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제도의 평가와 제도개선 쟁점
An evaluation of Green belt policy and major issues for reform
주택연구 98.12
I. 서론
흔히 그린벨트라고 알려져 있는 개발제한구역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는 제도 도입 27년이 된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았다. 이 제도가 국토이용과 도시주민들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린벨트는 주무부처 내에서조차 이른바 3대 금기중의 하나로 치부되어 왔고 관련 연구기관에서도 본격적인 연구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언론과 환경단체들은 그린벨트에 대해 각별한 애착과 관심을 보여 온 반면 일반 시민들은 그린벨트는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린벨트 주민들은 재산권의 제약과 생활의 불편을 호소해 왔으며 이에 따라 그린벨트 정책은 선거 쟁점으로 대두되었고 정부는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행위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그린벨트 구역 재조정과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 후에도 과학적인 '환경영향 평가'를 거쳐 보전할 가치가 없는 땅은 그린벨트 지정을 해제하고 보전할 가치가 있는 토지는 국가가 매수한다는 정책방향을 천명함에 따라 그린벨트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필자는 그린벨트 문제를 약 100만 그린벨트 주민들의 민원해소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본질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아마 그린벨트 주민들보다 훨씬 많은 도시 시민들이 그린벨트 정책의 이해 당사자라는 사실이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린벨트 제도의 골격이 유지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의 목적은 국민 모두를 위한 그린벨트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그린벨트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논의의 근거를 제시하는데 있다. 제 II장에서는 그린벨트의 실상과 정책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고 제 III 장에서는 영국 그린벨트 제도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제 IV장에서는 우리 나라 제도의 평가와 영국의 경험을 토대로 그린벨트 제도개선의 주요쟁점을 정리한다. 제 V장은 결론이다.
II.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평가
1. 평가의 기준
어떤 정책이나 제도의 공과를 논하려면 먼저 평가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그린벨트 제도 평가기준으로 1) 소기의 지정목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해 왔는지 2) 지정 당시의 목적이 지금도 타당한지 3) 그린벨트 정책의 사회적인 편익과 비용은 무엇인지 4) 편익의 수혜자와 비용의 부담주체는 누구인지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상의 기준에 입각하여 가능한 자료의 범위 내에서 그린벨트 정책의 평가를 시도하기로 한다.
2. 지정목적의 적합성과 달성 여부
1)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과 연담화 방지
그린벨트 관련 규제완화가 논의될 때마다 환경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환경보전이 그린벨트 지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린벨트 지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안보상의 고려와 이미 개발된 시가지를 둘러싼 '벨트'를 지킴으로써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과 도시의 연담화를 방지하는데 있었다 (중앙일보 1997.9.25).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의 원형인 영국의 그린벨트도 주된 목적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이며 영국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영국의 그린벨트가 이러한 의미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DOE 1993, 1988). 우리 나라의 도시계획자들도 그린벨트가 대도시 인구집중 억제와 연담화 방지에 효과적이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권을 기준으로 정의된 도시의 개념이다. 따라서 서울의 그린벨트가 서울시 인구증가를 억제하는데 기여했는가보다는 수도권 전체의 인구성장을 막았는가가 타당한 질문이다. 손재영(1997)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와 수도권 인구는 정부의 수도권 억제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그린벨트가 대도시 인구억제에 기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 주장에 대해 도시계획가들은 그나마 그린벨트가 없었더라면 수도권 인구가 폭발했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시하지만 그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이 무엇인지, 도시의 연담화는 왜 나쁜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없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이 도시기반시설과 체계적인 도시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의 난개발을 말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된다. 그러나 만약 기반시설과 계획의 부재가 문제라면 이를 시정하기 위해 굳이 벨트모양의 완충지대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또한 그린벨트 지정 당시에는 서울과 경기도 외곽 도시들 사이의 연계관계가 크지 않아 서울의 공간적 확산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서울과 인근 시 군들이 하나의 광역화된 대도시 생활권을 이루고 있는 현 상태에서 같은 논리를 주장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그린벨트의 존재로 인해 수도권의 광역화가 가속화되고 교통수요가 증가하였다. 1995년도 인구 및 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32개 시 군간 통근 통학 인구가 179만 명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교통량의 약 30%만이 철도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승용차와 버스 등 육상교통수단에 의한 것이어서 교통혼잡과 대기오염 유발 등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통계청 1997). 만약 도시를 '벨트'로 둘러쳐서 '질서 있는' 모양새를 유지하는 것 말고도 대도시 광역화의 사회비용을 초과하는 그린벨트의 도시계획적 공헌이 있다면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2) 도시주변의 자연환경 보전과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 확보
개발제한구역이 녹지확보를 통해 환경보전에 기여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먼저 그린벨트내의 토지 중 임야는 61%이고 나머지는 농경지 25%, 대지 및 잡종지, 기타 14%로 되어 있다. 더구나 다수의 도시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활동을 위한 쾌적한 자연공간으로 상당 부분 활용되고 있는 영국의 그린벨트와는 달리 우리 나라의 개발제한구역 내 임야는 휴식공간으로 개방되지 않고 있으며 접근성도 낮다. 그린벨트 때문에 도시 땅값이 너무 비싸져서 도시내의 녹지를 보존하기 어렵게 된 것과 영국의 경우에도 시민들이 도시 외곽의 녹지에 비해 주거지의 녹지에 대해 3배의 가치를 느끼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Cheshire 1997) 우리 나라 그린벨트가 도시민의 쾌적한 생활환경 확보에 기여했다고 보는 것은 매우 무리한 일이다.
둘째로, 환경보전을 위해서 임야나 녹지를 보전한다면 그 임야나 녹지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가의 여부나 녹지의 모양이 벨트인지 아닌지는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의 보전을 '벨트'의 보전과 동시에 추구해온 결과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 땅은 환경보전에 필요한 임야나 녹지가 아니더라도 굳건히 보전한 반면 개발제한구역 외곽에 위치한 임야나 녹지는 택지개발이나 공장 건설 등을 위해 합법적으로 훼손하는 모순을 낳았다. 예컨대 분당 신도시지역의 경우 총면적 1,835만 m2 중 개발이전에는 임야가 전체면적의 22.1 %인 406만 m2 이었고, 전.답이 67.3 %인 1,235만m2 에 달하였으나 이중 6.3만 m2 만이 녹지로 남게 되었다. 평촌 신도시의 경우도 개발 이전의 임야와 녹지의 비중은 전체 면적의 90%인 445만 m2에 달하였으나 개발 완료후의 공원 및 녹지면적은 69만 m2에 불과하다. 1994-96년 사이에 개발된 준농림지 면적은 209 km2으로 수도권 5개 신도시 총 면적의 4배에 달한다. 이러한 준농림지의 대량 난개발도 그린벨트를 고수하면서 가용토지를 공급하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첨단산업단지 개발과정에서도 그린벨트를 고수하기 위해 우량농지를 대폭 잠식하였다.
끝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외부효과를 시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도시성장억제가 아니라 오염을 야기하는 경제행위를 억제하는 것인데 (Hamilton and Mills 1994, pp. 403-406) 개발제한구역 내에 제대로 오염물질 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무허가 공장, 하수도 시설이 없는 음식점, 축사 등이 들어서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약하면 우리 나라의 그린벨트는 그린벨트 이외 지역을 포함한 환경보전에 기여하지 못했으며 도시민의 쾌적한 여가공간제공 기능도 미약하다고 하겠다.
3) 안보
안보가 그린벨트 지정 당시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던 것은 분명하나 그 효과를 달성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므로 별도의 논의를 피하기로 한다.
