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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소개/일상

제가 올해 서른입니다.


저는 김광석을 알지만 죽은 그는 제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죽은 그의 노래는 요즘 꽤나 자주 제 가슴을 적십니다. 2월이 깊어가는 즈음에 그의 '서른 즈음에'를 듣습니다. 20대를 돌이켜 보니 정작 나는 서른 즈음에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서른의 의미를 몰랐을 것입니다.


서른이 아직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 나이가 얼마나 싱그러운 나이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나온 사람에게 그 시간은 정말 빛나는 시간이겠지요. 그래서 입 속으로 가만히 '서른'이라고 뇌어보며 눈물이 핑 눈물이 고여 오는 것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김광석은 서른에 이미 삶의 정곡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것도 아닌데'라는 부분은 정말 절창입니다. 나는 그 부분을 부르고 또 불러 봅니다.
그렇지요. 그 누구도 임의로 인생을 보낼 수 없고 또 아무도 자의적으로 인생을 떠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인생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차가운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또 한 장의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그의 분위기 있는 갈색 코트 깃을 열고 나를 초대하더군요. 이 밤, 연극 초대장을 들고 예술의 전당으로 들어 가듯 나는, 그가 베푸는 향연의 장으로 뛰어 들 것입니다.

봄색이 완연해질 때, 인적이 끊긴 시골 어느 아주 큰 바위에 가서 누워 하늘을 보겠습니다. 아니면 '제주도의 푸른 밤"을 들으며 제주의 '큰 엉' 바닷가에 서서 푸른 바다를 내려다만 보겠습니다. 유명 계곡에도 가야겠습니다.

그의 초대에 응해 그와 교감하느라 시간을 잊은 그 시간에도 인생을 흘러가겠지요. 지구가 도는 것을 못 느낀다해도 지구는 도는 것처럼 말입니다.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조금씩 떠나야하는 삶의 본질을 간파한 김광석의 노래를 듣습니다. '서른 즈음에'를..

제가 올해 서른입니다. 서른 인생을 당당히 맞이해 운명처럼 멋지게 살아볼렵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에 "
서른살 즈음에.."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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