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의 정치논리
한겨레신문 [ 사설칼럼 ] 1999. 7. 19. 月
“그린벨트는 알려고 해서도 안되고, 알 수도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 몇 해
전까지 건설부 공무원들이 불문율처럼 지켜온 `그린벨트 수칙'이다. 그럴
만도 하다. 71년 서울에 처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설정한 뒤 첫 9년동안
무려 2500여명의 공직자가 관리 잘못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 서슬에
경계선이 앞뒷집 사이나 심지어 대지 한가운데를 지나가도 주민들은
냉가슴만 앓아야 했다. 불가침 영역이던 그린벨트가 공공기관의 잦은
훼손으로 논란을 부르더니, 현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급기야
`전면해제'가 입에 오른다.
정말 알 수 없는 그린벨트다.
알 수 없는 그린벨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사수'와 `해제'라는 양극단의
논리를 저마다 가지런히 주장한다. 먼저 `해제론'에 가까운 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보자. 수도권만 해도 그린벨트 중 임야를 뺀
토지면적이 서울의 주거지 면적의 두 배에 이른다. 이렇게 개발 잠재력이 높은
땅을 묶어놓다 보니 가용토지의 공급이 제약돼 집값과 땅값이 올라 무주택
서민만 골탕을 먹게 됐다. 또 그린벨트가 서울의 `행정구역' 확장은 막았을지
몰라도 `생활권'을 광역화해, 180만명의 수도권 주민이 그린벨트를 넘어
출퇴근하느라 고생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의 허파라는
그린벨트가 구역 안의 맨땅은 보호하면서 결과적으로 구역 밖의 녹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벨트에 연연해 하지 말고 환경보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그린벨트의 부작용은 `절대 보전'을 외치는 쪽도 대체로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린벨트의 장점이 훨씬 컸다고 주장한다. 시민·환경단체의
연합체인 `그린벨트 살리기 국민행동'에 보존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배청
박사(전 감정평가원장)는 “그린벨트가 제3세계 대도시 개발의 모델”이라고
추켜세운다. 배 박사는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에서 걱정할 일을 20년 앞질러
300달러 수준일 때 마련한 셈”이라고 말한다. 만일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서울은 도쿄나 로스앤젤레스처럼 몇시간씩 차를 달려도 도시가
계속되는 인구 수천만의 끔찍한 거대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배 박사는 이런
일화를 들려준다. 일본 국토청 사무차관을 지낸 시모고베 아쓰시가 80년대 초
중국의 실력자 덩샤오핑을 만났다. 거대도시의 고민을 털어놓는 덩에게
시모고베는 `한국의 그린벨트 제도에서 배우라'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제도에서 배우라” 그린벨트 제도의 공과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 한가한 일일지 모른다. 당장 이달 말이면 정부의 개선 방안이 확정될
터이다. 그린벨트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정치논리다. 공약과 실적에 얽매여 그린벨트가
국토정책에서 갖는 의미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을 걱정한다. 정작 전 국민의
4분의 3이 살고 있는 수도권과 부산·울산권에서 그린벨트의 조정이
절실한데도 별로 시급하지도 않은 중소도시권의 해제를 통해 구색 맞추기와
생색 내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면 해제에 이은 부분 조정 때
들끓을 형평성 시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실 그린벨트는 국민들에게 개발억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그 막강한
규제가 허물어지는 마당에 상수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국립공원, 도시공원,
자연환경 보호지역 같은 규제를 풀라는 민원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은
뻔하다.
이런 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잠정 개발제한구역' 아이디어는
고려해 볼 만하다. 전면 또는 부분 해제되는 지역을 당장 풀지 말고 일정 기간
잠정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해 종전처럼 개발제한구역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계획이 확정돼 구역의 경계선이 바뀌는 데 따라 계속 그린벨트로
남거나 해제하자는 발상이다.
흔히 그린벨트 문제는 구역 안 땅주인과 환경단체 사이의 논란쯤으로 보기
쉽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국토개발의 미래가 달려있는 온 국민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코 졸속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현행 용도지구제를
개발허가제로 바꾸어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국토
관리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그래서 무겁게 들린다.
