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일본 경제 –
금융기관이나 일반 기업들의 경제주체로서의 체질화된 비효율성이 빚은 결과로서, 말하자면 ‘누적된 부실債權과 그 처리의 난항’이 최대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前代未聞의 장기 디플레이션이 일본경제 침체에 대한 새로운 악의 軸으로 강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부실채권 문제도 구조개혁의 문제도, 어느 하나 순조롭게 진척될 수 없을 것 같은 강박관념이 팽배한 상황이다. 불행히도 실증적 해법의 사례가 될만한 과거의 케이스도 의 찾아볼 수 없어, 정책당국자들로서는 시행착오가 부득이해 보이기조차 하며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 또한 엇갈리고 있다.
과연,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디플레이션의 양상은 어떠하며, 어떻게 문제가 되고 있는가.
1. 어느 정도의 디플레이션인가
디플레이션 이전에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라는 게 있다. 디플레이션은 통상 기준시점에 견주어 물가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가리키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진정(鎭定) 즉 물가상승의 기세가 누그러져 완만한 정도로 상승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디스인플레이션은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선발 도상국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이른바 세계경제의 글로벌化가 크게 진전되면서, 공급가격의 下向평준화가 진척했다는 사실이 있다. 미국의 소위 신경제 호황을 떠받친 요인 중의 하나도, IT 산업 관련의 부품을 한국 등 세계각지로부터 저가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경우는 특히, 아시아나 중국으로부터의 低價 공급물량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공급자의 가격을 두텁게 보호하던 규제장벽이 급속히 제거되면서, 內外가격차의 축소 내지는 해소가 현저히 진행되어 왔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월차 베이스로 1998년 10월부터 전년비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으며, 연간기준으로는 1999년에 전년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래 작년까지 3년 연속의 마이너스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2002년 들어서도 물가하락은 지속되고 있다.
2. 왜 디플레이션이 문제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경제 최대의 현안인 부실채권 문제의 해결에 걸림돌이라는 판단에서, 지금 일본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죄악시되는 논조가 확산돼 있다.디플레이션 자체는, 특히 과도한 규제로 현격한 내외가격차에 오래 시달려야 했던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분명한 복음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나, 내외가격차의 是正과정이 경기후퇴와 맞물리면서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나아가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팽창하면서 점차 惡性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진행중인 디플레이션이 특히 악성으로 비치는 것은, 첫째 이것이 부실채권 문제의 조속한 처리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문제는 지금, 現정권의 정치생명이기도 한 ‘구조개혁’의 추진을 위해 불가결한 최우선적 정책과제로 설정돼 있는 것이다.디플레이션 하에서 담보부동산의 자산가치가 더욱 열악해지면서 누적된 부실채권의 처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리신탁공사와 같은 정부계의 구조조정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의 실질가치도 하락하여, 투입된 公的자금의 회수에도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한편 債務주체인 기업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익의 감소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면서 채무상환 능력을 떨어뜨려, 금융기관의 신규 부실채권을 증가시키고 있다.
둘째, 침체를 거듭하는 경기와 관련하여, 기업의 설비투자와 가계의 소비마인드를 저해함으로써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명목금리가 거의 제로인 現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은 곧 실질금리 수준의 상승을 말한다. 실제로, 기대 물가수준을 감안한 단기 실질금리는 1.8% 정도로 미국의 1.5%를 웃돌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명목금리 수준이 이미 제로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이 진전됨에 따라 오히려 실질금리의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금융완화에 따른 투자수요의 振作은커녕 실질 자금코스트의 상승으로 투자마인드가 위축되고 있다.
家計의 소비지출도 마찬가지이다.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나아가 그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는 이제, 당장의 싸진 소비를 누리기보다 소비지출의 시기를 더 늦추려 하고 있다. 일본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디플레이션의 진전에 의해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셋째, 公共부채와 관련된 부분이다. 현재 일본은 중앙 및 지방정부의 채무가 GDP의 120%에 육박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진전으로 실질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財政출동의 입지가 한층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3.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디플레 악순환(deflationary vicious spiral)의 실마리는 어디서 포착하고, 그리하여 어떻게 그 고리를 끊어야 하는가.
