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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경제학] 초우량기업 사업조직도의 비밀

초우량기업 사업조직도의 비밀

이원흠
주간경제 410호 1997. 4. 16


초우량기업이란 어떤 기업일까? 기존에 이미 갖고 있는 사업성과에 관련된 정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여 계속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데 활용하는 기업들이다. Boots사 탐방기를 통해 그 비밀을 들여다 본다.
최근 영국의 유명한 생활건강용품 제조, 유통업체인 Boots사를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경영혁신을 가장 잘 실행했다고 소문이 난 기업이어서 어렵게 방문을 한 것이다. 선진 경영기법을 한 수 배우고자 하는 기대가 컸었던 만큼 충격도 컸다. 우선 놀라운 것은 자신들의 경영혁신 과정을 요약해서 매우 일목요연하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놀라게 하고 부럽게 만든 핵심인가?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니라고 부정적으로 평가절하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소한 것이지만 당장에 우리 기업이 그대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하고 부끄럽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였다. 우리는 너무 어렵게 경영혁신을 접근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평소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주는 계기를 Boots사가 마련해 주었다. 경영컨설턴트로서 나를 되돌아 보게 만들고, 크게 반성하게 만든 그들의 회사소개 자료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다음의 그림 석장이 그 전부이다. 그들이 자사의 사업조직도 (Business Organization Chart) 라고 부르는 그림들이다. 우습게 보이고 하찮아 보이는 그림 쪼가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그림들이 바로 컬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날 Boots사의 소개를 맡았던 Boots사의 전략기획 담당임원은 이들 그림 석장이 그들이 가치창조경영 (VBM; Value Based Management) 이라고 부르는 경영혁신운동의 “시작이고 끝 (Alpha & Omega) ”이라고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것이었다.

그림 석장의 사업조직도

첫번째 그림에는 세가지 핵심적인 정보가 들어 있다. 모두 경영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들이다. 첫번째 그림에 들어 있는 세가지 핵심적인 정보는 (1)투하자산의 매출액회전율, (2)매출액영업이익율, (3)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이다(<그림1> 참조). 이들 정보 중에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낯설은 정보는 EVA 하나 밖에 없다. 매출액회전율과 매출액영업이익율은 재무비율분석기법에서 흔히 사용하던 비율지표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한데 모아놓은 이 그림이 새롭게 달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평범한 지표들이라도 사용용도나 사용철학에 따라 휠씬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첫째, 경영자의 으뜸가는 책임은 매출액을 올리는 것이다. 투하자산의 매출액회전율은 성과로 답해야 하는 경영자들이 이 책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했는가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고객만족경영을 다시 생각해 보자. 고객이 만족해야 매출이 오른다. 소위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것이다. 물건을 팔려면 우선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 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생산과 판매를 위한 시설자금과 운전자금에 얼마나 투자했느냐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판매액, 매출액의 절대적인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하자산의 매출액회전율이 더 정확한 실적평가지표가 되는 것이다.

투하자산의 매출액회전율은 매출액 크기를 투하자산의 크기로 나눈 것이다. 고객만족경영의 성과 측정은 매출액과 투하자산에 관한 정보가 동시에 균형있게 고려된 바로 이 투하자산의 매출액회전율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경영자의 두번째 의무는 물건을 만들어 팔았으면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흔히 성과측정에 활용하는 지표가 당기순이익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경영자들의 이 두번째 책임소재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당기순이익에는 본래의 사업과 직접관련이 없는 사업이외의 활동결과들이 혼재되어 있는 성과지표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만들어 고객에게 팔아서 남긴 이익은 우선 영업이익의 크기로 측정된다. 그렇지만 영업이익액 그 자체의 크기는 크면 클수록 좋은 것으로 오해되기 쉽다.

원가절감운동을 한번 되돌아 보자. 얼마나 기준없이 마구잡이 식으로 영업이익의 크기만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절감, 절약이 강요되었는가! 원가절감운동도 경영효율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물건을 만들어 팔아서 남긴 영업이익액이 과연 경쟁타사나 업계 초우량기업과 비교하여 효율적인가, 혹은 전년도에 비교하여 효율적인가를 판단하려면 영업이익액의 크기 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 효율성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율이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ROIC Chart