한겨레신문 [ 사설칼럼 ] 1999. 7. 19. 月
“그린벨트는 알려고 해서도 안되고, 알 수도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 몇 해
전까지 건설부 공무원들이 불문율처럼 지켜온 `그린벨트 수칙'이다. 그럴
만도 하다. 71년 서울에 처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설정한 뒤 첫 9년동안
무려 2500여명의 공직자가 관리 잘못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 서슬에
경계선이 앞뒷집 사이나 심지어 대지 한가운데를 지나가도 주민들은
냉가슴만 앓아야 했다. 불가침 영역이던 그린벨트가 공공기관의 잦은
훼손으로 논란을 부르더니, 현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급기야
`전면해제'가 입에 오른다.
정말 알 수 없는 그린벨트다.
알 수 없는 그린벨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사수'와 `해제'라는 양극단의
논리를 저마다 가지런히 주장한다. 먼저 `해제론'에 가까운 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보자. 수도권만 해도 그린벨트 중 임야를 뺀
토지면적이 서울의 주거지 면적의 두 배에 이른다. 이렇게 개발 잠재력이 높은
땅을 묶어놓다 보니 가용토지의 공급이 제약돼 집값과 땅값이 올라 무주택
서민만 골탕을 먹게 됐다. 또 그린벨트가 서울의 `행정구역' 확장은 막았을지
몰라도 `생활권'을 광역화해, 180만명의 수도권 주민이 그린벨트를 넘어
출퇴근하느라 고생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의 허파라는
그린벨트가 구역 안의 맨땅은 보호하면서 결과적으로 구역 밖의 녹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벨트에 연연해 하지 말고 환경보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그린벨트의 부작용은 `절대 보전'을 외치는 쪽도 대체로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린벨트의 장점이 훨씬 컸다고 주장한다. 시민·환경단체의
연합체인 `그린벨트 살리기 국민행동'에 보존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배청
박사(전 감정평가원장)는 “그린벨트가 제3세계 대도시 개발의 모델”이라고
추켜세운다. 배 박사는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에서 걱정할 일을 20년 앞질러
300달러 수준일 때 마련한 셈”이라고 말한다. 만일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서울은 도쿄나 로스앤젤레스처럼 몇시간씩 차를 달려도 도시가
계속되는 인구 수천만의 끔찍한 거대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배 박사는 이런
일화를 들려준다. 일본 국토청 사무차관을 지낸 시모고베 아쓰시가 80년대 초
중국의 실력자 덩샤오핑을 만났다. 거대도시의 고민을 털어놓는 덩에게
시모고베는 `한국의 그린벨트 제도에서 배우라'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제도에서 배우라” 그린벨트 제도의 공과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 한가한 일일지 모른다. 당장 이달 말이면 정부의 개선 방안이 확정될
터이다. 그린벨트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정치논리다. 공약과 실적에 얽매여 그린벨트가
국토정책에서 갖는 의미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을 걱정한다. 정작 전 국민의
4분의 3이 살고 있는 수도권과 부산·울산권에서 그린벨트의 조정이
절실한데도 별로 시급하지도 않은 중소도시권의 해제를 통해 구색 맞추기와
생색 내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면 해제에 이은 부분 조정 때
들끓을 형평성 시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실 그린벨트는 국민들에게 개발억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그 막강한
규제가 허물어지는 마당에 상수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국립공원, 도시공원,
자연환경 보호지역 같은 규제를 풀라는 민원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은
뻔하다.
이런 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잠정 개발제한구역' 아이디어는
고려해 볼 만하다. 전면 또는 부분 해제되는 지역을 당장 풀지 말고 일정 기간
잠정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해 종전처럼 개발제한구역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계획이 확정돼 구역의 경계선이 바뀌는 데 따라 계속 그린벨트로
남거나 해제하자는 발상이다.
흔히 그린벨트 문제는 구역 안 땅주인과 환경단체 사이의 논란쯤으로 보기
쉽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국토개발의 미래가 달려있는 온 국민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코 졸속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현행 용도지구제를
개발허가제로 바꾸어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국토
관리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그래서 무겁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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