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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P2P 모델링, 냅스터 사례를 중심으로

P2P 모델링



냅스터(Napster)의 등장과 함께, 'P2P(peer-to-peer)'라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인터넷 시대의 차세대 킬러앱으로 떠오르고 있다. P2P는 말 그대로 중앙 호스트의 개입을 배제한 온라인 상 개개인간의 직접 교류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음악파일의 공유에서부터 모든 디지털 컨텐츠의 배급으로, 또 각 기업내 업무의 분산처리에서 기업간 거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무한히 영역을 확대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이에 현재 많은 신생 기술업체와 기존 거대업체들이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다각도의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P2P 기술을 사업화하는데는 불투명한 수익모델과 지적재산권의 문제 등 여러 난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美 IT 전문 레드허링(Red Herring)誌는 12.4(月)字에 P2P 기술업계의 현황과 그 사업적 전망에 대한 총괄적인 리뷰를 싣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 내용을 재구성 및 정리한 것으로, 거대기업의 지원을 중심으로 한 P2P업계의 세력증강 양상으로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수익모델과 지적재산권의 문제, 그리고 벤처캐피털 업계의 대응과 유망 신생업체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에 이르기까지 각 주제별로 심도깊은 리뷰를 제공할 것이다.




============ 목차 ============

1. 총론
2. P2P의 세력재편

3. 불확실한 수익모델

4. 지적재산권

5. P2P의 작동원리

6. 벤처캐피털 투자동향

7. 케이스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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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론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하나의 일상 용어가 된 이후, 각 기업들과 소비자들은 차세대 킬러앱의 출현을 대망해 왔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P2P(peer-to-peer)라고 하는 새로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그 희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말 그대로 P2P란 중앙 호스트의 개입을 배제한 개개인간의 온라인 상 직접 교통을 의미하는 것. 이 신조어가 수면위로 부상한 것은 바로 냅스터(Napster)의 등장과 함께였다. 알다시피 냅스터는 P2P 방식을 이용한 음악파일공유서비스업체로, 지난 해 5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3천8백만의 경이적인 사용자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법정논쟁과 함께 엔터테인먼트-미디어업계 전반에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들이 P2P를 진정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 기능이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P2P는 음악파일의 공유에서 모든 디지털 컨텐츠의 배급으로, 또 각 기업내 업무의 분산처리에서 기업간 거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무한히 영역을 확대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美 버클리大가 주관하는 외계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인 'SETI@home'은 인터넷 상의 약 200만대의 PC를 연결,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잡은 외계신호 데이터를 분산병렬처리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일반 컴퓨터 한 대가 무려 34만년에 걸쳐 처리해야 할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분석해 냈으며, 세계최대 반도체업체인 美 인텔(Intel)社도 반도체설계용 슈퍼컴퓨터를 구입하는 대신 엔지니어들로 하여금 사내 10,000여대 PC의 여유 하드디스크 공간을 서로 연결, 사용케 함으로써 지금까지 5억 달러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기에 인텔은 지난 여름 신생 P2P관련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협의체까지 결성한 상태다.

최근 베르텔스만과의 제휴로 새로운 사업 전기를 마련한 냅스터를 비롯, 이러한 각계의 움직임을 볼 때, 이제는 모자이크(Mosaic) 웹 브라우저가 인터넷의 물꼬를 터 결과적으로 인류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온 것처럼, 과연 P2P가 실질적인 차세대 킬러앱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신생 P2P 기술업체들이 하나의 사업체로서 어떠한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기존 거대업체들은 또 어떤 방식으로 P2P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살펴보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와 관련, 美 IT 전문 레드헤링(Red Herring)誌는 12.4(月)字에 P2P 기술업계의 현황과 그 사업적 전망에 대한 총괄적인 리뷰를 싣고 있다. 본 특집은 이 내용을 재구성 및 정리한 것으로, 거대기업의 지원을 중심으로 한 P2P업계의 세력증대 양상으로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수익모델과 지적재산권의 문제, 그리고 벤처캐피털 업계의 대응과 유망 업체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에 이르기까지 각 주제별로 명확하고 심도깊은 리뷰를 제공할 것이다.

2. P2P의 세력재편

인텔의 야심

지난 여름 인텔社의 P2P 기술 지원 소식은 관련 신생업계 전반에 당장 돈보다 더 그들에게 절실한 무엇인가를 안겨주었다. 그것은 바로 '신용'이다. P2P도 사업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신뢰감 말이다. 냅스터의 등장 이후 메이저 음반사들이 들고 일어나 법정소송을 벌이는 등 난리법석이 있었으나, 사실 어느 누구도 P2P의 미래를 자신있게 점치고 나선 이는 없었다. 흥미를 느끼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게 정말 사업이 될까 하고 반신반의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세계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반도체거인 인텔이 공식 지원하고 나섰으니, 이제 P2P는 하나의 가능성으로부터 리얼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셈이다.

인텔은 지난 8월 IBM 등 18개사와 P2P 지원 협의체를 발족한 이후 연일 P2P를 찬양 고무하고 있다. "모자이크(Mosaic) 웹 브라우저 이후 가장 위대한 혁신"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물론 인텔이 이처럼 노래를 부르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파일공유와 데이터 분산처리, 지능형 검색 등을 포괄하는 P2P 기술이 상용화되면 각 기업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이의 활용도가 매우 높아질 것이고, 그럴 경우 PC에 보다 과중한 업무처리 능력이 요구되므로 상당한 업그레이드 및 신규구매 수요가 창출될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메이커 인텔은 보다 많은 고성능 칩을 팔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서 점유율을 높이면 결국 차세대 컴퓨팅 기술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라는 계산이 바로 그것. 과연, 타당한 얘기다. 이에 대해서는 인텔 측 스스로도 "인텔 프로세서의 활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P2P에 투자한다"는 확고한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적 '야심' 외에도 인텔의 P2P 지원은 여타 거대 기업과 벤처캐피털들로 하여금 P2P 투자에 관심을 돌리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즉 인텔과 같은 거대 기업들의 투자 자체가 신흥 P2P 마켓의 형성을 실질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인텔은 일단 가능성이 보이는 P2P 기술업체는 모조리 접촉하고 있으며, 투자 대상으로 고려한 기업만도 8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 중 몇 개 업체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 현재 확인된 경우는 지난 해 8백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한 엔피쉬(Enfish)와 올 7월 2천2백만 달러를 유치한 엔제니아 소프트웨어(Engenia Software)社 정도 뿐이다.

하지만 인텔은 내부적으로 이미 P2P의 사업모델을 파일공유, 분산 스토리지, 지능형 검색, 분산 컴퓨팅, 합산 컴퓨팅의 다섯가지 카테고리로 규정하고, 각각에 맞는 칩과 솔루션 개발에 적지않은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이 이처럼 P2P와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는 것은 그간 쌓아온 자체적인 노하우가 있기 때문. 앞서 총론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인텔은 90년대 초반 자체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넷배치(NetBatch)'라는 프로그램을 개발, 사내 PC의 유휴 능력을 활용함으로써 데이터 스토리지 비용을 1/20로 줄이고 업무처리 속도를 75배나 증가시키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근래 이 넷배치를 상용화하려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다른 관련 솔루션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이를 철회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아무튼 P2P는 인텔 같은 거대 기술업체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영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인텔이나 IBM, 휴렛 패커드 처럼 P2P에 적극적 내지는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기업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술업체들도 상당수 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일례로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최강 오라클(Oracle)이나 서버시장의 강자 컴팩 컴퓨터(Compaq Computer)社 등은 P2P에 관심은 있다고 하면서도 아직 어떠한 투자나 제품 개발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뚜렷이 밝히고 있다. 또 서버업계 1위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나 거대 소프트웨어업체 노벨(Novell)社 처럼, 만일 P2P가 뜬다면 뛰어들겠다는 식으로 약간의 방책을 세워두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업체들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P2P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거대 경쟁업체들간에 승자와 패자가 딱 갈릴 판이다.