2002년 들어 지난 1월18일, 일본정부 산하의 ‘경제재정 자문회의’가 발표한 ‘구조개혁과 경제재정의 중기전망’에서는, “향후 2년정도의 집중 구조조정기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는 것이다”고 명시됐다. 이는 곧, 디플레이션이 일본경제에 대해 惡이며, 따라서 일본경제의 回生을 위해서는 디플레이션의 극복이 불가결의 조건이라는 점이 일본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과거 1930년대 초에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는 1931년12월에 金수출의 再금지, 1932년에 확장 재정정책으로의 전환 등, 대대적인 정책전환을 통해 디플레이션으로부터 탈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급속한 통화량 증가가 있었으나 기업들은 인플레기대에 따른 설비투자의 급증을 은행借入보다는 내부자금에 의해 조달했다. 전술했듯이,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실질 조달금리가 비싸, 신규 은행차입보다는 상환수요가 더 크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새로 조성되는 초기에도 일단은 축적된 내부자금으로 충당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현시점에서 일본의 통화당국이 추진해 온 금융완화 정책은 교과서에서와 달리, 기업의 차입을 助長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家計소비의 경우도 전술한 바와 같이 低금리에 의해 자극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대책으로서는 매크로경제의 수요측 보다는 오히려 공급사이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그러면, 부실채권의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方案이 우선적으로 제시된다. 부실채권의 처리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원흉으로 지목된 디플레이션. 그런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급선무가 곧 부실채권의 조속한 처리는 논리인 것이다. 일본경제의 심각한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대책으로 현재, 일본정부와 민간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부실채권 처리 가속화 : 공적자금의 注入과 더불어 부실 금융기관 및 부실기업의 퇴출
- 수요창출 : 규제철폐 및 제도적 혁신 등을 통한 가계 및 기업의 신규수요 유발
- 세제개혁 : 소득세 누진구조의 평준화, 주식양도차익 과세 폐지, 상속 및 증여세 개혁
- 추가적인 금융완화 : 장기국채 매입한도 확대 (단,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다소 부정적)
공급사이드의 재정비라 함은 요컨대 제도적 개혁이다.
이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 政治的 영역에 가까워진다. 경제보다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일본의 정치가 얼마나 진지하고 결연하게 이런 제안들을 실현시키고자 나설지 의문스럽다.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탈출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한편, 작년11월 이후의 엔약세와 관련하여, 엔약세가 수입물가의 상승을 초래하여 디플레이션을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정책당국으로서는 주로, 엔약세를 통한 수출진작을 통해 景氣浮揚의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수입물가의 상승을 경유한 인플레 조장의 효과를 아울러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GDP에 차지하는 수출과 수입의 비중은 각각 10% 및 8% 정도로, 엔약세만을 통한 단순계산에 의하면, 웬만한 약세로는 그 어느쪽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감되고 있다.
4. 유의해야 할 세계적 디스인플레이션
글머리에서 언급했지만, 심각한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고찰함에 있어서, 최근의 세계적인 디스인플레이션의 경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경향의 배경에 관해서는 간략히 기술했거니와,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한 景氣回復이 기대되는 금년에 그 같은 물가하락의 장기적 추세가 어떻게 연관될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종래의 교과서적 일반론에 의거하여, 올 하반기에 걸쳐 경기회복의 본격화가 기대되는 미국의 경우, 현재 1.75%로 낮추어져 있는 단기 정책금리가 연내로 최고 4% 정도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글로벌化의 세계적 공급가격에 대한 효과’가 보다 강력한 추세적 성격의 것이라면 의외로, 경기회복의 본격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매우 완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금번 미국의 경기회복 양상이 U자형이든 V자형이든, 회복국면에서 종전과 같은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수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 즉 디스인플레이션 경향의 지속이 사실로 드러나면, 일본의 對디플레이션 투쟁은 더욱 힘겨워질 것이며, 디플레이션을 이해하고 이에 맞서려는 정책적 패러다임에도 본질적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2001년의 세계적 경기후퇴에서 예외적이었던 중국경제도 현재 디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다. WTO 가입후 첫해가 되는 금년, 중국경제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른 영향에 보다 노출되게 되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 공급자로서의 위치를 높여가고 있는 중국의 가격동향에도 충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 달 자국통화 표시의 예금금리를 평균 25bp 정도 낮추었는데 (정기예금 1년 : 2.25% => 1.98%), 이러한 조치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한 결과로 관측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1998년에서 2000년까지 3년 연속으로 소비자물가 및 생산자물가가 하락해 왔다. 2002년1월의 소비자물가는 전월비 0.3%하락하여 99년12월 이후 최대의 낙폭을 보였으며, 전년동기비로도 1.0%의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2001년11월의 생산자물가도 연율 3.7%의 마이너스 상승을 기록했다.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디플레이션은 그 해결이, 현재 생각되고 있는 것보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것은 일본경제에 고유한 구조적 문제점 이외에, 세계경제의 글로벌化가 한층 진전되는 가운데 글로벌한 틀에서 비롯하는 구조적 원인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시도하는 제반 대책이 어느 정도나마 주효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금년 미국에 의해 견인될 세계경제의 회복이 일본경제에도 충분한 파급효과를 미침으로써, 전반적인 수요침체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
-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일본 경제 –
금융기관이나 일반 기업들의 경제주체로서의 체질화된 비효율성이 빚은 결과로서, 말하자면 ‘누적된 부실債權과 그 처리의 난항’이 최대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前代未聞의 장기 디플레이션이 일본경제 침체에 대한 새로운 악의 軸으로 강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부실채권 문제도 구조개혁의 문제도, 어느 하나 순조롭게 진척될 수 없을 것 같은 강박관념이 팽배한 상황이다. 불행히도 실증적 해법의 사례가 될만한 과거의 케이스도 의 찾아볼 수 없어, 정책당국자들로서는 시행착오가 부득이해 보이기조차 하며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 또한 엇갈리고 있다.