셋째, 투하자산의 매출액회전율과 매출액영업이익율을 곱하여 보자. (매출액/투하자산)x(영업이익/매출액)으로 계산하면 된다. 서로 같은 것끼리 상쇄되고 남는 것은 (영업이익/투하자산)이다. 이것을 투하자산영업이익율(ROIC; Return On Invested Capital)이라고 부른다. 오만가지로 경영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것 보다 이 간단한 지표 하나가 경영자의 두가지 주요한 의무와 책임을 잘 수행했는가를 더 잘 나타내 주고 있다. 투하자산영업이익율은 가장 대표적인 경영활동의 성과 지표가 되어야 한다. 간단하면서도 있어야 할 정보는 모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넷째, 경제적 부가가치(EVA)는 생소한 지표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액면기준의 낮은 배당지급이 관행처럼 굳어져 내려왔고, 증자도 그리 활발한 편이 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자금은 마치 “공짜 돈” 인양 잘못 인식되어 왔다. 자금코스트나 자본비용은 타인자본의 지급이자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자금코스트는 경영자의 세번째 의무와 관련이 깊다. 물건을 만들어 팔려면 먼저 투자를 잘 해야 하고 투자에는 투하자금이 소요된다. 그 투하자금은 자기자금과 타인자금으로 충당된다. 이들 자기자금과 타인자금을 적시에 적절한 비중으로 조달하는 것이 또한 경영자의 중요한 책임인 것이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 자기자금이든 타인자금이든 자금코스트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경영자들은 자기자금과 타인자금의 자금코스트를 너무 소홀히 취급하여 왔다. 이런 현상은 무슨 폐단을 초래하였는가? 기업이 창출한 진정한 사업가치, 기업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진정으로 대접받고 존경받아 마땅한 기업인, 경영자들이 제대로 가치있는 대접을 못받게 되는 것이다. 공정한 보상을 가능케 하는 정확한 성과 측정지표가 명확히 인식되고 현실적으로 그 활용이 빨리 확산되어야 한다. 경제적 부가가치는 위에서 상술한 바 있는 투하자산영업이익율에서 자금코스트인 자금조달비용(백분율로 표시된)을 빼고도 남는 것이다. 이것이 백분율로 계산된 진정한 기업활동의 부가가치이다. 경영자의 사업경영 활동으로부터 창출된 부가가치액의 크기를 계산해 내려면 본연의 사업활동에 투자된 투하자산액을 상기 부가가치 백분율에 곱하면 된다.

경제적 부가가치(EVA) = (투하자산영업이익율 - 자금조달비용) x 투하자산 이 경제적 부가가치액이 크면 클수록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기업이 국가경제력 증강에 더 큰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간단히 계산되는 경제적 부가가치 지표가 왜 아직 널리 실용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자금코스트에 자기자본코스트를 그다지 생각해 넣지 않고 있던 과거의 잘못된 소홀함 때문이다. 더욱이 자기자본코스트를 실무적으로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자본의 기대수익율인 자기자본코스트를 계산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기자본비용의 계산에 관한 이론은 잘 정비되어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두사람이나 받을 정도로 오래 전에 이미 학계에서는 정설로 굳어진 이론체계가 정연한 분야이다. 자기자본의 자금조달비용만 잘 계산할 수 있게 되면 EVA가 경영성과의 종합지표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구분회계가 선행돼야


다섯째, 이 첫번째 그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이렇게 이해하기도 쉽고 활용하기에도 쉬운 개념들이 모여진, 일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그림이 나에게 충격을 안겨 준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 비밀이 풀려야 요즘 누구나 주문처럼 외우고 다니는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그 비밀의 열쇠는 동그라미의 갯수에 숨어 있다. 동그라미의 크기는 EVA의 크기를 표시한 것이다. 동그라미의 갯수는 이 회사가 자기들의 사업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업단위(BU; Business Units)의 갯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자사가 몇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그들 하나하나의 사업에 투자된 투하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잘 구분해서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업이 몇개나 될까? 만약 그렇게 평가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진정 경영혁신의 준비가 완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남은 것은 정말 주어진 사업영역 내에서 요구되는 사업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확신해도 될 것이다. 고객과 접점을 이루는 사업단위별로 투하자금을 구분하고 각 사업단위들이 올린 매출액을 구분계산하고, 각각 남긴 영업이익액을 계산할 수 있는 제도의 확립이 경영혁신의 최우선 선결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과경영, 책임경영, 자율경영과 공정한 보상이 가능할 것이다. 또 한계사업의 철수, 고부가가치 사업의 전개, 승부사업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타파와 고부가가치 산업구조의 전환도 이러한 기본적인 작업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이다. 간단하다면 정말 간단한 실천의 문제이다. 구분회계를 실시하는 데에 무슨 심오한 이론과 사상이 필요하겠는가? 회사 외부의 고객을 기준으로 하여 각 사업단위의 정체를 확실히 구분하고, 각 사업단위별로 투자에 소요된 투하자금량을 구분하여 회계하고 매년 계속적으로 구분된 관련자료를 축적하면 된다. 쉽게 말해서 투자실명제를 실시하여 사업별 구분대차대조표와 구분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결심만 하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단순한 일일 뿐이다.