이처럼 인텔과는 달리 P2P에 반대 내지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업체들도 많다는 사실은 아직 P2P 사업모델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사실 이에 대해선 여러가지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으로 수익모델이 뚜렷치 않다는 점이 있다. 아직 P2P를 표방하는 어떤 업체도 실질적인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유수의 벤처캐피털들이 P2P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아직 적극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다 이런 결정적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벤처캐피털의 P2P에 대한 총 투자는 1억 달러 미만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냅스터나 SETI@home은 시끌벅적 시장통은 만들어 놓았어도 그 자체가 훌륭한 돈벌이 수단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또 헐리우드의 신생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관련 인프라와 보안 등의 기술적인 문제, 거기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디지털 저작권 문제 등, 따지고 들면 P2P 기술의 사업적 전망에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예 일부에서는 P2P가 향후 인터넷 환경이 개선될수록 개별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서 보다는 일종의 네트워크 OS 개념으로 발전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내세우는 닷넷(.net) 전략이 바로 이런 점을 미리 헤아린 장기적인 포석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P2P 사업을 모델링해가는데 있어서는 가능성과 함께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P2P의 사업화 양상과 전망을 진단해보도록 하자.

3. 불확실한 수익모델

현재 가장 각광 받는 최신 기술인 P2P 네트워킹. 냅스터(Napster)나 누텔라(Gnutella) 같은 파일 교환 애플리케이션의 대중적 확산의 결과로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P2P의 주창자들은 이 기술이 정보 공유 방식과 개별 컴퓨터의 사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뭔가를 혁신하기 위해, 그리고 B2B 마켓플레이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P2P 네트워킹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1년 전 비즈니스의 거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으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B2B 마켓플레이스는 구성 요소간의 기술적 양립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수많은 거래 방식 가운데 하나로 전락한 바 있다.

P2P 네트워킹이 결국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오늘날 사용되는 컴퓨터의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업체가 해야 할 일은 우선 확실한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다. 최근 수많은 신생업체들이 P2P 네트워킹의 강점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기대 속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제안했으나, 대부문 단명하거나 또는 아예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지기도 했다.

P2P는 사실상 두 종류의 기술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서로 다른 2개의 컴퓨터간에 디지털 파일 및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말하며,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컴퓨터들의 CPU 사이클을 공유하는 것이다. 현재 이 두가지 기술을 이용해 제안된 몇가지 수익모델들이 있다.

첫번째 수익모델은 P2P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컨텐츠 배급을 중개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이다. 최근 스티븐 킹(Steven King)이 이 방식을 통해 신간 전자서적의 첫 세 장(章)을 배급했다. 컨텐츠를 공짜로 다운로드하지 않고 양심적으로 1달러씩을 지불하게 한 스티븐 킹의 방법은 다운로드를 통해 최초로 매출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기술은 네트워크를 통해 다운로드된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추적은 가능하지만, 구매자가 다운로드 받은 컨텐츠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경우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수익모델은 여전히 소액 수수료 징수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네트워크 상에서 수백 만 개의 파일을 운영하는 데 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 등이 문제로 남아 있다. 라이트쉐어(Lightshare)나 플라이코드(Flycode) 같은 신생업체들이 이 수익모델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시도하고 있는 또 다른 수익모델은 기업들이 사내 또는 협력업체들과 디지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P2P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이미 파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직 내부에 P2P 네트워크가 이득이 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 방식을 수익모델로 삼는 업체들은 고객 업체의 P2P 네트워크를 개발·유지해 주는 대가를 선불로 받거나 또는 월단위 수수료로 청구한다. 엑소더스 커뮤니케이션스(Exodus Communications)가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있으며, 센트라타(Centrata), 망고소프트(MangoSoft), 퀵(Quiq) 같은 신생업체들도 이런 방식을 지원해 주는 P2P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파일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단계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 개별 PC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사용되지 않는 처리능력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많은 컴퓨터들이 슈퍼컴퓨터를 대신해 복잡한 단일 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업은 슈퍼컴퓨터를 구매·유지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기존에 설치된 PC 네트워크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일련의 컴퓨터들을 모아 제3자가 이들 컴퓨터를 이용해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독립적 비즈니스로서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인텔을 중심으로 휴렛패커드, IBM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 이 기술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분산 컴퓨터 처리 외에 여러 PC에서 모아진 CPU 처리능력을 활용하는 데 적합한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마지막으로 칼레파 네트웍스(Kalepa Networks)나 인프라서치(InfraSearch) 같은 업체들은 컨텐츠의 배급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네트워크와 연결된 개별 컴퓨터 안에 있는 컨텐츠를 직접 검색,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뭔가 성과물이 나올 때까지는 이 모델의 성공 여부 역시 점치기 어렵다.

이미 제안된 비즈니스 모델이 지닌 불확실성 외에도 P2P 업체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은 많다. 가장 눈에 띄는 장애물은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문제다. 다른 기술들이 디지털 컨텐츠의 복제를 지원한다면 P2P 네트워크는 저작권이 있는 컨텐츠의 불법적 유통 경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나은 대안들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P2P 네트워크는 계속해서 불법 복제를 조장하게 될 것이며 그 책임 추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全美음반협회(RIAA)가 냅스터를 제소한 것은 기술 업체들이 불법복제 범죄의 피고가 될 수 있다는 실례를 보여줬다.

또한 P2P 업체들은 사용자들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P2P 기술은 해킹과 바이러스 침투를 비롯해 기타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많은 컴퓨터 이용자들에게서 결코 환영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이언트/서버 모델이 개인 사용자의 직접 접촉을 차단해 주는 방패막이 구실은 한다면 중앙서버를 통하지 않는 P2P 네트워크는 제3자가 자신의 컴퓨터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설사 100% 완벽한 보안 장치가 있다고 해도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은 타인의 자신의 컴퓨터에 대한 직접 접촉을 허용하는 P2P 개념 자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기업들은 기업 시스템에 대한 외부인의 접촉 가능성을 염려해 직원들의 P2P 기술 사용을 금지할 지도 모른다.

P2P의 사업적 성공 가능성을 불확실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지금까지 도입된 많은 P2P 네트워킹 기술들이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런 모델이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입증된 바 있다.

4. 지적재산권

美 스탠퍼드大 헌법·사이버 법률 전문가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는 인터넷에서의 정부·법률·소비자·기업간의 충돌에 대해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인터넷에서의 지적재산권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터넷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롭다. 지식의 유통도 마찬가지'라는 사이버 자유주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레식 교수는 인터넷에서의 지적재산권 보장이야말로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떠받치는 보루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레드허링誌는 P2P 기술과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레식 교수와 대담을 나누었다.

- 일부에서는 P2P 기술의 개발이 최초의 웹 브라우저였던 모자이크 브라우저(Mosaic browser)의 등장에 비견될만한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P2P가 인터넷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P2P가 새로운 개념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P2P는 인터넷에 맞먹는 거대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활용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냅스터(Napster)는 PC와 네트워크의 잠재력이 일시에 표출된 첫 번째 좋은 실례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어느 분야에서건 인터넷을 통한 P2P 방식의 정보교환이 가능해졌다.

- 지난 6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9회 국제 월드와이드웹 회의에서 당신은 통신시장 규제완화를 앞두고 인터넷과 AT&T 통신 네트워크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인터넷과 AT&T 통신 네트워크 사이의 유사점은 P2P 모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P2P 모델은 네트워크 소유자에게 네트워크 지배권을 주지 않는 대표적인 구조다. P2P는 사용자간 활동을 극대화시켜 전통적 네트워크와 컨텐츠 배급자의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창조성을 창출해낸다. 전통적 네트워크와 배급자 모델은 헐리우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P2P는 강력한 중앙 공급자와 배급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전통 네트워크의 기능을 크게 위협할 것이다.

- 냅스터가 대법정에 서게 된 의미는 무엇인가?

냅스터 사건은 P2P 문제가 대법원까지 가게 된 첫 번째 경우지만 이번 판결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리기 전에 업계간 합의가 이루어져 명확한 판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P2P에 대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다.

- P2P가 취약한 상태라고 생각하는가?

P2P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이 초반에 억압될 경우 단순한 지적재산권 침해 이상의 유해한 형태로 재창조될 수 있다.

- 미국 법률체계에서는 P2P가 까다로운 지적재산권 문제와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데, 해외법은 어떠한가?

미국에서 지적재산권 문제가 논란을 일으킨 이상 세계적으로도 같은 이슈가 부각될 것이다. 유럽은 인터넷의 지적재산권 문제에 둔감한 반응을 보여왔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 같다.

- P2P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스폰서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2P는 예술가와 컨텐츠 생산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매우 획기적인 수단이다.

- 20년 내로 지적재산권의 개념이 소멸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적재산권이 소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단지 변화를 겪을 것이다. 기존 지적재산권 개념 하에서 지적재산권의 소유자는 지식상품의 사용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지 못한다. 이것은 중요한 한계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싸워나가야 할 부분이다.

