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혁명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있다는 사실로 현재의 높은 주가 수준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답은 “NO”다.
■ 현재의 주가 수준이 거품임을 입증하는 이론적·역사적 증거들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과거의 모든 기술 혁신들이 투기적 거품현상을 유발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IT 역시 예외를 주장할 만한 아무런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불길한 것은 현재의 주가 수준이 미래 수익(profit)에 비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위험스러우리 만큼 높다는 사실이다.
□ 120년간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 ratio) 변화추이
예일 대학교의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교수는 자신의 저서 에서 지난 120년간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 ratio)를 추적한 결과, 철도·전기·전화·무선통신·자동차 같은 新기술의 등장이 주가의 급상승으로 나타났다가 곧 다시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은 발견했다(도표1 참조).
즉 19세기 후반 기술혁명에 힘입어 S&P500 주가수익률은 점차 증가, 1901년 정점에 달했으나 이후 1920년까지 실질가치로 70%나 하락했다(1901년은 대서양을 가로질러 무선통신이 처음 성공한 해임). 또한 1920년대에는 전기와 자동차 보급에 따른 효율성 향상에 힘입어 주가가 다시 치솟았지만 1929년을 정점으로 향후 3년간 무려 80%나 추락했다.
□ 1840년대 영국 철도 열풍의 교훈
오늘날의 인터넷 열풍과 1840년대 영국의 철도 열풍의 공통점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당시 철도업체들도 지금은 닷컴 기업들 처럼 철도건설을 위해 주식시장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자금을 끌어 모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주주들에게 전혀 이익을 돌려주지 못한 채 주로 과도한 투자가 가져온 생산용량의 과다로 파산의 길을 걸었다.
일례로 수십년간 영국에서 가장 유망한 철도회사의 자리에 있었던 그레이트 웨스턴 레일웨이(Great Western Railway)社의 주식은 1935년 설립 때부터 주가가 최고수준에 있었던 1945년을 거쳐 1913년까지 수익률이 단 5%에 불과했다.
물론 철도는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도 오랫동안 많은 경제적 혜택을 가져왔다. 이를 통해 우리는 IT 혁명이 여전히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이익을 생산해 내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 과거 철도 열풍이 철도업체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했듯이 인터넷 열풍이 닷컴 업체의 수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주식시장에 거품을 유발함으로써 투자자금을 날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여전히 유효하다.
□ 기술혁명의 성과는 해당 업체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현재 닷컴 업체의 높은 주식가치는 이들이 기존 업체들의 시장점유률을 크게 잠식할 것이라는 기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혁명의 성과는 종종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돌아갔다.
예컨대 미국 철도 붐의 최대 승리자는 내륙 진출의 길을 열림으로써 혜택을 누린 소규모 업체들과 농부들이었다. 한 시절은 풍미했던 5,000여 철도회사가운데 99%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조차 않으며, 이후 2,000여 자동차 업체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골드만 삭스社의 한 보고서 역시 전기산업이 경제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초기 전기업체들의 수익과 주가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던 것으로 지적했다.
■ 신경제의 세가지 신화와 그 진위
물론 신경제 추종자들은 기술혁신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새로운 세계에서 과거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현재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음 세가지 논리를 가장 빈번하게 동원하는데 첫째, IT 혁명으로 수익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고 둘째, 경제 즉 주식시장에서의 위험이 줄었으며 셋째, 인플레 압력의 감소로 실질이자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가지 신경제 신화의 진위는 무엇일까?
□ 수익 증가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다?
IT 혁명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의 가속화는 분명 수익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의 믿음대로 장차 미국 경제가 연평균 4% 이상이라는 급격한 성장률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주가 수준대로라면 수익은 이보다 훨씬 급격히 증가해야만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국민총생산(GDP)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왔다. 특히 전기 보급 시기에는 기업의 비용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수익 비중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이는 경쟁 심화로 비용 감축을 통한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이 보다 독점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일정기간 동안 수익 증가속도가 GDP 성장률을 능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IT가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증가시킨다면 수익률은 높아지기 보다는 감소할 가능성이 더 높다. B2B 전자상거래를 통한 비용 감축으로 특정 업체의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도 다른 업체에게는 곧 가격 및 수익 감소를 의미할 뿐이다. 게다가 인터넷은 가격 투명성의 향상을 통해 가격 결정권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로 옮겨 놓았으며, 이 또한 평균 수익률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즉 IT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이 경쟁을 촉진한다면 GDP 대비수익 비중이 높아지는 것, 즉 수익 증가률이 GDP 성장률을 능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 경제, 즉 주식시장에서 위험이 감소했다?
보다 치밀해진 재정·통화 정책과 IT가 가져온 완만한 경기순환 등으로 인해 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식시장에서의 리스크프리미엄(equity-risk premium:국채 처럼 리스크가 없는 자산에 대해 요구하는 프리미엄)이 거의 제로로 떨어졌다는 주장은 어떨까?
B2B 전자상거래는 수요의 변화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재고를 주일 수 있으며, 이는 재고량 과다에 따른 위험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거 경기순환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착륙 문제는 여전히 미국 경제의 위험요소로 남아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급속한 변화로 인해 현재의 매출이나 수익은 기업의 미래 실적을 가늠하는 부실한 잣대로 전락했으며, 이에 따라 개별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는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모든 기술 혁명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신생 업체의 극히 일부만이 성공을 거둘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실패할 것이며, 이로 인해 주식시장의 위험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
□ 인플레 압력의 감소로 실질이자율이 낮아질 것이다?
인플레 압력의 감소로 미래 수익의 둔화 요인이 되는 실질이자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IT 혁명이 수익성 있는 투자기회를 증가시켰다고 가정할 경우 보다 많은 투자자금의 조달이 필요하며, 따라서 가계의 저축을 촉진하기 위해 균형실질이자율(equilibrium real interest: 통화정책상 기업의 투자 또는 경제성장을 촉진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이자율을 말함)도 자연 높아져야 한다.
■ 거품, 그리고 붕괴
앞서 언급한 모든 사항을 고려해 볼 때 현재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재의 주가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수익을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수밖에 없다. 뱅크 크래딧(The Bank Credit)의 마틴 반즈(Martin Barnes) 분석가의 추정에 따르면 리스크프리미엄을 역사적 평균치 5%보다 훨씬 낮은 2%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현재 미국의 S&P500지수는 향후 30년 동안 수익 증가율이 실질가치로 GDP 성장률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연간 6% 수준일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경우 IT 혁명을 통한 경제적 혜택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고 하더라도 주가폭락이라는 연쇄작용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다른 많은 나라의 주식시장들 역시 고평가돼 있기는 하지만, 거품 붕괴에 따른 피해는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미국에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며, 또한 최근 많은 미국 가정과 업체들이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그릇된 기대로 많은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신경제에서의 통화정책
사실 신경제에서 기존의 성장과 인플레의 상관관계는 이미 무너진 것으로 보이며, 때문에 통화정책 수립 자체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됐다. 기술혁명이 거품을 수반하기 마련이라면, 그 동안 美 연장제도이사회(FED)가 인플레를 막기위해 취한 모든 조치들은 빠른 성장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율을 유지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생산성 증가율이 높아진 경우에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기 보다는 빠른 성장을 허용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하지만 문제는 생산성 증가율을 확실히 알 수 없으며, 경제 성장이 지나치게 빠를 경우 과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생산성 증가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인플레 조짐이 명백해지기 전까지는 성장의 억제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급하게 억제를 시도할 경우 투자와 혁실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FED는 주로 이런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그 결과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방조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IT 혁명에 수반하는 주가 급등에 대해 중앙은행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이론적으로는 지나치게 과열되기 전에 거품을 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초반에 거품을 제압함으로써 보다 심각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이것이 거품인지 또는 성장률이 비약적을 증가하는 새로운 국면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에서 다시 난제에 부딪힌다.
골드만 삭스社의 경제학자인 쟌 해치우스(Jan Hatzius)는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와 같이 자가와 투자가 호황을 이루는 경우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자율을 인상하는 것이 바른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거품이라면 중앙은행은 거품을 빼기 위해 이자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으며, 그게 아니라 성장과 투자가 급증하는 새로운 국면이라면 균형실질이자율이 상승할 것이고, 따라서 중앙은행은 그 수준에 맞춰 이자율을 인상하면 된다는 것이다.
□ IT와 인플레의 상관관계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인플레율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가격하락을 가져옴으로써 중앙은행의 업무가 보다 수월해 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IT 혁명 초기에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한다(도표2 참조). 장기적으로 보면 IT는 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겠지만(S1→S2), 그 변화는 매우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장차 생산과 수익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는 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주가상승은 공급증가가 현실화되기도 전에 가계의 소득 및 지출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결과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D1→D2), 자연 가격도 상승한다(P1→P*). 즉 수요증가가 공급증가를 능가할 경우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인상하지 않는 한 인플레 압력은 증가한다. 오늘날 미국이 바로 이런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영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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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⑤ 노동자들은 우울하다
2000.09.30
美 노조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www.paywatch.org에 들어가 보라. 美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社에서 블루컬러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평균 연봉이 2만 5,000 달러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잭 웰치(Jack Welch) GE 회장은 얼마나 받을까? GE의 블루컬러 노동자가 잭 웰치 회장이 지난해 스톡옵션을 포함해서 받은 연봉 액수를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3,663년이라는 시간을 일해야 한다. 오늘날 CEO들의 평균수입은 공장 근로자들의 평균수입보다 475배나 많으며, 이는 지난 1980년의 42배보다 훨씬 더 증가한 수치다. 新경제가 그 수확을 일부 계층에만 집중적으로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기술혁신은 오히려 실업을 감소시켜
수년전만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컴퓨터와 로봇이 사람을 대체, 결국 대량실업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지속된 美 경제의 호황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실업은 오히려 4%로 줄어들어 지난 3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진행된 '러다이트 운동'-노동자들이 실직을 우려하여 일으킨 기계파괴 운동- 이후로 노동자들은 기술의 발달이 실업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져왔었다. 그러나 지난 2세기 동안의 기술발달은 오히려 고용을 꾸준히 증가시켜 왔다. 수백만에 달하는 일자리가 없어진 반면, 보다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왔기 때문이다. 대장장이는 자동차 엔지니어로, 마부는 비행기 조종사로 그 직업을 대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새로운 기술에 의해 없어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할 수는 없다. 철강 노동자들이 쉽게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수는 없으며, 특히 IT혁명으로 인해 없어지는 직업들의 대부분은 고급기술이 아닌 단순한 기술직에 집중돼 있는 반면, 새로 생겨나는 직업들 대부분은 높은 교육수준과 고급기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없어지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는 것이다.
