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석학 헌팅턴 교수] "한국 경제성장 근본틀 이상없다"
`법이 법답게 실행되는 사회'. `문명충돌론'의 저자 새무얼 헌팅턴 교수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라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한국경제에 전하는 충고이다. 헌팅턴 교수는 최광수 전 외무장관과 미 보스턴 하버드 대학에서 가 진 대담을 통해 "과거가 아시아적 가치관적 가치관이 긍정적으 로 작 용하는 역사였다면 지금은 그 똑같은 가치관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현 실"이라며 `전통은 버리지 않되 세계와 호흡하는 법'을 배우라고 조 언했다. 그는 또 "한국과 같이 다변적인 경제체제가 필요한 개혁을 이루는데 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국은 궁극적으로 성공 할 것이 며 그 과실을 향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방송(MBC)이 정부수립 50 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집방송 제1편, 헌팅턴교수와의 대담을 지상중 계한다. 헌팅턴 교수와 최 전 장관과의 대담은 15일 오전 8시10분 MB C를 통해 방영된다. -최광수 전장관=21세기 한국이 부딪칠 앞날에 대해 어떤 전망을 하 고 있는지. * 사무엘 헌팅턴 교수= 21세기는 지금보다 퇴조하는 세기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한국의 앞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 는 시기 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위기는 외 환을 포함한 금융위기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 던 근본 요인들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는 없다. -최 전장관= 한국정부와 국민사이에는 고통분담이라는 공감대가 형 성돼 있다. 고통분담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들은 무엇인가. * 헌팅턴 교수= 정부는 두가지를 염두에 두고 실천해야 한다. 첫째 는 실질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직업을 잃은 사람 들이 적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더 많은 고통을 받는 부문의 사람들을 돌보아 야 한다. 둘째로 노동과 자본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특히 공장들이 파산했을 경우 그 분야에 투자됐던 자본이 다른 유망산업이나 회사로 옮겨갈 수 있어야 하며 근로자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어야 한 다. 정부는 또한 근로자의 재취업을 위한 직업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최 전 장관= 선진국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무엇이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헌팅턴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안정이다. 또하나 중요한 점은 `법이 법답게 실행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다 른 동남아국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또 정부의 신뢰도,민첩 성 그리고 활력 같은 점도 중요하다. 김대통령이 여러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해외투자가들의 투자여건 조 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일본과 대조적이다. 일본의 경우 누가 총리가 되든지 그토록 혁신적인 개혁조치를 취하기는 불가능 하다고 생각 한다. -최 전장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한국은 이 어두운 터널에 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 헌팅턴 교수=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한국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고도화되고 다변 화한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다변화된 경제체제가 필요한 개 혁을 이루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궁극적으로는 개혁을 이루어낼 것 이다. -최 전장관= 정치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 한의 교류확대 및 협력강화 그리고 궁극적 목표인 통일은 한국과 북한 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정책과 국 익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 헌팅턴 교수= 한반도 통일과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함께 생 각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어느 나라도 한반도 통일이 자국 의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은 통일된 한국이 경제적으로 대국은 물론 군사적으로 대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달가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일본만큼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이를 염려할 것이다. 미국은 오랜세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 왔지만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한 국이 미군의 주둔을 반가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반도의 미군주둔 문제는 통일된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 는 사안이다. 한국 정부가 판단해서 병력규모를 축소시켜서라도 미군 이 한반도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 -최 전장관= 시장경제에 입각한민주적인 통일이 한국뿐 아니라 주 변 당사국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게 현실적으 로 어렵다. * 헌팅턴 교수= 그동안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왔던 미국을 납득시키 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쉽지 않다. 현재 중국공산 당 정부는 통일된 한국을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다. 중국이 진정한 자유 민주체제로 변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최 전장관= 북한과의 대화증진 및 협력확대는 물론 주변국들이 통일을 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인가. * 헌팅턴 교수= 남북한 상호체제 인정과 관계개선을 통일과 직접 연 계시켜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통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다. 