5. P2P의 작동원리

P2P네트워킹과 관련해 왜 이리 난리법석인가? 지금까지 진행돼 온 기술의 발전 모습을 숙지하고 있는 과학자라면 P2P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P2P는 파일을 검색하고 공유하는 방식(search-and share methodology) 이상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P2P네트워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대단한 것이다. P2P네트워킹을 통해 향후 파인애플 케이크 만드는 방법이나 독일 폴크스바겐社의 1954년형 비틀(Beetle) 모델을 수리할 수 있는 A/S점을 찾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P2P를 가장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개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무엇인가를 찾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최근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P2P가 이미 음반업계를 흔들어놓은 '서민 혁명(grassroots revolution)'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그러면, P2P는 어떻게 작동할까? 앤(Anne)이라는 한 컴퓨터 사용자가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과 그의 애견(愛犬)인 체커스(Checkers)가 함께 찍힌 사진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앤은 우선 자신의 하드디스크부터 검색한다. 하드디스크에 원하는 사진이 없으면 앤은 어떻게 할까? 가장친한 친구 5명에게도움을 청하는 P2P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것이다. 앤의 메시지를 받은 친구들은 또 자신들의 하드디스크를 검색해 볼 것이다. 만일 이들이 사진 파일을 가지고 있고, 기꺼이 공유하길 원한다면 앤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너가 찾고 있는 파일이 나에게 있는데 복사본 보내줄까?" 이들도 만일 사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역시 도움을 청할 것이다. 이들로부터 사진 파일이 있다는 대답을 받으면 이를 앤에게 전달할 수 있다.

냅스터의 등장은 바로 이같은 공통의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P2P네트워킹의 기본 발상은 음악이나 영화, 전자책, 그래픽 등 데이터 파일들이 중앙 인터넷 서버가 아니라 가정이나 사무실에 있는 개인의 PC에 있다는 것이다. P2P네트워킹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컴퓨터에 특정한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검색 질의를 할 수 있고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클라이언트와 질문에 대답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서버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냅스터는, 데이터가 중앙 서버 장치가 아니라 개인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는 P2P시스템의 기본 요소를 갖추고 있다. 냅스터 이용자들은 이 회사의 중앙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특별한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연결이 되면 모든 PC는 이용자가 공유를 허용한 음악 파일(보통 MP3 파일 형태)의 리스트를 서버에 보낸다. 이 리스트가 냅스터의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되는 것이다.

어떤 음악 파일을 찾으려면 사용자들은 냅스터 중앙 서버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베이스를검색하고 원하는 파일의 위치를 알아낸 후 냅스터에 이를 알린다. 그러면 냅스터는 음악 파일을 소유하고 있는 사용자와 원하는 사용자간의 직접적인 연결을 도와준다. 그러면 바로 음악 파일이 전송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음악 파일은 냅스터의 중앙 컴퓨터에 저장되거나 심지어는 통과하지도 않는다. 냅스터의 서버는 단지 없어서는 안될 색인 기능과 함께 냅스터 사용자들간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냅스터가 최근 해커들과 법률가들의 주 공격 대상이 됐다. 냅스터 서버에 연결된 전원을 내리면 네트워킹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냅스터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진정한 P2P시스템의 경우 중앙 색인 기능도 없으며 '만남의 장소'도 없다는 것이다. 대신 체커스와 함께 찍힌 닉슨 前대통령의 사진을 찾고 있는 앤은 특정한 IP 주소를 가진 친구 컴퓨터에 연결되도록 자신의 소프트웨어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P2P네트워크의 마술은 사용자들 사이의 연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친한 친구 5명에게 사진 파일을 찾는다는 앤의 요청이 같은 방식으로 10단계를 거치게 되면, 이 요청은 이론적으로 1,464만8,436명의 사용자 컴퓨터에 도달하게 된다. 적어도 이들중 하나에는 체커스와 함께 찍은 닉슨의 사진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이는 1,400만의 사람들이 같은 P2P시스템에 연결돼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분명한 사실은 P2P네트워크의 활용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며 디지털로 된 어떤 데이터를 찾는 요청이 매우 짧은 시간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P2P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가 너무 많을 경우 단점도 존재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문제로 요약되는데 바로 프라이버시와 대역폭(bandwidth)의 문제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파일의 공유라도 개인 사용자들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으며 저작권 위반 소송에 휘말리게 할 수도 있다. 저작권을 공정하게 지키고자 한다면 법적으로 판권 소유자가 있는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P2P를 위한 네트워크 유지 비용도 상당할 것이다. 이들 네트워크에는 종종 메가바이트 단위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 전송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는 곧 상당한 양의 대역폭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특히 대규모 영화 파일을 전송할 때는 모든 사용자들의 컴퓨터 성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요약하자면 P2P의 핵심은 수백만의 사용자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중앙 서버와 검색 엔진, 등록 과정, 데이터베이스, 색인 기능, 신분 증명 등이 없는데 있다. 그러면 음반업계와 할리우드, 예술가 등 지적소유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P2P네트워크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적어도 냅스터의 경우에는 변호사들이 협상상대가 누구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P2P시스템의 경우 협상 상대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6. 벤처캐피털 투자동향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곧잘 자신들의 투자를 야구에 비유하는 버릇이 있다. 한 두 번 스트라이크를 먹더라도 홈런 한방이면 끝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제 P2P에서 이 홈런 한방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확한 선구안과 자신이 원하는 공을 참고 기다리는 행위와 과감한 배팅 사이에서 동요하는 시간은 자신들이나 바라보는 관객들의 피를 말리는 초조한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다.

'주저하는' 벤처캐피털 : 수익모델, 법적 분쟁 문제

사실 소소한 기층민중의 움직임으로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획득하는 기술이 나타나는 경구가 종종 있다. 인터넷이 기업환경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일이나 주전산기 모델이 클라이언트-서버 전산작업으로 전화되는 마법과 같은 변화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이런 대중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VC)은 무턱대고 이런 최신기술의 대중행렬에 몸을 싣지는 않는다. 이번에 두각을 나타낸 P2P 대열도 예외는 아니다.

P2P 네트워킹의 대명사 냅스터는 올 여름 허머 윈블래드 벤처파트너스(Hummer Winblad Venture Partners)로부터 1,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이미 유명한 몇몇 벤처캐피털이 무시하고 지나간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VC는 허머 윈블래드가 이번 투자로 폭삭 망할 것이라고 뒤에서 소곤대고 있었다.

사실 소비자기반의 P2P 업체의 문제는 빤하게 눈에 들어온다. 냅스터가 대단한 현상이 되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VC들에게는 이들이 무려 3,000만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해도 과연 이로부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을 표명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공을 장담하던 많은 인터넷 소매업체들이 지금은 거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의 우려에 공감이 간다.

더구나 P2P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이 모델이 수많은 해결되지 않은 법률적 소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美음반산업협회(RIAA)는 냅스터 뿐 아니라 스카우어(Scour)도 지적재산권 소송에 불러들였다. 최근 스카우어는 이 소송의 여파로 직원을 2/3나 해고해야만 했다. 이제는 VC들의 주저하는 태도에 공감을 넘어서 어떤 당위감이 느껴지게 된다.

소프트뱅크 벤처캐피털(Softbank VC)의 전무이사 빌 버냄(Bill Burnham)은 "파일공유 방식은 결코 법률적인 문제를 지나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치를 떨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P2P업체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리스트들 중 회사에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은 법률적인 책임까지 뒤집어써야하는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냅스터와 스카우어를 포함해 총 4개 P2P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엔젤 인베스터스(Angel Investors)社의 파트너 밥 보즈만(Bob Bozeman)은 "우리는 항상 이사회 자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일부 VC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P2P모델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플라이코드(Flycode)社는 영화나 음악 같은 엔터테인먼트 제품을 합법적으로 교환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냅스터의 공동창업주 중 한 사람인 빌 베일즈(Bill Bales)가 설립했고 최근 1차 자금조달을 통해 250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이 투자에 참여한 워터뷰 파트너스(Waterview Partners)의 전무이사이자 前 유니버설 슈튜디오의 CEO였던 프랭크 비온디(Frank Biondi)는 "소비자들은 결국 이런 방식에 이끌리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P2P는 실리콘밸리의 핵심논의 주제였을 뿐 아니라 수많은 VC들이 관련 신생업체를 만나려고 무던히 애쓰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어떤 VC는 기존 투자기업을 P2P로 전화시키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 소란은 단 몇 달만에 잠잠해졌다. 결국 VC들이 이 분야에서 돈 되는 계약이 성사되는 것을 단 한 건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VC도 무려 25개 업체를 검토해서 4개 업체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이 투자자금 일부를 회수한 실정이라고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다만 보즈만 이사는 "P2P가 아직 막대한 투자기회를 보유한 분야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믿는다"고 말할 뿐이다.