교육수준에 따른 임금격차 심화
고급두뇌에 대한 수요가 단순노동에 대한 수요에 비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질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79년 이후 20년간 미국의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간 주당 임금은 30% 이상,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중퇴자와의 임금은 2배 이상의 차이가 났으며, 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실질임금의 증가율이 다소 낮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임금은 실제로는 더욱 줄어든 셈이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를 ▲기술변화 ▲저임금 개발도상국들로부터의 수입 증가 ▲단순노동자들의 이민 증가 ▲노조의 쇠퇴 등 4가지 요소에서 찾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특히 기술의 발달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컴퓨터로 대변되는 신경제가 높은 교육을 받고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보다 더 요구하는 것은 다음의 2가지 이유에 의해서다. 첫째는 생산직과 같은 단순한 일들은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전문직이나 관리직보다 훨씬 더 쉽게 자동화되고 대체된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자동차 디자인이나 채권거래, 회사경영 등과 같이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의 창조적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처럼 컴퓨터를 활용할 줄 아는 숙련된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래리 캣츠(Larry Katz)는 지난 1세기 동안에 걸친 기술발달과 임금격차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교육을 받은 고급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간의 임금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였다. 이는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컴퓨터의 광범위한 사용 이전에 이미 증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컴퓨터가 대중화된 1980년대 이후에는 이러한 격차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 임금격차의 원인은 IT혁명이 아니라 수급불균형 때문
캣츠 교수는 "임금격차의 원인이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증가에도 기인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바로 기술인력의 공급부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70년대에는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들이 대학과 생산현장에 뛰어들면서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고급 노동력의 공급이 보다 느리게 이루어지면서 수급이 맞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과 캐나다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간의 임금격차가 급속히 증가한 반면,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양국이 모두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비슷했지만, 캐나다는 고급인력의 공급이 미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 역시 지난 20년간 임금격차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유럽의 경우 강성노조와 강력한 최저임금제 실시도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고급인력의 원활한 공급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할 때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임금격차의 실질적인 원인은 IT혁명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고급인력 육성책 실패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수요에 맞는 인력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데 있어 미국 정부가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교육수준에 의한 임금격차는 지속될까?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의 임금격차는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의 지속적인 확산에도 불구하고, 대학졸업자에 대한 수요증가율 역시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고급인력들이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발생한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임금격차는 일시적이고 과도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기술이 더 발달하면 이러한 임금격차는 완화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맞다면, 교육수준에 의한 임금격차는 기술혁신의 속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술에 대한 프리미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에도 이러한 현상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임금격차 완화에 대해서는 앞서의 주장보다는 미국의 경제상황에서 더욱 실질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미국의 경제 활황이 실업률을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이에 따라 노동시장에서의 최저임금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기술발달과 직업의 관계를 볼 때, 새로운 기술혁신은 각각 서로 다른 직업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 증기 시대에는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었다. 한마디로 몸으로 때우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와 컴퓨터 시대에는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으며,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IT혁명의 시대에는 이러한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더 증가할 것이다.
정보접근 기회 여부가 빈부차 결정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고급인력의 공급을 증가시키면 임금격차는 줄어들까?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한가지 문제점은 남는다.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격차가 점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8년을 기준으로 볼 때, 연봉 7만 5,000 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진 미국인들의 60%가 인터넷을 사용한 반면, 연봉 2만 5,000 달러 이하의 미국인들은 단지 20%만이 인터넷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학 졸업자들의 인터넷 이용률은 60% 이상인 반면, 고등학교 중퇴자의 인터넷 이용률은 15%에 그쳤다. 따라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2중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 된다. 첫째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나은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둘째는 전자상거래에서 소외됨으로써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기회도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불이익들보다 인터넷이 더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바로 노동시장이다. 인터넷으로 사람을 구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500大 기업 중 약 400개 기업이 온라인 사원모집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받고 있다.
직업중개 사이트들의 등장은 노동시장에서의 비용을 줄이는 대신, 정보는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인과 구직이 보다 더 잘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실업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직업중개가 점차 보편화되면,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업이나 임금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한 시장을 만들게 되고, 하나의 직업내에서 존재하는 임금차별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美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Amazon)이 美 전역의 책 가격을 단일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인터넷의 발달은 승자독식 현상 심화시킬 것
그러나 인터넷이 이처럼 보편화되면, 재능이 뛰어난 일부 소수의 사람들은 막대한 이득을 취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능력이 나은 사람들이 엄청난 부를 독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81년 시카고 대학의 셔윈 로젠(Sherwin Rosen) 교수가 쓴 「스타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Superstars)」에서 잘 알 수 있다. 로젠 교수는 이 책에서 스포츠나 영화와 같은 분야에서는 톱 스타들 몇몇이 모든 부를 독식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훨씬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승자독식(winner-takes-all)의 원칙은 CEO, 의사, 변호사, 그리고 채권중개사 등과 같은 일부 직종에서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직업군에서는 미세한 능력의 차이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투자은행들은 2등의 채권중개사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1등에게 상식밖의 대우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IT혁명이 이와 같은 노동시장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킨다면, 승자독식 현상 역시 확대될 것이다.
美 MIT大의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교수는 "인터넷이 노동시장에 2가지의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는 비교적 단순노동을 하는 직업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술발달이 지역적 임금격차를 해소시킴에 따라 이 분야에서의 전체적인 임금수준이 비슷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이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모든 직업군에 스타효과가 발생해 일부 소수가 모든 부를 독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오터 교수의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신경제에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승자독식 원칙이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제 신경제가 기업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최 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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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⑥ 개도국의 IT혁명 활용법
2000.10.02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IT 혁명은 개발도상국에게 양면성을 가진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과의 정보화격차(digital divide)로 결과적으로는 경제력의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는 물론 일리가 있다. 선진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15%에 불과하지만 세계 IT 지출의 90%, 인터넷 사용인구의 80%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력은 서민들이 컴퓨터나 전화선을 보유하기 힘든 수준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컴퓨터 1대 가격은 8년치 근로자 평균 연봉에 해당한다. 저개발국가에 사는 20억 명의 인구는 연 소득이 800달러 미만이며 인구 1,000명당 전화선 35개, PC 보유 5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구 1,000명 당 전화선 650개, PC 보유 540대에 달한다. 미국인 2명중 1명이 인터넷 접속을 즐기는 반면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아프리카인은 250명 중 1명이다.
State Street Bank의 아비나시 퍼소드(Avinash Persaud) 분석가는 정보화 혁명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동조하며 다음 3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첫째, 선발주자의 이점으로 선진국 기업들이 정보산업계의 요충지를 모두 선점해 지역 기업들은 枯死 위기에 처할 것이다. 둘째, 판매자의 권력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면서 보다 강력한 서비스 체계를 확보한 선진국 기업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수익 구조 면에서도 선진국 기업들이 월등한 효율성을 자랑하므로 지역 업체들은 역시 설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셋째, 선진국 IT 기업들의 주식은 위험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할 때 개도국의 주식보다 훨씬 우량하므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선진국 IT 기업에게만 집중되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투자선택의 배경 하에서는 개도국 기업이 선진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
이러한 회의적 주장에는 물론 일리가 있다. 그러나 IT 혁명이 선진국 이상으로 저개발국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견해 역시 만만치 않다. 선진국에서는 기존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나 경영 기법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반면 저개발국가는 일단 저임금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90년대 중반 태국의 근로자 임금은 미국 근로자의 1/8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개발도상국의 기업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상품이나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저렴한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IT 시대의 핵심 질문은 선진국에서 저개발국까지 얼마나 빨리 기술혁명이 확산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매우 긍정적이다. 컴퓨터, 모뎀,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통신 비용이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해졌으며 지리적, 정치적 장벽을 넘기도 쉬워졌기 때문이다. OECD의 통계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의 IT 지출은 해마다 2배 이상의 빠른 증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IT혁명의 특징은 중간단계를 굳이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최신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구리 전화선이나 아날로그 무선통신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직접 디지털 무선통신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선진국이 치렀던 막대한 기술개발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유선통신 기반이 취약한 저개발국가에서는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유선통신보다는 무선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적이라는 이점이 있다. 산간 오지의 경우 유선통신 시설이 갖추어지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지만 무선통신은 쉽게 닿을 수 있다.
