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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美증시 거품논쟁의 明暗

변도은 한경논설고문


한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새 천년 맞이'소동도 어느새 아련한 옛일이 되어 버린 요즈음
세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미국경제의 향방이다. 미국경제가 과연 계속해서 활기찬 성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둔화될 것인지, 금리와 인플레 그리고 달러가치는 또 어떻게 될는지 하는 것 등이
하나같이 궁금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 증시의 향방이다. 지구촌의 뭇 투자자들은
간혹 조정을 거치면서도 계속 오르고 있는 뉴욕증시 주가, 특히 나스닥시장 주가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또 장차는 어떻게 될는지 시시각각 살피고 예측하기에 바쁘다. 우리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미 증시동향에 대한 관심은 지금 미 국내외에서 일고 있는 '거품' 논쟁으로 우려반
기대반의 미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

거품론을 제기한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만 들어보면, 우선 재임 중 지금의 그린스턴 의장에
못지않은 권위와 명성을 떨쳤던 폴 볼커는 얼마전 뉴욕타임스지와의 회견에서 최근의 미 증시열풍을
'카지노 투기'에 비유하면서 미국경제의 증시과열과 인플레위험을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존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증시상황은 투기열풍이
들끓던 대공황 이전과 흡사하다"면서 미국의 버블경제가 반드시 깨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영국의
스탠더드 차티드 은행 재정연구팀장은 '올 하반기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사실 미국의 주가는 그간 전통적 이론과 상식을 뛰어 넘어 상승해 왔다. 우선 다우지수는 10년 전은
그만두고 5년전 5,000포인트를 넘어설 때까지도 누구 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10,000포인트를 훌쩍 넘어
일진일퇴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까맣게 잊혀진 옛일이 돼버린 폐장지수가
1,738.74포인트였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더욱 놀랄 것은 나스닥주가다. 지금부터 불과 19년전인 1971년 2월5일 100포인트로 출발한
나스닥지수는 95년 중반 1,000, 98년 7월 2,000, 99년 11월 3,000포인트를 지나 얼마안가 4,000고지를
돌파한데 이어 이젠 5,000포인트를 향해 달리고 있다. 바로 이런 배경속에서 거품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반론도 없진 않지만 그다지 자신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달 초 FRB의 금리인상조치도
거품경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 증시에서도 코스닥을 겨냥해서 일부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긴 하다.
미국의 나스닥처럼 주로 벤처기업과 인터넷 관련 종목이 일부 턱없이 높은 가격에 공모되고 거래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총채적으로 봐서 출현배경이나 거래종목의 유사성, 일부종목의 높은
주가상승률만 갖고 코스닥시장을 나스닥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또 미 증시와의 동조화현상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도 아직은 이르다. 우리의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989년 4월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어선바 있지만 아직도 때로 900선마저 위협받아 가면서 950선 내외를
넘나드는 상황에 있다. 한편 지수 100으로 출범한지 4년이 채안된 코스닥시장 주가는 작년에
200포인트를 훌쩍 뛰어 넘자 한때 경계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었지만 지난달 200선 안팎을 넘나드는
조정장세를 거듭하다가 최근 들어 다소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그래도 우리 투자자들이 유의해야할 점은 있다. 설혹 우리 증시를 미국과 비교하는 건 무리고 거품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해도 미국경제, 특히 미국 증시동향에 대한 관찰과 주의를 한순간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경제의 거품과 증시붕괴위험은 근거가 전혀 없지 않으며, 따라서 만에 하나
미국의 주가가 폭락하고 증시가 붕괴하는 날이면 그 충격은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을 포함해서 전
세계에 이만저만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 증시가 영향을 받을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외국자본이다. 외국투자자금은 미국경제와 증시동향,
그리고 우리의 경제동향에 따라 그 흐름이 좌우되겠지만 어떤 연유에서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날이면 크게 동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속수무책 그저 미국에서 증시붕괴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늘 하는 말로 개개 투자자의 판단과 책임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다만 걱정했던 대우채환매가
큰 탈없이 마무리되는 모습이고, 여유자금이 투자할 곳이 마땋찮아 계속해서 증시와 벤처사업으로
몰리고 있고,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저금리기조를 지키려는 것은 일단 다행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