P2P에 대한 희망이 수그러들었음에도 이 분야 신생업체들의 패기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벤처 커뮤니티의 변덕스러움을 비판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분배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 스태틱(Static)은 지난 해 존 벤처스(Zone Ventures)로부터 1차로 170만 달러를 유치한 후, 현재 또다시 2백만 달러 규모의 2차 펀딩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회사 CEO 리스킨(Jacob Riskin) 역시 이런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VC들이 이 시장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목표에 대한 생각자체가 결여된 경우가 많다고 비난한다.

기업시장 형성 가능성 : 대형업체 인텔도 막대한 관심

한편 P2P에 대한 관심은 일부 VC들한테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미국의 최대 기술업체들이 바로 P2P 네트워킹에 지대한 관심과 열정을 쏟고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미 사내 분산시스템을 통해 슈퍼컴퓨팅을 수행, 수 억 달러의 비용절감에도 성공한 바 있는 이들은 P2P 기술의 적용가능성을 검토하는 분석그룹을 조직했다. 또 이들의 벤처사업부인 인텔 벤처스(Intel Ventures)는 P2P 신생업체들을 유혹하고 있는 중이다. 델 컴퓨터의 벤처사업부 역시 마찬가지. 델 벤처스는 "P2P는 막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거대한 도발적 개념이며, 여기서 또한 막대한 투자기회를 발견해내기 위해 많은 분석자료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인텔과 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P2P는 소비자기반 사업모델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기업용 사업모델을 구성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점차 대용량의 고속 컴퓨팅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분산기술을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은 반도체칩이나 PC제조업체일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기반 P2P에서 뒤로 쭉 물러났던 VC들이 이제 기업시장에 중심을 맞춘 새로운 종류의 P2P신생업체에 주목하고 있다. 센트라타(Centrata), 포인테라(Pointera), 인프라서치(InfraSearch), 칼레파 네트웍스(Kalepa Networks)등이 대표적인 업체. 이들 업체의 구체적인 전망은 아직 불투명한 점이 있지만, 시장은 점차 분주해지고 있다. 이제는 벤처업계의 대형우량기업인 클라이너 퍼킨스&코필드(Kleiner Perkins & Caufield)까지 센트라타에 투자하고 있는데, 사실 이 대형업체가 투자에 참여하는 것은 이 분야를 정당화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기업시장에 주목하는 이들 P2P업체들은 대부분 기업들이 제품디자인 정보에서부터 사내 부서 및 공급업체들과의 데이터 분석 및 추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는 각종 기술 플랫폼 및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있다. 그레이록(Greylock) VC의 파트너인 애닐 부스리(Aneel Bhusri)는 "분산 저장장치 및 네트워킹과 같이 다른 기업이 P2P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아직 이 분야에서 구체적인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이 형성된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메이필드 펀드(Mayfield Fund)의 요겐 대럴(Yogen Dalal)과 같은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야후에 이르는 기존 기술업체들이 자체 제품 및 서비스에 P2P 표준을 쉽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그는 아직 이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액결제 기술 : P2P의 킬러앱?

일부 VC는 P2P의 킬러앱으로 이미 소액결제(Micropayment) 기술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예를 들어 마돈나의 음악을 10센트에 내려 받을 수 있다면, 모두들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론상 이 돈은 파일을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내려 받던지 모두 마돈나의 레코드 음반사로 전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거의 모든 종류의 파일이나 소프트웨어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을 특화한 업체가 바로 다이내믹 트랜색션스(Dynamic Transactions)란 업체다. 이 회사는 이제까지 총 1,800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는데, 재미있는 것이 이 회사의 주요투자업체 중 하나가 바로 냅스터 투자업체인 허머 윈블래드란 사실이다. 다이내믹 트랜색션스는 이 회사의 기술이 냅스터의 파일공유 서비스와 동일 한 종류의 것인지에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다수 P2P업체들이 자신들의 고객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P2P 라운드는 홈런이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을 대단히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회심의 일발을 노린 타자들이 삼진아웃으로 물러날지 대형 홈런을 날릴지 여부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7. 케이스 스터디

급변하는 하이테크 업계에서 남보다 뒤진다는 것은 곧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이테크 종사자들은 남보다 뒤진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편집증적인 과민반응을 보이곤 한다. 냅스터가 음반업계에 회오리를 몰고 왔을 때도 업계 리더들의 머리속에는 이와 같은 편집증 증세가 고개를 들었다. 신기술의 물결에 편승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회사의 존립기반 자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P2P의 장래가 아주 밝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수익과 연결시킬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난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당분간은 이들의 냅스터에 대한 과도한 편집증 역시 다소 시기상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드허링(Red Herring)誌는 P2P 분야의 신생기업 3社인 오픈콜라(OpenCOLA), 칼레파 네트웍스(Kalepa Networks), 라이트쉐어(Lightshare) 등을 집중조명했다. 이들 3社는 P2P 네트워크를 기업 및 개인고객 시장에 선보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3社는 또한 시드머니를 펀딩했으며, 추가적인 펀딩을 위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콜라(OpenCOLA)

보통 검색엔진을 통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다보면 원하지 않는 엉뚱한 결과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이는 P2P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픈콜라는 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픈콜라는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두 분야인 P2P와 전문가 커뮤니티를 활용, 이 문제를 극복하려 한다.

오픈콜라의 검색 소프트웨어인 콜라비전(COLAVision)은 오픈콜라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하드 드라이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콜라비전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찾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는 먼저 검색엔진이나 검색로봇을 훈련시키는 일이다.

예를 들어보자. 먼저 노틀담(Notre Dame)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노테르담을 서치해 보자. 약 500개의 문서가 뜰 것이다. 그런 다음 오직 노틀담이라는 축구팀에 대해 알고 싶지, 프랑스에 있는 성당의 정보는 알고 싶지 않다고 검색로봇에 명령을 내리면 이 검색로봇은 향후 보다 정확한 정보를 찾아주게 된다.

오픈콜라 애플리케이션은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누텔라(Gnutella)와 같은 다양한 P2P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더 많은 P2P 네트워크가 존재할수록, 오픈콜라의 역량은 더 강화된다. 게다가 오픈콜라는 온라인 경매업체인 이베이(eBay)와 제휴를 체결, 보다 많은 사람들이 自社 검색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픈콜라는 냅스터와 달리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픈콜라가 제공하는 인프라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구입할 때, 아티스트들에게 적은 액수나마 돈을 지불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즉,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픈콜라는 이 중에서 얼마씩을 자신의 수입으로 가져간다. 오픈콜라는 벤처 캐피털로부터 펀딩도 유치했다. 이미 290만 달러를 펀딩했으며, 앞으로 뱅킹 시스템 구축과 오픈콜라 버전 1.0 출시를 위해 1,500만 달러를 더 펀딩할 계획이다.

그러나 오픈콜라가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2가지 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 먼저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객들이 오픈콜라의 애플리케이션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자료를 대량으로 이용하는 전문가 그룹이 오픈콜라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용자들이 검색로봇을 훈련시켜야 한다. 사실 검색로봇을 훈련시키는 것은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대량의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냅스터와 같은 빠른 속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하더라도 오픈콜라의 예상대로 8년내에 1억명의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일은 결코 쉬울 것 같지 않다. 오픈콜라가 어떻게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갈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도록 하자.

칼레파 네트웍스(Kalepa Networks)

칼레파는 냅스터와 같은 파일공유 기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나, 냅스터와는 달리 주고객층을 교육, 미디어, 메시지, 그리고 스토리지 분야의 기업들에게 한정하고 있다. 현재 칼레파측은 자신들의 기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나, 적어도 저작권침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개방이 아닌 폐쇄된 기업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밝히고 있다.

칼레파의 소프트웨어는 어떤 프로젝트를 놓고 기업간 공동작업을 수용하는데 용이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현재 일부 교육 및 스토리지 업체들이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칼레파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싱과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인데, 이 중 네트워크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제공(ASP)과 개념이 비슷하다. 칼레파는 현재까지 100만 달러의 펀딩을 유치했으며, 올해 말까지 추가적으로 500∼700만 달러의 자금을 펀딩한다는 계획이다.