그러나 한반도의 긴장과 대립이 고조되면 자국이익이 된다고 생각하 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통일과 직접 연계시켜 생각하지 않는 한 주변 국 모두가 남북한 상호체제 인정과 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볼 것이 다. -최 전장관= 다가오는 21세기에 한·미 양국간 가장 중요한 이슈 는 무엇인가. * 헌팅턴 교수= 최대 현안중 하나는 한국의 외환 및 금융위기문제이 고 또 하나는 남북한 상호인정 문제다. 경제와 관련된 이해의 대립이나 주한미군 주둔을 둘러싼 갈등 같은 문제는 지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전장관= 과거와는 달리 한미 양국사이에 무역마찰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적대적 인수합병 허용 등 한미 양국의 무역마찰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도 교역갈등의 여지가 있다. * 헌팅턴 교수= 미국의 태도를 결정하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는 미국이 한국에서 실제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느냐다. 투 자를 어렵게 하고 규제하는 조치들이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둘째는 정치적 요인이다. 행정부의 정책과 의회와 관련된 로비, 압 력단체 그리고 미국민의 정치적 이해 같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미국의 대외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최 전장관=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지역집단안보체제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어떤 체제가 출현할 수 있다고 보나. * 헌팅턴 교수=아시아의 집단안보체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 지만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목적'이다. 이는 가입국 사이에 상호 정보와 자료교환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는 것이 될 것이 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시아국가들 사이에는 안보와 관련해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 다른 나라의 국방계획이나 군비 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고 자국 의 국방계획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 현재로선 아시아의 집단안보체 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회원국 안보를 저해하는 공동의 외적에 맞선다는 뚜렷한 목적이 없고 실제 대결상태에 있는 나라도 그 상태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 전장관= 현재로서는 개별적인 상호조약체제가 유지된다는 의 미로 받아들여지는데. * 헌팅턴 교수= 그렇다. 한 나라의 방위와 관련해 또다른 한 나라가 자동으로 개입되는 현재의 한미·미일 상호방위조약같은 쌍방 조약 형태의 안보체제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상호방위조약은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 중국은 오랫동안 상호방위조약을 반대해왔다. 파키스탄과는 실질적 인 방위협력조약을 유지해 오면서도 미국과 한국,미국과 일본 사이 의 방위조약 형태는 반대해 온 것이다. -최 전장관= 교수는 `문명의 충돌'에서 서구적 가치관과 동양적 가치관의 충돌을 지적했다. 두 세계의 가치관이 지구라는 한 세상의 경 제와 관련해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 헌팅턴 교수= 분명히 지적해야 할 점은 아시아와 서구의 가치관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대인관계와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아시아 가치관은 긍정적인 면도 있 지만 부작용도 많다. 은행 부실채권의 상당한 부분이 그같은 정실에서 비롯됐다. 경제의 많은 부문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과 거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아시아의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역사였다면 지금은 그 똑같은 가치관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보 고 있다. -최 전장관= 문명의 충돌 시대에 한국은 젊은 세대의 도덕가치 하 락을 염려하면서 전통도덕, 윤리관을 지키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데. * 헌팅턴 교수= 어떤 사회나 도덕적 가치관을 유지하고 엄격한 윤리 관을 지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전통도덕이 강조 되고 있다. 한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하 고 싶다. [정치석학 헌팅턴 교수] 한반도 정치현실 어떻게 보나 한국과 북한은 상호체제의 인정을 통일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통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가 하루아침에 붕괴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북한은 비틀거리면 서도 체제를 유지해갈 것이다. 북한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문제를 안고 있 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은 북한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 다. 이미 김영삼 정권 때부터 그같은 정책과 조치를 취해오지 않았나. 북한은 이따금 도발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최근 잠수정 침투사건 같은 것은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과 북한은 상호체제의 인 정을 통해 직접 교류와 협력을 이룰 것이다. 북한에 변화의 조짐은 있 다.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한가지 이유이고 북한의 어려운 내부사정이 또다른 이유이다. 북한이 외부의 식량지원과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 자체가 변화라고 봐야 한다.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변화로 써 어쨌든 북한이 자신을 아시아라는 세계속의 한 국가로 인식하고 문 호를 개방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대통령 이 취하고 있는 햇볕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 다. 