2. 부작용
1) 직접 피해
그린벨트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그린벨트에 거주하는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다. 이들은 엄격한 토지이용규제로 생활에 필요한 대중교통, 의료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의 부족과 지형 및 인접지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그어진 불합리한 경계선으로 인한 불편을 아무런 보상 없이 감수해 왔다. 뿐만 아니라 개발된 주변지역에 비해 지가가 현격히 낮아 재산권 행사에 실질적인 제한을 받고 있다. 반면에 공공부문은 낮은 지가를 이용하여 쓰레기 처리장 등 혐오시설과 기타 공공시설을 그린벨트 내에 설치하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 간접 피해
그린벨트의 간접피해자는 앞에서 지적한 원거리 통근의 불편과 함께 땅값, 집값 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다수의 도시주민들이다. 먼저 땅이나 집 역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며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국토의 면적은 고정되어 있지만 도시용 토지의 공급은 비 도시용 토지의 전용에 의해 가능하다. 그런데 서울시의 경우 그린벨트 중에서 임야가 아닌 땅의 면적이 기존 주거지 면적의 1/3에 해당하고 서울 도심으로부터 20 km까지의 구간 내에 위치한 可用地의 60 %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김정호 1995: 113쪽), 서울, 인천, 수도권 시의 그린벨트 중 임야가 아닌 토지 면적은 서울 주거지 면적의 두 배에 이르고 있어 가용토지의 원활한 공급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그린벨트가 토지이용의 자연적 제약보다 더 직접적인 도시용 택지 부족의 원인이 되고 있다 (Son and Kim 1998). 다만 그린벨트가 집 값에 미치는 영향(Hannah-Kim-Mills 1993)에 대해서 대부분 일반인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린벨트는 좁은 국토를 더욱 좁게 만들뿐 아니라 가용토지 공급을 제약하여 땅값, 집값 상승 요인이 되며 그 부담을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 지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의 문제까지 초래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도시성장 관리 정책이 주택가격을 상승시키고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Cheshire 1997).
3) 기타
이밖에 공간구조의 왜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심각하다. 정상적인 도시라면 도심에서 외곽으로 나갈수록 개발 밀도가 하락하는 것이 보통인데 서울의 개발밀도는 도심이나 시 외곽이나 거의 같다 (Kim 1995). 이는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그린벨트 토지를 남겨두고 일정량의 주거면적을 확보할 목적으로 외곽지역에서도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밀도 개발지역의 확산으로 총 교통비가 증가하였고 신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 사회간접자본 설치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다.
다음으로 중앙정부가 지방 중소도시 주변의 그린벨트에 대해서도 지역경제의 특성과 성장잠재력에 대한 고려 없이 대도시 및 수도권과 동일한 규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지역발전을 통한 국토의 균형개발을 저해하고 있다. 우리의 중앙집권적인 그린벨트 관리방식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여 지방정부가 구역경계조정과 개발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영국의 그린벨트 운영과 대조적이다.
끝으로 그린벨트 관리를 위한 비용 부담의 불합리성도 문제이다. 대도시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가 지정한 개발제한구역의 관리 감독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부담하고 있다. 1995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그린벨트 관리예산이 165억 원에 달하였으며 1994년 10월에 완주군의회는 전주시민들을 위한 전주권 개발제한구역 관리비를 완주군이 부담할 수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김태복 편 1997).
3. 요약
요컨대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은 지정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거나 목적의 불완전한 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반면 수혜자는 분명치 않다. 만약 누군가가 그린벨트 제도에서 비롯되는 편익을 누리고 있다면 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할텐데 보상 없이 무임승차를 계속하고 있어 민원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토지개발의 불가역성과 후세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상과 같은 평가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나 위에서 지적된 사회적 순비용에 대한 객관적인 반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III. 영국 그린벨트 제도의 주요 내용
1. 지정목적과 토지이용 현황
영국 그린벨트의 지정목적은 대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 도시주변 농지보호, 인접 도시간 연담화 방지, 역사적 도시의 특성 보전, 도심 재개발 촉진 등 다섯 가지인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확산의 방지이다. 그린벨트는 기본적으로 도시 외곽에 영원히 개발하지 않을 땅을 남겨둔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지정하거나 해제할 때 환경의 질이나 풍광, 생태계로서의 가치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린벨트 정책은 일반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실제로 이런 목적으로 그린벨트 토지가 관리되고 있지는 않다(Rydin 1993, p.119). 실제로 그린벨트 내에는 생태계 보전이나 환경적 가치가 없는 땅 즉 brown belt도 많다(Herrington 1990, p.28). 한편 환경이나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별도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국립공원, 풍치미관지역(areas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 환경민감지역 (environmentally sensitive areas), 과학적 관점에서 특수한 지역(sites of special scientific interest) 등이 지정되어 있으며 친환경적 영농이나 투자에 대한 지원금이 제공된다(Cullingsworth and Nadin 1997, p.217, Rydin 1993, p.132). 그린벨트의 일부가 풍치미관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사례도 있다(DOE 1988, p.24). 상수원 보호구역은 별도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사업에 대해 수자원 확보여부를 검토한다.
1989년 현재 영국 전체 토지 이용실태를 보면 대체로 임야 및 습지 10%, 도시용지(기 개발지 및 여가시설 등) 13%, 농경지 76 %로 구성되어 있으며 잉글랜드의 경우 임야 및 습지 10%, 도시용지 17%, 농경지 73 % 이다 (DOE 1992, p.52). 환경교통부에 의하면 현재 잉글랜드의 기 개발 도시용지(built-up area)는 약 11%이라고 한다. 1993년 현재 잉글랜드 그린벨트 총 면적은 15,557 km2 으로 전체 토지면적의 12%이고 스코트랜드의 그린벨트 총 면적은 1,648 km2이다(Cullingsworth and Nadin 1997, pp.151-152). 그린벨트 토지의 지목 구성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2. 그린벨트 이해 당사자들의 역학 관계
그린벨트 정책의 이해 당사자들은 중앙정부인 환경교통부, 지방정부 (county councils 및 district councils), 토지소유자, 그린벨트 주민, 일반 주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앙 정부는 대체로 지방정부에 비해 그린벨트를 확대하는데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들어 1991-2016년까지 최소한 440만 가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주택 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Economist 1998).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 개발에 저해되는 飛地的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기존 시가지의 공한지의 활용과 재개발을 권장하는 한편 특히 대중교통망과의 연계성이 높은 일부 그린벨트 토지를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 초에 그린벨트 토지 일부를 해제하여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런던 북부 근교의 Stevenage 및 New Castle의 계획에 장관이 동의하면서 그린벨트 정책의 포기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방정부의 태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부 및 북부에서는 고용창출을 위한 산업유치나 주택건설에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토지의 일부를 개발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다. 그러나 런던 주변의 12개 county 들은 대체로 그린벨트의 보전에 적극적이며 이러한 경향은 특히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방자치단체들에서 더욱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벨트 주민과 토지 소유자의 역학관계는 우리 나라와 매우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린벨트 주민 중 토지 소유자가 많지만 영국의 그린벨트 주민 중에는 자가주택을 구입하여 이주한 중산층 이상이 많으며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도 크다. 반면 그린벨트 내 농지는 소수의 지주나 기관, 주택사업자 등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그린벨트 내 토지와 주택 가격이 주변의 비슷한 토지나 주택에 비해 현격히 낮아 토지소유자들이 구역해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에는 그린벨트 내의 재산가치가 주변지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다소 높다. 따라서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택 주변이 개발될 경우 탁 트인 공간에서 비롯되는 재산가치가 손실될 것을 염려하여 개발에 반대한다. 반면에 지주들은 개발이 허용될 경우 지가가 수십, 수백 배 상승하기 때문에 개발을 강력히 원한다. 다시 말하면 익숙한 경관의 보전, 우수한 주거 환경의 유지 욕구 등도 영국 그린벨트 주민들이 그린벨트의 유지를 원하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경제적 이해가 개발 반대의 중요한 이유라는 사실은 우리 나라 주민이나 토지소유자들이 개발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영국의 일반 시민들이 그린벨트를 지지하는 것은 이 정책이 가장 단순하고 잘 알려진 도시계획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즉 그린벨트는 원칙적으로 영원히 개발하지 않을 땅이기 때문에 한번 지정하면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그린벨트의 개발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나 영국이나 일반 시민들이 그린벨트를 다소 추상적으로 이해하여 지지하는 경향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들의 성향 역시 우리 나라와 비슷하다. 그린벨트 도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는 영국 농촌보호 위원회 (Council for Protection of the Rural England, CPRE) 나 지구의 친구들 (Friends of the Earth) 등이 친 그린벨트 비영리 민간단체들이다. 이들은 지속가능성장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농촌과 그린벨트에 포함된 미개발지 (open countryside)의 보전을 주장한다.