라이트쉐어(Lightshare)

라이트쉐어는 신생 온라인 경매업체다. 그러나 이베이와는 달리 P2P를 이용한 경매를 추구하고 있다. 라이트쉐어는 개인들이 자기 PC에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컨텐츠를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도록 중개하는 것을 기본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라이트쉐어의 비즈니스 모델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 라이트쉐어의 고객들은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자신이 판매할 아이템들을 리스트에 올려놓는다. 그럼 이 리스트들은 이들 판매자들의 컴퓨터에도 저장된다. 구매자들이 라이트쉐어 웹사이트를 방문, 원하는 아이템에 대해 문의를 한다. 이 경우 이베이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등록된 것만을 찾지만, 라이트쉐어는 각 개인 판매자 PC에 있는 리스트도 실시간으로 찾아준다.

여기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합의를 하면, 이들은 라이트쉐어 거래 서비스를 이용해 거래를 하게 된다. 그리고 라이트쉐어는 이 과정에서 중개수수료를 챙긴다. 물론, 라이트쉐어에 판매할 물건의 리스트를 올리는 것은 공짜다. 라이트쉐어는 이 방법이 이베이를 업계 수위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트쉐어가 직면한 어려움들도 있다. 일단 무엇보다도 自社의 비즈니스 모델을 투자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라이트쉐어는 120만 달러의 시드머니를 펀딩했으며, 올해 말까지는 약 600∼800만 달러의 펀드를 추가적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게 급선무다.

다음으로는 사용자들의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및 보안 문제가 제기된다. 라이트쉐어는 사용자들의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라이트쉐어는 이러한 우려를 제거해야만 이베이를 따라잡는다는 소망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기타 냅스터 및 P2P 관련 기사모음

[소개]

지난 해 5월 탄생한 이후 뜨거운 디지털 저작권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음반업계의 소송제기로 사이트 폐쇄 위기에 몰린 음악파일공유서비스업체 냅스터(Napster)社가 10.31(火) 메이저 음반사 BMG의 모기업인 베르텔스만과 전격 제휴를 발표함으로써, 그간의 음반업계 對 P2P기술업체 대결이 새로운 양상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다시한번 미디어업계와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업계 전반에 냅스터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냅스터의 미래가 곧 거대한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기존 음반업계의 미래와 직결되고 또 새로운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냅스터-베르텔스만 제휴에 대해 일단 양측간의 필요에 의해 결정된 올바른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냅스터의 경우 음반사와의 제휴 내지는 협력을 통해 사업을 합법화하는 것 외에는 달리 생존의 방도가 없으며, 베르텔스만 역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시대를 맞아 강력한 애플리케이션의 필요성이 절실했다는 얘기다. 이에 덧붙여, 만일 양측간 제휴가 성공적인 가입자기반 유료서비스로 이어질 경우 여타 메이저 음반사들의 동참 하에 새로운 P2P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장애물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새로운 가입자기반 서비스가 실시되려면 일단 음반업계 내 세력 다툼이 조율되어야 하고 저작권 분쟁에 대한 완전한 교통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또 이런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 솔루션의 구축과 같은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으며, 게다가 '파일공유' 정신에 열광했던 기존 냅스터 이용자들을 고스란히 고객으로 붙잡을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냅스터-베르텔스만 제휴는 디지털 저작권과 P2P 모델 논란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장애물 경주'의 시작이란 측면에서 흥미를 갖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일지

- 1999 5 : 숀 패닝(Shawn Fanning)과 숀 파커(Sean Parker)에 의해 냅스터 설립

- 1999 7 : RIAA, 美 샌 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로 냅스터를 제소

- 2000 4.13 : 헤비메틀그룹 메탈리카(Metallica), 美 LA 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및 공갈사기 혐의로 냅스터를 제소

- 2000 7.26 : 美 연방지법 마릴린 파텔(Marilyn Patel) 판사, RIAA의 주장을 인정, 냅스터의 저작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일체의 파일공유서비스를 금지하고 사이트를 폐쇄할 것을 명령

- 2000 7.28 : 美 제9 순회항소법원, 냅스터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이트 폐쇄명령 실행의 일시 유예를 판결

- 2000 10.2 : 美 제9 순회항소법원, 항소공판 진행을 위한 청문회 개최

- 2000 10.31 : 베르텔스만, 냅스터와 제휴사실을 발표하고 향후 가입자기반 합작 서비스 실시 조건하에 소송취하 의사를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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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스터 비즈니스의 열쇠 : 폐쇄된 커뮤니티를 창출하라

200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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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수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도입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실패할 것이란 '악담'도 횡행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충고들과는 달리 정작 인터넷의 결정판인 순수 인터넷 기업들은 모두 망해가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러자 순수 인터넷기업의 실패로부터 제대로 교훈을 얻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P2P(peer-to-peer)가 인터넷 네트워킹 사회의 화두로 부각되면서, 기업들과 벤처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誌의 편집수석 니콜라스 G. 카(Nicholas G. Carr)는 최근 美 IT전문지 인터스트리스탠다드(The Industry Standard)에 기고한 글(원제: "Decoding Business: Gated Community" 11.16字)에서 냅스터(Napster)의 성공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폐쇄된 커뮤니티"가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해 관심을 끈다. 인터넷의 "개방성(openess)"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좋은 점일지 몰라도 이것으로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카 수석은 인터넷은 무엇보다도 그 개방성이 핵심적인 장점이지만, 이것은 또 인터넷이 기업활동의 플랫폼으로서 지니는 치명적인 결함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왜?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장벽을 침으로써 고객들을 묶어두고 경쟁자들을 물리쳐 목표한 수익을 달성한다. 그런데 인터넷이란 원래 상업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목표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이 구조자체가 진입장벽과 같은 것을 무시하게끔 되어있다. 따라서 그렇게 많은 자금을 투자해서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시장 초기 진입자로서의 이점을 누리려던 인터넷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이유가 부분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런데 카 편집수석은 개방된 인터넷(open Internet)의 시대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바로 인터넷의 그물망을 파헤치고 그 자리에 장벽을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이 모두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해 사설 네트워크를 설립하고 이 새로운 경제지구의 '요금징수원'이 될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 지점이 진짜 돈 되는 곳이다." 그의 주장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냅스터' 모델이다. 언뜻 보기에 P2P 네트워크는 개방성의 극치처럼 보인다. 누구든지 모든 이들과 접속할 수 있고 어떤 중앙집권적 권위나 통제단위도 없다. 그러나 카 편집장은 이것이 바로 환상(illusion)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먼저, 최소한 냅스터의 모델 속에서, 이른바 파일공유 행위(peering)는 폐쇄된 시스템임을 강조한다. 즉 누군가 개인들이 소장한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고 싶다면, 먼저 회원가입 후 독립되어 있는 컴퓨터 시스템 서버로 접속해야 된다. 그리고 여기서 당신은 바로 그곳 회원들 속에서만 의사 소통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냅스터는 자신의 서비스를 포기함으로써 반역적인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독일 대형 미디어 기업인 베르텔스만(Bertelsmann)과의 계약에서 드러났듯이, 꼬마들에게 음악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것이 이들 사업의 궁극적 목적이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 베르텔스만과 냅스터는 여타 메이저 음반업계에게 냅스터의 무료서비스 모델을 유료서비스로 전환하자고 유혹하는 중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음반업계의 희망사항은 온라인 음악 유통망을 위한 폐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로써 이들의 음악산업에 대한 통제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파일공유 시스템과 같은 기술을 이용해 또 다른 폐쇄 시스템을 창조하려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현재 비밀기업 형태로 존재하는 인프라서치(InfraSearch, 웹사이트 주소는 GoneSilent.com)는 자체 P2P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설 지식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서 회원들은 다른 회원들과의 정보교환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터넷을 작게 쪼개어 가지려는 시도는 P2P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캐싱업체인 아카마이(Akamai)는 엄청난 규모를 가진 독립 서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즉 인터넷 공공 네트워크 속에 사설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아카마이는 이 서버에 접속하는 개별 소비자들에게 사용료를 받지 않는 대신에, 정보를 축적하거나 전송하는 웹사이트나 미디어 기업들에게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다. 아카마이와 동종 경쟁업체들은 이제까지 컨텐츠의 유통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왔으며, 이들의 목표는 자체 사설 네트워크를 서비스 호스트를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게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룡도 참가하고 있다. PC분야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은 자체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해 소비자 및 기업들에게 게이트웨이(gateway)로서의 역할과 요금징수 기능(billing)까지 통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다소 희화화된 어조로 니콜라스 카 편집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자체가 바로 회장의 이름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고 지적한다; 빌 게이츠(Bill Gates). 그런데 이들이 인터넷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MSN소프트 웨어와 닷넷 전략에 그토록 많은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공급시장의 지배자가 되려는 야심 때문인 것이다.