그같은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식 으로 반응할 지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분 명한 사실은 북한 정권의 내부에도 국제사회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부류 가 있다는 점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런 현실을 무시할 때 북한은 더 심각한 문제에 처할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활발하게 추진되는 민간차원의 교류는 실제 큰 기여를 하게 된 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을 보면 대부 분 정부차원이 아닌 민간교류에서 시작이 된다. 미국의 경우에도 과거 중국과 핑퐁외교를 시작으로 관계 정상화를 이룩했다. 또 이란과는 월 드컵 축구를 계기로 관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민간차원의 교류는 적대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관계개선에 크게 기여하는데 특히 그같은 교류가 경제분야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효 과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가족방문이나 가족 재 결합같은 정책을 현실화하는 노력도 바람직하다. [헌팅턴교수 누구인가] '문명충돌론'으로 유명 세계적인 정치학자인 사무엘 P.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은 현재 미 하버드대학의 앨버트 J.웨더헤드 석좌교수이자 존 M.올린 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학 국제관계센터 부설 국제 및 지 역연구 학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2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46년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후 48년 시카고대학에서 석사를, 51년 하 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군사정치학과 비교정치학 분야에서 뚜렷한 학문적 활동을 벌인 그는74_76년 국방 및 군비감축 민주당 자문 회의 의장을 맡았고 84_85년에는 대통령자문 국제관계 위원회 부위원장 을, 86_87년에는 동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가 `현실정치학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정치 현실에 적극 참여했다. 월남전에서 `전략촌'정책을 수립하게 되고 카터행정부에서 외교안보 보 좌관을 지냈다. 70년에는 계간 시사전문지인 `외교정책(Foreign Policy)'을 창간, 77년 편집장을 지냈다. 헌팅턴 교수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동서 냉전종식 이후 달라진 세계정치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시도로 발간된 `문명 충돌론'이 었다. 96년 출판된 이 책은 지금까지 25개국에서 출간됐다. 문명 충돌 론에서 그는 이데올로기 대립에 억눌려 역사흐름에 드러나지 않았던 문 명간의 갈등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인 류의 가치체계가 하나로 통일된다는 일원론과 냉전시대와는 대립의 행 태를 바꿀 것이라는 이원론에 대항해 다양한 가치체계가 복잡한 상호관 계를 펼쳐 나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헌팅턴 교수는 지금까지 10여권 이상의 저작과 9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 군사정책,전략,군_민관계 * 미국 및 비교정책 * 정치발전 ,개발도상국 정치 등 분야에서 활발한 강의와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 다.
`법이 법답게 실행되는 사회'. `문명충돌론'의 저자 새무얼 헌팅턴 교수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라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한국경제에 전하는 충고이다. 헌팅턴 교수는 최광수 전 외무장관과 미 보스턴 하버드 대학에서 가 진 대담을 통해 "과거가 아시아적 가치관적 가치관이 긍정적으 로 작 용하는 역사였다면 지금은 그 똑같은 가치관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현 실"이라며 `전통은 버리지 않되 세계와 호흡하는 법'을 배우라고 조 언했다. 그는 또 "한국과 같이 다변적인 경제체제가 필요한 개혁을 이루는데 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국은 궁극적으로 성공 할 것이 며 그 과실을 향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방송(MBC)이 정부수립 50 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집방송 제1편, 헌팅턴교수와의 대담을 지상중 계한다. 헌팅턴 교수와 최 전 장관과의 대담은 15일 오전 8시10분 MB C를 통해 방영된다. -최광수 전장관=21세기 한국이 부딪칠 앞날에 대해 어떤 전망을 하 고 있는지. * 사무엘 헌팅턴 교수= 21세기는 지금보다 퇴조하는 세기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한국의 앞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 는 시기 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위기는 외 환을 포함한 금융위기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 던 근본 요인들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는 없다. -최 전장관= 한국정부와 국민사이에는 고통분담이라는 공감대가 형 성돼 있다. 고통분담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들은 무엇인가. * 헌팅턴 교수= 정부는 두가지를 염두에 두고 실천해야 한다. 첫째 는 실질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직업을 잃은 사람 들이 적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더 많은 고통을 받는 부문의 사람들을 돌보아 야 한다. 둘째로 노동과 자본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특히 공장들이 파산했을 경우 그 분야에 투자됐던 자본이 다른 유망산업이나 회사로 옮겨갈 수 있어야 하며 근로자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어야 한 다. 정부는 또한 근로자의 재취업을 위한 직업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최 전 장관= 선진국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무엇이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헌팅턴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안정이다. 또하나 중요한 점은 `법이 법답게 실행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다 른 동남아국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또 정부의 신뢰도,민첩 성 그리고 활력 같은 점도 중요하다. 김대통령이 여러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해외투자가들의 투자여건 조 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일본과 대조적이다. 