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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독후감상문

히든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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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http://www.yes24.co.kr

[ 책소개 ]
2003년,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막에 있는작은 도시 힝클리에서는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650명의 마을주민들이 시름시름 앓으면서 원인도 모르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법률사무소의 여성 조사원 한명이 끈질기게 주민들을 찾아 다니며 서명을 종용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4년 뒤, 미국의 거대 전기가스 공급회사 PG&E는 발암물질인 크롬 6을 방출한 혐의로 소송사상 초유의 3억 3천만달러를 힝클리의 주민에게 배상하게 된다. 2000년 현재 총자산이 352억 9100만달러에 이르는 대기업이 법률사무소의 조사원 한명에게 무릎을 꿇은 이 사건은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영화제작사에게도 개봉첫주에만 2,800만달러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1999년 12월 3일. 키스 크로웰 WTO 대변인이 WTO 시애틀 회담의 결렬을 선언한 순간, 11월 28부터 12월 3일까지 세계각국에서 온 85,000명 이상의 NGO 활동가들은 "우리가 회담을 원점으로 되돌려 놨다"고 환호한 반면, 미 상무장관 윌리엄 데일리와 클린턴 대통령은 감당할 수 없는 실망감으로 땅을 치며 개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베트남전 이후 미 본토에서벌어진 최대규모의 시위로 일컬어지는 '시에틀 대첩'은 결국 전세계 NGO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린다. 21세기 초반 세계경제질서를 주도할 '뉴 라운드'의 뼈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NGO는 세계시민사회의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자본주의와 테크놀러지의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환경오염과 생태파괴, 사회적 불평등구조를 심화시킨다.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를 함께 파괴하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드리워졌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은 여전히 문제의 뿌리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이 두가지 사건의 경우처럼 개인적인, 혹은 단체의 연합적 저항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세계공동체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당하는 상태에서 감시와 저항은, 비록 그 필요성이야 부정할 수 없다하더라도, 여전히 곪은 상처를 도려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적어도 프리초프 카프라의 시각에 의하면 말이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

저자 :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The Tao of Physics)』,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The Turning Point)』, 『탁월한 지혜(Uncommon Wisdom)』, 『생명의 그물(The Web of Life)』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이다. 그는 1966년 비엔나 대학교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파리대학교, 캘리포니아 대학교, 스탠포드 선형가속기 센터, 런던대학교 등에서 입자물리학을 연구했으며, 버클리대학교와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역자 : 강주헌
1957년 서울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수학했다. 그는 주로 노엄 촘스키를 비롯한 언어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심혈을 기울여 연구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20여 년 동안 강의했다.

저서로는 『현대 불어학 개론』, 『현대 프랑스 언어학』, 『계집팔자 상팔자-우리말에 나타난 여성의 성차별』,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21세기 대충돌』, 역서로는 『백만장자처럼 생각하라』,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1분 혁명』, 『에버렛 루에스의 아름다운 날들』, 『그림만 보고 알 수 없는 액자 밖 그림 이야기』, 『어린 왕자,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 등 70여 권이 있다.


[ 목차 ]

1. 생명과 정신 그리고 사회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의 정신, 존재의 의식
사회적 현실과 현실적 문제

2. 21세기의 과제들
생명체와 조직에서의 리더십
세계자본주의 네트워크의 검은 그림자
가지 않은 길 - 전환점에 서있는 생명공학
게임판을 바꿔라

[ 책속으로 ]