인터넷은 다방면의 주제에 대해 거대한 양의 정보를 거의 무료로 제공한다. 학교나 관공서, 도서관 등 거점지역에 인터넷 접속센터를 마련해 놓으면 여러 사람이 인터넷을 공유할 수 있다. 벽지·오지의 많은 학생들은 원거리 교육으로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아프리카 가상대학(African Virtual University)은 위성TV 방송 시스템을 갖추고 이메일, 팩스, 전화 등을 이용해 아프리카 15개국의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개발도상국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더 작고 효율적인 공장·생산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뉴기니 원주민이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이나 대만 여인이 손바느질로 만든 고급 예복은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유럽과 미국의 고객에게 고가에 팔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엄청난 고부가가치 상품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효율성 제고로 다국적 기업은 여러 나라에 적합한 생산 본부를 분산 설치할 수 있다. 낮은 임금을 활용하기 위해 다국적기업들이 저개발국가 진출을 늘리면 저개발국가로서는 직접투자 유치의 효과가 커지게 된다.
그러나 IT 혁명이 저개발국가에게 무조건적인 혜택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저개발국이 IT혁명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외에도 정부가 담당해야할 필수적인 역할이 있다. 바로 투자·무역시장개방, 재산권 보장, 통신시장 민영화, 법제 정비, 교육기반 확대,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 구축 등의 일이다. 시장개방은 기술전파 속도를 높이며 교육기반 확대는 전파되는 기술지식의 흡수 속도를 높인다. 많은 저개발국가 정부는 통신 인프라 구축에만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모든 가구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더라도 사용자가 문맹이면 통신 인프라는 무용지물이다.
많은 저개발국가에서는 통신 서비스가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의 손에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통신 시장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투자 시스템도 역시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어서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화선을 받기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고 통신 비용 또한 높다. 저개발국가의 통신 사용자는 선진국 사용자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높은 통신 비용을 부담한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의 조사에 의하면 월 20시간의 인터넷 접속료는 멕시코에서 90달러, 월 수입의 15%에 달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25달러, 월 수입의 1%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월 인터넷 접속료가 200달러에 달한다.
핀란드의 경제학자 마티 포욜라(Matti Pohjola)는 1980~95년 사이 39개국의 IT산업 투자규모와 국가경제성장률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포욜라 교수의 연구 결과 선진국에서는 IT 투자가 경제 성장률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이같은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 다른 분야에서 보완적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음을 나타낸다.
이같은 비효율적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들은 시장보호장벽 하에서 IT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브라질은 강력한 보호정책을 펼치며 컴퓨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막대한 사회비용을 부담하게 돼 실패로 돌아갔다. 수입 제한으로 인해 브라질의 컴퓨터 가격은 천장부지로 치솟았다.
무역장벽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차라리 IT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주도하에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를 건설한다는 말레이시아의 멀티미디어 수퍼코리더(Multimedia Supercorridor) 계획은 사실 논리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상대적 강점은 선진국이 개발한 신기술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자체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IT 혁명의 혜택을 더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아 IT 기술을 재빨리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IT 산업 붐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과 법률을 정비하는 작업도 빨리 완수했으며 그 결과 IT 산업은 동아시아 산업 부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JP 모건의 버니 에쉬웨일러(Bernie Eschweiler) 분석가는 아시아의 인터넷 혁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아시아의 서비스산업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의 제조업은 옛날부터 효율성이 높기로 유명했으나 서비스산업은 높은 규제와 적은 경쟁으로 매우 수준이 낮았다. 인터넷은 소비자에게 권력을 돌려줘 서비스산업의 질을 한층 높이는 것에 기여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IT 혁명을 받아들인 나라로 평가된다. 2001년경이면 전체 4,800만 인구중 약 2,000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교육열이 높아 지식 산업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식형 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보다 경쟁이 치열한 경제환경이 요구된다.
한국 정부는 정부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에 대해 2001년까지 전체 구매의 50%를 인터넷을 통해 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국영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다 치열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정부는 2002년까지 모든 정부조달사업을 온라인화 할 계획이다. 이같은 B2B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재벌과 관계기업간의 해묵은 연계고리를 깨고 보다 유연하고 경쟁적인 경제 구조를 이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콩 골드만 삭스社의 김순배 연구원은 인터넷과 시장개방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개방으로 인해 무역량이 GDP 대비 1% 증가할 때 생산성은 0.5~2% 증가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활성화는 일종의 시장개방 효과를 가져오며 직접 비용절감 효과도 거두어 인도네시아의 경우 10년간 5%, 싱가포르의 경우 10년간 12%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한 경제성장률 부가효과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0.2~0.8%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은 개발도상국에서 뚜렷한 성장률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지만 IT에 대한 직접 투자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시장개방, 국영기업의 통신시장 독점, 교육기회 확대 등의 작업이 함께 진행될 때 인터넷이 개발도상국에 가져다 줄 혜택의 크기는 극대화될 것이다.
(심윤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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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⑦ 유럽과 일본의 미국 따라잡기
2000.10.04
아직까지 '신경제'라고 하면 미국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종의 '미국적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유럽과 일본의 구경제 시스템이 신경제로의 진입에 필수적인 혁신성과 기업정신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신들의 독주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신기술에 의한 경제적인 이윤은 새로운 발명이나 기업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널리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향후 정보기술(IT)과 B2B가 전 지구 상에 널리 퍼질수록, 미국과 여타 국가들과의 경제적 격차는 좁혀질 것임에 틀림없다.
9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은 일부 선진국들 중에서도 특필할 만한 것이었다. 95년 이후 미국은 연평균 4.2%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 독일의 평균성장율 1.8%, 일본의 1.2%와 비교하면 미국이 얼마나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지 익히 알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성과는 바로 인터넷과 IT 분야에서 선두를 점한 덕분이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경제 시스템 상의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이 분야에서 미국에 한발 뒤쳐지고 말았다. 매출 규모로 본 세계 50대 IT 업체들 가운데 36개가 미국 회사들이다. 반면 일본업체는 9개, 유럽업체는 단 4개에 불과하다. GDP에서 IT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은 7%, 일본은 6.5%, 유럽은 4% 순이다.
그러나, 아직 유럽과 일본이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아니,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생산성의 향상은 IT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IT 부문 생산 자체의 증가에 달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IT에 대한 투자다. 현재로선 유럽과 일본의 GDP 대비 IT 투자가 미국에 뒤지는 상태지만, 이제 적극적인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유럽과 일본은 오히려 신경제 후발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나름대로의 이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이들은 특별히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신기술을 따로 개발하거나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미국이 개발한 기술과 B2B 모델을 차용하거나 모방하면 된다. 새로운 탐험길을 개척하는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남이 개척한 길을 그대로 밟아가는 데는 그리 큰 돈이 들지 않는다. 또 한가지, 이들은 뒤에서 미국의 경로를 지켜보면서 어떤 길이 지름길인지를 지켜볼 수 있다. 무엇을 피하고 어디를 건너뛰어야 하는지 빤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결국 유럽과 일본은 향후 보다 적은 비용으로 시행착오 없이 훨씬 빠르게 신경제의 물결을 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만큼 미국과의 격차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에는 아직도 고비용 저효율의 거대한 구경제 사업체들이 많다. 인터넷과 IT는 이들로 하여금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름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미 지난 10여년간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온 미국의 경우 이제 상당부분의 경제적 군살을 제거한 상태지만, 그에 비해 유럽과 일본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여기서 가야 할 길이 멀다 함은 그만큼 IT 혁명을 통해 앞으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윤도 많다는 얘기다.
물론 유럽과 일본이 이러한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큰 장애물들이 남아 있다.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노동 및 생산시장의 경직성이다. 이 분야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구경제에서 신경제로의 원활한 이행이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 경제가 지난 수년간 성공적인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술의 개발 뿐만 아니라 유연하고 경쟁력 있는 노동 및 생산시장 체제를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각종 규제와 벤처캐피털 시장의 미비로 기업을 시작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일례로 유럽에서는 기업 하나를 시작하는데는 미국보다 시간은 10배가 더 걸리고, 비용은 4배가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느림보 걸음으로는 결코 IT 혁명의 물결을 제대로 타고 오를 수 없다.
결국, 유럽과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만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노동 및 생산시장의 혁신과 과감한 규제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유럽과 일본에서는 각 분야의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세제개혁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벤처 캐피털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 각 기업들은 미국식 경영 스타일을 배워오기 시작했다. 즉, 보다 강력한 경쟁과 도약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IT 혁명과 관련해 오히려 유럽과 일본이 미국을 앞서가는 부문이 있다는 사실은 이들 국가들에게 보다 큰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머지 않은 미래에 인터넷의 주된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동통신 분야. 예를 들어, 비율상으로는 일본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 이동전화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이동전화 이용자들 중 1/3은 이미 이동전화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분할된 시장과 기술표준 때문에 이 분야에서 만큼은 유럽 및 일본에게 뒤져있는 것이다. 향후 IT 혁명에서 이동통신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임을 생각할 때, 신경제를 향한 유럽과 일본의 미래는 밝다고 하겠다.
이를 두고 캘리포니아 미래학 연구소의 폴 사포(Paul Saffo)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잡는 법. 그러나 결국 덫을 피해 치즈를 차지하는 것은 늦게 나온 쥐다"라고.