인터넷 하이퍼텍스트의 발명가인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어떤 인터뷰에서 인터넷망이 이전투구의 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기업들은 표준을 뒤바꿈으로써 경쟁업체들을 불구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그러나 이런 행위를 저지하려는 거대한 열정이 커뮤니티 전반에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카 수석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이렇게 서로 경쟁하는 열정들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곧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글을 맺고 있다.

미디어거인 베르텔스만의 새로운 도전

200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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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최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체인 獨 베르텔스만(Bertelmann) 그룹의 토마스 미델호프(Thomas Middelhoff) 회장은 지난 10.31(火) 뉴욕의 에섹스 하우스(Essex House) 호텔에서 인터넷 '악동' 숀 패닝(Shawn Fanning)과 만나 힘찬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30분 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구 미디어 거인 베르텔스만과 신생 온라인 파일공유서비스업체 냅스터(Napster)간의 전격적인 제휴사실을 발표했다. 이 소식은 냅스터와 5대 메이저 음반사 간의 소송이 중대고비를 맞은 상황에 갑작스럽게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전반과 음악팬들 모두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전문가들과 각 언론들은 이 제휴를 둘러싼 전망과 분석을 일제히 타전하기 시작했다. 기존 음반업계와 신생 온라인업체의 공존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풀어야 할 현실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요지. 美 주간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誌 역시 11.13(月)字에서 냅스터와의 제휴를 온라인시대를 맞아 새롭게 변신하기 위한 베르텔스만의 승부수로 보고 과연 이 도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진단하고 있다.

과감하고, 계시적이며, 복잡한 딜

비즈니스위크는 이번 제휴를 "과감하고, 계시적이며, 또한 복잡한 딜"로 규정한다. 과연 이번 제휴 결정은 메이저 음반사들이 법정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가운데 내려졌다는 점에서 과감하고, 또 3천8백만 냅스터 시용자들을 기반으로 한 P2P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계시적이며, 또한 이를 위한 여러 법적, 기술적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복잡한 딜이라 하겠다. 그러나 제휴에 임하는 베르텔스만의 입장과 목적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이를 계기로 음반사업 뿐만 아니라 향후 산하 모든 미디어-컨텐츠사업을 디지털화해 온라인시대의 미디어 거인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말하자면 모든 지적재산권을 디지털 포장해 온라인 상에 띄움으로써 새로운 정보기술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겠다는 얘긴데, 디지털 해적행위가 온라인 컨텐츠사업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델호프는 '보석'을 지키기 위해 가장 솜씨좋은 '도둑'을 고용한 셈이다.

양측간의 계약 내용이 자세히 공개되진 않았으나, 냅스터는 베르텔스만으로부터 약 5천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받아 새로운 가입자기반 유료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베르텔스만은 사업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나머지 메이저들로 하여금 소송을 취하하고 함께 사업에 동참하도록 설득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나아가 냅스터를 서적으로부터 음반,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디어 컨텐츠를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다운로딩 서비스의 중심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목표에 도달하기까진 현재 눈에 보이는 장애물들만 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큰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냅스터가 기존 파일공유 방식대로 가입자기반 유료 서비스를 실시하려면 사용자들의 다운로드 행위를 일일이 추적해 대상물의 저작권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의 개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만일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된다 할지라도 교환대상 음악파일 전체에 대한 저작권 협약이 맺어지고 또 이에 대한 해적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재 미델호프는 모든 미디어 컨텐츠가 디지털-온라인화로 가야 한다는 거의 종교적 차원의 신념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과연 그의 신념이 음반업계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허물고 여타 메이저들을 순순히 감화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직 RIAA(전미레코드산업협회)를 비롯한 음반업계는 양측 제휴를 긍정적으로 논평하면서도 소 취하 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 그간 냅스터는 메이저 음반사들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미운털이 박힌데다 메이저들이 냅스터의 사업전망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 것인가도 문제다. 만일 베르텔스만이 나머지 4대 메이저 -- 유니버설, 소니, 워너, EMI --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냅스터는 사이트 폐쇄와 함께 막대한 저작권 침해 배상금을 물게 될 형편이다.

이와 관련, 냅스터 CEO 행크 배리(Hank Barry)가 밝힌대로 만일 신규 서비스의 월정 요금을 4.95 달러로 할 경우 너무 수익성이 낮지 않느냐는 구체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용요금은 수익성을 고려한다 할지라도 냅스터 측으로서 함부로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간 '공짜'로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해온 사용자들이 유료화 자체를 달가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부분은 베르텔스만-냅스터 제휴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천8백만 사용자 중 얼마 만큼을 유료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지, 또 그들로부터 어느 정도 수준의 이용료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인지가 실질적인 성공여부를 가늠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조사에 의하면 상당수 이용자들이 유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는 있으나, 현재로선 기존의 열렬한 이용자 층이 냅스터의 '사업화' 내지는 '유료화' 자체에 대해 정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베르텔스만의 새로운 도전

사실 유럽최대이자 세계 3위권의 거대 미디어기업 베르텔스만은 1835년 자그마한 성경출판업체로 시작해 1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큰 기복없이 성장을 지속하며 최근까지도 괄목할만한 실적으로 올리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6.30) 베르텔스만은 165억 달러의 매출에 전년동기비 45%나 늘어난 6억7천1백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특히 휘트니 휴스턴과 퍼프 대디 등 일급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음반사업과 '페어런츠(Parents)'와 '패밀리 서클(Family Circle)' 등 100여개 유명 타이틀을 보유한 잡지출판부가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없이도 아주 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북클럽(bookclub) 등 일부 사업부문은 적자를 보고 있으며, 결국 온라인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출판사업 등 주력 부문의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을 베르텔스만은 염려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성장둔화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고, 동시에 먼저 치고 나감으로써 온라인사업의 선점효과를 노리겠다는 데 냅스터와 손잡고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는 베르텔스만의 노림수가 있다고 하겠다.

실로 CEO 미델호프는 상황판단력과 투자기회의 포착능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각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4년에 AOL 지분 5%를 5천만 달러에 매입, 현재 베르텔스만으로 하여금 70억 달러가 넘는 현금가용능력을 갖게 한 것도 전적으로 그의 공로다. 뿐만 아니라 이미 크고 작은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벌여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독일의 기업용 웹 솔루션업체인 픽셀파크(Pixelpark)에 초기투자해 12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나, 역시 독일 내 온라인 음반-서적 판매업체인 볼닷컴(bol.com)을 설립해 유럽 지역 내에서는 아마존의 아성을 위협하는 업체로 키워놓은 것 등이 좋은 예다.

물론 그에게 성공의 꼬리표만이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美 최대서점 반스앤드노블과 합작으로 설립한 반스앤드노블닷컴의 근래 실적악화와 지난 해 추진했던 산하 BMG와 EMI와의 합병 무산 등은 그에게 적지 않은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결국은 독서팬들이 협력사인 젬스타/TV가이드를 통해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신작소설을 다운로드받고, 음악팬들이 BMG 사이트를 통해 산타나(Santana)의 신곡을 즐기며, TV 시청자들이 산하 RTL그룹의 인터넷 TV를 통해 실시간 현장드라마인 '빅 브라더(Big Brother)'를 보는 날이 올 것이란 게 미들호프의 희망이자 믿음이다.

다분히, 그의 이러한 믿음과 전략은 미국적인 미디어-온라인 결합모델, 즉 AOL과 타임워너 간 합병으로부터 힌트를 얻은 바 크다. 상황과 경우가 좀 다르긴 하지만 타임워너가 온라인 네트워크의 시대를 맞아 최강의 인터넷업체 AOL을 생존 카드로 택한 것처럼, 베르텔스만은 냅스터를 향후 온라인 전략의 핵으로 삼은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미델호프가 현재 그룹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데 불과한 산하 온라인 사업부문에서 '냅스터의 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 것인가? 모든 미디어-엔터테인먼트업체의 이목이 그의 행보에 쏠리게 됐다.

