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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소로스]소로스 新著 "세계자본주의 위기"

소로스 新著 "세계자본주의 위기"
국제 자본주의시스템이 위기를 맞고있다.미 증시가 최근 활황세를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금리인하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설경우
막대한 무역적자를 더이상 용납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유 무역도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파국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상품과서비스뿐아니라
자본도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나라들의 금리와환율
주가등이 상호 긴밀하게 연관돼 있으며 국제 금융자본이 개별 국가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자본은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흘러 다니는 속성을 갖고  있다.
지난 97년 태국에 외환 위기가 닥치기 이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 국가들은이처럼수익을
찾아다니는 국제 자본의 덕을 많이 본 편이었다. 94년의 경우 미국 뮤추얼펀드의  절반
이상이 이머징 마켓펀드에 쏠려 있었을 정도다. 그러나 외환 위기는 이같은 흐름을  역
류시켰다. 국제 자본은 아시아 등이 주변부를 떠나 중심부로 환류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는 과열 조짐을 띠었다. 또 외환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이 값싼 상품을  미국에
실어내면서 미국은 인플레 우려를 떨쳐내게 됐다. 그러나 주변부의 질곡이 중심부에 유
리하게 작용하는데는 분명한계가 있다. 한계를 넘어서면 중심부도 밞목을 잡히게  마련
이다. 그 분수령은 지난 8월 발생한 러시아의 채무 위기였다. 이렇게 보는것은  다음의
세가지 점에서다.
첫째 러시아의 몰락은 그동안 간과돼왔던 국제 금융 시스템의 결함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은행들이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스와프 포워드 등  파생상품을
대거 운영해 온것이 대표적인 예다. 파생 상품 거래의 특징 중 하나는 거래 당사자들이
자신 이외에 얼마나 많은 기관이 하나의 상품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항은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 선언과 함께 선진국 금융기관들을 연쇄 부실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 넣었다.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에 대한 월가 금융기관들의 집단적인 구제
금융은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둘째 부변부 국가들이  심화되는
경제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국제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부터 탈퇴하거나 국제 경제  대열
에서 낙오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홍콩에서까지 그런 징후가  보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자본유출입을 규제하는 조치를 도입함으로써   국제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부터 스스로 이탈했다. 말레이시아의 이같은 선택이 유효한 것으로 드러날경
우 그 전례를 따르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다.
셋째 국제 자본주의시스템이 위기를 맞은데는 IMF 등 국제 금융감독 당국의 명백한무능
도 한몫을 했다. IMF는 외환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가운데 재원마저 고갈돼가고
있는 상태다. 이제 자본시장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철저하게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태국의 외환 위기 이후 국제 자본시장이 보인 일련의 행태는 경제학  이론에  
설명돼 온것과는 아주 판이했다. 경제 이론대로라면 자본시장은 시계추와 같은복원력을
보여주기는 커녕 이 나라 저 나라를 휘저으며 봉쇄해버리는 철퇴처럼 기능했다.   세계
외환 위기를 증폭시킨 주범이 국제 금융 시스템 그 자신이었다는 결론을 부인하기 힘들
게끔 됐다. 자본시장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존재라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아야 할때다.
자본시장의 안정을 유지시키는 것이 명백한 정책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단도직입적
으로 말해 우리는 지금 자본시장을 국제적으로 통제하거나 아니면 개별 국가들이  각자
의 이해에 맞춰 독자적으로 자본시장을 운영하게끔 내버려 두든가 하는 양자택일의  상
황에처해 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자본 흐름의 역류를 중지시키는  일이
다. 그래야만 주변부국가들이 국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
며 세계 경제도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는 바람직한  일이었지
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그 작업을 위한 구체적 방편으로 나는 작년12월 31일 파
이낸설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 국제 신용보험공사(International   Credit    Insurance
Corporation) 의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제 신용보험공사를 설립할 적
기다. IMF등 지금의 국제 금융 감독시스템으로는 안된다. 한국과 태국에대한 IMF  프로
그램이 적절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부채의 출자 전환 (debt-equity swap) 등 효과적
인 실행 방안을 결여한 채 이들 국가에 긴축 조치 등 일방적인 고통만을 강요했기 때문
이다. 물론 채권 금융기관들은 출자 전환에 선뜻 동의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국제 신용보증 계획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
려면 물론 복잡한 일들이 따를 수 있다. 또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런 실수
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각국 정부 의회 및 시장 참여자 등은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
는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개혁이다.     흔히들
헤지 펀드만이  국제 자본시장을 혼돈 속에 빠뜨린 범인인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
지 않다. 파생금융 상품의 주도적인 참여자는 헤지 펀드가 아닌 일반 투자금융회사  들
이었다. 국제 자본시장의 개혁을 위한 규제는 분명 필요하지만 헤지 펀드뿐만이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들이 동시에 감독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나는 이상의 제안들이  전적으
로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다만 나의제안들이 국제 자본주의 시스템을  위기로부터
건져내기 위한 논의를 이끌어 내는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
실은 자본시장은 원래부터 불안정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적절한 감독과  규제
가  필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