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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강력한 정부개혁 추진할 때다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두 세배 높은 선진국을 방문해서 거기 사람들이 사는 집이나 소비 수준을 보면 우리보다 그다지 잘 사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 사람들의 검소한 생활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그들이 저축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추측이다.아직도 우리나라의 저축율은 대부분의 선진국들보다 높다.

사실 선진국 사람들도 더 많은 소득과 더 높은 소비 수준을 누리고 싶어하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 나라의 소득분배구조와 물가구조, 세금제도가 그들로 하여금 그런 소비 수준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좀더 정확한 관찰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나라 사람들의 물질적 풍요와 높은 삶의 질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선진국 국민생활이 우리와 다른 가장 큰 차이는 그들 나라에는 양질의 공공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공재는 사유재산과는 달리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설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깨끗한 환경과 공원, 잘 정비된 교통시설과 대중교통망, 통신망, 효율적인 행정조직, 사법제도 등과 같은 기반시설과 제도, 공공서비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어떤 공공재는 그런 공공서비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 복지 수준이 상승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잘 발달된 사회복지제도, 의료제도, 교육제도, 응급구난시스템, 경찰서비스 등은 직접 혜택을 누리지 않는 국민이라도 그런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생활의 질은 향상된다.

이런 점에서 공공재는 국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 속성상 사유재산과 달리 소득이나 신분에 차이를 두지 않고 국민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평등재이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복지 증진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 상품」이다.

●우리에게는 없는 양질의 공공재

선진국 국민들이 정작 개인적으로 누리는 소비 준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와 같이 잘 발달된 공공서비스와 기반시설,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누리는 총체적 풍요와 생활 수준은 우리의 몇배 이상이 되는 것이다.

주말이나 휴가철에 길이 막혀 놀러갈 엄두도 못내고, 갑자기 사고를 당해도 변변히 응급치료도 못받고 죽을지 모르고, 수돗물을 믿지 못해 비싼 정수기를 설치해야만 하고, 학교 교육이 낙후되어 사교육비를 더 써야 하고, 민원 하나를 처리하려 해도 복잡한 절차에 사사건건 공무원 눈치를 봐야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 경찰이나 법원에 들고가 봐야 속시원히 해결되지도 않고, 생활 주변에 불법ㆍ탈법ㆍ 무질서가 만연되어 있다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가 아니라 3000달러가 되고 소비 수준이 아무리 높아져도 우리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선진 복지국가를 이루려면 국민총생산 증가뿐 아니라 잘 정비되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와 제도를 함께 갖추어야만 한다. 이것은 물론 돈이 드는 일이고, 선진국 국민들은 그런 공공서비스를 가지기 위해 기꺼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물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정부기능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정부조직으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밖에 안될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47개국 국가경쟁력 비교에서 우리나라가 지난 5년 동안 계속된 순위 하락을 벗어나 드디어 28위로 10등이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가 순위의 상승이 정부행정 품질의 순위 상승에 크게 힘입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추진된 정부개혁이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양질의 행정서비스와 효율적인 정부기능 없이 선진 복지국가가 될 수가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개혁은 계속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하고, 그 초점은 국민 삶의 질의 실질적 향상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