3. 도시계획체계 내에서의 그린벨트
영국의 도시 농촌 계획법은 잉글랜드 전역의 모든 토지에 대해 적용된다. 영국은 1947년이래 용도지역지구제가 아닌 개발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토지의 사용권 및 개발권은 실질적으로 국유화되어 있으며 어느 곳에서든 계획 없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중앙부처인 환경교통부는 계획지침 (planning policy guidance: PPG)을 작성하고 이에 따라 지역에 속한 모든 county들이 공동으로 지역개발지침 초안을 만들면 이를 환경부가 검토하여 지역개발지침 (regional planning guidance)으로 확정한다. 지역개발지침은 구체적인 개발 위치에 관한 사항은 담고 있지 않지만 지역 내 각 county에서 건설해야 할 신규주택 호수를 할당한다. 각 county council 은 기본계획인 structure plan을 작성하며 이 테두리 안에서 지방정부 (district council)는 상세계획인 local plan을 제정한다. 그린벨트의 구체적인 경계는 지방정부 상세계획으로 확정된다. 경계선 설정에 불합리한 경우가 있더라도 일단 설정되면 변경이 불가능하며 이에 대한 보상도 없다. 구역지정이나 변경, 해제는 주어진 절차에 따라 지방정부 주도로 민주적으로 진행되며 이 과정에 대한 신뢰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내 행위제한은 개괄적으로 PPG #2에 규정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우리 나라 규정과 비슷하다. 그린벨트의 해제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는 계획변경 절차를 거쳐 환경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얻으면 가능하다. 최근에 이루어진 그린벨트 해제 사례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4. 그린벨트와 환경 평가
환경평가(environmental assessment)는 1988년 3월에 발효된 유럽공동체 지시 (European Directive No. 85/337)와 환경부 규정 (DOE Circular 15/88)에 의해 도입되었다(Rydin 1993 pp.153-157, 209-210, Cullingsworth and Nadin, pp.181-183). 환경평가는 개별 프로젝트 차원에서 실시되지만 정책이나 개발계획,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용 폭이 확대되고 있다. 1998년에 제정된 계획정책지침 (PPG #1, D6)에서는 계획허가를 신청할 때 환경평가서(environmental statement)의 제출을 의무화하였다. Hertfordshire county council는 구조계획 수립과정에서 전략적 환경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린벨트는 원래 환경보전이 주목적이 아니므로 그린벨트의 지정에 환경인자가 명시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며 그린벨트 구역조정에 관련하여 환경평가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반영한 사례도 없다. 다만 현재 Stevenage에서 그린벨트 해제구역 결정을 위한 참고자료로 두 민간 용역업체에게 의뢰하여 환경보전 가치가 있는 물적자본 (critical natural capital)을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5. 그린벨트 관련 개발이익과 환수장치
영국은 개발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린벨트와 그린벨트가 아닌 농촌 (open countryside) 의 토지에 대해 적용되는 개발규제의 강도는 거의 같다. 지가는 그린벨트에 포함되어 있는가의 여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발허가 유무 (혹은 개발허가 가능성)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개발허가 가능성이 같은 토지라면 그린벨트에 포함되어 있든 아니든 가격이 비슷하다. 그러나 만약 그린벨트 내의 농지가 개발허가를 받게되면 런던 근교의 경우 에이커(약 1,200평)당 2,000-3,000 파운드에서 500,000 파운드로 가격이 급등한다.
개발허가 부여에 따른 지가상승(planning gain)의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개발사업자 사이의 협상에 따라 연결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의 기부체납이나 그에 상응하는 현금 납부로 환수되는데 이를 development obligation 이라고 한다. 여기에 저소득층 주택 (affordable housing)이 포함되기도 한다. 개발사업자는 이 금액과 사업비 및 이윤을 감안하여 토지소유자와 매입가격을 합의한다.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개발이익의 40%는 양도소득세로 국가에 환수된다. 추가적인 개발이익 환수와 도심재개발 촉진을 위하여 녹지개발세 (greenfield development tax)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슷한 세금이 시행되다가 폐지된 전례가 있어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 국가에 의한 토지매수 및 주민에 대한 보상
1938년 그린벨트법에 따라 그린거들(green girdle)이 지정될 때 London County Council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필요한 토지를 취득,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였다. 1947년에 도시 및 농촌계획법이 제정되면서 토지의 개발권이 국유화되었으므로 그린벨트 토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개발허가가 거부된 토지에 대해서는 국가재정에서 보상을 하였다. 런던과 대도시 주변 토지에 대한 보상으로 수백만 파운드가 지급되었다(DOE 1988, pp.11-12). 그러나 이후 그린벨트 토지 매입이나 보상은 없었으며 현재는 개발허가가 거부되어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국공유지의 비율은 최대 1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신도시 개발이나 공공시설을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토지를 매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매입가격은 그 토지가 정상적인 용도로 사용되었을 때의 가치 (alternative use value)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그린벨트 토지소유자에 대한 매수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7. 그린벨트에 대한 평가
영국 그린벨트에 대한 평가는 학문 영역과 학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Elson (1986, 1993)같은 도시계획학자는 그린벨트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과 연담화 방지 및 도시주변 농지 보전에 확실히 기여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연담화 방지의 도시계획적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에 반해 도시경제학자 혹은 경제지리학자인 Evans(1988)나 Cheshire-Sheppard (1997) 는 그린벨트를 포함한 영국의 계획규제로 인해 토지 및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그 진폭도 확대되었으며 그 편익이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형평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Cheshire(1997)는 또한 사람들이 도시 외곽의 공한지보다는 도시 내의 공원이나 자기 집의 정원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Herrington(1990: p.53)은 "그린벨트는 도시주변의 농촌지역에서 장차 일어날 복잡한 변화를 감당하는데 적절치 못한 구시대의 정책이다. 그린벨트 제도를 버린다면 점점 강력해 지고 있는 녹색운동의 관심사를 수용할 수 있으며 시장요인의 작동을 위해 보다 효율적인 탄탄한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그린벨트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요약하고 있다.
IV.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의 쟁점과 영국 그린벨트의 시사점
그린벨트 정책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쟁점이 있고 이해 집단별로 이에 대한 시각이 달라 앞으로 의견조정을 통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그린벨트 제도의 일부 내용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과 우리 나라의 여건에 차이가 많아 응용범위는 제한적이다.
먼저 영국 잉글랜드의 경우 도시용지가 11 %인데 반해 우리 나라의 도시용지는 1997년 현재 전국토의 5 %에 불과하여 가용토지 공급부족과 이로 인한 개발압력이 훨씬 심각하다. 둘째, 우리는 용도지역지구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영국은 개발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그린벨트 이외의 지역에서도 허가 없이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국의 경우에는 그린벨트와 유사 녹지지역에 대한 규제의 강도에 큰 차이가 없으나 우리 나라는 그린벨트가 주변 유사지역에 비해 훨씬 강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강하다. 셋째, 영국 그린벨트의 지정과 해제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중앙정부의 허가를 얻도록 되어있지만 우리 나라는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섯째, 영국의 그린벨트 해제는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전제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우리 나라의 구역 조정에는 그 이후의 토지이용계획이 자동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1. 그린벨트 제도 개선의 필요성
그린벨트 제도 개선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이정전 1998). 국토도시계획학회가 실시한 "그린벨트 조정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 설문조사의 첫 질문도 "그린벨트의 전면 재조정이 IMF체제하에 있는 우리 나라의 경제회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십니까?"였고 당연히 절대 다수가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답하였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1998). 그러나 토지이용규제 완화 주장은 IMF체제 이전에도 있었으며 이때 일부 공무원들이나 언론, 전문가들이 투기 때문에 가격상승을 부축일 것이라며 반대하였던 점에 비추어 이번 규제완화로 인한 지가하락을 염려하여 제도개선에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반론도 제시될 수 있다 (김경환 1998b).
