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ASEM 정상회의에 대한 전망과 기대
이연수(외교통상부 정책총괄과장)
asem3@mofat.go.kr
ASEM 출범의 배경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ia-Europe Meeting: ASEM)는 아시아와 유럽의 정상들이 모여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비공식적인 포럼이며 프로세스이다. ASEM은 1994년 10월 싱가포르의 고촉통 수상이 프랑스 방문시 처음 제의하였으며, 이에 EU와 ASEAN 회원국, 한·중·일이 호응함으로써 1996년 3월 방콕에서 출범하게 되었다.
ASEM 구상이 대두하던 1990년대 초·중반기는 동아시아 경제가 역동적으로 급속히 발전해 나감으로써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하여 자리잡아가던 때이다. 또한 이러한 급속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하여 ASEAN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가 간 지역협력 움직임도 활성화되고 있었다. 1989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를 통해 북미와 아시아 국가들 간 지역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던 시기에 소외감을 느낀 유럽은 아시아와 연결고리(missing link)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ASEM의 유용성을 인식했을 것이며, 아시아 국가들로서도 유럽과의 경제적 연계를 통해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경제관계의 다변화를 모색하고자 했을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1990년대 초·중반기는 유럽이 냉전 종식 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가고 다극화 체제를 지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도 유럽은 동아시아에서 정치적 입장을 강화해 보자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양 지역에는 일찍이 고대문명이 발전하였고, 또한 비단길(silk road)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서로 문명교류가 있었음에 비추어 ASEM의 출범은 과거의 아시아와 유럽 간 역사적·문화적 연계의 복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의 발전 경과 및 평가
1996년 3월 방콕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25개국 정상과 EU집행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제1차 ASEM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동 회의에서 정상들은 주요 국제문제에 관한 의견교환뿐 아니라 무역 원활화 및 투자 촉진을 위한 행동계획 수립과 청소년교류사업 추진에 합의하고 아시아·유럽 비즈니스 포럼(Asia-Europe Business Forum: AEBF) 설치, 아시아·유럽 재단(Asia-Europe Foundation), 아시아·유럽 환경기술센터(Asia-Europe Environ-mental Technology Centre) 설립 등에 합의함으로써 구체적인 협력도 모색해 나가기로 하였다.
1998년 4월 런던에서 개최된 제2차 ASEM 정상회의에서는 97년 하반기부터 아시아 국가들에게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인해 그 해결방안 모색에 관해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세계은행에 ASEM 신탁기금(ASEM Trust Fund)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특히 우리나라 김대중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에 투자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와 같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강구됨으로써 ASEM은 양 지역 정상들 간 단순한 의견교환의 장이 아니라 실질협력을 추구하는 프로세스임을 과시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제의에 따라 아시아·유럽 비전그룹(Asia-Europe Vision Group)이 설치되어 향후 ASEM의 비전과 장래 발전방향을 마련하여 제3차 정상회의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한편, ASEM 참가국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하다. GDP와 교역규모 면에서 각각 전세계의 49%와 60%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총 대외교역량의 약 50%, 외국의 대한투자액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도 ASEM은 아시아와 유럽의 25개 주요국이 참가하고 있어 세계질서를 구축해 나아가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아갈 것으로 본다. 또한 참가국들의 다양한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세계문화 창달에도 기여해 나갈 수 있는 지역협력 프로세스로 생각된다.
최근 ASEM에 대해 그 모멘텀이 약화되었다든지 또는 위기에 처해 있다든지 하는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평가의 배경으로서 무엇보다도 97년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가 그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 3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상황은 많이 바뀌어 한국·태국을 비롯하여 금융위기를 맞았던 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경제 회복단계에 있으며 과거의 역동성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하여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ASEAN+3(한·중·일) 등과 같이 적극적인 지역협력이 모색되고 있다.