(윤태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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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⑧ 독점논란
2000.10.05
최근 美 IT 업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S)社의 법정소송을 들 수 있을 것이다. 美 법무부는 독점과 경쟁침해를 이유로 MS를 기업분할하려 하고, 이에 대해 MS는 “기업분할이 오히려 소비자 이익에 반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신경제에서는 ‘희소성의 원칙’ 적용 안 돼
경제학자들은 신경제의 속성상 독점기업의 출현이 보다 용이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신경제의 근간인 정보와 지식이 상품화되면서 기존의 경제이론이 먹혀 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제에서 성장의 기반은 물질적인 재화가 아니라 아이디어이며, 이러한 지식경제에서는 ‘희소성의 원칙’이라는 기존 경제학의 대명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할 경우 그 제품의 소유권이 판매자에게서 구매자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지식경제에서는 아이디어에 기반한 제품을 팔더라도 원래의 소유자가 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즉, 아이디어 제품은 계속해서 팔고 또 팔 수가 있으며, 지식은 아무리 사용하더라도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식은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품인 것이다.
200년전 아담 스미스가 주창한 시장 시스템은 하나보다 둘을 생산할 경우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였다. 즉, 모든 산업에서는 일정 시점에 도달하면 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이른바 ‘한계수익체감의 법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증기와 전기로 대표되는 산업경제 시대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와 책, 영화, 금융서비스, 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신경제는 점증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보산업은 처음에는 막대한 고정비용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높지만, 그 이후에는 가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프로그램 개발에 수백만 달러가 소요되지만, 그 이후 복사본에는 비용이 들 일이 거의 없다. 만약 이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배포한다면 가변비용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신경제는 독점을 좋아한다?
20세기 초에는 어떤 기업이 경쟁업체보다 규모면에서 2배 크다고 하면, 이 기업의 평균 단위생산 비용은 경쟁업체보다 10% 정도 낮았다. 그러나 오늘날 한 소프트웨어 제조업체가 경쟁업체보다 2배 크면, 평균 단위생산 비용은 50%까지 낮아진다. 이는 다른 신규 경쟁업체들의 시장진입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며, 이에 따라 자연스레 독점의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신경제에서의 규모의 경제 효과는 비단 공급측면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수요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 소위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나 다른 기기들의 경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용함으로써 그 가치도 따라서 증가한다. 대표적인 예가 MS의 윈도와 오피스다. 윈도는 널리 사용됨으로써 운영체제로서의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MS 워드 프로세서의 경우, 다른 모든 사람들이 MS 워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MS 워드를 사용해야만 살아가는데 편리하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아주 강력한 진입장벽을 만든다. 이처럼 공급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와 수요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가 결합,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 경제인 신경제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당연히 하나의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밖에 없다.
신경제에서는 독점을 강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소위 말하는 ‘락-인(lock-in)효과’다. 락-인효과란 일단 소비자들이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게 되면 새로 나온 프로그램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자기 몸에 익숙한 프로그램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으며, 또 일반적 표준으로 자리잡은 프로그램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일종의 타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규 진입자들이 기존의 다른 프로그램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막대한 이익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며, 이는 결국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과거의 잣대로 독점을 판단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이처럼 독점현상이 보다 심화되는 신경제에서 반독점 당국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규제의 칼날을 빼 들고 독점을 타파하려 할 것이다. 지금 법무부가 MS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처럼. 그러나 일부에서는 더 이상 낡은 독점규제방안들이 신경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술이 급변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 현재의 시장점유율이라는 게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즉, 독점이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독점을 종식시킬 경우 그 피해가 결국에는 소비자들에게 귀착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거의 독점은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올림으로써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지만, 신경제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신경제의 독점은 오히려 생산을 증가시키고 가격을 하락시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 만약 반독점 당국이 하이테크 업체들의 독점이나 시장점유율을 제한한다면, 오히려 가격이 오르게 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美 정부가 MS를 탄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래리 서머스 美 재무부 장관은 최근 한 연설에서 자연적 독점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서머스 장관은 “신경제에서는 일시적 독점력이야말로 제품개발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으며, 만약 이러한 독점력이 없다면 가격이 한계비용까지 떨어져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끊임없는 독점추구행위가 신경제 발전의 추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신경제, 즉 정보경제가 불완전한 시장을 요구하고 있고, 바로 이로 인해 혁신가들이 자신들의 투자를 보상받길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발상은 20세기 초의 경제학자인 조셉 슘페터의 아이디어에서 따온 것이다. 슘페터는 그의 ‘창조적 파괴’ 이론에서 “독점이야말로 경쟁업체들의 모방을 차단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혁신과 성장의 실질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독점에 관한 논의는 한가지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 美 정부가 MS의 독점을 주장하며, 독점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논의의 핵심이 될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MS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 신기술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고 경쟁업체들을 압박한 反경쟁적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다. 신경제에서의 경쟁정책의 핵심은 시장점유율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남용, 다른 업체들의 혁신을 방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물론 반독점 당국의 독점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독점규제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MS와 같은 독점행위들이 신경제의 전분야에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하이테크 업계는 미국 전체 GDP의 단지 8%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제에 있어, IT는 경쟁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진입장벽을 낮춰 무한경쟁을 유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는 진입장벽을 낮춘다. 기존의 상점이나 사무실을 여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은 고객들이 가격을 보다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들은 경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직까지는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되지만, 온라인 제품판매로 인해 기존의 업체들조차 가격을 올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인터넷은 경쟁을 촉진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등장 이전의 기술적 신기원들은 기업들의 외형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생산비용과 물류비용의 감소, 규모의 경제 등으로 대표되는 신기술들은 기업들에게 끊임없는 몸집불리기를 요구해왔다. 기업들이 이처럼 몸집을 불리는 이유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어즈(Ronald Coase)는 “기업들의 수직통합 움직임은 불완전한 정보와 물류비용의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부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다른 공급업체들로부터 이를 구매하면서 기업활동을 전개한다. 다른 업체들로부터 구매하는 품목들의 경우, 시장에서 오히려 더 싸게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를 시장에서 구매할 경우 제품을 물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더 많다. 그리고 제품을 주문하는데도 비용이 든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일들을 전담하는 부서들을 사내에 두게 되고, 이로 인해 회사의 몸집은 점점 더 불어만 갔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인터넷은 대부분의 경제분야에서 아웃소싱의 기회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정비용이 줄어들어 기업의 외형도 동시에 줄어들게 만든다. 인터넷은 정보에 대한 접근기회를 증가시키고 기업과 공급자간의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기업들이 본연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도 과거에는 대기업만이 가질 수 있었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국제시장 진출도 보다 용이해졌다. 진정한 무한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IT는 경쟁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독점도 심화시킨다
앞서 언급했듯이, 독점의 문제는 독점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저해하는 활동들에 있다. 이제껏 우리가 본 신경제는 독점이 보다 심화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경쟁도 더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IT가 경쟁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또한 저해하기도 한다는 말은 모두 다 맞는 말이다.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부문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거인들이 독점을 형성할 것이며, 그 외의 다른 부문에서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보다 더 치열한 경쟁의 논리에 적응하며 살아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 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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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⑨ 정부의 역할
2000.10.05
이번 서베이에서 우리는 신경제에 대한 여러 가지 잘못된 견해들을 살펴보았다. 이전에 있어왔던 그 어떤 기술혁신보다도 IT 혁명은 많은 것을 이루어 내리라는 과도한 기대나, IT 혁명이란 오로지 증권가의 거품일 뿐이라는 지나친 회의 모두 IT 혁명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IT 혁명이 미국에만 좋은 일이라거나, 정보산업이 모든 경제의 룰을 바꿀 것이라는 극단론 역시 적절치 못한 이해다.
정보산업이 경제를 완전히 투명하고 경쟁적인 상태로 끌어올려, 결국 정부의 간섭이 불필요한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 역시 상당부분 과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산업이 경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재·감독자로서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노동·상품·자본 시장만으로 경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
교육 문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고급 기술인력을 육성하고 사회적 R&D 기능을 유지시키는 것은 개인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다. 대개 기업의 R&D 기능은 그 투자 비용에 비해 돌아오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기업이 상당히 꺼리는 분야다. 기술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인력기반을 생산하고 기초과학 등을 육성해 사회적 혁신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가 맡아야 할 몫이다. 지금 세계의 모습을 다시 재단하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상품도 초기에는 정부지원 연구의 산물이었다. 기초 R&D에 대한 정부의 연구비 지원과 세금감면 혜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연구비 지원이 사회적으로 과학자와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대학교의 학과간 자원교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1980년대 중반~9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의 기간동안 미국의 공학·수학·컴퓨터 사이언스 학위 수여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어 컴퓨터 혁명의 지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존 연구인력에 대한 연구비 지원보다 연구인력 확대를 위한 지원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개방
많은 사람들은 WTO가 주장하는 세계화(globalisation)의 물결을 거세게 비난한다. IT 혁명은 세계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IT 혁명은 정보교환·통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상품·자본 시장이 빠르게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산업시대에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시장 개방을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 신경제란 IT 혁신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유로운 무역과 자본의 흐름을 필요로 하며 이를 거스를 경우 신경제 체제하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심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IT는 그 자체로도 세계 무역의 빠른 성장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 쌓아도 인터넷을 통해 개별화, 소규모화 되어가는 빠른 상품 유통을 모두 제어할 능력은 없다. 소비자들이 해외 시장 이용의 유용성과 혜택에 점점 눈떠가면서 소비자의 욕구를 억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점점 더 거센 반발에 부딪게 될 것이다. 이제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대세가 되었다.
지난 세기 기술 혁명은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수십 년이 걸렸지만 이제 IT 혁명은 일부 선진국에서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보호무역의 장벽은 이제 정보와 자본의 유통을 막아 국가의 발전에 동맥경화를 일으킬 것이다.
