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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상속세에 대한 편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상속재산뿐인가?


누가 부모로부터 상속재산을 물려받았다고 하면, 이를 약간 백안시하고, 고율의 상속세금을 부과해야 마땅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고정관념이 아닌가 싶다. 여섯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수 십억 원의 재산을 상속받는 경우를 보면 정말 고율의 상속세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상속재산을 남기는 부모로서는 상속세가 여간 억울한 세금이 아닐 수 없다. 일생동안 똑같이 10억 원을 벌었다고 해도 일단 소득세를 납부하고 난 나머지 소득을 가지고 해외여행을 즐기면서 모두 탕진해 버려 자식에게 한푼의 상속재산도 남기지 않은 사람과, 해외여행 욕망을 자제하며 구두쇠처럼 살면서 저축해 10억원의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 가혹할 정도로 높은 상속세금을 다시 한번 더 납부해야 하는 사람을 비교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처럼 상속재산에 대해 고율의 상속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마치 우리 사회가 저축해서 상속재산을 남기는 행위를 죄악시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일생동안 절약해서 모은 재산마저도 자기 자식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큰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인생경주의 시작이 불공평해 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 상속재산은 재산을 더욱 증식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경주를 불공평하게 하는 것이 오직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 때문만은 아니다. 미스 코리아선발대회나 미국의 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박세리 선수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저토록 아름다운 미모와 탁월한 재능을 타고 난 사람들은 얼마나 축복 받은 사람들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세상에는 빼어난 용모 또는 탁월한 재능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람도 많고, 그들이 그러한 유산을 낭비하지 않고 잘만 가꾸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생경주에서 훨씬 앞서 나가, 부귀도 누리고 커다란 재산도 모을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18억 원을 유산 받은 정신박약아보다는 180의 IQ를 가지고 태어난 천재로부터 타고난 유산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지적 또는 육체적 재능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사람은 없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상속세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상속재산을 무조건 백안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투자기회는 많고 그것을 뒷받침할 저축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저축증대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상속세율의 강화는 소비를 부추겨서 자칫 국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내자(內資)의 공급원인 저축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 국내저축이 부족하면 외채누적문제를 야기할 해외저축(차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상속세금도 내지 않는 탁월한 지적 및 육체적 재능을 유산 받고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 모두 자신이 혼자 노력한 결과만이 아님을 알고 그러한 재능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겠다. 아울러 자기만큼 부모로부터 재능을 유산 받지 못한 사람들을 도울 생각을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