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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적자재정 이대로 좋은가

과거 우리 경제 4반세기를 뒤돌아보면 뭐니 뭐니해도 정부의 건전한 재정을 자랑스럽게 간주하지 않는 전문가들은 드물 것이다.

이러한 보배로운 건전 재정이 IMF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기업과 금융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진흙탕에 내몰린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헤쳐 나오는 데는 앞으로 십 수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작년, 올해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도 적자로 편성되었다.

그러나 내년은 새 천년을 맞이해 국가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해의 예산 편성이란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재정운용 자세가 너무나 방만하며 안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예산규모 내용 및 적자재정 대처방안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첫째, 정부는 내년도 예산규모가 올해 대비 5% 늘어, 92년도 이후 가장 소폭으로 증가한 규모로 자화자찬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단행된 추경예산을 제외한 본 예산대비 예산증가율은 9.4%로서 내년도 예상성장률(8%)을 능가하는 방만한 규모이다.

대우사태, 투신권을 비롯한 제2금융권 구조조정 등을 감안할 경우 내년에도 추경예산의 편성은 불을 보듯 확연한 실정에서 예산증가율의 추산은 본예산 대비로 계측되어야만 한다.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유가인상, 연말에 그 연속적인 시행이 예상되는 공공요금인상,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 등을 고려한다면 물가오름세 심리는 갈수록 그 도를 더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재정안정의 중장기적 비전이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도 예산은 긴축기조하의 균형예산이란 기본철학을 대전제로 하여 디자인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 우리 예산의 고질적 병폐 중의 하나가 방위비, 인건비, 지방교부세 등 이른바 경직성 경비의 과다한 비중이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은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줄기는 커녕 역사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주요 이유로는 총 예산의 10%에 가까운 국채이자와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정부보증채권의 이자비용에다 자활보호대상자 생계비 지급 등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적 복지제도」의 도입을 들 수 있다.

IMF사태에 따른 이자부담이란 추가적 경직성 경비를 감안한다면 기존의 방위비, 지방교부세, 인건비 등이 축소 조정되었어야 한다.

또 생산적 복지제도 등의 이전적 지출은 균형재정이 회복될 때까지 점진적으로 확충되었어야 한다는 당위론을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이상 논의한 우리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불요불급한 신규지출수요와 소비형 지출, 비생산적 지출은 최대한 억제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형 예산편성이 부문별로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농어촌 부채경감, 공무원 연금지원과 봉급인상, 지역균형발전이란 미명(美名)하에 책정된 특정사업비 지원 등은 다시 한번 재검토되어야 할 항목이 아닌가 한다.

마지막으로 2004년부터 복원키로 예정된 균형재정도 연간 예상성장률이 1%포인트 미달하면 그 시기가 4년이나 느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불확실한 실정이다.

게다가 금융개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면 균형재정 복원시기는 훨씬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불확실한 재정상황을 고려한다면 불요불급한 신규지출수요는 최대한 억제하는 대신 종합토지세의 과표현실화를 비롯한 세입확대 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예산의 긴축적 편성 못지 않게 책정된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국회의 감사기능 강화 및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개혁 또한 시급한 실정이다.

모 시민단체의 「98년도 예산낭비 백서」에 의하면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집행으로 중앙·지방정부, 정부투자기관의 예산 낭비액만도 1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결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통계치 중의 하나이다.

/이만우·고려대 교수·경제학과

[한국일보를 읽고] 지식산업위한 적자재정도 필요하다

1999/11/02(화) 18:06 (한국일보 인터넷검색)

이만우 교수가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글을 썼다(한국일보 10월20일자). 사실 IMF 위기를 맞아 재정수지가 적자로 반전한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지만 당혹스럽기도 하다. 정부는 긴축재정을 통한 균형재정의 회복을 재정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균형재정이 우리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상징하고 반드시 조기 달성해야하는 목표인가.

그동안 우리의 건전재정은 준재정분야인 정책금융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적자재정이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더욱이 이 정책금융 관행이 일반금융에까지 연장돼 관치금융을 낳았고 이것이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까지 고려한다면 건전재정의 개끗한 외양을 유지하기 위한 희생이 너무 컸다.

재정적자를 축소하여 균형재정을 회복한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서둘러야하는지 의문이다. 우리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채비율은 주요 선진국의 4분의1 내지 2분의1 수준으로, 그다지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며 국가채권을 감안하면 채권이 채무보다 많은 순채권 상태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균형재정이 자기목표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상위목표인 지식기반경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당분간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 경제성장을 통한 재정기반의 확충에 강세를 두어야할 것이다. 미국이 고성장과 저물가는 물론 흑자재정까지 달성할 수 있었던 성과의 출발점은 정부의 적극적인 과학기술정책에 힘입은 지식기반산업의 성장과 이에따른 생산비 절감이었다. 물가압력이 사라지면서 가능해진 저금리정책은 다시 지식기반산업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굳이 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동안 산업화를 위해 막대한 외자를 도입했다. 80년대초 한때 「외채망국론」까지 대두됐으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현재 우리 경제는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지식정보혁명을 수행해야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놓여있다. 지식격차는 일단 발생하면 고착되고 더욱 확대되는 경향을 갖는다. 우리가 산업화는 늦었지만 지식정보화에서 앞서가려면 기술혁신 촉진, 인적자원 양성, 인프라스터럭쳐 확충, 창업지원 등에서 재정이 후손을 위한 투자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선도적 역할을 해야한다. 빚을 물려주지 않는 것보다 빚갚을 능력 이상을 배양해주는 것이 더욱 보람있는 위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 10년은 흑자재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중요한 배경은 80∼90년대 정치권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재정정책을 수행한 덕분이다. 우리도 정치권이 적자재정의 공포에서 벗어나 10년을 내다보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감행하는 재정운용방향을 정립할 것을 촉구한다. /김호균·명지대 지식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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