EVA Chart

Boots사의 두번째 소개자료는 EVA Chart이다. 이미 설명한 바 있는 두가지 핵심개념을 이용하여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경영성과를 표현한 그림에 불과하다. 두가지 핵심개념은 (1)각 사업단위별 투하자산의 크기와 (2)각 사업단위별 경제적 부가가치의 크기들이다 ( <그림 2> 참조). <그림 1>에서는 사업단위의 갯수와 각각의 경영성과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게 표현된 반면, 각 사업단위별로 소요된 투하자금의 양을 쉽게 보여줄 수 없다는 약점을 보완해 주는 그림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외형의 크기와 성장에 취해 살아 왔다. 그러므로 1000원을 투자해서 1050원을 번 사업이 100원을 투자해서 110원을 번 사업보다 더 귀하게 취급받고 큰소리를 치도록 허용해 왔던 잘못을 범했다. 자산규모나 매출액이 크면 클수록 좋은 것으로, 사업을 잘한 것으로 대접해 온 것이다. 그러나 바뀌어야 한다. 그런 생각부터 혁신해야 한다. 부가가치가 크고, 효율성이 높아야 진정으로 대접받고,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이를 잘 나타내 주는 그림이 바로 두번째 그림이다. Boots사 전략담당임원이 이 그림을 보여 주면서 한 설명이 우리 기업의 경영혁신 방향을 가장 잘 나타내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업D와 E가 우리들 골치거리입니다. 투하자산은 많이 차지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조하기는 커녕 훼손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연말에 우리회사 투하자산의 약 25%나 가치훼손사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회장께 보고드리니까 무척 충격적으로 받아 들였읍니다. 이들 사업의 미래전망, 사업철수, 자산매각 여부 등 여러가지 제안을 많이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분명한 메세지를 담은 경영성과의 평가 및 모니터링, 성과보고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자율경영, 책임경영, 성과경영의 실천이 가능토록 만들어 주는 가장 기본적 실천항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Stock Price Chart

Boots사가 보여 준 세번째 그림도 한국기업들이 부러워 할 만한 대상이었다. 세번째 그림이 제공하는 핵심정보는 두가지 밖에 없다. (1)특정 시점의 Boots사의 주가와 (2)각 사업단위별 투하자산의 크기가 표현된 것이 정보의 전부이다.
( <그림 3> 참조). 그러나 이 간단한 도표 한장이 많은 경영전략적 요인들과 그에 관한 혁신의 방향을 뚜렷이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Boots사 임원의 설명을 들어 보자. “우리 회사 주가는 적어도 1주당 10파운드는 더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받아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 대로 EVA가 마이너스인 사업 두개가 까먹고 있는 주가가 10파운드는 되니까요. 이들을 EVA가 창출되는 사업으로 전환시켜야 우리 회사주가는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상장된 지 100년 가까이 되었지만 투자자 관계강화 홍보활동(IR; Investor Relations)는 별스럽게 전개하고 있지 않읍니다. 이런 Stock Price Chart는 언제든지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으니까요. 투자자들이나 증권분석가들이 이런 객관적 자료를 갖고 스스로 투자판단을 하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IR의 요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간단 명료하고 필요한 정보를 정보이용자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경영, 그것이 곧 경영혁신의 시작이고 끝이 아닌가 하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말이다.

객관적 자료가 IR의 요체

이제 투자자의 중요성이 더욱 더 부각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현재 자사의 대주주, 목소리가 커질 소수주주 들의 중요성이 점점 더 해질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회사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잠재적 주주들도 어떤 면에서는 현재의 주주들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잘못 판단된 투자, 잘못 운용된 사업활동으로 인하여 자본비용에도 미달되는 영업이익을 남긴 경영자는 낮게 형성된 주가 때문에 주식시장, 특히 기업지배권시장(Corporate Governance Market)에서 응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권시장은 흔히 M & A시장이라고 알려진 시장이다. 금융시장, 자본시장이 잘 발달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초우량 기업들이 이미 겪은 바 있는 활동영역이므로 이제 우리 기업들도 각별히 조심스럽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낮은 주가는 결국 경영자의 낮은 효율성을 대변해 주는 가장 정확한 정보이다. 낮은 주가는 기존 경영자의 교체나 회사 자체의 인수합병(M & A)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들은 주가가 낮게 형성된 근본적 원인을 철저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경영혁신의 성과가 그대로 주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주가와 직결된 경영혁신 과 제를 선택하고 개선, 개혁해야 하는 노력의 집중화가 요청된다. M & A는 결코 외부적인 적대적 공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의외로 M & A는 내부적인 수요에 의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주가의 형성에 기여하는 부가가치 훼손사업의 철수, EVA가 마이너스인 사업의 정리 등과 같은 내부적 수요가 틀림없이 조만간 크게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혁신에 대한 인식변화

