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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BT,희망의 싹 키우자..

자료출처 : 조선경제

지난 9월 25일부터 충북 청주에서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바이오(Bio·생명과학) 분야는 지금까지 학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으나 이번 행사는 개막일부터 학생들과 일반 관람객이 대거 몰려드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개막 이후 지난 주말까지 약 30만명이 엑스포장을 찾았고, 폐막일(10월 24일)까지 7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조직위원회는 예측했다. 일반 관람객이 이처럼 많다는 것은 IT(정보기술)가 한국인의 생활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바이오의 대중화(大衆化) 가능성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 경제잡지 비즈니스 위크가 ‘향후 100년은 바이오기술 시대가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을 정도로 바이오산업은 21세기를 이끌 핵심 산업으로 이미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바이오산업은 앞으로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 세계시장 규모가 2000년 540억달러에서 2013년 21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의 빠른 성장뿐 아니라 바이오 기술의 발전도 눈부시다. 미국 등 6개국 국제공동연구팀이 2001년 2월 인간의 유전정보를 간직한 게놈(genome·유전체) 지도의 작성을 완료한 후 전 세계는 유전자 기능을 먼저 알아내려는 경쟁을 하고 있다. 3만~4만개에 달하는 유전자들의 기능을 알아내면 암·에이즈·치매·당뇨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약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가져올 수 있는 바이오 신약과 유전자 치료법 개발에 성공하는 기업이나 국가들이 장차 돈방석 위에 앉게 될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가장 먼저 게놈 연구를 시작한 미국 벤처회사 ‘셀레라 제노믹스’는 벌써 수퍼컴퓨터를 이용, 인간게놈 분석정보와 유전자 발현 데이터, 유전적 변이에 관한 데이터를 구축해 놓고 이 정보를 팔아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특히 바이오기술(BT)이 중요한 것은 정보기술·나노기술(NT) 등 신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산업과 혁신적 제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NA칩(DNA 분석을 통해 질병 감염여부를 신속히 알아내는 칩), 나노머신(초소형 로봇을 인체 속에 집어넣어 수술과 치료를 하는 기구) 등은 이러한 기술융합이 만들어낸 신제품들이다.

BT가 미래의 핵심기술로 등장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바이오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미국은 인간 게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국립보건원(NIH)의 올해 예산을 228억달러(27조원)로 책정,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연구투자비가 연간 10억~30억달러에 달하는 바이오 기업들도 수십개에 달한다. 일본은 인간 게놈 연구에선 미국에 뒤졌지만 실용화는 앞서겠다는 목표 아래, 포스트(post) 게놈 프로젝트에 600억달러(72조원)를 쏟아붓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바이오산업 환경은 열악한 상태다. 올해 우리 정부의 바이오 투자비는 4500억원으로 미국 바이오벤처인 ‘암젠’ 1개 기업이 지출하는 연구개발비(8억달러·96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바이오 연구인력은 미국의 3%, 일본의 7%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인력 풀이 넓지 못하다. 분자생물학 등 바이오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초기술이 취약한 것도 약점이다.

하지만 희망의 싹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IT기술이 BT산업에 응용되기 시작하면서 IT 강국들이 BT산업에서도 성공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혁명에서 선진국에 크게 뒤졌으나, 반도체와 통신 등 IT분야에서는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선진국들을 앞서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IT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BT산업에 잘 접목시키면 바이오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엑스포를 통해 모처럼 형성되고 있는 국민적 관심을 잘 살려 한국을 바이오 강국으로 만들어 나가려면 기업들의 더 많은 투자와 함께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