996년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지 단지 6개월만에 1백만명의 가입자를 등록시켜 초고속 성장을 이룬 핫메일은 바로 그런 사례에 속한다. (8)


그럴 경우 투자자 (상장기업의 경우 주식시장의 일반투자자, 비상장의 경우는 주로 벤처 캐피탈)들은 이 기업의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에 높은 신뢰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되는 미래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평가한다는 전통적 가치평가 방법으로는 이들 투자자들이 유망하다고 여겨지는 인터넷 기업에 부여하는 막대한 미래현금흐름 가치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실제 시장가치와 평가가치 사이의 격차를 메우기 위한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시도 중 하나로서 최근 상당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연구결과가 버룩 레브 (Baruch Lev)로부터 나왔다. NYU 회계학교수이기도 한 레브는 오늘날의 지식기반 기업들이 갖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이 공장건물, 기계나 금융자산 등을 포함하는 유형자산이 아니라 아이디어, 브랜드, 사업운영방식, 진행중인 R&D, 영업권, 종업원의 재능 등 무형자산 임에도 불구하고 고안된 지 5백년이 넘는 복식부기 회계방식으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무형자산의 가치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 “무형자산의 가치평가 문제”에서 상세하게 언급될 것이다.


[주]


1. C. Shapiro and H. R. Varian (1999) Information Rules,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특히 pp. 173-225 참조.

2. 엄밀하게 말하면 네트웍 효과와 네트웍 외부경제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S. J. Liebowitz and S. E. Margolis (1994) “Network Externality: An Uncommon Tragedy,”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8(2), Spring에 따르면 네트웍 외부경제는 네트웍 크기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가 이득을 거두거나 손해를 입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한다. 이런 경우 네트웍 외부경제는 시장 메커니즘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하지 못하게 되는 “시장의 실패”를 초래한다. 반면에 이런 외부경제를 사적소유나 계약을 통해 내부화시키는 경우 이는 네트웍 효과라 불린다. 그러나 여기서는 학문적 엄밀성을 피하고 일반 비즈니스 문헌에서 사용하듯이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네트웍 효과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3. N. Economides (1996) “The Economics of Networks,” International Journal of Industrial Organization, 14(2), March 참조.


4. 메트칼프의 법칙에 대해서는 “The Legend of Bob Metcalfe,” Wired, Nov. 1998 참조. 이 경우 더 정확하게 말하면 네트웍의 가치는 n2이라기 보다는 n (n-1) (n = 사용자의 수)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5. Shapiro and Varian은 따라서 네트웍 효과를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와 구분하기 위해서 전자를 “수요측면의” 규모의 경제로, 후자를 “공급측면의” 규모의 경제로 부르고 있다. 전게서 pp. 179-180.


6. 이런 논의를 할 때 다음의 잘 알려진 두 가지 사례가 언급된다. 즉 현재 타자기와 컴퓨터의 지배적 자판으로 자리잡은 소위 “QWERTY” 키보드와 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디자인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드보라크 식 키보드의 비교이다. 두 번째는 VCR이 초기에 보급될 당시 나왔던 소니의 베타맥스 표준과 마쯔시다의 VHS 방식의 비교이다. 물론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Liebowitz and Margolis, 1990, “The Fable of the Keys,” Journal of Law and Economic, 33(1), April) 이 두 가지 사례에서는 모두 기술적으로 우월하지만 사용자 저변이 넓지 않은 표준이 강력한 네트웍 효과를 갖는 열등한 표준에 의해 구축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7. 컬러 TV 표준은 CBS에서 가장 먼저 수립하여 1950년 연방통신위원회 (FCC)의 인가까지 받았음에도 구형 흑백 TV와의 호환성 부재와 컬러 TV 수상기를 적시에 대량공급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에 3년만에 RCA의 NTSC 표준에 밀려나고 말았다. Shapiro and Varian, 전게서, pp. 214-218.


8. 1997년 12월 핫메일 서비스의 설립자들은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4억 달러에 매각했으며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은 5백만이 넘는 등록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9. 버룩 레브의 개인 웹사이트 (http://www.stern.nyu.edu/~blev/)를 통해서 무형자산의 가치평가에 대한 수십 개에 달하는 그의 논문 전문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