이상과 같은 Boots사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리 기업들에게 Boots사의 성공사례는 경영혁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에 이미 있는 회사의 재무회계 정보를 정리하여 경영혁신의 내실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들려면 몇가지 원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 주고 있다.

첫째, 사업성과에 대한 기준과 근거가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paradigm shift)가 필요하다. 이때까지 사업성과를 전사적인 손익계산서를 위주로 측정, 평가하였다면 그 측정지표와 평가기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손익계산서는 전형적으로 외형 위주의 평가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다. 물론 외형적인 면에서의 성과정보와 판단기준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외형 위주의 전사적인 손익정보에 더하여 부가가치 정보, 즉 영업이익에 자본코스트가 감안된 EVA를 성과측정과 평가의 기본지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사업성과를 올바로 측정, 평가할 수 있는 회계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사업의 집합체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각 사업단위별로 구분된 재무제표가 작성, 유지, 관리되어야 한다. 옥석구분이 필요하다. 옥과 석이 따로 비교될 수 있어야 실용적인 구별이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전사적으로 한장에 작성되어 온 손익계산서 만을 갖고 사업의 성과평가나 경영자의 임면, 승진, 보상 등이 가능했던 기업들은 사업별 구분 재무제표의 작성작업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선정하여야 할 것이다. 각 사업별로 투자된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의 양에 관한 정보가 구분되어서 모니터링되어야 잘 균형잡힌 성과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각 사업별로 소요된 투하자금의 자금조달 원천별로 구분회계되어야 각 사업별 자본비용이 구분계산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나 사업이 잘 되었는가는 각 사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자본비용보다 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간단한 이치를 각 사업별로 확인해 보기 위해서는 자연히 각 사업별 자산, 부채, 자기자본의 분할이 필요한 것이다

고객만큼 중요한 투자자

셋째, 고객이 있는 시장이 무서운 것은 이제 모두 잘 알고 있다. 고객만큼 무서운 것이 투자자들이다. 투자나 사업을 잘 하고 있는가,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진정한 이익을 내고 있는가, 과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유지될 전망이 유망할 것인가 하는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는 자본시장에서 형성되는 정보인 주가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낮은 주가는 M & A를 부른다. 기업경영이나 사업활동에 대한 평가를 가장 간단하면서도 요약적으로 대변해 줄 정보가 바로 주가가 될 것이다. 주가에 의한 성과판단을 지금부터라도 훈련해야 한다. 아무리 해도 알 수 없을 것 같은 변덕스러운 주가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이고, 효율적으로 형성된다는 믿음이라도 우선 갖도록 준비해야 한다. 초우량 기업에 맞는 경영혁신의 의사결정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공개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몰라서 못하는 단계는 지났다. 그래서 우리 기업 들도 시간과 싸우고 있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경영혁신과 성과달성 여부의 판단에 요청되는 정보의 양과 질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되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정보들이 입수, 분석될 수 있도록 실행에 옮겨야 한다. 알고도 실천 노력을 안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없을 정도로, 정보에 관한 한, 투명한 시대에 우리 기업과 경영자들이 살아 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경영혁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옛 것을 타파하고 파괴하는 것에서 혁신의 방법을 찾지 말고, Boots사 처럼 있는 정보, 기존의 방법론을 혁신에 적극 활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초우량 기업은 기업의 조직도를 우리기업 처럼 그리고 있지 않다. 사업의 구성도를 기업조직도라고 부를 정도로 고객과의 접점인 사업단위들을 존중하고 있다. 고객만족 시대의 당연한 발로이다. 그 기업조직도를 매일 변화하는 변덕스러운 주가와 비교하여 경영성과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투자자만족/주주만족 시대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미 있는 정보를 잘 정리하여 혁신의 내실과 직결되는 정보로 되살리는 길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경영혁신을 실천하고,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