- 베르텔스만 사단 -

P2P의 기대주들

200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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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스터(Napster)와 베르텔스만(Bertelsman)의 제휴를 계기로 P2P 서비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다시 한번 인터넷업계 전반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근래 기술주 폭락사태로 인한 닷컴업체들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간 실리콘밸리와 월街에서는 P2P 모델에 대한 연구와, 크진 않지만 꾸준한 투자가 진행 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연구와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P2P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 즉 '돈'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英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誌와 美 레드 헤링(Red Herring)誌는 최근호에서 냅스터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 비즈니스의 새 장을 열고자 하는 신생 P2P 업체들의 현황과 전망을 진단하고 있다.

P2P의 컴백?

이코노미스트誌는 일단 인터넷 자체가 본래 네트워크 이용자들간의 직접 교류를 목적으로 개발된 것인 만큼, P2P의 개념 자체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만 일정한 세력들에 의해 인터넷이 상업화되고 네트워크가 거대해지다보니 서버와 클라이언트라는 상하관계가 생기면서 그에 따라 서비스 요금이 오고 가는 오늘과 같은 구조가 정착된 것일 뿐이라는 것. 그런데 이제 만일 P2P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간 클라이언트에 불과했던 PC가 보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항시 접속할 수 있을 만큼 그 성능과 기술 환경이 일정 수준의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란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과연 벤처캐피털과 기술업체들은 이러한 판단 하에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걸까? 기술적 환경과 관련 인프라가 얼마나 충분히 정비됐는지는 몰라도, 사실 약간의 버블이라 할 만큼 P2P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스스로 P2P임을 내세우는 신생업체들만도 60여개가 넘는 상태. 아직 그 대부분이 냅스터 스타일의 파일 공유를 전범으로 삼고 있다.

냅스터-베르텔스만 제휴 밑에 깔린 계산은 가입자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다 양질의 컨텐츠 서비스와 부가 정보를 적정한 값에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방대한 사용층을 유료고객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인데, 이는 그간 대부분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써온 마케팅전략 -- 시험판을 돌린 뒤 나중에 사용료를 지불토록 하는 것 -- 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 전략은 새로운 냅스터 서비스에도 그대로 먹혀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존 냅스터 서비스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지적했듯, 제대로 된 애플리케이션만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과연 새로운 냅스터 서비스의 성공이 보장되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완전무료 무한 파일공유"에 한참 맛을 들인 기존 이용자들이 얼마나 돈을 내려 할 것인가? 다른 메이저 음반사들은 과연 베르텔스만의 제의에 순순히 동참할 것이며, 또 발생한 수익은 저작권자와 어떤 비율로 어떻게 가를 것인가? 혹시 유료 냅스터에 대한 해킹 행위는 없을 것인가? 그렇다면 보안 시스템은?

냅스터를 넘어서

반면, 몇몇 파일공유 서비스업체들은 너무나 유명해진 바람에 이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냅스터의 문제점을 피해가기 위해 애초부터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에임스터(Aimster)와 모조 네이션(Mojo Nation)이다. 에임스터는 처음부터 사용자 스스로가 사용자 그룹의 범위를 한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서비스 확산으로 인한 문제의 소지를 차단하고 있다. 현재 에임스터는 AOL의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 가입자들만을 대상으로 접속을 허용하고 있는 상태. 한편 모조 네이션은 더욱 특이한 방식으로 수익실현을 노리고 있다. 사용자들은 원하는 컨텐츠를 다운받기 위해 '모조'라 불리는 가상의 디지털 화폐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모조는 자신의 하드디스크 일부를 데이터 스토리지 영역으로 제공하거나 또는 실제 돈을 지불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그걸 가지고 사용자가 어떤 노래를 다운로드받거나 할 때마다 모조 네이션 측은 파일의 제공업체로부터 일정 커미션을 받고 사용자가 지불한 대금 일부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돌아간다. 유/무료 전략을 섞어 이용자를 현혹하면서 저작권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교묘한 방법이다.

또, 아예 저작권문제에 대해 보다 더 조심스런 접근법을 취하는 업체도 있다. 이달 중 서비스를 개시하는 플라이코드(Flycode's)는 이를테면 퍼스널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위한 냅스터라 할 수 있다. 플라이코드의 파일 교류 영역은 가족 사진이나 홈 비디오 등 개인적인 사용 용도의 대상으로만 국한된다. 대신 여기에 영화 예고편 등의 짧은 저작물들만을 저렴한 가격에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서비스를 추가한다는 것이 앞으로의 발전 전략. 그러나 위의 각 서비스들은 사용층을 특정 대상으로 제한시키는 경향으로 인해 큰 수익의 실현이 어렵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일반인 대상의 서비스 보다는 역시 기업 대상 서비스영역을 뚫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P2P에 대해 각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이쪽이 시장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일례로 반도체거인 인텔은 새로운 반도체설계용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구입하는 대신 엔지니어들로 하여금 사내의 10,000여대 PC의 여유 하드디스크 공간을 서로 연결, 사용케 함으로써 지금까지 5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외계생명체 탐사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세티@홈(SETI@Home) 처럼, 각 기업들이 P2P 프로그램을 사내 업무의 병렬연산처리시스템으로 활용할 경우, 관련 솔루션 구축사업이 크게 번창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미 이쪽 분야에 몰두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파퓰러 파워(Popular Power)와 유나이티드 디바이시스(United Devices), 그리고 로쿠(Roku)와 마이시오닷컴(MyCio.com)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혁명을 꿈꾼다

이상 언급된 업체들은 모두 냅스터 류의 파일공유 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는 중앙 서버 없이 파일교환을 가능케 함으로써 냅스터의 한계를 뛰어넘은 누텔라(Gnutella)나 프리넷(FreeNet) 기술을 계승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누텔라 기술을 채용한 곤사일렌트닷컴(GoneSilent.com)이나 프리넷을 계승한 업라이저(Uprizer)가 그런 경우다. 특히 레드 헤링誌는 물밑 논의만 진행되고 있는 P2P의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려면 P2P의 위력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大 '히트작'이 하나 필요하며, 그러한 히트작을 날릴 수 있는 업체로 바로 곤사일렌트닷컴을 꼽고 있다.

누텔라의 지원자인 프로그래머 진 칸(Gene Kan)이 넷스케이프 개발자로 유명한 마크 안드리센(Marc Andreessen) 등의 협력을 얻어 설립한 곤사일렌트닷컴은 현재 '인프라서치(InfraSearch)'라는 신개념의 가공할 검색엔진을 들고 인터넷업계의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엔진의 개념은 바로 특정 검색어에 대해 누텔라 방식을 이용 전세계의 PC로부터 관련 정보를 찾아낸다는 것. 예를 들어 'IBM'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IBM에 대한 사이트는 물론 IBM의 최신 주가정보와 빅 블루에 대한 뉴스가 뜨고, '장미'란 단어를 입력하면 그에 관련된 텍스트는 물론 장미에 대한 사진들과 심지어는 관련 학술논문까지 모조리 찾아낸다. 즉 중앙서버를 사용해 인터넷 사이트 어드레스 정보만을 모아 제공하는 야후 등의 기존 검색엔진보다 훨씬 방대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누텔라의 개발자 이안 홀 베커는 "앞으로 빠르면 1년에서 늦어도 5년 내에 야후는 P2P 방식의 검색 시스템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반면, 이코노미스트誌는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다크호스로 기업대상 P2P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업체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그루브 네트웍스(Groove Networks)를 들고 있다. 로터스 노트 소프트웨어의 개발자로 유명한 레이 오지(Ray Ozzie)가 설립한 그루브 네트웍스는 P2P 플랫폼을 구축한 뒤 각 기업들의 시스템을 공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P2P OS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많은 인터넷 전문가들은 바로 이 기업간 P2P의 발흥이 전통적 산업 구조에 조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만일 그루브 네트웍스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거의 모든 산업의 지적 프로세스는 P2P 서비스의 힘을 빌어 필요에 따라 한시적으로 구성됐다 임무가 끝나면 사라지는 프로젝트성 팀들에 의해 수행될 것이다. 이는 지금으로선 너무 급진적인 발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발표되기 전까진 베르텔스만-냅스터 제휴도 마찬가지 아니었는가?

