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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벤처열풍 유감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방법이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자기 상품에 대해 지불용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지불용의를 현금화한 것이 바로 소득이다. 평범한 월급쟁이의 소득도 여기에 포함된다.

재테크론경제껍데기만남아 둘째는 남이 벌어놓은 것을 이전받는 방법이다. 보조금을 받는다든지, 증여나 상속을 받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산의 가치 상승분을 현금화하는 방법이다. 부동산이나 주식가격이 상승한 뒤 이를 팔아 소득을 올리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중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조는 오직 첫번째 방법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두번째 방법과 세번째 방법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소득의 증가지만, 국민경제적 차원에서는 소유권의 이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소득(GNP) 증가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한 나라의 경제력과 국민생활수준은 그 나라가 가진 부가가치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 만약 대부분의 국민이 부가가치의 창조보다는 남의 돈으로 편하게 살 궁리만 하고, 재산 가치 증식에만 노력과 관심을 쏟아붓는다면, 그 나라 경제는 곧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는 어떤가. 온 국민의 관심이 가치창조를 통한 소득 증가보다는 부의 이전과 재테크를 통한 돈벌이에 더 집중되어 있다. 벤처기업 창업이 활성화되고 번창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벤처기업의 주가가 올라서가 아니라, 그들 기업이 만들어내는 산출물의 부가가치 때문인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 기업의 기업가치가 그 기업의 산출물가치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상적인 주식시장에서는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될 수가 없다. 그러나 회사이름을 벤처기업이나 정보통신회사인 것처럼 바꾼 것만으로 갑자기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면 이것은 정상적인 주식시장은 아니다.

인터넷에 좋은 이름의 홈페이지 하나를 만들었다고 해서, 홈쇼핑사이트를 열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서 수백억원의 자산가치나 현금흐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이미 하고 있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에서 큰 돈을 벌수 없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상식이다.

5%이하성공사회문제될수도 벤처기업이든 전통 분야의 기업이든, 기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의 크기는 그 기업이 만드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실제로 소비자에 의해 시장에서 얼만큼의 효용가치를 인정받는가에 달려있다. 그 효용가치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용의를 현금화한 것이 기업의 매출이고, 그 기업이 창출하는 소득의 원천이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미래의 현금 흐름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들이나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들의 가치를 평가할 때 과연 이 기업들이 시장에서 소비자의 지불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신기술이나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아무리 기술혁신이 촉진되었다고 하더라도 불과 몇년 사이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신기술과 사업 아이디어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쏟아져나올 수는 없다. 분명히 가짜와 진짜가 섞여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벤처사업은 성공확률이 5% 이내라고 한다. 하나의 성공 뒤에는 20개의 실패가 있다는 뜻이다. 이런 위험한 사업에 수많은 직장인들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뛰어들고, 수백만명의 아마추어 소액 투자자들이 일생 모은 저축을 투자한다면, 나중에 자칫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에는 다 잘될 것이라는 생각만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으로 직장을 옮기기 전에, 벤처기업에 땀흘려 모은 돈을 투자하기 전에, 과연 그 기업이 만들어내는 상품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그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를 잘 살펴야 한다.

아무리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온 세상이 인터넷으로 뒤덮여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판매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돈을 벌어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국가나 실제로 팔아먹을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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