ASEM이 출범한 지 몇 해 되지도 않아 한계에 이르렀다는 또 다른 이유로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양 지역 국가들 간 가치관과 문화적·역사적 배경의 차이가 커 상호 입장 수렴이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ASEM 관련 각급회의에서 정치대화시, 유럽국가들은 오늘날 인류공통의 가치로서 인권의 신장, 민주주의의 창달을 제기하고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역할을 인정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데 비해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며, 국내문제 불간섭(non-intervention)의 원칙 견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시아와 유럽의 입장차이는 ASEM 출범 당시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며 상호 대화를 통해 이해 증진에 노력해 나아가는 자체가 바로 ASEM 프로세스의 한 부분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울 ASEM 정상회의에 대한 전망과 기대
금번 제3차 서울 ASEM 정상회의는 21세기를 맞아 처음 개최되는 정상회의로서 그간 ASEM에 대한 많은 회의적인 시각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맞는 비전과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금번 ASEM 정상회의를 통해 ASEM 프로세스가 장래 아시아와 유럽 간 지역협력의 기본틀을 마련하고 본 궤도에 오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98년 런던 제2차 정상회의시 채택되었던 ASEM의 기본문서인 아시아·유럽 협력체제(Asia-Europe Cooperation Framework: AECF)에 그간 국제정세의 변화를 반영하고 ASEM의 장래 비전을 포함시킨 포괄적 AECF가 금번 회의에서 채택되도록 해야할 것이며, ASEM 출범시부터 계속 논의되어온 신규회원국 확대지침에 대한 합의 또한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금번 정상회의는 지식정보화 시대와 세계화 추세에 부응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회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ASEM에 참가하고 있는 국가들의 다수 국민들조차 ASEM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고 있음을 감안시, 일반 국민들이 ASEM의 존재 의의와 유용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실질협력 사업의 채택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양해야 할 것이다.
ASEM은 당초부터 포괄적인 협력포럼으로 출발하였다. ASEM이 경제·통상 등 분야에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여타 분야에서도 균형있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정치대화에 있어서도 양 지역 간 입장차이를 당장 해소하려 하기보다는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비공식적인 특성을 활용하여 공통인식의 확대를 추구하고 상호 이해증진과 신뢰구축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ASEM의 관행상 정상회의의 공식의제는 없으며, 고위실무회의 차원에서 각국 간 협의를 거쳐 정상회의에 건의되는 예시의제(Indicative List of Topics for Reference)가 있게 된다. 각국 정상들이 모여 논의를 갖는 비공식적이고 포괄적인 포럼이므로 어떤 문제에 관해서도 서로 의견교환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어떠한 문제가 제기되고 의견교환이 이루어질지 예견하기는 어렵겠지만(전례를 보면, 각국 정상은 자국 정부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 및 관심이 많은 사항에 관해 입장을 피력하고 문제를 제기함), 현재까지의 참가국 간 협의경과를 감안해 볼 때, 정치·안보면에서 주요 지역분쟁과 갈등, UN의 역할, 대량파괴무기의 비확산에 대한 공동대처의 문제 등, 경제·통상 분야에서 WTO체제 강화, 개방적 지역주의 증진, 지식정보화 시대의 아시아·유럽 협력, 국제금융위기의 재발 방지, 양 지역 간 통상·투자협력 증진 방안 등, 사회·문화 분야에서 교육·문화 협력 강화를 위한 제 방안, 사회적 불균형 해소, 또한 환경, HRD, 초국가적 범죄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금번 회의가 아시아와 유럽 간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를 구축하여 ASEM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마련하는 성공적인 회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외교적 능력을 인정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이제는 금융위기에서 회복되어 지속적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음을 회의 참가 각국 대표들과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역동성을 회복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외신인도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곧바로 우리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금번 기회를 활용하여, 지난 6월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간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고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을 비롯한 주요 외교정책에 대해 회의 참가국들의 지지를 확보하며, 이를 정상회의에서 채택하는 각종 문서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고 기본정책에 합치될 수 있는 협력사업이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년 초 김대중 대통령이 구주 순방시 제안한 바 있는 유라시아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비롯하여 아시아·유럽 장학사업,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 해소를 위한 전문가 회의, digital divide 관계 전문가회의 개최 등 각 분야에서 실질성과를 거양할 수 있는 사업들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 어
ASEM에 대해 아시아와 유럽 간에는 시각과 입장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ASEM을 아시아와 유럽 간 경제협력의 매체(vehicle)로 보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치·안보대화의 증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이러한 상호 인식의 차이와 아시아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유럽은 이미 ASEM 피로(fatigue)를 느끼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기로에 서 있는 ASEM의 의장국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여 양 지역 간 입장을 지혜롭게 조화시켜 나가야 할 입장에 처해 있는 것이다.
서울 ASEM 정상회의는 우리나라 건국 이래 최대의 외교행사로서 이러한 대규모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크다.