■ 현재의 주가 수준이 거품임을 입증하는 이론적·역사적 증거들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과거의 모든 기술 혁신들이 투기적 거품현상을 유발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IT 역시 예외를 주장할 만한 아무런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불길한 것은 현재의 주가 수준이 미래 수익(profit)에 비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위험스러우리 만큼 높다는 사실이다.
□ 120년간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 ratio) 변화추이
예일 대학교의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교수는 자신의 저서 에서 지난 120년간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 ratio)를 추적한 결과, 철도·전기·전화·무선통신·자동차 같은 新기술의 등장이 주가의 급상승으로 나타났다가 곧 다시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은 발견했다(도표1 참조).
즉 19세기 후반 기술혁명에 힘입어 S&P500 주가수익률은 점차 증가, 1901년 정점에 달했으나 이후 1920년까지 실질가치로 70%나 하락했다(1901년은 대서양을 가로질러 무선통신이 처음 성공한 해임). 또한 1920년대에는 전기와 자동차 보급에 따른 효율성 향상에 힘입어 주가가 다시 치솟았지만 1929년을 정점으로 향후 3년간 무려 80%나 추락했다.
□ 1840년대 영국 철도 열풍의 교훈
오늘날의 인터넷 열풍과 1840년대 영국의 철도 열풍의 공통점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당시 철도업체들도 지금은 닷컴 기업들 처럼 철도건설을 위해 주식시장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자금을 끌어 모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주주들에게 전혀 이익을 돌려주지 못한 채 주로 과도한 투자가 가져온 생산용량의 과다로 파산의 길을 걸었다.
일례로 수십년간 영국에서 가장 유망한 철도회사의 자리에 있었던 그레이트 웨스턴 레일웨이(Great Western Railway)社의 주식은 1935년 설립 때부터 주가가 최고수준에 있었던 1945년을 거쳐 1913년까지 수익률이 단 5%에 불과했다.
물론 철도는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도 오랫동안 많은 경제적 혜택을 가져왔다. 이를 통해 우리는 IT 혁명이 여전히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이익을 생산해 내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 과거 철도 열풍이 철도업체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했듯이 인터넷 열풍이 닷컴 업체의 수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주식시장에 거품을 유발함으로써 투자자금을 날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여전히 유효하다.
□ 기술혁명의 성과는 해당 업체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현재 닷컴 업체의 높은 주식가치는 이들이 기존 업체들의 시장점유률을 크게 잠식할 것이라는 기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혁명의 성과는 종종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돌아갔다.
예컨대 미국 철도 붐의 최대 승리자는 내륙 진출의 길을 열림으로써 혜택을 누린 소규모 업체들과 농부들이었다. 한 시절은 풍미했던 5,000여 철도회사가운데 99%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조차 않으며, 이후 2,000여 자동차 업체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골드만 삭스社의 한 보고서 역시 전기산업이 경제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초기 전기업체들의 수익과 주가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던 것으로 지적했다.
■ 신경제의 세가지 신화와 그 진위
물론 신경제 추종자들은 기술혁신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새로운 세계에서 과거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현재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음 세가지 논리를 가장 빈번하게 동원하는데 첫째, IT 혁명으로 수익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고 둘째, 경제 즉 주식시장에서의 위험이 줄었으며 셋째, 인플레 압력의 감소로 실질이자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가지 신경제 신화의 진위는 무엇일까?
□ 수익 증가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다?
IT 혁명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의 가속화는 분명 수익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의 믿음대로 장차 미국 경제가 연평균 4% 이상이라는 급격한 성장률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주가 수준대로라면 수익은 이보다 훨씬 급격히 증가해야만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국민총생산(GDP)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왔다. 특히 전기 보급 시기에는 기업의 비용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수익 비중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이는 경쟁 심화로 비용 감축을 통한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이 보다 독점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일정기간 동안 수익 증가속도가 GDP 성장률을 능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IT가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증가시킨다면 수익률은 높아지기 보다는 감소할 가능성이 더 높다. B2B 전자상거래를 통한 비용 감축으로 특정 업체의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도 다른 업체에게는 곧 가격 및 수익 감소를 의미할 뿐이다. 게다가 인터넷은 가격 투명성의 향상을 통해 가격 결정권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로 옮겨 놓았으며, 이 또한 평균 수익률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즉 IT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이 경쟁을 촉진한다면 GDP 대비수익 비중이 높아지는 것, 즉 수익 증가률이 GDP 성장률을 능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 경제, 즉 주식시장에서 위험이 감소했다?
보다 치밀해진 재정·통화 정책과 IT가 가져온 완만한 경기순환 등으로 인해 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식시장에서의 리스크프리미엄(equity-risk premium:국채 처럼 리스크가 없는 자산에 대해 요구하는 프리미엄)이 거의 제로로 떨어졌다는 주장은 어떨까?
B2B 전자상거래는 수요의 변화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재고를 주일 수 있으며, 이는 재고량 과다에 따른 위험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거 경기순환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착륙 문제는 여전히 미국 경제의 위험요소로 남아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급속한 변화로 인해 현재의 매출이나 수익은 기업의 미래 실적을 가늠하는 부실한 잣대로 전락했으며, 이에 따라 개별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는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모든 기술 혁명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신생 업체의 극히 일부만이 성공을 거둘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실패할 것이며, 이로 인해 주식시장의 위험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
□ 인플레 압력의 감소로 실질이자율이 낮아질 것이다?
인플레 압력의 감소로 미래 수익의 둔화 요인이 되는 실질이자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IT 혁명이 수익성 있는 투자기회를 증가시켰다고 가정할 경우 보다 많은 투자자금의 조달이 필요하며, 따라서 가계의 저축을 촉진하기 위해 균형실질이자율(equilibrium real interest: 통화정책상 기업의 투자 또는 경제성장을 촉진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이자율을 말함)도 자연 높아져야 한다.
■ 거품, 그리고 붕괴
앞서 언급한 모든 사항을 고려해 볼 때 현재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재의 주가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수익을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수밖에 없다. 뱅크 크래딧(The Bank Credit)의 마틴 반즈(Martin Barnes) 분석가의 추정에 따르면 리스크프리미엄을 역사적 평균치 5%보다 훨씬 낮은 2%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현재 미국의 S&P500지수는 향후 30년 동안 수익 증가율이 실질가치로 GDP 성장률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연간 6% 수준일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경우 IT 혁명을 통한 경제적 혜택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고 하더라도 주가폭락이라는 연쇄작용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다른 많은 나라의 주식시장들 역시 고평가돼 있기는 하지만, 거품 붕괴에 따른 피해는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미국에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며, 또한 최근 많은 미국 가정과 업체들이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그릇된 기대로 많은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신경제에서의 통화정책
사실 신경제에서 기존의 성장과 인플레의 상관관계는 이미 무너진 것으로 보이며, 때문에 통화정책 수립 자체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됐다. 기술혁명이 거품을 수반하기 마련이라면, 그 동안 美 연장제도이사회(FED)가 인플레를 막기위해 취한 모든 조치들은 빠른 성장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율을 유지시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생산성 증가율이 높아진 경우에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기 보다는 빠른 성장을 허용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하지만 문제는 생산성 증가율을 확실히 알 수 없으며, 경제 성장이 지나치게 빠를 경우 과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생산성 증가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인플레 조짐이 명백해지기 전까지는 성장의 억제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급하게 억제를 시도할 경우 투자와 혁실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FED는 주로 이런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그 결과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방조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IT 혁명에 수반하는 주가 급등에 대해 중앙은행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이론적으로는 지나치게 과열되기 전에 거품을 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초반에 거품을 제압함으로써 보다 심각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이것이 거품인지 또는 성장률이 비약적을 증가하는 새로운 국면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에서 다시 난제에 부딪힌다.
골드만 삭스社의 경제학자인 쟌 해치우스(Jan Hatzius)는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와 같이 자가와 투자가 호황을 이루는 경우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자율을 인상하는 것이 바른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거품이라면 중앙은행은 거품을 빼기 위해 이자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으며, 그게 아니라 성장과 투자가 급증하는 새로운 국면이라면 균형실질이자율이 상승할 것이고, 따라서 중앙은행은 그 수준에 맞춰 이자율을 인상하면 된다는 것이다.
□ IT와 인플레의 상관관계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인플레율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가격하락을 가져옴으로써 중앙은행의 업무가 보다 수월해 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IT 혁명 초기에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한다(도표2 참조). 장기적으로 보면 IT는 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겠지만(S1→S2), 그 변화는 매우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장차 생산과 수익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는 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주가상승은 공급증가가 현실화되기도 전에 가계의 소득 및 지출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결과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D1→D2), 자연 가격도 상승한다(P1→P*). 즉 수요증가가 공급증가를 능가할 경우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인상하지 않는 한 인플레 압력은 증가한다. 오늘날 미국이 바로 이런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영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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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⑤ 노동자들은 우울하다
2000.09.30
美 노조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www.paywatch.org에 들어가 보라. 美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社에서 블루컬러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평균 연봉이 2만 5,000 달러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잭 웰치(Jack Welch) GE 회장은 얼마나 받을까? GE의 블루컬러 노동자가 잭 웰치 회장이 지난해 스톡옵션을 포함해서 받은 연봉 액수를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3,663년이라는 시간을 일해야 한다. 오늘날 CEO들의 평균수입은 공장 근로자들의 평균수입보다 475배나 많으며, 이는 지난 1980년의 42배보다 훨씬 더 증가한 수치다. 新경제가 그 수확을 일부 계층에만 집중적으로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기술혁신은 오히려 실업을 감소시켜
수년전만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컴퓨터와 로봇이 사람을 대체, 결국 대량실업을 유발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지속된 美 경제의 호황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실업은 오히려 4%로 줄어들어 지난 3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진행된 '러다이트 운동'-노동자들이 실직을 우려하여 일으킨 기계파괴 운동- 이후로 노동자들은 기술의 발달이 실업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져왔었다. 그러나 지난 2세기 동안의 기술발달은 오히려 고용을 꾸준히 증가시켜 왔다. 수백만에 달하는 일자리가 없어진 반면, 보다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왔기 때문이다. 대장장이는 자동차 엔지니어로, 마부는 비행기 조종사로 그 직업을 대체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새로운 기술에 의해 없어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할 수는 없다. 철강 노동자들이 쉽게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수는 없으며, 특히 IT혁명으로 인해 없어지는 직업들의 대부분은 고급기술이 아닌 단순한 기술직에 집중돼 있는 반면, 새로 생겨나는 직업들 대부분은 높은 교육수준과 고급기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없어지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는 것이다.