2. 그린벨트의 지정 목적 검토
영국 그린벨트의 목적은 가능한 한 영원히 도시 외곽에 공한지를 유지하는데 있다.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당시에는 주로 수도권 및 대도시 성장 억제, 안보,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이 중시되었으며 환경에 대한 배려는 일부 공업도시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식명칭도 아닌 그린벨트의 그린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부각되면서 대통령 공약을 통해 환경적 가치가 강조되었다. 이에 대해 도시계획가들은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성장관리 수단이며 도시 성장의 억제를 통해 환경의 질도 유지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담화 억제기능에 대해 그린벨트는 도시 주민을 위한 것이지 도시의 모양새를 위한 것이 아니며(Kain 1992) 연담화에 대한 우려의 근거가 약하다는 반론도 있다. 따라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그린벨트의 기능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3. 그린벨트 구역 조정 방안
그린벨트 구역조정 방안은 그린벨트의 목적과 연계되어 있다. 만일 연담화를 방지하는 것이 본질적인 목표라면 그린벨트가 어떤 종류의 토지로 구성되어야 하는가는 의미가 없다. 또한 연담화를 방지하려면 그린벨트는 반드시 벨트모양이 되어야 하므로 구역조정에 있어서도 벨트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우선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반면 그린벨트를 환경보전 정책수단으로 본다면 환경평가를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토지를 가려내는 작업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영국에서도 아직 그린벨트 구역조정에 환경인자들을 체계적으로 반영한 사례가 없으므로 현재 진행중인 Stevenage 사례를 추적하면서 우리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도시확산 방지기능을 배제한다면 벨트가 아닌 쐐기형태(green wedges)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우 green wedges가 그린벨트를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좁은 의미에서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녹지의 보전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린벨트가 '도시의 허파'라는 환경논자들의 표현은 논리적으로 녹지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 '그린'을 보전하고 '벨트'는 허물어져도 개의치 말자는 주장은 환경보전과 상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임야만 보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연결되지 않은 도시 내 녹지는 죽은 녹지로서 가치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이정전 1998). 여기에 대해 도시 주민들이 선호하는 것은 접근성이 높은 도시 내 녹지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환경보전을 자연환경 또는 생태계 보전으로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환경보전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추구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도시주변에 공한지를 보전하여 성장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린벨트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세대내 형평이라는 지속가능성의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김경환 1998).
현실적으로 구역조정을 실시한다면 기존의 집단취락지역과 대지를 우선적으로 그린벨트에서 해제하고 임야를 보전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므로 결국 농지를 보전해야 하는가가 쟁점이다. 참고로 의왕시 그린벨트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에 따르면 보전 가치가 있는 토지의 비중과 위치가 대체로 임야 및 저지대 습지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역조정과 관련된 또 하나의 쟁점은 권역별 차등화 원칙을 채택할 것인가 여부와 만약 차등화를 할 경우 중소도시의 그린벨트를 완전 해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4. 보전지역 관리 및 해제지역 활용방안
보전 대상 토지 중 특히 녹지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절대 보전지역과 상대보전지역으로 구분하여 관리하자는 제안이 있다. 한편 환경보전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시민의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는 지역의 처리방안은 더 복잡한 쟁점이다. 영국 그린벨트 해제는 개발계획 변경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그린벨트가 일단 해제되면 자연녹지가 되는데 자연녹지로 둔 채로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이다. 개발유보지를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취락의 경우에는 해제와 함께 특별한 조건을 부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린벨트 구역 조정을 주택정책과 연계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 기존 교통망과 근접한 택지를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가능하면 현행보다 개발밀도를 낮추고 저소득층 주택을 일정 비율 포함하는 택지개발 방식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환수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정상적인 양도소득세나 개발이익환수 규정을 적용할 지 아니면 별도의 장치를 도입해야 하는지, 원 거주인과 여타 토지소유주를 차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영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개발사업자 사이의 협상에 의해 개발이익이 일부 환수되는데 우리 나라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5. 보상여부와 보상방식
우리 나라는 물론 미국 등에서도 환경보전 정책 또는 계획규제로 인한 재산권손실 (regulatory takings)을 보상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미국 헌법 5차 수정에는 공정한 보상 없이는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1) 토지소유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제와 2) 토지소유주의 권리를 일부 제한하지만 재산가치의 감소를 수반하지 않는 규제를 제외한 다른 규제에 대해서는 재산권 손실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규제의 목적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경우 보상이 필요 없으며 보상은 행정소송 사태를 야기하고 정부 예산부담을 가중시키므로 보상이 불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규제에 대한 보상이 요구되지 않는다면 규제의 비용을 규제자가 인식하지 못하여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수 있으며 공익을 위해 재산권의 제약이 필요하다면 공익의 수혜자들이 재산권 손실을 입는 토지 소유자에 대해 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Stroup 1997).
영국에서는 그린벨트 토지를 국가가 매입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 그린벨트 제도 개선논의에서는 보전이 필요한 토지는 국가가 매수하겠다는 의지를 대통령이 일관되게 천명함으로써 보상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원의 제약으로 보상이 불가능하고 매입한 토지의 국가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보상대상 토지 규모는 구역조정의 폭에 좌우되며 임야는 보상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면 재원 제약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보상방식으로는 지가증권 발행을 통한 보상과 함께 매수청구권 부여, 개발권양도 (transferable development right: TDR),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한 환지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1998). 이중 특히 개발권양도제도에 대한 관심이 많으나(김성배 1998, 이정전 1998) 그 현실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환 1998 b) 보상기준에 관해서 주민들은 그린벨트에 포함되지 않은 인근의 유사 토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행법에 따르면 규제가 있는 상태의 공시지가가 보상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보상기준 산정에 있어서 최초 지정 당시부터 거주한 원주민과 지정이후 토지구입자에 대한 구별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주장이지만 법적인 근거는 없다.
6. 그린벨트 관련 법령 및 행정체제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현행 도시계획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보완하여 보상 등 주요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일부 국회의원과 전문가들 사이에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린벨트 관리주체에 관해서는 영국처럼 중앙정부는 기본적인 정책방향과 구역조정기준만 정하고 구체적인 집행과 관리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에 재량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와 반면 지방정부의 그린벨트 보전의지와 관리능력이 의심스러우므로 중앙정부가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관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주민 대표, 도시 및 환경 전문가로 구성된 광역 관리기구를 구성하자는 절충적 의견도 있다.
V. 결론
이 글에 담긴 그린벨트제도의 평가는 시장주의에 입각한 것이며 도시계획가들의 견해와 상반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기회비용 혹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경제학의 기본개념이 비경제학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데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들의 관심은 어떤 정책이 작동하는가 여부가 아니라 그 정책의 사회적 편익과 비용을 감안할 때 최선의 대안인가 하는데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그린벨트가 적어도 행정구역으로 정의되는 도시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기여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통근거리가 길어지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므로 득실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린벨트가 환경보전에 기여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이 있느냐가 의미 있는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시장주의적 토지정책은 토지부문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므로 규제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사회적 비용보다 클 경우에만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으며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지역사회 전체의 비용 편익을 고려할 정치적 부담을 지고 있는 지방정부에 의한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린벨트처럼 민감한 문제가 논리로서 해결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책은 불완전한 대안간의 선택에 불과하며 그 선택은 이해당사자들의 수적 분포, 여론, 정책 담당자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정책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므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린벨트를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좋은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인식하고 있으며 그린벨트의 유지를 위해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면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나 언론기관, 정책 수립 관련자들이 그린벨트의 실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객관적 근거에 입각하여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는 일이 전문가의 역할일 것이다.
도시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그린벨트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역시 다수의 도시 주민을 위한 것이지 그린벨트 주민이나 토지소유자들의 민원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100만 그린벨트 주민 대 4,400만 나머지 국민의 대립구도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의 간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수도권과 대도시 주민 모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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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이 논문은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 제도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의 주요내용을 소개한 다음 현행 제도의 평가 결과와 영국제도의 시사점을 감안하여 제도개선의 주요 쟁점을 정리한다.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은 지정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거나 목적의 불완전한 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였으며 그 비용의 부담도 형평에 위배되므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영국의 그린벨트제도를 우리 나라에 적용하는 데는 제약이 있지만 제도개선에 참고가 될 점도 있다. 제도개선의 최대 쟁점은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목적을 정립하는 일이다. 목적에 따라 구역조정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이밖에 보전지역 관리 및 해제지역 활용방안, 보상여부 및 보상방식, 관련법령 및 행정체제 등도 주요 쟁점이다.
영문초록:
This paper makes a case for a fundamental reform of Korean government policy towards green belts, and to identify major issues for policy reform. An evaluation is made of Korean green belts to argue for a reform and key aspects of the British green belts are considered to draw implications for reform. The paper concludes that the Korean green belts failed to achieve the goals assigned to them, or imposed too large social costs relative to benefits if there are any. A several major issues that need to be addressed for policy reform are presented with various views on each issue. These includes; defining the policy objectives, devising the criteria for adjusting boundaries of green belts and relaxation of regulation, ways to protect the land that will remain as green belt and to utilize the land to be released from green belt, compensation for regulatory takings, and the legal and administrative structure governing green belt policy.