이슈分析】냅스터의 장애물 경주

200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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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火) 메이저 음반사 BMG의 모기업인 獨 베르텔스만(Bertelsmann) 그룹이 냅스터(Napster)社와의 제휴를 발표함으로써, 그간 디지털 저작권 문제를 중심에 두고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여온 「냅스터 對 음반업계」의 대전 양상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번 제휴는 5대 음반 메이저 간의 사전 의견조율 없이 전격 발표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음반업계 전반과 네티즌들 모두에게 상당히 당황스럽고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이 제휴 사실이 지닌 외연상의 의미는 간단하다. 냅스터는 살 길을, 베르텔스만은 더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것. 이미 법원으로부터 사이트 폐쇄 명령을 받고 조건부로 연명하고 있는 냅스터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벗어나 서비스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고,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시대를 맞아 체질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베르텔스만으로서는 경쟁사들에 앞서 온라인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강력한 처방전이 절실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양측간의 제휴는, 발표 시기 상 '깜짝쇼'의 성격이 있었을 뿐, 일종의 당위라 할 수도 있겠다.

위대한 전진

이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제휴 발표가 있었던 10.31(水) 로이터(Reuters)와 블룸버그(Bloomberg), AP 등 주요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등의 유력 일간지들은 제휴 사실과 업계 반응을 일제히 타전하고 양측간 제휴의 배경과 향후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집중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단 냅스터의 선택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그간 5대 음반 메이저들의 집중포화 속에 저작권법의 덫에 걸려 신음하던 냅스터는 기존 정책 -- 무료 파일공유 -- 을 그대로 밀고 나가서는 더 이상 살아 남을 방도가 없는 입장이라는 것. 달리 말하면 살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 -- 즉 합법화 -- 가 필요하며, 그것은 곧 기존 거대 음반사들과의 제휴 내지는 저작권 협약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음반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공존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냅스터 측의 일관된 입장과도 합치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제휴를 계기로 P2P 기반 음악서비스의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직 베르텔스만과 냅스터의 향후 사업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양측이 밝힌 대로 가입자기반의 유료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할 때, '적절한' 수준의 이용요금을 책정하고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해적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음질의 컨텐츠와 그 밖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수익모델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냅스터와 베르텔스만의 제휴가 성공의 길로 판명될 경우, 나눠먹기식 카르텔의 성격이 강한 음반 메이저들의 속성을 고려할 때 나머지 업체들도 결국 베르텔스만의 뒤를 따라 냅스터와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RIAA(전미레코드산업협회) 힐러리 로슨(Hillary Rosen) 회장이 제휴 소식을 접하고 "바로 그 동안 우리가 주장해 왔던 것과 같은 결론"이라며 음반업계 전체의 협약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평가와 낙관적 전망들은 아무래도 기존 음반업계와 신기술의 공존공영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외형상 양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종합 정리한 성격이 짙다. 이 낙관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베르텔스만-냅스터 간 제휴 자체가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분석 평가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목표는 옳지만 현실적으로 그곳에 이르는 길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는 얘기다.

All or Nothing

현실적으로 가장 의문시되는 부분은 과연 다른 메이저업체들이 쉽사리 냅스터와의 제휴 전선에 동참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관해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제휴 조건으로 베르텔스만이 향후 냅스터의 주요 지분을 취득할 권리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조건 그대로 양측간의 지분 제휴가 이뤄지게 되면, 나머지 4대 메이저는 순순히 냅스터와 제휴 또는 저작권 협약을 체결할 리가 없다. 그럴 경우 신규 냅스터 서비스의 음반 아카이브는 베르텔스만 이외 4대 업체의 작품들을 빠뜨리게 되고, 그런 서비스라면 음악팬들로부터 결코 환영 받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여타 메이저의 동참 가능성 및 저작권 협약과 관련해 지적되는 또 하나의 본질적 문제가 있다. 냅스터가 기존 파일공유 서비스 방식을 기반으로 향후 베르텔스만과 새로운 가입자기반 서비스를 실시하려면 각 이용자 네트워크에 퍼져있는 수많은 음악파일들 중 어떤 파일의 저작권이 어떤 아티스트 및 어떤 음반사와 연관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용요금의 일정 부분을 저작권료로 돌려 분쟁없이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냅스터를 통해 교환되는 모든 음악파일들에 대한 저작권 협약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그간 냅스터가 법정에서 내세워온 방어의 논리가 바로 "특정 저작권의 침해라는 사실을 알면서 고의로 파일을 배포시킨 적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이는 98년에 제정된 '밀레니엄 디지털 저작권법(DMCA)' 상의 "특정 대상물이나 행위가 저작권 침해라는 점을 실질적으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는 저작권 침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위의 시스템이 가동되면 저작권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파일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저작권침해가 인정되는 결과가 나와 버린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론상 나머지 4대 메이저 뿐만 아니라 전세계 4,000여 독립음반업체들과도 전부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들 중 단 한 업체라도 소송을 제기하면 새로운 서비스 역시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존 서비스를 완전 폐쇄하고 5대 메이저들하고만 계약을 맺어 새로운 주류 상업음악 서비스를 개시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기존 냅스터 서비스의 장점인 다양성이 희석돼 아무래도 이용자들의 호응도가 떨어질 것이며, 앞서 말했듯 나머지 메이저가 협력할 것인지의 여부도 의문으로 남는다 하겠다. 특히 현재 BMG를 포함한 각 메이저들 -- EMI는 제외 -- 은 MP3닷컴과 비슷한 성격의 신생 온라인음악서비스업체인 뮤직뱅크(Musicbank)社와 차례로 저작권 협약을 맺으며 나름의 공동전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여차하면 아예 법정소송의 강화를 통해 냅스터의 숨통을 죄는 방식으로 베르텔스만-냅스터 연합을 근본적으로 무산시키려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현재 냅스터는 본래의 태생대로 나아가려 해도 모든 것을 잃고, 합법화해 나아가려 해도 모든 음반업체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All or Nothing"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험난한 장애물 경주

그러나, 만일 저작권 협약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 서비스가 개시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파일교류를 유료화 시킬 경우 보안을 위해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가 주장하는 바대로 각 파일에 일정한 암호화 코드를 부여하는 보안 시스템이 고려돼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사용자들로부터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보안 양식은 필히 서비스 비용의 상승을 유발하고 서비스 이용 자체를 복잡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새로운 가입자기반 서비스가 '완전무료 무한 파일공유 사이트'라는 냅스터의 본질적인 캐릭터를 바꿔놓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업화' 내지는 '유료화'가 과연 전세계 3천8백만의 냅스터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그간 냅스터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광신도'들은 대체로 냅스터의 유료화에 반기를 들 것이 분명하다. 핵심 이용층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이제는 그들에 의해 한때 음악광들의 '구세주'로 불렸던 냅스터가 해킹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전혀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은 아니다. 다만 특정인, 특정업체 몇몇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좌우될 사항이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제 냅스터는 탄생 1년 반만에 도약과 좌절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장애물 경주를 시작한 셈이다.

※ 냅스터 관련 주요 일지

- 1999 5 : 숀 패닝(Shawn Fanning)과 숀 파커(Sean Parker)에 의해 설립

- 1999 7 : RIAA, 美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로 냅스터를 제소

- 2000 4.13 : 헤비메틀그룹 메탈리카(Metallica), 美 LA 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및 공갈사기 혐의로 냅스터를 제소

- 2000 7.26 : 美 연방지법 마릴린 파텔(Marilyn Patel) 판사, RIAA의 주장을 인정, 냅스터의 저작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일체의 파일공유서비스를 금지하고 사이트를 폐쇄할 것을 명령

- 2000 7.28 : 美 제9 순회항소법원, 냅스터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이트 폐쇄명령 실행의 일시 유예를 판결

- 2000 10.2 : 美 제9 순회항소법원, 항소공판 진행을 위한 청문회 개최

- 2000 10.31 : 베르텔스만, 냅스터와 제휴사실을 발표하고 향후 가입자기반 합작 서비스 실시 조건하에 소송취하 의사를 밝힘

美 냅스터, 베르텔스만과 제휴 체결

200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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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음반 메이저 중 하나인 BMG의 모기업 獨 베르텔스만 그룹이 10.31(火) 美 음악파일공유서비스업체인 냅스터(Napster)社에 대해 저작권 소송을 취하하고 제휴를 체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제휴 발표는 아직 뚜렷한 화해의 조짐 없이 음반 메이저들과 냅스터 간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팽팽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업계 전반에 상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