교육수준에 따른 임금격차 심화
고급두뇌에 대한 수요가 단순노동에 대한 수요에 비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질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79년 이후 20년간 미국의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간 주당 임금은 30% 이상,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중퇴자와의 임금은 2배 이상의 차이가 났으며, 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실질임금의 증가율이 다소 낮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임금은 실제로는 더욱 줄어든 셈이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를 ▲기술변화 ▲저임금 개발도상국들로부터의 수입 증가 ▲단순노동자들의 이민 증가 ▲노조의 쇠퇴 등 4가지 요소에서 찾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특히 기술의 발달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컴퓨터로 대변되는 신경제가 높은 교육을 받고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보다 더 요구하는 것은 다음의 2가지 이유에 의해서다. 첫째는 생산직과 같은 단순한 일들은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전문직이나 관리직보다 훨씬 더 쉽게 자동화되고 대체된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자동차 디자인이나 채권거래, 회사경영 등과 같이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의 창조적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처럼 컴퓨터를 활용할 줄 아는 숙련된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래리 캣츠(Larry Katz)는 지난 1세기 동안에 걸친 기술발달과 임금격차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교육을 받은 고급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간의 임금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였다. 이는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컴퓨터의 광범위한 사용 이전에 이미 증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컴퓨터가 대중화된 1980년대 이후에는 이러한 격차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 임금격차의 원인은 IT혁명이 아니라 수급불균형 때문
캣츠 교수는 "임금격차의 원인이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증가에도 기인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바로 기술인력의 공급부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70년대에는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들이 대학과 생산현장에 뛰어들면서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고급 노동력의 공급이 보다 느리게 이루어지면서 수급이 맞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과 캐나다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자와 고등학교 졸업자간의 임금격차가 급속히 증가한 반면,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양국이 모두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비슷했지만, 캐나다는 고급인력의 공급이 미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 역시 지난 20년간 임금격차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유럽의 경우 강성노조와 강력한 최저임금제 실시도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고급인력의 원활한 공급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할 때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임금격차의 실질적인 원인은 IT혁명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고급인력 육성책 실패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수요에 맞는 인력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데 있어 미국 정부가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교육수준에 의한 임금격차는 지속될까?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의 임금격차는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의 지속적인 확산에도 불구하고, 대학졸업자에 대한 수요증가율 역시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고급인력들이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발생한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임금격차는 일시적이고 과도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기술이 더 발달하면 이러한 임금격차는 완화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맞다면, 교육수준에 의한 임금격차는 기술혁신의 속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술에 대한 프리미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에도 이러한 현상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임금격차 완화에 대해서는 앞서의 주장보다는 미국의 경제상황에서 더욱 실질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미국의 경제 활황이 실업률을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이에 따라 노동시장에서의 최저임금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기술발달과 직업의 관계를 볼 때, 새로운 기술혁신은 각각 서로 다른 직업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거 증기 시대에는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었다. 한마디로 몸으로 때우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와 컴퓨터 시대에는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으며,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IT혁명의 시대에는 이러한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더 증가할 것이다.
정보접근 기회 여부가 빈부차 결정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고급인력의 공급을 증가시키면 임금격차는 줄어들까?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한가지 문제점은 남는다.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격차가 점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8년을 기준으로 볼 때, 연봉 7만 5,000 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진 미국인들의 60%가 인터넷을 사용한 반면, 연봉 2만 5,000 달러 이하의 미국인들은 단지 20%만이 인터넷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학 졸업자들의 인터넷 이용률은 60% 이상인 반면, 고등학교 중퇴자의 인터넷 이용률은 15%에 그쳤다. 따라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2중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 된다. 첫째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나은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둘째는 전자상거래에서 소외됨으로써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기회도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불이익들보다 인터넷이 더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바로 노동시장이다. 인터넷으로 사람을 구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500大 기업 중 약 400개 기업이 온라인 사원모집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받고 있다.
직업중개 사이트들의 등장은 노동시장에서의 비용을 줄이는 대신, 정보는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인과 구직이 보다 더 잘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실업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직업중개가 점차 보편화되면,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업이나 임금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한 시장을 만들게 되고, 하나의 직업내에서 존재하는 임금차별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美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Amazon)이 美 전역의 책 가격을 단일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인터넷의 발달은 승자독식 현상 심화시킬 것
그러나 인터넷이 이처럼 보편화되면, 재능이 뛰어난 일부 소수의 사람들은 막대한 이득을 취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능력이 나은 사람들이 엄청난 부를 독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81년 시카고 대학의 셔윈 로젠(Sherwin Rosen) 교수가 쓴 「스타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Superstars)」에서 잘 알 수 있다. 로젠 교수는 이 책에서 스포츠나 영화와 같은 분야에서는 톱 스타들 몇몇이 모든 부를 독식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훨씬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승자독식(winner-takes-all)의 원칙은 CEO, 의사, 변호사, 그리고 채권중개사 등과 같은 일부 직종에서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직업군에서는 미세한 능력의 차이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투자은행들은 2등의 채권중개사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1등에게 상식밖의 대우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IT혁명이 이와 같은 노동시장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킨다면, 승자독식 현상 역시 확대될 것이다.
美 MIT大의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교수는 "인터넷이 노동시장에 2가지의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는 비교적 단순노동을 하는 직업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술발달이 지역적 임금격차를 해소시킴에 따라 이 분야에서의 전체적인 임금수준이 비슷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이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모든 직업군에 스타효과가 발생해 일부 소수가 모든 부를 독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오터 교수의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신경제에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승자독식 원칙이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제 신경제가 기업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최 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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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⑥ 개도국의 IT혁명 활용법
2000.10.02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IT 혁명은 개발도상국에게 양면성을 가진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과의 정보화격차(digital divide)로 결과적으로는 경제력의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는 물론 일리가 있다. 선진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15%에 불과하지만 세계 IT 지출의 90%, 인터넷 사용인구의 80%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력은 서민들이 컴퓨터나 전화선을 보유하기 힘든 수준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컴퓨터 1대 가격은 8년치 근로자 평균 연봉에 해당한다. 저개발국가에 사는 20억 명의 인구는 연 소득이 800달러 미만이며 인구 1,000명당 전화선 35개, PC 보유 5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구 1,000명 당 전화선 650개, PC 보유 540대에 달한다. 미국인 2명중 1명이 인터넷 접속을 즐기는 반면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아프리카인은 250명 중 1명이다.
State Street Bank의 아비나시 퍼소드(Avinash Persaud) 분석가는 정보화 혁명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동조하며 다음 3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첫째, 선발주자의 이점으로 선진국 기업들이 정보산업계의 요충지를 모두 선점해 지역 기업들은 枯死 위기에 처할 것이다. 둘째, 판매자의 권력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면서 보다 강력한 서비스 체계를 확보한 선진국 기업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수익 구조 면에서도 선진국 기업들이 월등한 효율성을 자랑하므로 지역 업체들은 역시 설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셋째, 선진국 IT 기업들의 주식은 위험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할 때 개도국의 주식보다 훨씬 우량하므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선진국 IT 기업에게만 집중되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투자선택의 배경 하에서는 개도국 기업이 선진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
이러한 회의적 주장에는 물론 일리가 있다. 그러나 IT 혁명이 선진국 이상으로 저개발국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견해 역시 만만치 않다. 선진국에서는 기존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나 경영 기법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반면 저개발국가는 일단 저임금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90년대 중반 태국의 근로자 임금은 미국 근로자의 1/8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개발도상국의 기업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상품이나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저렴한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IT 시대의 핵심 질문은 선진국에서 저개발국까지 얼마나 빨리 기술혁명이 확산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매우 긍정적이다. 컴퓨터, 모뎀,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통신 비용이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해졌으며 지리적, 정치적 장벽을 넘기도 쉬워졌기 때문이다. OECD의 통계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의 IT 지출은 해마다 2배 이상의 빠른 증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IT혁명의 특징은 중간단계를 굳이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최신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구리 전화선이나 아날로그 무선통신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직접 디지털 무선통신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선진국이 치렀던 막대한 기술개발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유선통신 기반이 취약한 저개발국가에서는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유선통신보다는 무선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적이라는 이점이 있다. 산간 오지의 경우 유선통신 시설이 갖추어지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지만 무선통신은 쉽게 닿을 수 있다.
