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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풍요한 사회와 부족의 경제학

1970년대 소련에서는 당시의 서기장이었던 브레즈네프가 노벨 생물학상 을 받아야 한다는 유머가 있었다.

그 이유는 ‘봄철에는 러시아 땅에 씨 를 부리고, 가을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확을 하기 때문’이었다.

이 게 사실이라면 생물학상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실은 미국에서 ‘수 확’한 것이 아니라 ‘수입’했던 것이다.

가격이 너무 낮아 수요는 많고, 생산은 공동으로 이뤄지니 만성적인 식량부족이 당연하지 않겠 는가. 최근에는 사회주의권이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단계에 있지만, 아직도 물자부족 현상은 곳곳에 남아있다.

그래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나라 의 모습은 흔히 인상파 그림과 같다고 한다.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주관적인 감각으로 그려냈던 인상주의 미술을 왜 이행경제에 비유하는가. 아마도 객관적인 형상을 중시하지 않고 직 관적으로 느껴지는 강렬한 색채 현상을 강조해 균형보다는 부조와의 파격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동구(東歐)나 중앙아시아의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나라들을 가 보면 이런 현상이 곳곳에 눈에 띈다.

어떤 부분은 시장경제보다도 앞 서가는 ‘인상파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아직도 계획경 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구는 벌써 많은 부분이 시장화돼 그들이 원하는 대로 중구(中歐)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이 나 카자흐스탄은 아직도 인상파에서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편이 다.

이런 나라에서는 시장가격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상점마다 가격이 천 차만별이고, 제품마다 가격변동의 폭도 큰 차이가 있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탓도 있고, 계획경제 시절의 배급가격이 잠재적으로 남 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핵심적인 요인은 재화의 공급수준이 다.

공급이 풍요로운 사회와 물자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가격 차별화의 행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난다.

담배를 예로 들어보자. 흡연을 즐기는 골초들이 중앙아시아를 갈 때는 미리 여러 갑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모자랄 경우에는 한 보루를 사지 말고, 한 갑씩 사야만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물자가 부족해 열 갑을 사 려면 프리미엄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요로운 경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담배도 많이 구입할수록 단가가 더 싸지게 된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이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런 현상은 물론 담배뿐만이 아니다. 재화가 충 분히 공급되는 시장에서는 대량구매자에게 단가를 낮추는 가격차별화 를 실시한다.

높은 가격으로 적게 파는 것보다 박리다매가 이윤을 증 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족한 사회에서는 가격 차별화가 반대방향으로 나타난다. 구 하기가 어려우니 많이 가져갈수록 더 비싸게 구입해야 한다. 물자가 부족했던 사회주의권에서 많이 나타났던 현상이다.

배급제를 실시하면 항상 규제가격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래서 사회주의권의 물가(공식통계)는 몇년 동안 변함없지만, 체감물가는 결코 그렇지 않았 다. 물론 이런 현상이 시장경제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기료와 수도 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체증한다. 전기료는 여름철엔 할증제를 적용하 지만, 한밤중에는 심야할인제를 적용한다. 부족할 때는 절약하게 하고, 풍요로울 때는 많이 쓰게 하여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유도한다. 가격차별화로 인해 부족한 경제에서는 대량구입자가 더 많이 지불하 지만,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반대로 더 싸게 구입한다.

그래서 풍요로운 시장경제에는 부익부빈익빈을 유발하는 병폐가 숨어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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