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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유전자변형식품과 독점자본

최근 미국 농무부는 올해의 유전자변형생물체(GMO) 종자의 파종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옥수수는 8%, 대두는 5%, 면화는 7%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GMO 재배 면적이 지난 수년간 3배 이상 늘어난 것에 비춰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GMO 농산물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GMO 농산물은 개발 초기부터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럽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러나 GMO 옹호론자들은 "생명공학과 GMO 기술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위험에 비해 엄청난 편익이 기대되는 21세기의 핵심적인 환경친화 기술이고, GMO만이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키고 자연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며 반대론을 일축했다. 예를 들면 GMO 개발을 선도하는 몬산토사는 반대론을 무마하기 위한 광고에서 "생명공학의 수용을 늦추는 것은 굶주리는 우리 세계가 감당할 수 없는 사치"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몬산토사나 생명공학자들의 기대와 달리 GMO가 몬산토사의 기업 슬로건처럼 인류에게 '식량-건강-희망'을 보장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선 GMO가 기아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주장은 식량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정치적.경제적 구조와 토지의 불공평한 분배에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의 약 60억 인구 가운데 8억3,000만명이 기아에 신음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 매년 약 1,300만명이 굶어주는 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굶주리는 것은 맬더스의 예언처럼 세계 인구가 식량 생산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상에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영양있고 적절한 식사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식량의 1.5배가 생산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이 과잉임에도 기아가 확산되는 기이한 현상의 주범은 식량생산과 판매를 상업적 이윤에 이용하는 초국적 농업자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GMO가 세계식량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GMO를 개발하고 이용하는 주체가 인도주의적 자선단체가 아니라 식량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식품사슬(food chain)을 지배하려는 초국적 농업자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몬산토사는 한번 사용한 종자는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터미네이터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종자시장을 지배
하고자 하였다가 반대에 부딪쳐 상업화를 포기한바 있다.

GMO 농산물에 대한 반대운동은 선진국의 소비자단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유니레버와 네슬러, 미국의 거버와 하인즈 같은 식품회사는 GMO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심지어 까르푸와 같은 유통업체도 다른 대형유통업체와 제휴해 유전자변형식품을 판매대에 두지 않기로 협정을 맺었으며 도이체 방크는 기관투자가들에게 "GMO는 죽었다"는 보고서를 배부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제3세계 농민들은 다국적 종자기업에 대한 반독점소송, 종자특허 반대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각국 정부는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표시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호하고 있다.

GMO에 대한 전세계적 반대운동은 1월28일 몬트리올에서 138개국이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Biosafety Protocol)를 채택하는 결실을 맺었다. 의정서는 GMO가 환경과 인체에 위해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에 커다란 의의가 있다. 전세계의 소비자와 농민들이 거대 초국적기업과 초강대국 미국을 굴복시킨 것이다. 이번 의정서는 마곳 월스트론 유럽연합 환경위원회 위원장의 말처럼 무역과 환경에 관한 국제협약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자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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