과연,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디플레이션의 양상은 어떠하며, 어떻게 문제가 되고 있는가.
1. 어느 정도의 디플레이션인가
디플레이션 이전에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라는 게 있다. 디플레이션은 통상 기준시점에 견주어 물가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가리키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진정(鎭定) 즉 물가상승의 기세가 누그러져 완만한 정도로 상승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디스인플레이션은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선발 도상국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이른바 세계경제의 글로벌化가 크게 진전되면서, 공급가격의 下向평준화가 진척했다는 사실이 있다. 미국의 소위 신경제 호황을 떠받친 요인 중의 하나도, IT 산업 관련의 부품을 한국 등 세계각지로부터 저가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경우는 특히, 아시아나 중국으로부터의 低價 공급물량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공급자의 가격을 두텁게 보호하던 규제장벽이 급속히 제거되면서, 內外가격차의 축소 내지는 해소가 현저히 진행되어 왔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월차 베이스로 1998년 10월부터 전년비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으며, 연간기준으로는 1999년에 전년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래 작년까지 3년 연속의 마이너스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2002년 들어서도 물가하락은 지속되고 있다.
2. 왜 디플레이션이 문제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경제 최대의 현안인 부실채권 문제의 해결에 걸림돌이라는 판단에서, 지금 일본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죄악시되는 논조가 확산돼 있다.디플레이션 자체는, 특히 과도한 규제로 현격한 내외가격차에 오래 시달려야 했던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분명한 복음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나, 내외가격차의 是正과정이 경기후퇴와 맞물리면서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나아가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팽창하면서 점차 惡性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진행중인 디플레이션이 특히 악성으로 비치는 것은, 첫째 이것이 부실채권 문제의 조속한 처리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문제는 지금, 現정권의 정치생명이기도 한 ‘구조개혁’의 추진을 위해 불가결한 최우선적 정책과제로 설정돼 있는 것이다.디플레이션 하에서 담보부동산의 자산가치가 더욱 열악해지면서 누적된 부실채권의 처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리신탁공사와 같은 정부계의 구조조정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의 실질가치도 하락하여, 투입된 公的자금의 회수에도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한편 債務주체인 기업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익의 감소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면서 채무상환 능력을 떨어뜨려, 금융기관의 신규 부실채권을 증가시키고 있다.
둘째, 침체를 거듭하는 경기와 관련하여, 기업의 설비투자와 가계의 소비마인드를 저해함으로써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명목금리가 거의 제로인 現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은 곧 실질금리 수준의 상승을 말한다. 실제로, 기대 물가수준을 감안한 단기 실질금리는 1.8% 정도로 미국의 1.5%를 웃돌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명목금리 수준이 이미 제로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이 진전됨에 따라 오히려 실질금리의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금융완화에 따른 투자수요의 振作은커녕 실질 자금코스트의 상승으로 투자마인드가 위축되고 있다.
家計의 소비지출도 마찬가지이다.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나아가 그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는 이제, 당장의 싸진 소비를 누리기보다 소비지출의 시기를 더 늦추려 하고 있다. 일본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디플레이션의 진전에 의해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셋째, 公共부채와 관련된 부분이다. 현재 일본은 중앙 및 지방정부의 채무가 GDP의 120%에 육박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진전으로 실질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財政출동의 입지가 한층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3.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디플레 악순환(deflationary vicious spiral)의 실마리는 어디서 포착하고, 그리하여 어떻게 그 고리를 끊어야 하는가.