유전자조작 식품이 시장에 범람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건가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규제보다는 자원책을 택하고 있어 생명공학기업들은 식품에 대한 적절한 표기를 생략하고 있다. 그 때문에 소비자는 유전자조작식품과 그렇지 않은 식품을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에서 생명공학업계는 식품의약청(FDA)을 설득해 유전자조작 식품을 전통적인 식품과 '물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인정받아, 유전자조작식품이 FDA와 환경보호국(EPA)의 정상적인 검열을 받는 과정을 생략시켰을 뿐아니라 그들의 식품이 유전자조작된 것이라는 표식의 부착여부를 기업의 재량에 맡기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는 유전자조작 식품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좀처럼 감지할 수 없으며, 과학자들도 그 영향을 추적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결국 현재로는 유기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유전자조작 식품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집단소송으로 공개된 믿을 만한 자료에서 FDA에서 근무하는 과학자들도 '물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는 판정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생명공학업계의 입장도 서로 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전통적인 농산물과 물재리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표식을 구태여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새로운 것이므로 특허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요컨대 반다나 시바가 지적하듯이, '물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는 신화는 안전한 식품을 선택할 시민의 권리를 부정하고, 정직하고 건전한 과학을 시행할 과학자의 권리를 부정하려고 만들어낸 조작이다."
---p. 268

[ 출판사 리뷰 ]
자연과 인간의 질서질서회복을 위한 물리학자의 설계도
인류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학문을 꼽는다면, 그것은 단연코 현대물리학이다. 기술공학과 자연과학의 토대를 이루고 있으며, 그 응용과 접목방향에 따라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현대물리학은 이제 사상과 철학까지 뒤흔들어 놓는다. 20세기의 양자론과 끈이론, 원자의 세계에 대한 탐구와 실적은 고전적인 관념과 이념의 한계성을 극명하게 증명해냄으로써 새로운 실체관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우주의 실체, 우주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시각의 재정립은 결국 이를 둘러싼 철학적 모티브나 사상적 관점의 근본적인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물리학을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 엄청난 학문적 조류와 현실적 적용의 방향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공간과 시간, 모든 사물의 인과관계, 물질의 구성요소 등 모든 과학적, 혹은 철학적 논의의 시발점이 되는 기본개념의 변화는 현대물리학을 탈레스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처럼 초기 그리스의 신비주의적인 세계관을 향해 밀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같은 변화가 현대물리학의 본질적인 변화라면, 이는 기원전 500년, 고대철학의 출발점으로 다시 환원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다만, 변증법적 나선형 발전구조의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단순한 환원론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과학적 탐구는 선형적 사고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급속도로 발전한 컴퓨터의 능력덕분에 과학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복잡성 이론, 즉 비선형적 사고를 과학적인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는 이러한 혁명적 변화의 최전방에 서 있었다. 그는 "생명의 그물"에서 이러한 혁명적 변화의 영역을 살아 있는 유기체에 대한 복잡성 이론으로까지 확대시켰다. 그런데 카프라는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히든 커넥션"을 통해 복잡성 이론의 원칙들을 모든 인간의 상호작용의 차원에까지 적용시키고 있다.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생명의 그물』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물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프리초프 카프라는 원시세포의 생존형태부터 언어, 문화, 사회적 관습, 정신적 영성, 그리고 세계경제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의, 혹은 비생명체까지 아우르는 연관관계와 네트워크에 대한 매력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The Hidden Connections"라는 원제에서 얼핏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생명체와 인간의 의식, 그리고 생명의 사회적 중요성을 공존의 과학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그 "숨겨진 연결고리"에 대한 조망을 통해서 말이다.

카프라는 이 책에서 생명의 생물학적인 차원과 인지적 차원에 사회적 차원까지 통합시키는 개념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현 시대를 짓누르는 화급한 문제들에 시스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틀, 즉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태와 물질, 과정과 의미의 네가지 관점에서 생명계를 분석함으로써 생명에 대한 통합적 지식을 물질세계의 현상만이 아니라 의미세계의 현상에도 적용한다. 그 결과, 카프라는 새포내의 대사 네트워크에서 생태계의 먹이사슬까지, 그리고 인간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생명계의 구성요소를 이루는 네트워크는 현대와 같이 고도로 발달한 정보화 사회에서 그 기능과 조직에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자본주의의 부상과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창설이라는 두가지의 대립적 네트워크 전자는 금융과 정보의 흐름에 대한 전자 네트워크인 반면, 후자는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에 대한 생태 네트워크라는 특징을 가진다 는 결국 세계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치 시스템을 변화시킴으로써 그 대립구조를 풀어 나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세상에 대한 희망은 "이 세상의 상태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상태"라는 바츨라프 하벨의 희망에 대한 성찰을 함께 전해주면서.

