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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입시

예비 초등생 준비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한애란]

"내년에 학교 들어가는데 수학은 뭘 시켜야 할까요?" "한글 쓰기가 부족한데 학원에 보내야 하나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2개월반 정도 앞둔 예비 학부모들은 초조하다. 옆집 애들은 학습지다 학원이다 해서 앞서가는 것 같은데, 이러다가 우리 애만 학교에서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선배 학부모들은 "책읽기와 학습 준비물 챙기기만 잘해도 1학년은 해결된다"고 말한다.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한글과 수학은 어느 정도 알면 적절한 건지, 집에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 한글 다 떼고 가야 하나=경기도 가남초등학교의 김영복 교사는 "1학년을 수년간 담임해 본 경험에서 볼 때, 입학 전에 한글을 얼마나 알고 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별 문제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지능이나 심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아이가 1학년을 다니면서 한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을 떼고 가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두 자녀를 둔 김윤희(42.경기도 분당)씨는 "한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학교에 가면 알림장을 잘 써올 수 없고, 친구들이 알림장을 잘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실제로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1학년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다음해에 다시 입학한 아이도 봤다"고 말했다.


대부분 선배 학부모는 "받침이 어렵지 않은 글씨를 읽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쓰기의 경우 무리하게 시킬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위은실(38.서울 논현동)씨는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쓰기 연습을 위해 국어 학습지를 잠깐 시켰는데 효과가 별로였다"며 "학습지로 공부하면 금세 잊어버리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오는 받침을 한 번씩 지적해주니까 더 오래 기억했다"고 말했다. 입학 전에 쓰기를 배운 아이들 중에는 획순을 잘못 익혔거나 잘못된 연필 쥐는 법이 습관이 된 경우가 많다. 시간이 걸려도 정확한 획순과 자세를 가르쳐야 학교 가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글자 쓰기를 가르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도록 하는 것이다. 책을 눈으로 읽는 데 문제가 없는 아이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소리를 내서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대성독서논술연구소의 임은정 교육팀장은 "문자를 음성화하고 그 소리를 듣고 다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발음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 수학 어디까지 가르치면 되나=무리한 선행학습은 좋지 않지만, 수학의 경우 학교 진도를 따라잡기 힘들 수도 있으므로 약간 준비를 해두는 것도 좋다. 이때 주의할 것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원리를 이해하며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풀이나 암기 위주의 수학 선행학습은 튼튼한 기초를 쌓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위은실씨는 "아이가 입학할 때 한 엄마가 '우리 애는 구구단을 다 외웠다'고 자랑해서 우리 아이만 뒤처진 것 같아 걱정했었다"며 "하지만 지금 그 아이의 수학실력은 형편없다"고 전했다. 김영복 교사도 "구구단이 왜 필요한지도 모른 채, 엄마.아빠가 잘한다고 하니까 무턱대고 외운 구구단이 무슨 소용이냐"며 "구구단도 2학년 올라가면 원리부터 차근차근 배우게 되니까 너무 조바심내며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두자릿수를 정확하게 읽고 쓸 줄 알고, 한자릿수의 덧셈.뺄셈을 할 줄 알면 학교 공부를 따라잡는 데 문제없다. 될 수 있으면 숫자만 빽빽한 문제지보다는 바둑알이나 성냥개비 등 생활 속 교구를 이용해 가르치는 게 개념 이해에 효과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학은 '산수보다 국어'라고 할 정도로 문제 이해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5개 사과가 들어있는 바구니에 3개를 덜어낸다면 몇 개가 남을까'란 문제에 답하려면 덜어내다, 가져가다, 사라지다 등이 모두 빼기를 의미하는 어휘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책을 통해 폭넓은 어휘를 접하는 것은 국어뿐 아니라 수학 능력에도 도움이 된다.


◆ 교과서를 미리 한번 살펴보자=학원이나 온라인 교육사이트에서는 1학년 1학기 교과서 내용을 미리 배우는 '예비 초등 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1학기 교과 과정의 핵심 내용을 미리 가르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과 내용을 미리 배우면 학습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선행학습이 아니라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과서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대형 서점에 가서 1학년 교과서를 아이와 함께 훑어보자.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는 3월 한달 동안 배우는 '우리들은 1학년'과 국어(말하기, 듣기, 읽기.쓰기 등 세 권),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등으로 구성된다. 막연한 불안감도 해소되고, 어떤 준비를 하면 될지 감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학교생활을 다룬 책을 읽히는 것도 좋다. 책을 통해 아이가 '선생님은 나를 도와주시는 분', '학교 수업은 유익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또 학교가 어떤 모습인지, 수업시간은 어떤지를 책에서 봐두면 학교생활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