An evaluation of Green belt policy and major issues for reform
주택연구 98.12
I. 서론
흔히 그린벨트라고 알려져 있는 개발제한구역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는 제도 도입 27년이 된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았다. 이 제도가 국토이용과 도시주민들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린벨트는 주무부처 내에서조차 이른바 3대 금기중의 하나로 치부되어 왔고 관련 연구기관에서도 본격적인 연구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언론과 환경단체들은 그린벨트에 대해 각별한 애착과 관심을 보여 온 반면 일반 시민들은 그린벨트는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린벨트 주민들은 재산권의 제약과 생활의 불편을 호소해 왔으며 이에 따라 그린벨트 정책은 선거 쟁점으로 대두되었고 정부는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행위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그린벨트 구역 재조정과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 후에도 과학적인 '환경영향 평가'를 거쳐 보전할 가치가 없는 땅은 그린벨트 지정을 해제하고 보전할 가치가 있는 토지는 국가가 매수한다는 정책방향을 천명함에 따라 그린벨트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필자는 그린벨트 문제를 약 100만 그린벨트 주민들의 민원해소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본질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아마 그린벨트 주민들보다 훨씬 많은 도시 시민들이 그린벨트 정책의 이해 당사자라는 사실이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린벨트 제도의 골격이 유지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의 목적은 국민 모두를 위한 그린벨트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그린벨트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논의의 근거를 제시하는데 있다. 제 II장에서는 그린벨트의 실상과 정책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고 제 III 장에서는 영국 그린벨트 제도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제 IV장에서는 우리 나라 제도의 평가와 영국의 경험을 토대로 그린벨트 제도개선의 주요쟁점을 정리한다. 제 V장은 결론이다.
II.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평가
1. 평가의 기준
어떤 정책이나 제도의 공과를 논하려면 먼저 평가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그린벨트 제도 평가기준으로 1) 소기의 지정목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해 왔는지 2) 지정 당시의 목적이 지금도 타당한지 3) 그린벨트 정책의 사회적인 편익과 비용은 무엇인지 4) 편익의 수혜자와 비용의 부담주체는 누구인지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상의 기준에 입각하여 가능한 자료의 범위 내에서 그린벨트 정책의 평가를 시도하기로 한다.
2. 지정목적의 적합성과 달성 여부
1)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과 연담화 방지
그린벨트 관련 규제완화가 논의될 때마다 환경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환경보전이 그린벨트 지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린벨트 지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안보상의 고려와 이미 개발된 시가지를 둘러싼 '벨트'를 지킴으로써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과 도시의 연담화를 방지하는데 있었다 (중앙일보 1997.9.25).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의 원형인 영국의 그린벨트도 주된 목적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이며 영국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영국의 그린벨트가 이러한 의미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DOE 1993, 1988). 우리 나라의 도시계획자들도 그린벨트가 대도시 인구집중 억제와 연담화 방지에 효과적이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권을 기준으로 정의된 도시의 개념이다. 따라서 서울의 그린벨트가 서울시 인구증가를 억제하는데 기여했는가보다는 수도권 전체의 인구성장을 막았는가가 타당한 질문이다. 손재영(1997)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와 수도권 인구는 정부의 수도권 억제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그린벨트가 대도시 인구억제에 기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 주장에 대해 도시계획가들은 그나마 그린벨트가 없었더라면 수도권 인구가 폭발했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시하지만 그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이 무엇인지, 도시의 연담화는 왜 나쁜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없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이 도시기반시설과 체계적인 도시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의 난개발을 말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된다. 그러나 만약 기반시설과 계획의 부재가 문제라면 이를 시정하기 위해 굳이 벨트모양의 완충지대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또한 그린벨트 지정 당시에는 서울과 경기도 외곽 도시들 사이의 연계관계가 크지 않아 서울의 공간적 확산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서울과 인근 시 군들이 하나의 광역화된 대도시 생활권을 이루고 있는 현 상태에서 같은 논리를 주장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그린벨트의 존재로 인해 수도권의 광역화가 가속화되고 교통수요가 증가하였다. 1995년도 인구 및 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32개 시 군간 통근 통학 인구가 179만 명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교통량의 약 30%만이 철도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승용차와 버스 등 육상교통수단에 의한 것이어서 교통혼잡과 대기오염 유발 등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통계청 1997). 만약 도시를 '벨트'로 둘러쳐서 '질서 있는' 모양새를 유지하는 것 말고도 대도시 광역화의 사회비용을 초과하는 그린벨트의 도시계획적 공헌이 있다면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2) 도시주변의 자연환경 보전과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 확보
개발제한구역이 녹지확보를 통해 환경보전에 기여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먼저 그린벨트내의 토지 중 임야는 61%이고 나머지는 농경지 25%, 대지 및 잡종지, 기타 14%로 되어 있다. 더구나 다수의 도시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활동을 위한 쾌적한 자연공간으로 상당 부분 활용되고 있는 영국의 그린벨트와는 달리 우리 나라의 개발제한구역 내 임야는 휴식공간으로 개방되지 않고 있으며 접근성도 낮다. 그린벨트 때문에 도시 땅값이 너무 비싸져서 도시내의 녹지를 보존하기 어렵게 된 것과 영국의 경우에도 시민들이 도시 외곽의 녹지에 비해 주거지의 녹지에 대해 3배의 가치를 느끼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Cheshire 1997) 우리 나라 그린벨트가 도시민의 쾌적한 생활환경 확보에 기여했다고 보는 것은 매우 무리한 일이다.
둘째로, 환경보전을 위해서 임야나 녹지를 보전한다면 그 임야나 녹지가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가의 여부나 녹지의 모양이 벨트인지 아닌지는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의 보전을 '벨트'의 보전과 동시에 추구해온 결과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 땅은 환경보전에 필요한 임야나 녹지가 아니더라도 굳건히 보전한 반면 개발제한구역 외곽에 위치한 임야나 녹지는 택지개발이나 공장 건설 등을 위해 합법적으로 훼손하는 모순을 낳았다. 예컨대 분당 신도시지역의 경우 총면적 1,835만 m2 중 개발이전에는 임야가 전체면적의 22.1 %인 406만 m2 이었고, 전.답이 67.3 %인 1,235만m2 에 달하였으나 이중 6.3만 m2 만이 녹지로 남게 되었다. 평촌 신도시의 경우도 개발 이전의 임야와 녹지의 비중은 전체 면적의 90%인 445만 m2에 달하였으나 개발 완료후의 공원 및 녹지면적은 69만 m2에 불과하다. 1994-96년 사이에 개발된 준농림지 면적은 209 km2으로 수도권 5개 신도시 총 면적의 4배에 달한다. 이러한 준농림지의 대량 난개발도 그린벨트를 고수하면서 가용토지를 공급하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첨단산업단지 개발과정에서도 그린벨트를 고수하기 위해 우량농지를 대폭 잠식하였다.
끝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외부효과를 시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도시성장억제가 아니라 오염을 야기하는 경제행위를 억제하는 것인데 (Hamilton and Mills 1994, pp. 403-406) 개발제한구역 내에 제대로 오염물질 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무허가 공장, 하수도 시설이 없는 음식점, 축사 등이 들어서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약하면 우리 나라의 그린벨트는 그린벨트 이외 지역을 포함한 환경보전에 기여하지 못했으며 도시민의 쾌적한 여가공간제공 기능도 미약하다고 하겠다.
3) 안보
안보가 그린벨트 지정 당시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던 것은 분명하나 그 효과를 달성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므로 별도의 논의를 피하기로 한다.