[ 미디어 리뷰 ]
네트워크 理論서 해법 찾아라

몇 해 전, 강연하러 지방에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스님 옆자리에 앉게 됐다. 스님은 나의 전공이 물리학이란 사실을 알고는 환한 미소와 함께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물리학자가 칼 세이건과 프리초프 카프라라고 했다. '물질이 원자와 전자 사이의 텅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현대 물리학의 발견은 결국 '물질은 공허하다'는 가르침이 아니겠느냐는 게 스님의 말씀이었다.

카프라는 이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운동과 에너지의 연속이라 했는데, 그것은 불가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고 일러 주셨다. 스님과 물리학자는 우주를 말하는 동업자라는 얘기다. 스님이 말한 세이건과 카프라는 실은 서로 앙숙이다. 카프라가 20세기 현대물리학이 불교나 도교의 깨달음과 유사하다고 주장하자, 그를 '사이비과학자'로 몰아붙였던 사람이 칼 세이건이었다. 그에게 카프라는 논리 비약과 단순화, 그리고 모호함으로 가득 찬 '공염불'이었다.

복잡계 과학, 생태론적 세계관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카프라가 최근 생태계에서 배운 지혜를 사회분야로 확대 적용한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잡한 사회현상들 사이에 '감추어진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뉴에이지 과학의 '사회과학 버전'이라고나 할까? 따라서 그는 생물 시스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스스로 조직화하는 네트워크'를 소개하며 인간사회 역시 자기조직화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사회가 말레이시아 원시림 맹그로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경영, 신경제의 위협,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설계 등 우리 사회의 쟁점들을 들여다본다. 이를테면 카프라는 기업은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의 지시보다는 그 충격을 조직 전체가 받아들이고 적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련한 리더란 조직 전체의 역동성을 살리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기업이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경영이론가 피터 생게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그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신경제를 생명력없는 거대한 '자동로봇'이라고 몰아붙이면서, 환경파괴와 빈부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며 사망선고를 내린다. 그는 생명공학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유기농법으로 기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카프라는 시애틀 국제연대에서 자기조직화하는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1999년 신경제를 공고히 하려는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회담에 맞서 세계 79개국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한 국제시애틀연대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저널 '네이처'서평대로,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은 문제 지적에는 성공했지만, 해답 제시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인간사회가 유기적 네트워크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동안 적절한 사례나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결국 세계화를 지배하는 법칙과 기구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가난한 사람은 유전자 조작식품을 어떻게 거부할 것인가? 이 모든 질문의 해답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 돼버린 것이다.

카프라 특유의 논리적 비약과 모호함으로 점철된 거대담론에 자리를 빼앗긴 구체적인 사례들은 얼마 전 출간된『컴플렉소노믹스』(민음사)를 함께 읽어야 할 것 같다.

덧붙여, 번역은 전반적으로 매우 매끄러운데 창발(emergence)을 '출현' 또는 '발현'으로, 동기화(synchronization)를 '동시성'으로 번역한 것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 프리초프 카프라는
프리초프 카프라는 유럽에서 입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연구를 하던 중, 시.공간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상대성이론이 시.공간이 서로 상호 관통한다는 화엄경의 깨달음과 일치하는 것에 주목했다. 또 관찰자에 따라 관찰대상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발견이 동양사상과 일맥상통한다는 데 주목해『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1979, 범양사)을 출간한다. 데카르트-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을 비판하는 그의 주장은 1970년대 말 신과학운동을 낳았다. 그의 관심은 복잡계 이론으로 옮겨가면서 생물의 다양성과 환경에 대한 유연한 적응력에 주목한『탁월한 지혜』(1989, 범양사)등을 출간했다.