2002년 들어 지난 1월18일, 일본정부 산하의 ‘경제재정 자문회의’가 발표한 ‘구조개혁과 경제재정의 중기전망’에서는, “향후 2년정도의 집중 구조조정기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는 것이다”고 명시됐다. 이는 곧, 디플레이션이 일본경제에 대해 惡이며, 따라서 일본경제의 回生을 위해서는 디플레이션의 극복이 불가결의 조건이라는 점이 일본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과거 1930년대 초에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는 1931년12월에 金수출의 再금지, 1932년에 확장 재정정책으로의 전환 등, 대대적인 정책전환을 통해 디플레이션으로부터 탈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급속한 통화량 증가가 있었으나 기업들은 인플레기대에 따른 설비투자의 급증을 은행借入보다는 내부자금에 의해 조달했다. 전술했듯이, 디플레이션 하에서는 실질 조달금리가 비싸, 신규 은행차입보다는 상환수요가 더 크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새로 조성되는 초기에도 일단은 축적된 내부자금으로 충당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현시점에서 일본의 통화당국이 추진해 온 금융완화 정책은 교과서에서와 달리, 기업의 차입을 助長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家計소비의 경우도 전술한 바와 같이 低금리에 의해 자극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대책으로서는 매크로경제의 수요측 보다는 오히려 공급사이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그러면, 부실채권의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方案이 우선적으로 제시된다. 부실채권의 처리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원흉으로 지목된 디플레이션. 그런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급선무가 곧 부실채권의 조속한 처리는 논리인 것이다. 일본경제의 심각한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대책으로 현재, 일본정부와 민간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부실채권 처리 가속화 : 공적자금의 注入과 더불어 부실 금융기관 및 부실기업의 퇴출
- 수요창출 : 규제철폐 및 제도적 혁신 등을 통한 가계 및 기업의 신규수요 유발
- 세제개혁 : 소득세 누진구조의 평준화, 주식양도차익 과세 폐지, 상속 및 증여세 개혁
- 추가적인 금융완화 : 장기국채 매입한도 확대 (단,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다소 부정적)
공급사이드의 재정비라 함은 요컨대 제도적 개혁이다.
이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 政治的 영역에 가까워진다. 경제보다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일본의 정치가 얼마나 진지하고 결연하게 이런 제안들을 실현시키고자 나설지 의문스럽다.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탈출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한편, 작년11월 이후의 엔약세와 관련하여, 엔약세가 수입물가의 상승을 초래하여 디플레이션을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정책당국으로서는 주로, 엔약세를 통한 수출진작을 통해 景氣浮揚의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수입물가의 상승을 경유한 인플레 조장의 효과를 아울러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GDP에 차지하는 수출과 수입의 비중은 각각 10% 및 8% 정도로, 엔약세만을 통한 단순계산에 의하면, 웬만한 약세로는 그 어느쪽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감되고 있다.
4. 유의해야 할 세계적 디스인플레이션
글머리에서 언급했지만, 심각한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고찰함에 있어서, 최근의 세계적인 디스인플레이션의 경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경향의 배경에 관해서는 간략히 기술했거니와,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한 景氣回復이 기대되는 금년에 그 같은 물가하락의 장기적 추세가 어떻게 연관될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종래의 교과서적 일반론에 의거하여, 올 하반기에 걸쳐 경기회복의 본격화가 기대되는 미국의 경우, 현재 1.75%로 낮추어져 있는 단기 정책금리가 연내로 최고 4% 정도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글로벌化의 세계적 공급가격에 대한 효과’가 보다 강력한 추세적 성격의 것이라면 의외로, 경기회복의 본격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매우 완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금번 미국의 경기회복 양상이 U자형이든 V자형이든, 회복국면에서 종전과 같은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수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 즉 디스인플레이션 경향의 지속이 사실로 드러나면, 일본의 對디플레이션 투쟁은 더욱 힘겨워질 것이며, 디플레이션을 이해하고 이에 맞서려는 정책적 패러다임에도 본질적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2001년의 세계적 경기후퇴에서 예외적이었던 중국경제도 현재 디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다. WTO 가입후 첫해가 되는 금년, 중국경제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른 영향에 보다 노출되게 되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 공급자로서의 위치를 높여가고 있는 중국의 가격동향에도 충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 달 자국통화 표시의 예금금리를 평균 25bp 정도 낮추었는데 (정기예금 1년 : 2.25% => 1.98%), 이러한 조치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한 결과로 관측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1998년에서 2000년까지 3년 연속으로 소비자물가 및 생산자물가가 하락해 왔다. 2002년1월의 소비자물가는 전월비 0.3%하락하여 99년12월 이후 최대의 낙폭을 보였으며, 전년동기비로도 1.0%의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2001년11월의 생산자물가도 연율 3.7%의 마이너스 상승을 기록했다.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디플레이션은 그 해결이, 현재 생각되고 있는 것보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것은 일본경제에 고유한 구조적 문제점 이외에, 세계경제의 글로벌化가 한층 진전되는 가운데 글로벌한 틀에서 비롯하는 구조적 원인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시도하는 제반 대책이 어느 정도나마 주효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금년 미국에 의해 견인될 세계경제의 회복이 일본경제에도 충분한 파급효과를 미침으로써, 전반적인 수요침체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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