2. 부작용
1) 직접 피해
그린벨트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그린벨트에 거주하는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다. 이들은 엄격한 토지이용규제로 생활에 필요한 대중교통, 의료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의 부족과 지형 및 인접지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그어진 불합리한 경계선으로 인한 불편을 아무런 보상 없이 감수해 왔다. 뿐만 아니라 개발된 주변지역에 비해 지가가 현격히 낮아 재산권 행사에 실질적인 제한을 받고 있다. 반면에 공공부문은 낮은 지가를 이용하여 쓰레기 처리장 등 혐오시설과 기타 공공시설을 그린벨트 내에 설치하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 간접 피해
그린벨트의 간접피해자는 앞에서 지적한 원거리 통근의 불편과 함께 땅값, 집값 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다수의 도시주민들이다. 먼저 땅이나 집 역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며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국토의 면적은 고정되어 있지만 도시용 토지의 공급은 비 도시용 토지의 전용에 의해 가능하다. 그런데 서울시의 경우 그린벨트 중에서 임야가 아닌 땅의 면적이 기존 주거지 면적의 1/3에 해당하고 서울 도심으로부터 20 km까지의 구간 내에 위치한 可用地의 60 %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김정호 1995: 113쪽), 서울, 인천, 수도권 시의 그린벨트 중 임야가 아닌 토지 면적은 서울 주거지 면적의 두 배에 이르고 있어 가용토지의 원활한 공급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그린벨트가 토지이용의 자연적 제약보다 더 직접적인 도시용 택지 부족의 원인이 되고 있다 (Son and Kim 1998). 다만 그린벨트가 집 값에 미치는 영향(Hannah-Kim-Mills 1993)에 대해서 대부분 일반인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린벨트는 좁은 국토를 더욱 좁게 만들뿐 아니라 가용토지 공급을 제약하여 땅값, 집값 상승 요인이 되며 그 부담을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이 지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의 문제까지 초래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도시성장 관리 정책이 주택가격을 상승시키고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Cheshire 1997).
3) 기타
이밖에 공간구조의 왜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심각하다. 정상적인 도시라면 도심에서 외곽으로 나갈수록 개발 밀도가 하락하는 것이 보통인데 서울의 개발밀도는 도심이나 시 외곽이나 거의 같다 (Kim 1995). 이는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그린벨트 토지를 남겨두고 일정량의 주거면적을 확보할 목적으로 외곽지역에서도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밀도 개발지역의 확산으로 총 교통비가 증가하였고 신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 사회간접자본 설치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다.
다음으로 중앙정부가 지방 중소도시 주변의 그린벨트에 대해서도 지역경제의 특성과 성장잠재력에 대한 고려 없이 대도시 및 수도권과 동일한 규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지역발전을 통한 국토의 균형개발을 저해하고 있다. 우리의 중앙집권적인 그린벨트 관리방식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여 지방정부가 구역경계조정과 개발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영국의 그린벨트 운영과 대조적이다.
끝으로 그린벨트 관리를 위한 비용 부담의 불합리성도 문제이다. 대도시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가 지정한 개발제한구역의 관리 감독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부담하고 있다. 1995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그린벨트 관리예산이 165억 원에 달하였으며 1994년 10월에 완주군의회는 전주시민들을 위한 전주권 개발제한구역 관리비를 완주군이 부담할 수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김태복 편 1997).
3. 요약
요컨대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은 지정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거나 목적의 불완전한 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반면 수혜자는 분명치 않다. 만약 누군가가 그린벨트 제도에서 비롯되는 편익을 누리고 있다면 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할텐데 보상 없이 무임승차를 계속하고 있어 민원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토지개발의 불가역성과 후세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상과 같은 평가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나 위에서 지적된 사회적 순비용에 대한 객관적인 반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III. 영국 그린벨트 제도의 주요 내용
1. 지정목적과 토지이용 현황
영국 그린벨트의 지정목적은 대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 도시주변 농지보호, 인접 도시간 연담화 방지, 역사적 도시의 특성 보전, 도심 재개발 촉진 등 다섯 가지인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확산의 방지이다. 그린벨트는 기본적으로 도시 외곽에 영원히 개발하지 않을 땅을 남겨둔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지정하거나 해제할 때 환경의 질이나 풍광, 생태계로서의 가치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린벨트 정책은 일반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실제로 이런 목적으로 그린벨트 토지가 관리되고 있지는 않다(Rydin 1993, p.119). 실제로 그린벨트 내에는 생태계 보전이나 환경적 가치가 없는 땅 즉 brown belt도 많다(Herrington 1990, p.28). 한편 환경이나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별도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국립공원, 풍치미관지역(areas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 환경민감지역 (environmentally sensitive areas), 과학적 관점에서 특수한 지역(sites of special scientific interest) 등이 지정되어 있으며 친환경적 영농이나 투자에 대한 지원금이 제공된다(Cullingsworth and Nadin 1997, p.217, Rydin 1993, p.132). 그린벨트의 일부가 풍치미관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사례도 있다(DOE 1988, p.24). 상수원 보호구역은 별도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사업에 대해 수자원 확보여부를 검토한다.
1989년 현재 영국 전체 토지 이용실태를 보면 대체로 임야 및 습지 10%, 도시용지(기 개발지 및 여가시설 등) 13%, 농경지 76 %로 구성되어 있으며 잉글랜드의 경우 임야 및 습지 10%, 도시용지 17%, 농경지 73 % 이다 (DOE 1992, p.52). 환경교통부에 의하면 현재 잉글랜드의 기 개발 도시용지(built-up area)는 약 11%이라고 한다. 1993년 현재 잉글랜드 그린벨트 총 면적은 15,557 km2 으로 전체 토지면적의 12%이고 스코트랜드의 그린벨트 총 면적은 1,648 km2이다(Cullingsworth and Nadin 1997, pp.151-152). 그린벨트 토지의 지목 구성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2. 그린벨트 이해 당사자들의 역학 관계
그린벨트 정책의 이해 당사자들은 중앙정부인 환경교통부, 지방정부 (county councils 및 district councils), 토지소유자, 그린벨트 주민, 일반 주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앙 정부는 대체로 지방정부에 비해 그린벨트를 확대하는데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들어 1991-2016년까지 최소한 440만 가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주택 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Economist 1998).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 개발에 저해되는 飛地的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기존 시가지의 공한지의 활용과 재개발을 권장하는 한편 특히 대중교통망과의 연계성이 높은 일부 그린벨트 토지를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 초에 그린벨트 토지 일부를 해제하여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런던 북부 근교의 Stevenage 및 New Castle의 계획에 장관이 동의하면서 그린벨트 정책의 포기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방정부의 태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부 및 북부에서는 고용창출을 위한 산업유치나 주택건설에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토지의 일부를 개발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다. 그러나 런던 주변의 12개 county 들은 대체로 그린벨트의 보전에 적극적이며 이러한 경향은 특히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방자치단체들에서 더욱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벨트 주민과 토지 소유자의 역학관계는 우리 나라와 매우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린벨트 주민 중 토지 소유자가 많지만 영국의 그린벨트 주민 중에는 자가주택을 구입하여 이주한 중산층 이상이 많으며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도 크다. 반면 그린벨트 내 농지는 소수의 지주나 기관, 주택사업자 등이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그린벨트 내 토지와 주택 가격이 주변의 비슷한 토지나 주택에 비해 현격히 낮아 토지소유자들이 구역해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에는 그린벨트 내의 재산가치가 주변지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다소 높다. 따라서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택 주변이 개발될 경우 탁 트인 공간에서 비롯되는 재산가치가 손실될 것을 염려하여 개발에 반대한다. 반면에 지주들은 개발이 허용될 경우 지가가 수십, 수백 배 상승하기 때문에 개발을 강력히 원한다. 다시 말하면 익숙한 경관의 보전, 우수한 주거 환경의 유지 욕구 등도 영국 그린벨트 주민들이 그린벨트의 유지를 원하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경제적 이해가 개발 반대의 중요한 이유라는 사실은 우리 나라 주민이나 토지소유자들이 개발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영국의 일반 시민들이 그린벨트를 지지하는 것은 이 정책이 가장 단순하고 잘 알려진 도시계획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즉 그린벨트는 원칙적으로 영원히 개발하지 않을 땅이기 때문에 한번 지정하면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그린벨트의 개발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나 영국이나 일반 시민들이 그린벨트를 다소 추상적으로 이해하여 지지하는 경향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들의 성향 역시 우리 나라와 비슷하다. 그린벨트 도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는 영국 농촌보호 위원회 (Council for Protection of the Rural England, CPRE) 나 지구의 친구들 (Friends of the Earth) 등이 친 그린벨트 비영리 민간단체들이다. 이들은 지속가능성장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농촌과 그린벨트에 포함된 미개발지 (open countryside)의 보전을 주장한다.