---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정재승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2003년 6월 9일 월요일)
네트워크, 생명과 사회의 공통분모

외신들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복잡계 이론의 창시자인 일리야 프리고진(86)이 지난달 28일 벨기에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가 일으킨 날개의 펄럭임이 며칠 뒤 유럽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유로 유명한 복잡성 이론.

선문답처럼 보이는 이 명제가 암시하듯 수많은 요소들이 얽히고 설킨 가운데 상호작용하면서 어떻게 변해갈지를 예측하는 복잡성이론의 방정식들은 증명이 거의 불가능해 배척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강력한 컴퓨터의 등장은 복잡성이론의 또다른 이름인 ‘비선형 역학’의 방정식들을 풀어주었고 강력한 이론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이 책 『히든 커넥션』의 저자 프리초프 카프라는 물리학에서 출발한 복잡성이론을 생물학과 철학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신과학의 기수이다. 카프라는 이미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생명의 그물’ 등의 전작에서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항해 ‘시스템적 생명관’을 제시했던 바 있다.

이 책에서 카프라는 복잡성이론을 모든 인간의 상호작용 차원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카프라는 먼저 생명과 존재, 사회의 기본구조부터 분석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를 통해 카프라가 얻어내는 키워드는 ‘네트워크’다. 유기체를 이루는 기본 조직인 세포에서부터 언어, 문화, 사회적 관습과 세계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과 조직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기체가 생존하기 위한 대사(代謝) 네트워크가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일치한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정신과 육체가 둘이 아니요, 나와 사회, 너와 내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유기체적 세계관인 것이다.

카프라가 보기에 21세기 사회는 이미 네트워크의 원리를 훌륭하게 모방 또는 재현하고 있다. 특히 세계화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신경제’는 초국적 금융과 정보 네트워크에서 동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업을 하나의 기계로, 인간을 부속품으로 간주하는 기존의 조직관과 세계자본주의 네트워크는 잘못된 네트워크라는 것이 카프라의 지적이다. 이런 네트워크는 생태계와 인간공동체를 와해시키고 분열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프라는 오히려 희망적이다. 생명계가 자기생성적 네트워크를 통해 성공적으로 진화해 왔듯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창설을 위해 ‘게임판을 바꾸자’는 시민사회의 효율적 네트워크가 이미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세계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치 시스템을 인간의 존엄성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가치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카프라는 주장한다. 강주헌 옮김.

--- 경향신문 책마을 김재중 기자 (2003년 6월 7일 토요일)
미래의 공동체와 네트워크

1980년대 들어 컴퓨터기술의 발전은 과학적 사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비평형 상태에서 일어나는 비가역·비선형적 변화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복잡성의 과학’이 체계화되면서, 과거의 결정론적이고 기계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인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프라는 이 책을 통해 복잡성 이론의 원칙들을 인간 상호작용의 차원으로 확대·적용한다. “미래의 사회구조를 설계하는 원칙은 자연이 생명의 그물을 유지하기 위해서 진화시켜온 조직원리와 일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구조와 사회구조의 이해를 위한 통일된 개념의 틀이 필요한데, 이 책에서 그는 그 야심찬 시도를 하고 있다.

저자는 생명의 기본조직 패턴을 네트워크로 본다. 세포 내 대사, 생태계의 먹이사슬, 인간사회의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정보 전자네트워크로 구성된 세계자본주의는 돈벌이가 인권·민주주의 같은 모든 가치에 앞선다는 원칙에 충실한 네트워크다. 이런 네트워크는 생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미래의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자연 생태계를 닮은 ‘자기생성적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조선일보 책마을 승인배 기자 (2003년 6월 7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