일본의 경우 누가 총리가 되든지 그토록 혁신적인 개혁조치를 취하기는 불가능 하다고 생각 한다. -최 전장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한국은 이 어두운 터널에 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 헌팅턴 교수=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한국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고도화되고 다변 화한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다변화된 경제체제가 필요한 개 혁을 이루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궁극적으로는 개혁을 이루어낼 것 이다. -최 전장관= 정치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 한의 교류확대 및 협력강화 그리고 궁극적 목표인 통일은 한국과 북한 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정책과 국 익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 헌팅턴 교수= 한반도 통일과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함께 생 각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어느 나라도 한반도 통일이 자국 의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은 통일된 한국이 경제적으로 대국은 물론 군사적으로 대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달가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일본만큼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이를 염려할 것이다. 미국은 오랜세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 왔지만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한 국이 미군의 주둔을 반가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반도의 미군주둔 문제는 통일된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 는 사안이다. 한국 정부가 판단해서 병력규모를 축소시켜서라도 미군 이 한반도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 -최 전장관= 시장경제에 입각한민주적인 통일이 한국뿐 아니라 주 변 당사국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게 현실적으 로 어렵다. * 헌팅턴 교수= 그동안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왔던 미국을 납득시키 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쉽지 않다. 현재 중국공산 당 정부는 통일된 한국을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다. 중국이 진정한 자유 민주체제로 변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최 전장관= 북한과의 대화증진 및 협력확대는 물론 주변국들이 통일을 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인가. * 헌팅턴 교수= 남북한 상호체제 인정과 관계개선을 통일과 직접 연 계시켜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통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다. 그러나 한반도의 긴장과 대립이 고조되면 자국이익이 된다고 생각하 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통일과 직접 연계시켜 생각하지 않는 한 주변 국 모두가 남북한 상호체제 인정과 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볼 것이 다. -최 전장관= 다가오는 21세기에 한·미 양국간 가장 중요한 이슈 는 무엇인가. * 헌팅턴 교수= 최대 현안중 하나는 한국의 외환 및 금융위기문제이 고 또 하나는 남북한 상호인정 문제다. 경제와 관련된 이해의 대립이나 주한미군 주둔을 둘러싼 갈등 같은 문제는 지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전장관= 과거와는 달리 한미 양국사이에 무역마찰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적대적 인수합병 허용 등 한미 양국의 무역마찰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도 교역갈등의 여지가 있다. * 헌팅턴 교수= 미국의 태도를 결정하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는 미국이 한국에서 실제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느냐다. 투 자를 어렵게 하고 규제하는 조치들이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둘째는 정치적 요인이다. 행정부의 정책과 의회와 관련된 로비, 압 력단체 그리고 미국민의 정치적 이해 같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미국의 대외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최 전장관=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지역집단안보체제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어떤 체제가 출현할 수 있다고 보나. * 헌팅턴 교수=아시아의 집단안보체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 지만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목적'이다. 이는 가입국 사이에 상호 정보와 자료교환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는 것이 될 것이 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시아국가들 사이에는 안보와 관련해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 다른 나라의 국방계획이나 군비 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고 자국 의 국방계획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 현재로선 아시아의 집단안보체 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회원국 안보를 저해하는 공동의 외적에 맞선다는 뚜렷한 목적이 없고 실제 대결상태에 있는 나라도 그 상태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 전장관= 현재로서는 개별적인 상호조약체제가 유지된다는 의 미로 받아들여지는데. * 헌팅턴 교수= 그렇다. 한 나라의 방위와 관련해 또다른 한 나라가 자동으로 개입되는 현재의 한미·미일 상호방위조약같은 쌍방 조약 형태의 안보체제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상호방위조약은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 중국은 오랫동안 상호방위조약을 반대해왔다. 파키스탄과는 실질적 인 방위협력조약을 유지해 오면서도 미국과 한국,미국과 일본 사이 의 방위조약 형태는 반대해 온 것이다. -최 전장관= 교수는 `문명의 충돌'에서 서구적 가치관과 동양적 가치관의 충돌을 지적했다. 