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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재벌개혁과 지배구조개선

"총수독단 여전 개혁 뒷걸음, 현대투신 문제로 가시화, 독립전문 체제 전환시급"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시작된 새천년이 16대총선이라는 정체행사로 출발해 4개월을 보내고 이제 '경제의 계절'을 맞이했다. 지금 국내 경제는 서로 다른 두가지의 상황 논리 속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다.

이제는 IMF체제도 극복하고 경상수지 흑자와 물가안정속에서 8.6%라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한국형 신경제논리가 고개를 들고 있으며 심지어 경기과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최근의 주가폭락에서 비롯된 불안심리가 증폭되는 가운데 현대투자신탁의 부실로 촉발된 재벌의 위기설이 급기야는 경제전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낙관론과 비관론의 공존은 우리가 IMF체제를 졸업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경제지표상의 양적성장일뿐 그 구조면에서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우리경제가 신체제를 만들어 내지 못했는데도 환란 극복과정에서 증권과 채권 등의 자본시장 개방에 의한 외자유입의 증가로 경기가 다소 활성화하고 있는 '이중성'을 안고 있다는 얘기이다.

IMF체제 극복을 위해 정부와 기업은 일찍이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총체적인 경제위기의 원인을 경기순환상의 일시적인 불경기국면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에 의한 제도적인 피로현상으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철저히 마무리짓지 못함으로써 경제불안 요소는 그대로 남게 됐으며 그 징후가 최근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이다. 금융개혁의 경우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반면 재벌개혁은 진행의 와중에 현대투신사문제가 불거지는 등 혼돈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단계에서 재벌개혁의 핵심 과제는 지배구조의 개선이다. 계열기업의 수를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며 상호출자를 금지하는 등 많은 개혁을 했다지만 아직도 독단경영과 선단경영으로 경영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무시된 채,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지지않는 총수경영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정부는 출범직후부터 재벌개혁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재벌총수들과 합의해 기업의 투명성 확보와 책임경영을 골자로 하는 5개 기업구조조정방안을 제시했고, 변칙상속및 증여방지와 순환출자 억제 등 3대원칙을 정한 바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 선임의무화와 소수 주주권강화, 그리고 감사위원회 설치 등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상법상 또는 회사법상의 주식회사의 책임과 권한이 무시되고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여전히 유명무실한 가운데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총수가 장악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회사주권이 아닌 회장주권의 독단 경영이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소재를 정하는 통제구조이다. 그러나 재벌의 지배구조는 개별 기업과는 달리 계열기업을 선단식으로 소유 지배하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을 지배주주로부터 분리시켜 독립전문 경영체제로 바꿔야 한다. 재벌개혁은 정부의 요구나 국민 정서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국제적인 신인도를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재벌 스스로를 위한 개혁인 것이다.

지배구조의 개선은 권한은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않는 총수경영을 배제함으로써 자율경영 기업을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현대투신사 문제의 해법도 권한을 행사해 온 재벌과 총수에게 자구노력을 선행토록한 뒤 정부가 이를 토대로 공적자금 투입여부와 규모를 신중히 결정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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