금번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자긍심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이 기회에 우리 문화를 전세계에 소개하고 국제회의 산업의 활성화 계기를 마련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금번 제3차 서울 ASEM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가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되도록 온 국민과 정부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연수(외교통상부 정책총괄과장)
asem3@mofat.go.kr
ASEM 출범의 배경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ia-Europe Meeting: ASEM)는 아시아와 유럽의 정상들이 모여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비공식적인 포럼이며 프로세스이다. ASEM은 1994년 10월 싱가포르의 고촉통 수상이 프랑스 방문시 처음 제의하였으며, 이에 EU와 ASEAN 회원국, 한·중·일이 호응함으로써 1996년 3월 방콕에서 출범하게 되었다.
ASEM 구상이 대두하던 1990년대 초·중반기는 동아시아 경제가 역동적으로 급속히 발전해 나감으로써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하여 자리잡아가던 때이다. 또한 이러한 급속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하여 ASEAN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가 간 지역협력 움직임도 활성화되고 있었다. 1989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를 통해 북미와 아시아 국가들 간 지역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던 시기에 소외감을 느낀 유럽은 아시아와 연결고리(missing link)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ASEM의 유용성을 인식했을 것이며, 아시아 국가들로서도 유럽과의 경제적 연계를 통해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경제관계의 다변화를 모색하고자 했을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1990년대 초·중반기는 유럽이 냉전 종식 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가고 다극화 체제를 지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도 유럽은 동아시아에서 정치적 입장을 강화해 보자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양 지역에는 일찍이 고대문명이 발전하였고, 또한 비단길(silk road)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서로 문명교류가 있었음에 비추어 ASEM의 출범은 과거의 아시아와 유럽 간 역사적·문화적 연계의 복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의 발전 경과 및 평가
1996년 3월 방콕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25개국 정상과 EU집행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제1차 ASEM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동 회의에서 정상들은 주요 국제문제에 관한 의견교환뿐 아니라 무역 원활화 및 투자 촉진을 위한 행동계획 수립과 청소년교류사업 추진에 합의하고 아시아·유럽 비즈니스 포럼(Asia-Europe Business Forum: AEBF) 설치, 아시아·유럽 재단(Asia-Europe Foundation), 아시아·유럽 환경기술센터(Asia-Europe Environ-mental Technology Centre) 설립 등에 합의함으로써 구체적인 협력도 모색해 나가기로 하였다.
1998년 4월 런던에서 개최된 제2차 ASEM 정상회의에서는 97년 하반기부터 아시아 국가들에게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인해 그 해결방안 모색에 관해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세계은행에 ASEM 신탁기금(ASEM Trust Fund)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특히 우리나라 김대중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에 투자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와 같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강구됨으로써 ASEM은 양 지역 정상들 간 단순한 의견교환의 장이 아니라 실질협력을 추구하는 프로세스임을 과시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제의에 따라 아시아·유럽 비전그룹(Asia-Europe Vision Group)이 설치되어 향후 ASEM의 비전과 장래 발전방향을 마련하여 제3차 정상회의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한편, ASEM 참가국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하다. GDP와 교역규모 면에서 각각 전세계의 49%와 60%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총 대외교역량의 약 50%, 외국의 대한투자액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도 ASEM은 아시아와 유럽의 25개 주요국이 참가하고 있어 세계질서를 구축해 나아가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아갈 것으로 본다. 또한 참가국들의 다양한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세계문화 창달에도 기여해 나갈 수 있는 지역협력 프로세스로 생각된다.
최근 ASEM에 대해 그 모멘텀이 약화되었다든지 또는 위기에 처해 있다든지 하는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평가의 배경으로서 무엇보다도 97년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가 그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 3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상황은 많이 바뀌어 한국·태국을 비롯하여 금융위기를 맞았던 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경제 회복단계에 있으며 과거의 역동성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하여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ASEAN+3(한·중·일) 등과 같이 적극적인 지역협력이 모색되고 있다.