3. 도시계획체계 내에서의 그린벨트
영국의 도시 농촌 계획법은 잉글랜드 전역의 모든 토지에 대해 적용된다. 영국은 1947년이래 용도지역지구제가 아닌 개발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토지의 사용권 및 개발권은 실질적으로 국유화되어 있으며 어느 곳에서든 계획 없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중앙부처인 환경교통부는 계획지침 (planning policy guidance: PPG)을 작성하고 이에 따라 지역에 속한 모든 county들이 공동으로 지역개발지침 초안을 만들면 이를 환경부가 검토하여 지역개발지침 (regional planning guidance)으로 확정한다. 지역개발지침은 구체적인 개발 위치에 관한 사항은 담고 있지 않지만 지역 내 각 county에서 건설해야 할 신규주택 호수를 할당한다. 각 county council 은 기본계획인 structure plan을 작성하며 이 테두리 안에서 지방정부 (district council)는 상세계획인 local plan을 제정한다. 그린벨트의 구체적인 경계는 지방정부 상세계획으로 확정된다. 경계선 설정에 불합리한 경우가 있더라도 일단 설정되면 변경이 불가능하며 이에 대한 보상도 없다. 구역지정이나 변경, 해제는 주어진 절차에 따라 지방정부 주도로 민주적으로 진행되며 이 과정에 대한 신뢰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내 행위제한은 개괄적으로 PPG #2에 규정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우리 나라 규정과 비슷하다. 그린벨트의 해제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는 계획변경 절차를 거쳐 환경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얻으면 가능하다. 최근에 이루어진 그린벨트 해제 사례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4. 그린벨트와 환경 평가
환경평가(environmental assessment)는 1988년 3월에 발효된 유럽공동체 지시 (European Directive No. 85/337)와 환경부 규정 (DOE Circular 15/88)에 의해 도입되었다(Rydin 1993 pp.153-157, 209-210, Cullingsworth and Nadin, pp.181-183). 환경평가는 개별 프로젝트 차원에서 실시되지만 정책이나 개발계획,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용 폭이 확대되고 있다. 1998년에 제정된 계획정책지침 (PPG #1, D6)에서는 계획허가를 신청할 때 환경평가서(environmental statement)의 제출을 의무화하였다. Hertfordshire county council는 구조계획 수립과정에서 전략적 환경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린벨트는 원래 환경보전이 주목적이 아니므로 그린벨트의 지정에 환경인자가 명시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며 그린벨트 구역조정에 관련하여 환경평가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반영한 사례도 없다. 다만 현재 Stevenage에서 그린벨트 해제구역 결정을 위한 참고자료로 두 민간 용역업체에게 의뢰하여 환경보전 가치가 있는 물적자본 (critical natural capital)을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5. 그린벨트 관련 개발이익과 환수장치
영국은 개발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린벨트와 그린벨트가 아닌 농촌 (open countryside) 의 토지에 대해 적용되는 개발규제의 강도는 거의 같다. 지가는 그린벨트에 포함되어 있는가의 여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발허가 유무 (혹은 개발허가 가능성)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개발허가 가능성이 같은 토지라면 그린벨트에 포함되어 있든 아니든 가격이 비슷하다. 그러나 만약 그린벨트 내의 농지가 개발허가를 받게되면 런던 근교의 경우 에이커(약 1,200평)당 2,000-3,000 파운드에서 500,000 파운드로 가격이 급등한다.
개발허가 부여에 따른 지가상승(planning gain)의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개발사업자 사이의 협상에 따라 연결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의 기부체납이나 그에 상응하는 현금 납부로 환수되는데 이를 development obligation 이라고 한다. 여기에 저소득층 주택 (affordable housing)이 포함되기도 한다. 개발사업자는 이 금액과 사업비 및 이윤을 감안하여 토지소유자와 매입가격을 합의한다.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개발이익의 40%는 양도소득세로 국가에 환수된다. 추가적인 개발이익 환수와 도심재개발 촉진을 위하여 녹지개발세 (greenfield development tax)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슷한 세금이 시행되다가 폐지된 전례가 있어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 국가에 의한 토지매수 및 주민에 대한 보상
1938년 그린벨트법에 따라 그린거들(green girdle)이 지정될 때 London County Council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필요한 토지를 취득,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였다. 1947년에 도시 및 농촌계획법이 제정되면서 토지의 개발권이 국유화되었으므로 그린벨트 토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개발허가가 거부된 토지에 대해서는 국가재정에서 보상을 하였다. 런던과 대도시 주변 토지에 대한 보상으로 수백만 파운드가 지급되었다(DOE 1988, pp.11-12). 그러나 이후 그린벨트 토지 매입이나 보상은 없었으며 현재는 개발허가가 거부되어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국공유지의 비율은 최대 1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신도시 개발이나 공공시설을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토지를 매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매입가격은 그 토지가 정상적인 용도로 사용되었을 때의 가치 (alternative use value)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그린벨트 토지소유자에 대한 매수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7. 그린벨트에 대한 평가
영국 그린벨트에 대한 평가는 학문 영역과 학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Elson (1986, 1993)같은 도시계획학자는 그린벨트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과 연담화 방지 및 도시주변 농지 보전에 확실히 기여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연담화 방지의 도시계획적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에 반해 도시경제학자 혹은 경제지리학자인 Evans(1988)나 Cheshire-Sheppard (1997) 는 그린벨트를 포함한 영국의 계획규제로 인해 토지 및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그 진폭도 확대되었으며 그 편익이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형평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Cheshire(1997)는 또한 사람들이 도시 외곽의 공한지보다는 도시 내의 공원이나 자기 집의 정원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Herrington(1990: p.53)은 "그린벨트는 도시주변의 농촌지역에서 장차 일어날 복잡한 변화를 감당하는데 적절치 못한 구시대의 정책이다. 그린벨트 제도를 버린다면 점점 강력해 지고 있는 녹색운동의 관심사를 수용할 수 있으며 시장요인의 작동을 위해 보다 효율적인 탄탄한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그린벨트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요약하고 있다.
IV.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의 쟁점과 영국 그린벨트의 시사점
그린벨트 정책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쟁점이 있고 이해 집단별로 이에 대한 시각이 달라 앞으로 의견조정을 통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그린벨트 제도의 일부 내용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과 우리 나라의 여건에 차이가 많아 응용범위는 제한적이다.
먼저 영국 잉글랜드의 경우 도시용지가 11 %인데 반해 우리 나라의 도시용지는 1997년 현재 전국토의 5 %에 불과하여 가용토지 공급부족과 이로 인한 개발압력이 훨씬 심각하다. 둘째, 우리는 용도지역지구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영국은 개발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그린벨트 이외의 지역에서도 허가 없이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국의 경우에는 그린벨트와 유사 녹지지역에 대한 규제의 강도에 큰 차이가 없으나 우리 나라는 그린벨트가 주변 유사지역에 비해 훨씬 강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강하다. 셋째, 영국 그린벨트의 지정과 해제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중앙정부의 허가를 얻도록 되어있지만 우리 나라는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섯째, 영국의 그린벨트 해제는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전제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우리 나라의 구역 조정에는 그 이후의 토지이용계획이 자동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1. 그린벨트 제도 개선의 필요성
그린벨트 제도 개선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이정전 1998). 국토도시계획학회가 실시한 "그린벨트 조정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 설문조사의 첫 질문도 "그린벨트의 전면 재조정이 IMF체제하에 있는 우리 나라의 경제회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십니까?"였고 당연히 절대 다수가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답하였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1998). 그러나 토지이용규제 완화 주장은 IMF체제 이전에도 있었으며 이때 일부 공무원들이나 언론, 전문가들이 투기 때문에 가격상승을 부축일 것이라며 반대하였던 점에 비추어 이번 규제완화로 인한 지가하락을 염려하여 제도개선에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반론도 제시될 수 있다 (김경환 1998b).