인터넷은 다방면의 주제에 대해 거대한 양의 정보를 거의 무료로 제공한다. 학교나 관공서, 도서관 등 거점지역에 인터넷 접속센터를 마련해 놓으면 여러 사람이 인터넷을 공유할 수 있다. 벽지·오지의 많은 학생들은 원거리 교육으로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아프리카 가상대학(African Virtual University)은 위성TV 방송 시스템을 갖추고 이메일, 팩스, 전화 등을 이용해 아프리카 15개국의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개발도상국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더 작고 효율적인 공장·생산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뉴기니 원주민이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이나 대만 여인이 손바느질로 만든 고급 예복은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받고 유럽과 미국의 고객에게 고가에 팔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엄청난 고부가가치 상품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효율성 제고로 다국적 기업은 여러 나라에 적합한 생산 본부를 분산 설치할 수 있다. 낮은 임금을 활용하기 위해 다국적기업들이 저개발국가 진출을 늘리면 저개발국가로서는 직접투자 유치의 효과가 커지게 된다.
그러나 IT 혁명이 저개발국가에게 무조건적인 혜택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저개발국이 IT혁명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외에도 정부가 담당해야할 필수적인 역할이 있다. 바로 투자·무역시장개방, 재산권 보장, 통신시장 민영화, 법제 정비, 교육기반 확대,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 구축 등의 일이다. 시장개방은 기술전파 속도를 높이며 교육기반 확대는 전파되는 기술지식의 흡수 속도를 높인다. 많은 저개발국가 정부는 통신 인프라 구축에만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모든 가구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더라도 사용자가 문맹이면 통신 인프라는 무용지물이다.
많은 저개발국가에서는 통신 서비스가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의 손에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통신 시장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투자 시스템도 역시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어서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화선을 받기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고 통신 비용 또한 높다. 저개발국가의 통신 사용자는 선진국 사용자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높은 통신 비용을 부담한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의 조사에 의하면 월 20시간의 인터넷 접속료는 멕시코에서 90달러, 월 수입의 15%에 달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25달러, 월 수입의 1%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월 인터넷 접속료가 200달러에 달한다.
핀란드의 경제학자 마티 포욜라(Matti Pohjola)는 1980~95년 사이 39개국의 IT산업 투자규모와 국가경제성장률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포욜라 교수의 연구 결과 선진국에서는 IT 투자가 경제 성장률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이같은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 다른 분야에서 보완적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음을 나타낸다.
이같은 비효율적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들은 시장보호장벽 하에서 IT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브라질은 강력한 보호정책을 펼치며 컴퓨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막대한 사회비용을 부담하게 돼 실패로 돌아갔다. 수입 제한으로 인해 브라질의 컴퓨터 가격은 천장부지로 치솟았다.
무역장벽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차라리 IT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주도하에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를 건설한다는 말레이시아의 멀티미디어 수퍼코리더(Multimedia Supercorridor) 계획은 사실 논리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상대적 강점은 선진국이 개발한 신기술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자체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IT 혁명의 혜택을 더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아 IT 기술을 재빨리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IT 산업 붐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과 법률을 정비하는 작업도 빨리 완수했으며 그 결과 IT 산업은 동아시아 산업 부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JP 모건의 버니 에쉬웨일러(Bernie Eschweiler) 분석가는 아시아의 인터넷 혁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아시아의 서비스산업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의 제조업은 옛날부터 효율성이 높기로 유명했으나 서비스산업은 높은 규제와 적은 경쟁으로 매우 수준이 낮았다. 인터넷은 소비자에게 권력을 돌려줘 서비스산업의 질을 한층 높이는 것에 기여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IT 혁명을 받아들인 나라로 평가된다. 2001년경이면 전체 4,800만 인구중 약 2,000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교육열이 높아 지식 산업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식형 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보다 경쟁이 치열한 경제환경이 요구된다.
한국 정부는 정부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에 대해 2001년까지 전체 구매의 50%를 인터넷을 통해 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국영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다 치열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정부는 2002년까지 모든 정부조달사업을 온라인화 할 계획이다. 이같은 B2B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재벌과 관계기업간의 해묵은 연계고리를 깨고 보다 유연하고 경쟁적인 경제 구조를 이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콩 골드만 삭스社의 김순배 연구원은 인터넷과 시장개방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개방으로 인해 무역량이 GDP 대비 1% 증가할 때 생산성은 0.5~2% 증가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활성화는 일종의 시장개방 효과를 가져오며 직접 비용절감 효과도 거두어 인도네시아의 경우 10년간 5%, 싱가포르의 경우 10년간 12%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한 경제성장률 부가효과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0.2~0.8%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은 개발도상국에서 뚜렷한 성장률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지만 IT에 대한 직접 투자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시장개방, 국영기업의 통신시장 독점, 교육기회 확대 등의 작업이 함께 진행될 때 인터넷이 개발도상국에 가져다 줄 혜택의 크기는 극대화될 것이다.
(심윤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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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⑦ 유럽과 일본의 미국 따라잡기
2000.10.04
아직까지 '신경제'라고 하면 미국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종의 '미국적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유럽과 일본의 구경제 시스템이 신경제로의 진입에 필수적인 혁신성과 기업정신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신들의 독주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신기술에 의한 경제적인 이윤은 새로운 발명이나 기업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널리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향후 정보기술(IT)과 B2B가 전 지구 상에 널리 퍼질수록, 미국과 여타 국가들과의 경제적 격차는 좁혀질 것임에 틀림없다.
9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은 일부 선진국들 중에서도 특필할 만한 것이었다. 95년 이후 미국은 연평균 4.2%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 독일의 평균성장율 1.8%, 일본의 1.2%와 비교하면 미국이 얼마나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지 익히 알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성과는 바로 인터넷과 IT 분야에서 선두를 점한 덕분이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경제 시스템 상의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이 분야에서 미국에 한발 뒤쳐지고 말았다. 매출 규모로 본 세계 50대 IT 업체들 가운데 36개가 미국 회사들이다. 반면 일본업체는 9개, 유럽업체는 단 4개에 불과하다. GDP에서 IT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은 7%, 일본은 6.5%, 유럽은 4% 순이다.
그러나, 아직 유럽과 일본이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아니,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생산성의 향상은 IT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IT 부문 생산 자체의 증가에 달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IT에 대한 투자다. 현재로선 유럽과 일본의 GDP 대비 IT 투자가 미국에 뒤지는 상태지만, 이제 적극적인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유럽과 일본은 오히려 신경제 후발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나름대로의 이점을 안고 있다. 우선 이들은 특별히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신기술을 따로 개발하거나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미국이 개발한 기술과 B2B 모델을 차용하거나 모방하면 된다. 새로운 탐험길을 개척하는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남이 개척한 길을 그대로 밟아가는 데는 그리 큰 돈이 들지 않는다. 또 한가지, 이들은 뒤에서 미국의 경로를 지켜보면서 어떤 길이 지름길인지를 지켜볼 수 있다. 무엇을 피하고 어디를 건너뛰어야 하는지 빤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결국 유럽과 일본은 향후 보다 적은 비용으로 시행착오 없이 훨씬 빠르게 신경제의 물결을 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만큼 미국과의 격차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에는 아직도 고비용 저효율의 거대한 구경제 사업체들이 많다. 인터넷과 IT는 이들로 하여금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름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미 지난 10여년간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온 미국의 경우 이제 상당부분의 경제적 군살을 제거한 상태지만, 그에 비해 유럽과 일본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여기서 가야 할 길이 멀다 함은 그만큼 IT 혁명을 통해 앞으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윤도 많다는 얘기다.
물론 유럽과 일본이 이러한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큰 장애물들이 남아 있다.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노동 및 생산시장의 경직성이다. 이 분야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구경제에서 신경제로의 원활한 이행이 이루어질 수 없다. 미국 경제가 지난 수년간 성공적인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술의 개발 뿐만 아니라 유연하고 경쟁력 있는 노동 및 생산시장 체제를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각종 규제와 벤처캐피털 시장의 미비로 기업을 시작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일례로 유럽에서는 기업 하나를 시작하는데는 미국보다 시간은 10배가 더 걸리고, 비용은 4배가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느림보 걸음으로는 결코 IT 혁명의 물결을 제대로 타고 오를 수 없다.
결국, 유럽과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만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노동 및 생산시장의 혁신과 과감한 규제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유럽과 일본에서는 각 분야의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세제개혁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벤처 캐피털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 각 기업들은 미국식 경영 스타일을 배워오기 시작했다. 즉, 보다 강력한 경쟁과 도약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IT 혁명과 관련해 오히려 유럽과 일본이 미국을 앞서가는 부문이 있다는 사실은 이들 국가들에게 보다 큰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머지 않은 미래에 인터넷의 주된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동통신 분야. 예를 들어, 비율상으로는 일본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 이동전화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이동전화 이용자들 중 1/3은 이미 이동전화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분할된 시장과 기술표준 때문에 이 분야에서 만큼은 유럽 및 일본에게 뒤져있는 것이다. 향후 IT 혁명에서 이동통신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임을 생각할 때, 신경제를 향한 유럽과 일본의 미래는 밝다고 하겠다.
이를 두고 캘리포니아 미래학 연구소의 폴 사포(Paul Saffo)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잡는 법. 그러나 결국 덫을 피해 치즈를 차지하는 것은 늦게 나온 쥐다"라고.