ASEM이 출범한 지 몇 해 되지도 않아 한계에 이르렀다는 또 다른 이유로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양 지역 국가들 간 가치관과 문화적·역사적 배경의 차이가 커 상호 입장 수렴이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ASEM 관련 각급회의에서 정치대화시, 유럽국가들은 오늘날 인류공통의 가치로서 인권의 신장, 민주주의의 창달을 제기하고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역할을 인정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데 비해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며, 국내문제 불간섭(non-intervention)의 원칙 견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시아와 유럽의 입장차이는 ASEM 출범 당시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며 상호 대화를 통해 이해 증진에 노력해 나아가는 자체가 바로 ASEM 프로세스의 한 부분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울 ASEM 정상회의에 대한 전망과 기대
금번 제3차 서울 ASEM 정상회의는 21세기를 맞아 처음 개최되는 정상회의로서 그간 ASEM에 대한 많은 회의적인 시각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맞는 비전과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금번 ASEM 정상회의를 통해 ASEM 프로세스가 장래 아시아와 유럽 간 지역협력의 기본틀을 마련하고 본 궤도에 오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98년 런던 제2차 정상회의시 채택되었던 ASEM의 기본문서인 아시아·유럽 협력체제(Asia-Europe Cooperation Framework: AECF)에 그간 국제정세의 변화를 반영하고 ASEM의 장래 비전을 포함시킨 포괄적 AECF가 금번 회의에서 채택되도록 해야할 것이며, ASEM 출범시부터 계속 논의되어온 신규회원국 확대지침에 대한 합의 또한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금번 정상회의는 지식정보화 시대와 세계화 추세에 부응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회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ASEM에 참가하고 있는 국가들의 다수 국민들조차 ASEM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고 있음을 감안시, 일반 국민들이 ASEM의 존재 의의와 유용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실질협력 사업의 채택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양해야 할 것이다.
ASEM은 당초부터 포괄적인 협력포럼으로 출발하였다. ASEM이 경제·통상 등 분야에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여타 분야에서도 균형있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정치대화에 있어서도 양 지역 간 입장차이를 당장 해소하려 하기보다는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비공식적인 특성을 활용하여 공통인식의 확대를 추구하고 상호 이해증진과 신뢰구축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ASEM의 관행상 정상회의의 공식의제는 없으며, 고위실무회의 차원에서 각국 간 협의를 거쳐 정상회의에 건의되는 예시의제(Indicative List of Topics for Reference)가 있게 된다. 각국 정상들이 모여 논의를 갖는 비공식적이고 포괄적인 포럼이므로 어떤 문제에 관해서도 서로 의견교환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어떠한 문제가 제기되고 의견교환이 이루어질지 예견하기는 어렵겠지만(전례를 보면, 각국 정상은 자국 정부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 및 관심이 많은 사항에 관해 입장을 피력하고 문제를 제기함), 현재까지의 참가국 간 협의경과를 감안해 볼 때, 정치·안보면에서 주요 지역분쟁과 갈등, UN의 역할, 대량파괴무기의 비확산에 대한 공동대처의 문제 등, 경제·통상 분야에서 WTO체제 강화, 개방적 지역주의 증진, 지식정보화 시대의 아시아·유럽 협력, 국제금융위기의 재발 방지, 양 지역 간 통상·투자협력 증진 방안 등, 사회·문화 분야에서 교육·문화 협력 강화를 위한 제 방안, 사회적 불균형 해소, 또한 환경, HRD, 초국가적 범죄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금번 회의가 아시아와 유럽 간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를 구축하여 ASEM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마련하는 성공적인 회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외교적 능력을 인정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이제는 금융위기에서 회복되어 지속적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음을 회의 참가 각국 대표들과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역동성을 회복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외신인도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곧바로 우리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금번 기회를 활용하여, 지난 6월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간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고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을 비롯한 주요 외교정책에 대해 회의 참가국들의 지지를 확보하며, 이를 정상회의에서 채택하는 각종 문서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고 기본정책에 합치될 수 있는 협력사업이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년 초 김대중 대통령이 구주 순방시 제안한 바 있는 유라시아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비롯하여 아시아·유럽 장학사업,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 해소를 위한 전문가 회의, digital divide 관계 전문가회의 개최 등 각 분야에서 실질성과를 거양할 수 있는 사업들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 어
ASEM에 대해 아시아와 유럽 간에는 시각과 입장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ASEM을 아시아와 유럽 간 경제협력의 매체(vehicle)로 보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치·안보대화의 증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이러한 상호 인식의 차이와 아시아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유럽은 이미 ASEM 피로(fatigue)를 느끼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기로에 서 있는 ASEM의 의장국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여 양 지역 간 입장을 지혜롭게 조화시켜 나가야 할 입장에 처해 있는 것이다.
서울 ASEM 정상회의는 우리나라 건국 이래 최대의 외교행사로서 이러한 대규모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크다.
금번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자긍심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이 기회에 우리 문화를 전세계에 소개하고 국제회의 산업의 활성화 계기를 마련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금번 제3차 서울 ASEM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가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되도록 온 국민과 정부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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