2. 그린벨트의 지정 목적 검토
영국 그린벨트의 목적은 가능한 한 영원히 도시 외곽에 공한지를 유지하는데 있다.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당시에는 주로 수도권 및 대도시 성장 억제, 안보,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이 중시되었으며 환경에 대한 배려는 일부 공업도시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식명칭도 아닌 그린벨트의 그린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부각되면서 대통령 공약을 통해 환경적 가치가 강조되었다. 이에 대해 도시계획가들은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성장관리 수단이며 도시 성장의 억제를 통해 환경의 질도 유지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담화 억제기능에 대해 그린벨트는 도시 주민을 위한 것이지 도시의 모양새를 위한 것이 아니며(Kain 1992) 연담화에 대한 우려의 근거가 약하다는 반론도 있다. 따라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그린벨트의 기능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3. 그린벨트 구역 조정 방안
그린벨트 구역조정 방안은 그린벨트의 목적과 연계되어 있다. 만일 연담화를 방지하는 것이 본질적인 목표라면 그린벨트가 어떤 종류의 토지로 구성되어야 하는가는 의미가 없다. 또한 연담화를 방지하려면 그린벨트는 반드시 벨트모양이 되어야 하므로 구역조정에 있어서도 벨트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우선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반면 그린벨트를 환경보전 정책수단으로 본다면 환경평가를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토지를 가려내는 작업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영국에서도 아직 그린벨트 구역조정에 환경인자들을 체계적으로 반영한 사례가 없으므로 현재 진행중인 Stevenage 사례를 추적하면서 우리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도시확산 방지기능을 배제한다면 벨트가 아닌 쐐기형태(green wedges)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경우 green wedges가 그린벨트를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좁은 의미에서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녹지의 보전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린벨트가 '도시의 허파'라는 환경논자들의 표현은 논리적으로 녹지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 '그린'을 보전하고 '벨트'는 허물어져도 개의치 말자는 주장은 환경보전과 상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임야만 보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연결되지 않은 도시 내 녹지는 죽은 녹지로서 가치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이정전 1998). 여기에 대해 도시 주민들이 선호하는 것은 접근성이 높은 도시 내 녹지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환경보전을 자연환경 또는 생태계 보전으로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환경보전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추구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도시주변에 공한지를 보전하여 성장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린벨트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세대내 형평이라는 지속가능성의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김경환 1998).
현실적으로 구역조정을 실시한다면 기존의 집단취락지역과 대지를 우선적으로 그린벨트에서 해제하고 임야를 보전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므로 결국 농지를 보전해야 하는가가 쟁점이다. 참고로 의왕시 그린벨트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에 따르면 보전 가치가 있는 토지의 비중과 위치가 대체로 임야 및 저지대 습지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역조정과 관련된 또 하나의 쟁점은 권역별 차등화 원칙을 채택할 것인가 여부와 만약 차등화를 할 경우 중소도시의 그린벨트를 완전 해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4. 보전지역 관리 및 해제지역 활용방안
보전 대상 토지 중 특히 녹지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절대 보전지역과 상대보전지역으로 구분하여 관리하자는 제안이 있다. 한편 환경보전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시민의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는 지역의 처리방안은 더 복잡한 쟁점이다. 영국 그린벨트 해제는 개발계획 변경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그린벨트가 일단 해제되면 자연녹지가 되는데 자연녹지로 둔 채로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이다. 개발유보지를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취락의 경우에는 해제와 함께 특별한 조건을 부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린벨트 구역 조정을 주택정책과 연계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 기존 교통망과 근접한 택지를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가능하면 현행보다 개발밀도를 낮추고 저소득층 주택을 일정 비율 포함하는 택지개발 방식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환수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정상적인 양도소득세나 개발이익환수 규정을 적용할 지 아니면 별도의 장치를 도입해야 하는지, 원 거주인과 여타 토지소유주를 차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영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개발사업자 사이의 협상에 의해 개발이익이 일부 환수되는데 우리 나라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5. 보상여부와 보상방식
우리 나라는 물론 미국 등에서도 환경보전 정책 또는 계획규제로 인한 재산권손실 (regulatory takings)을 보상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미국 헌법 5차 수정에는 공정한 보상 없이는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1) 토지소유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제와 2) 토지소유주의 권리를 일부 제한하지만 재산가치의 감소를 수반하지 않는 규제를 제외한 다른 규제에 대해서는 재산권 손실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규제의 목적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경우 보상이 필요 없으며 보상은 행정소송 사태를 야기하고 정부 예산부담을 가중시키므로 보상이 불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규제에 대한 보상이 요구되지 않는다면 규제의 비용을 규제자가 인식하지 못하여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수 있으며 공익을 위해 재산권의 제약이 필요하다면 공익의 수혜자들이 재산권 손실을 입는 토지 소유자에 대해 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Stroup 1997).
영국에서는 그린벨트 토지를 국가가 매입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 그린벨트 제도 개선논의에서는 보전이 필요한 토지는 국가가 매수하겠다는 의지를 대통령이 일관되게 천명함으로써 보상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원의 제약으로 보상이 불가능하고 매입한 토지의 국가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다만 보상대상 토지 규모는 구역조정의 폭에 좌우되며 임야는 보상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면 재원 제약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보상방식으로는 지가증권 발행을 통한 보상과 함께 매수청구권 부여, 개발권양도 (transferable development right: TDR),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한 환지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1998). 이중 특히 개발권양도제도에 대한 관심이 많으나(김성배 1998, 이정전 1998) 그 현실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환 1998 b) 보상기준에 관해서 주민들은 그린벨트에 포함되지 않은 인근의 유사 토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행법에 따르면 규제가 있는 상태의 공시지가가 보상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보상기준 산정에 있어서 최초 지정 당시부터 거주한 원주민과 지정이후 토지구입자에 대한 구별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주장이지만 법적인 근거는 없다.
6. 그린벨트 관련 법령 및 행정체제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현행 도시계획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보완하여 보상 등 주요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일부 국회의원과 전문가들 사이에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린벨트 관리주체에 관해서는 영국처럼 중앙정부는 기본적인 정책방향과 구역조정기준만 정하고 구체적인 집행과 관리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에 재량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와 반면 지방정부의 그린벨트 보전의지와 관리능력이 의심스러우므로 중앙정부가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관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주민 대표, 도시 및 환경 전문가로 구성된 광역 관리기구를 구성하자는 절충적 의견도 있다.
V. 결론
이 글에 담긴 그린벨트제도의 평가는 시장주의에 입각한 것이며 도시계획가들의 견해와 상반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기회비용 혹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경제학의 기본개념이 비경제학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데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들의 관심은 어떤 정책이 작동하는가 여부가 아니라 그 정책의 사회적 편익과 비용을 감안할 때 최선의 대안인가 하는데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그린벨트가 적어도 행정구역으로 정의되는 도시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기여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통근거리가 길어지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므로 득실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린벨트가 환경보전에 기여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이 있느냐가 의미 있는 질문이다. 마찬가지로 시장주의적 토지정책은 토지부문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므로 규제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사회적 비용보다 클 경우에만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으며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지역사회 전체의 비용 편익을 고려할 정치적 부담을 지고 있는 지방정부에 의한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린벨트처럼 민감한 문제가 논리로서 해결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책은 불완전한 대안간의 선택에 불과하며 그 선택은 이해당사자들의 수적 분포, 여론, 정책 담당자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정책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므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린벨트를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좋은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인식하고 있으며 그린벨트의 유지를 위해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면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나 언론기관, 정책 수립 관련자들이 그린벨트의 실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객관적 근거에 입각하여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는 일이 전문가의 역할일 것이다.
도시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그린벨트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역시 다수의 도시 주민을 위한 것이지 그린벨트 주민이나 토지소유자들의 민원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100만 그린벨트 주민 대 4,400만 나머지 국민의 대립구도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의 간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수도권과 대도시 주민 모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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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이 논문은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 제도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의 주요내용을 소개한 다음 현행 제도의 평가 결과와 영국제도의 시사점을 감안하여 제도개선의 주요 쟁점을 정리한다.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은 지정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거나 목적의 불완전한 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였으며 그 비용의 부담도 형평에 위배되므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영국의 그린벨트제도를 우리 나라에 적용하는 데는 제약이 있지만 제도개선에 참고가 될 점도 있다. 제도개선의 최대 쟁점은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목적을 정립하는 일이다. 목적에 따라 구역조정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이밖에 보전지역 관리 및 해제지역 활용방안, 보상여부 및 보상방식, 관련법령 및 행정체제 등도 주요 쟁점이다.
영문초록:
This paper makes a case for a fundamental reform of Korean government policy towards green belts, and to identify major issues for policy reform. An evaluation is made of Korean green belts to argue for a reform and key aspects of the British green belts are considered to draw implications for reform. The paper concludes that the Korean green belts failed to achieve the goals assigned to them, or imposed too large social costs relative to benefits if there are any. A several major issues that need to be addressed for policy reform are presented with various views on each issue. These includes; defining the policy objectives, devising the criteria for adjusting boundaries of green belts and relaxation of regulation, ways to protect the land that will remain as green belt and to utilize the land to be released from green belt, compensation for regulatory takings, and the legal and administrative structure governing green belt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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