(윤태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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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⑧ 독점논란
2000.10.05
최근 美 IT 업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S)社의 법정소송을 들 수 있을 것이다. 美 법무부는 독점과 경쟁침해를 이유로 MS를 기업분할하려 하고, 이에 대해 MS는 “기업분할이 오히려 소비자 이익에 반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신경제에서는 ‘희소성의 원칙’ 적용 안 돼
경제학자들은 신경제의 속성상 독점기업의 출현이 보다 용이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신경제의 근간인 정보와 지식이 상품화되면서 기존의 경제이론이 먹혀 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제에서 성장의 기반은 물질적인 재화가 아니라 아이디어이며, 이러한 지식경제에서는 ‘희소성의 원칙’이라는 기존 경제학의 대명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할 경우 그 제품의 소유권이 판매자에게서 구매자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지식경제에서는 아이디어에 기반한 제품을 팔더라도 원래의 소유자가 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즉, 아이디어 제품은 계속해서 팔고 또 팔 수가 있으며, 지식은 아무리 사용하더라도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식은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품인 것이다.
200년전 아담 스미스가 주창한 시장 시스템은 하나보다 둘을 생산할 경우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였다. 즉, 모든 산업에서는 일정 시점에 도달하면 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이른바 ‘한계수익체감의 법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증기와 전기로 대표되는 산업경제 시대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와 책, 영화, 금융서비스, 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신경제는 점증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보산업은 처음에는 막대한 고정비용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높지만, 그 이후에는 가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프로그램 개발에 수백만 달러가 소요되지만, 그 이후 복사본에는 비용이 들 일이 거의 없다. 만약 이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배포한다면 가변비용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신경제는 독점을 좋아한다?
20세기 초에는 어떤 기업이 경쟁업체보다 규모면에서 2배 크다고 하면, 이 기업의 평균 단위생산 비용은 경쟁업체보다 10% 정도 낮았다. 그러나 오늘날 한 소프트웨어 제조업체가 경쟁업체보다 2배 크면, 평균 단위생산 비용은 50%까지 낮아진다. 이는 다른 신규 경쟁업체들의 시장진입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며, 이에 따라 자연스레 독점의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신경제에서의 규모의 경제 효과는 비단 공급측면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수요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 소위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나 다른 기기들의 경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용함으로써 그 가치도 따라서 증가한다. 대표적인 예가 MS의 윈도와 오피스다. 윈도는 널리 사용됨으로써 운영체제로서의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MS 워드 프로세서의 경우, 다른 모든 사람들이 MS 워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MS 워드를 사용해야만 살아가는데 편리하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아주 강력한 진입장벽을 만든다. 이처럼 공급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와 수요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가 결합,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 경제인 신경제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당연히 하나의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밖에 없다.
신경제에서는 독점을 강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소위 말하는 ‘락-인(lock-in)효과’다. 락-인효과란 일단 소비자들이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게 되면 새로 나온 프로그램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자기 몸에 익숙한 프로그램을 굳이 바꿀 필요가 없으며, 또 일반적 표준으로 자리잡은 프로그램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일종의 타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규 진입자들이 기존의 다른 프로그램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막대한 이익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며, 이는 결국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과거의 잣대로 독점을 판단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이처럼 독점현상이 보다 심화되는 신경제에서 반독점 당국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규제의 칼날을 빼 들고 독점을 타파하려 할 것이다. 지금 법무부가 MS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처럼. 그러나 일부에서는 더 이상 낡은 독점규제방안들이 신경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술이 급변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 현재의 시장점유율이라는 게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즉, 독점이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독점을 종식시킬 경우 그 피해가 결국에는 소비자들에게 귀착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거의 독점은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올림으로써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지만, 신경제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신경제의 독점은 오히려 생산을 증가시키고 가격을 하락시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 만약 반독점 당국이 하이테크 업체들의 독점이나 시장점유율을 제한한다면, 오히려 가격이 오르게 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美 정부가 MS를 탄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래리 서머스 美 재무부 장관은 최근 한 연설에서 자연적 독점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서머스 장관은 “신경제에서는 일시적 독점력이야말로 제품개발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으며, 만약 이러한 독점력이 없다면 가격이 한계비용까지 떨어져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끊임없는 독점추구행위가 신경제 발전의 추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신경제, 즉 정보경제가 불완전한 시장을 요구하고 있고, 바로 이로 인해 혁신가들이 자신들의 투자를 보상받길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발상은 20세기 초의 경제학자인 조셉 슘페터의 아이디어에서 따온 것이다. 슘페터는 그의 ‘창조적 파괴’ 이론에서 “독점이야말로 경쟁업체들의 모방을 차단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혁신과 성장의 실질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독점에 관한 논의는 한가지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 美 정부가 MS의 독점을 주장하며, 독점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논의의 핵심이 될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MS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 신기술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고 경쟁업체들을 압박한 反경쟁적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다. 신경제에서의 경쟁정책의 핵심은 시장점유율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남용, 다른 업체들의 혁신을 방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물론 반독점 당국의 독점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독점규제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MS와 같은 독점행위들이 신경제의 전분야에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하이테크 업계는 미국 전체 GDP의 단지 8%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제에 있어, IT는 경쟁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진입장벽을 낮춰 무한경쟁을 유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는 진입장벽을 낮춘다. 기존의 상점이나 사무실을 여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은 고객들이 가격을 보다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들은 경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직까지는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되지만, 온라인 제품판매로 인해 기존의 업체들조차 가격을 올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인터넷은 경쟁을 촉진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등장 이전의 기술적 신기원들은 기업들의 외형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생산비용과 물류비용의 감소, 규모의 경제 등으로 대표되는 신기술들은 기업들에게 끊임없는 몸집불리기를 요구해왔다. 기업들이 이처럼 몸집을 불리는 이유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어즈(Ronald Coase)는 “기업들의 수직통합 움직임은 불완전한 정보와 물류비용의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부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다른 공급업체들로부터 이를 구매하면서 기업활동을 전개한다. 다른 업체들로부터 구매하는 품목들의 경우, 시장에서 오히려 더 싸게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를 시장에서 구매할 경우 제품을 물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더 많다. 그리고 제품을 주문하는데도 비용이 든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일들을 전담하는 부서들을 사내에 두게 되고, 이로 인해 회사의 몸집은 점점 더 불어만 갔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인터넷은 대부분의 경제분야에서 아웃소싱의 기회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정비용이 줄어들어 기업의 외형도 동시에 줄어들게 만든다. 인터넷은 정보에 대한 접근기회를 증가시키고 기업과 공급자간의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기업들이 본연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도 과거에는 대기업만이 가질 수 있었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국제시장 진출도 보다 용이해졌다. 진정한 무한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IT는 경쟁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독점도 심화시킨다
앞서 언급했듯이, 독점의 문제는 독점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저해하는 활동들에 있다. 이제껏 우리가 본 신경제는 독점이 보다 심화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경쟁도 더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IT가 경쟁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또한 저해하기도 한다는 말은 모두 다 맞는 말이다.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부문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거인들이 독점을 형성할 것이며, 그 외의 다른 부문에서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보다 더 치열한 경쟁의 논리에 적응하며 살아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 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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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IT와 신경제 서베이…⑨ 정부의 역할
2000.10.05
이번 서베이에서 우리는 신경제에 대한 여러 가지 잘못된 견해들을 살펴보았다. 이전에 있어왔던 그 어떤 기술혁신보다도 IT 혁명은 많은 것을 이루어 내리라는 과도한 기대나, IT 혁명이란 오로지 증권가의 거품일 뿐이라는 지나친 회의 모두 IT 혁명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IT 혁명이 미국에만 좋은 일이라거나, 정보산업이 모든 경제의 룰을 바꿀 것이라는 극단론 역시 적절치 못한 이해다.
정보산업이 경제를 완전히 투명하고 경쟁적인 상태로 끌어올려, 결국 정부의 간섭이 불필요한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 역시 상당부분 과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산업이 경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재·감독자로서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노동·상품·자본 시장만으로 경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
교육 문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고급 기술인력을 육성하고 사회적 R&D 기능을 유지시키는 것은 개인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다. 대개 기업의 R&D 기능은 그 투자 비용에 비해 돌아오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기업이 상당히 꺼리는 분야다. 기술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인력기반을 생산하고 기초과학 등을 육성해 사회적 혁신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가 맡아야 할 몫이다. 지금 세계의 모습을 다시 재단하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상품도 초기에는 정부지원 연구의 산물이었다. 기초 R&D에 대한 정부의 연구비 지원과 세금감면 혜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연구비 지원이 사회적으로 과학자와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대학교의 학과간 자원교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1980년대 중반~9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의 기간동안 미국의 공학·수학·컴퓨터 사이언스 학위 수여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어 컴퓨터 혁명의 지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존 연구인력에 대한 연구비 지원보다 연구인력 확대를 위한 지원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개방
많은 사람들은 WTO가 주장하는 세계화(globalisation)의 물결을 거세게 비난한다. IT 혁명은 세계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IT 혁명은 정보교환·통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상품·자본 시장이 빠르게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산업시대에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시장 개방을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 신경제란 IT 혁신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유로운 무역과 자본의 흐름을 필요로 하며 이를 거스를 경우 신경제 체제하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심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IT는 그 자체로도 세계 무역의 빠른 성장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 쌓아도 인터넷을 통해 개별화, 소규모화 되어가는 빠른 상품 유통을 모두 제어할 능력은 없다. 소비자들이 해외 시장 이용의 유용성과 혜택에 점점 눈떠가면서 소비자의 욕구를 억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점점 더 거센 반발에 부딪게 될 것이다. 이제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대세가 되었다.
지난 세기 기술 혁명은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수십 년이 걸렸지만 이제 IT 혁명은 일부 선진국에서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보호무역의 장벽은 이제 정보와 자본의 유통을 막아 국가의 발전에 동맥경화를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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