두 세계의 가치관이 지구라는 한 세상의 경 제와 관련해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 헌팅턴 교수= 분명히 지적해야 할 점은 아시아와 서구의 가치관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대인관계와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아시아 가치관은 긍정적인 면도 있 지만 부작용도 많다. 은행 부실채권의 상당한 부분이 그같은 정실에서 비롯됐다. 경제의 많은 부문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과 거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아시아의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역사였다면 지금은 그 똑같은 가치관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보 고 있다. -최 전장관= 문명의 충돌 시대에 한국은 젊은 세대의 도덕가치 하 락을 염려하면서 전통도덕, 윤리관을 지키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데. * 헌팅턴 교수= 어떤 사회나 도덕적 가치관을 유지하고 엄격한 윤리 관을 지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전통도덕이 강조 되고 있다. 한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하 고 싶다. [정치석학 헌팅턴 교수] 한반도 정치현실 어떻게 보나 한국과 북한은 상호체제의 인정을 통일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통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가 하루아침에 붕괴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북한은 비틀거리면 서도 체제를 유지해갈 것이다. 북한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문제를 안고 있 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은 북한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 다. 이미 김영삼 정권 때부터 그같은 정책과 조치를 취해오지 않았나. 북한은 이따금 도발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최근 잠수정 침투사건 같은 것은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과 북한은 상호체제의 인 정을 통해 직접 교류와 협력을 이룰 것이다. 북한에 변화의 조짐은 있 다.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한가지 이유이고 북한의 어려운 내부사정이 또다른 이유이다. 북한이 외부의 식량지원과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 자체가 변화라고 봐야 한다.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변화로 써 어쨌든 북한이 자신을 아시아라는 세계속의 한 국가로 인식하고 문 호를 개방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대통령 이 취하고 있는 햇볕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 다. 그같은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식 으로 반응할 지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분 명한 사실은 북한 정권의 내부에도 국제사회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부류 가 있다는 점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런 현실을 무시할 때 북한은 더 심각한 문제에 처할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활발하게 추진되는 민간차원의 교류는 실제 큰 기여를 하게 된 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을 보면 대부 분 정부차원이 아닌 민간교류에서 시작이 된다. 미국의 경우에도 과거 중국과 핑퐁외교를 시작으로 관계 정상화를 이룩했다. 또 이란과는 월 드컵 축구를 계기로 관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민간차원의 교류는 적대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관계개선에 크게 기여하는데 특히 그같은 교류가 경제분야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효 과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가족방문이나 가족 재 결합같은 정책을 현실화하는 노력도 바람직하다. [헌팅턴교수 누구인가] '문명충돌론'으로 유명 세계적인 정치학자인 사무엘 P.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은 현재 미 하버드대학의 앨버트 J.웨더헤드 석좌교수이자 존 M.올린 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학 국제관계센터 부설 국제 및 지 역연구 학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2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46년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후 48년 시카고대학에서 석사를, 51년 하 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군사정치학과 비교정치학 분야에서 뚜렷한 학문적 활동을 벌인 그는74_76년 국방 및 군비감축 민주당 자문 회의 의장을 맡았고 84_85년에는 대통령자문 국제관계 위원회 부위원장 을, 86_87년에는 동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가 `현실정치학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정치 현실에 적극 참여했다. 월남전에서 `전략촌'정책을 수립하게 되고 카터행정부에서 외교안보 보 좌관을 지냈다. 70년에는 계간 시사전문지인 `외교정책(Foreign Policy)'을 창간, 77년 편집장을 지냈다. 헌팅턴 교수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동서 냉전종식 이후 달라진 세계정치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시도로 발간된 `문명 충돌론'이 었다. 96년 출판된 이 책은 지금까지 25개국에서 출간됐다. 문명 충돌 론에서 그는 이데올로기 대립에 억눌려 역사흐름에 드러나지 않았던 문 명간의 갈등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인 류의 가치체계가 하나로 통일된다는 일원론과 냉전시대와는 대립의 행 태를 바꿀 것이라는 이원론에 대항해 다양한 가치체계가 복잡한 상호관 계를 펼쳐 나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헌팅턴 교수는 지금까지 10여권 이상의 저작과 9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고 * 군사정책,전략,군_민관계 * 미국 및 비교정책 * 정치발전 ,개발도상국 정치 등 분야에서 활발한 강의와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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