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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벤처열풍 멈춰선 안된다

지난해초 시중자금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리면서 불기 시작한 벤처열풍은 요원의 불길같았다. 벤처 간판만 내걸면 주가가 몇 갑절씩 치솟고 신규 창업이 월평균 250개씩 폭발했다. 그러던 벤처산업이 코스닥 시장의 폭락으로 숨이 막히고 있다. 한때 280을 넘어섰던 코스닥지수가 170대로 곤두박질쳤다. 잘 나가던 종목들이 가격이 몇 동강이 난 경우도 많다. 벤처위기설이 떠돌며 닷컴잔치는 실패로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벤처는 정말 거품이었나. 그동안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와 땀이 젖은 벤처산업은 결코 허상이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경제를 이끌 많은 첨단정보기술이 쌓였다. 문제는 코스닥 시장의 투기열풍이다. 벤처산업을 일확천금의 도박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따라서 거센 가격거품이 일고 폭락의 고통과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벤처는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위험하다고 버리면 경제는 생명력을 잃는다.

벤처열풍은 IMF위기의 절망에 빠진 우리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IMF를 겪은 후 우리 경제는 낡고 병든 모습이 역력했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국제경쟁에서 경쟁력을 잃고 산더미같은 부실채권에 눌려 동반붕괴의 길을 걸었다. 이 와중에 젊은 기업인들이 나서 인터넷과 벤처 열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첨단산업을 일구어 내며 경제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벤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모험이다.

10년의 장기호황을 누리는 미국의 신경제를 이끌었던 것이 바로 정보통신기술을 발전시킨 벤처들이다. 높은 생산성과 부가가치 창출로 미국을 다시 최강 경제국가로 만들었다. 이에 한발 늦은 일본은 미국경제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벤처와 신경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과소비와 빚잔치만 벌이던 우리경제는 IMF 부도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볼 때 벤처산업은 우리 경제가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얻는 활력소이다.

벤처산업에 대한 거품은 정도차이가 있을 뿐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벤처의 종주국인 미국 역시 나스닥 시장이 폭락하면서 산업의 조정기에 들어섰다. 실질적 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살리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시키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조정을 거쳐 벤처산업은 신경제의 원동력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스닥 시장이 폭락했다해서 벤처열풍을 결코 잠재워서는 안된다. 오히려 건실한 벤처기업들을 가려내어 올바르게 발전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코스닥의 붕괴가 경쟁력있는 벤처바람을 다시 일으키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향후 벤처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 시켜야 하나. 우선 벤처열풍과 투기열풍을 구분해야 한다. 투기열풍에 휘말릴 경우 벤처는 첨단 산업에 대한 모험과 도전이 아니라 도박에 대한 모험과 도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 등록여건과 감독을 강화하고 투기를 억제하여 벤처기업들의 건전한 요람으로 코스닥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 다음 벤처산업은 전통산업과 상생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전통산업은 버리고 벤처기업만 살린다면 경제는 몸은 없고 머리만 있는 기형이 된다. 그리고 벤처산업과 전통산업 모두 쓰러진다. 한편 벤처기업들은 전통산업과 연계하여 수익창출형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이 없으면 투자가치가 없어 고사상태가 된다. 더 나아가 벤처기업들은 국제화 전략을 펴야 한다. 벤처기업은 속성상 세계에서 일등 아니면 생존이 어렵다. 우물안 개구리 식의 국내산업에서 탈피하여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수출주도형 벤처가 진정한 벤처의 의미를 갖는다. 한마디로 코스닥 시장의 투기거품을 제거하고 글로벌 산업으로 벤처를 적극 발전시켜 새로운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